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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102 화
서청잔은 가슴이 철렁해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폐하, 신에게 이러실 수는 없습니다. 신의 마음을 정녕 모르시나이까. 신이 한 모든 말은 폐하를 위한 것 아닙니까?”“대국은 아직 안정되지 않았고 조정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니, 인재가 필요한 시국입니다. 신이 심장안의 편을 들어준 것은 결국 폐하의 강산을 위함이 아니겠습니까?”기양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한참 노려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되었으니까 이만 일어나. 진심으로 그자를 건드릴 생각은 없다. 공주와의 혼인을 제안한 것도 그자를 떠보기 위함이었어. 짐은 그자가 거절할 것을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101 화
소복자가 연고를 가지고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청잔이 호진충과 함께 건청궁으로 왔다.손량언은 서청잔에게 약을 건네며 조용히 말했다.“폐하께서 귓등에 부상을 당하셨으니 장인께서 연고를 좀 바르시도록 권해주셨으면 합니다.”서청잔은 연고를 받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어쩌다 다치셨는가?”손량언은 조용히 입을 다물라는 신호를 보냈고 서청잔은 바로 상황을 알아차렸다.그는 아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간 서청잔은 공손히 물었다.“폐하, 이 밤중에 무슨 급한 일로 소인을 부르셨사옵니까?”기양은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100 화
“서청잔을 불러오너라.”기양은 치미는 분노를 억누르며 호진충에게 분부했다.호진충이 당황하며 말했다.“폐하, 이 늦은 시간에 어쩐 일로 장인을 부르시는 겁니까? 시키실 일이 있으시면 소인에게 분부하세요.”“사람을 죽이는 일인데 네가 할 수 있겠느냐?”기양이 싸늘히 물었다.호진충은 겁에 질려 고개를 푹 숙이고는 다급히 고했다.“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폐하. 바로 서 장인을 불러오겠습니다.”문을 나서자,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손량언이 그에게 조용히 물었다.“폐하께선 무슨 말씀을 하셨느냐?”호진충은 허리를 쭉 펴고는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99 화
“네가 수고가 많았구나.”기양은 무심한듯 말했다.호진충은 감격의 눈물을 닦으며 그에게 고했다.“폐하께서 이 늙은 시종의 수고를 헤아려 주시니 죽더라도 여한이 없사옵니다.”늘 하던 아첨의 소리였지만 기양은 들은 척도 않고 손량언을 물린 후에 그에게 말했다.“이리 가까이 오너라. 짐이 긴히 너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호진충은 공손히 허리를 굽히고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폐하, 분부를 내려주십시오.”기양은 연회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해서 설명한 뒤, 그에게 물었다.“오늘 일이 어딘가 수상하다고 생각되지 않느냐?”호진충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98 화
종수궁 편전, 황제를 제외하고 태후와 현비, 그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난귀비와 숙비가 자리하고 있었다.장비는 가화 공주를 보살펴야 해서 직접 오지는 못하고 사람을 시켜 안부를 물었다.풍귀인은 침상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조금 전 구토를 한 탓인지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것이 초췌하고 안쓰러워 보였다.태후는 시간이 늦었다며 풍귀인과 황제가 편히 쉴 수 있게 각자의 궁으로 돌아갈 것을 분부했다.“황실의 자손이 적으니 풍귀인을 잘 보살피도록 하세요. 자주 찾아와서 위로도 해주시고요. 임산부의 마음이 편해야 태중의 아이에게 이로운 법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97 화
어찌하여 그녀의 바람처럼 상황은 좋아지지 않고 도리여 더 참혹한 지경에 빠지게 되었을까?‘왜?’‘나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번 생에 폭군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그녀는 그의 옆에서 갖은 수모를 참으며 5년을 버텨왔다. 그런데도 부족한 것일까?어차피 놓아주지 않을 거라면 왜 처음부터 그녀에게 솔직히 얘기하고 희망을 포기하게 하지 않았을까?어찌 그녀에게 이 지옥이 언젠가는 끝날 거라는 환상을 갖게 하고 또 이렇게 악랄하고 매정하게 사람의 인생을 짓밟는 것일까?어쩌면 그에게 그녀는 사람 취급도 해줄 가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