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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라라
진수혁은 순간 놀라 심장이 한 박자 빨리 뛰었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그녀에게 다가가서 부축하며 차분히 말했다. “어쩌다 다친 거야?”

옆에 있던 진도현은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조금 전 자기 말을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속에서 이유 없이 답답함이 밀려왔다. 조금은 후회스러웠다.

조금 전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 단지 최근 이틀 동안 엄마가 자기를 무시하고 예전처럼 바이올린 연습을 지켜보지 않아 화가 났을 뿐이었다.

심하은은 눈을 깜빡이며 싱긋 웃고는 다정한 어투로 말했다.

“수혁아, 강시연 씨가 어쩌다 다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송 선생님께 데려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지난번에 내가 다쳤을 때도 송 선생님이 봐줬잖아.”

심하은이 말한 송 선생은 진수혁이 어릴 적부터 함께한 친구 송민우였다.

나름 병원에서 유명 인사라 예약이 어려웠기에 진수혁의 가족을 제외하면 다른 사람들은 특별히 예약해야 한다. 이전에 심하은이 다쳤을 때도 송민우가 도와주었다.

심하은은 이 말을 통해 강시연에게 자신이 진수혁의 마음속에 중요한 존재임을 상기시키고 있었다.

한편 강시연은 오직 떠나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송민우는 실력이 뛰어났기에 그만큼 회복 속도가 빨라 제때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요.”

강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상처는 금방 치료했고 파상풍에 걸리지 않도록 송민우는 강시연에게 주사를 맞도록 했다.

심하은은 일이 있어 먼저 가고 약에 수면 성분이 들어있어서인지 밤새 제대로 자지 못했던 강시연은 어느 틈엔가 잠이 들었다.

“이번에는 대학교 1학년 때보다 덜 다쳤네.”

송민우가 진수혁을 바라보며 불쑥 말을 꺼내자 진수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대학교 1학년?”

“몰라?”

송민우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대학교 1학년 때 네가 심하은 대신 나서줬는데 애들이 널 괴롭히려고 했잖아. 그때 강시연이 경호원 데리고 가서 막았어. 나중에 그것들이 단체로 괴롭히려고 찾아오니까 서아름과 둘이 싸우다가 심하게 다치고도 다신 네 주위에 나타나지 말라며 경고까지 했어.”

그땐 강씨 가문에 사건이 터지기 전이라 강시연은 여전히 오만한 아가씨였다.

명랑하고 잘하는 것도 많아서 좋다고 따라다니는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그녀가 마음속으로 진수혁을 품고 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진수혁은 멈칫했다.

당시 누군가 심하은을 저격하니 보다 못한 그가 심하은 대신 나서자 상대는 경고를 남기고 떠났다.

진씨 가문의 세력에 놀라서 도망간 줄 알았는데 그녀일 줄이야.

송민우는 입가에 씁쓸함을 머금고 진수혁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너랑 강시연 사이에 벌어진 일은 아마도 오해일 거야. 친구로서 조언하자면 강시연은 계략을 꾸밀 사람이 아니야. 그때 강씨 가문이 절망적인 상황이었더라도 그런 수작은 부리지 않아. 편견이 지나치면 많은 것을 놓칠 수가 있어.”

송민우는 말을 마치고 떠났다.

진수혁은 담배 한 개비를 꺼내들었지만 금연 안내문을 보고는 시선을 강시연의 잠든 얼굴로 옮기며 불을 붙이지 않았다.

다소 불편하게 잠든 그녀의 피부는 하얗고 부드러워 솜털까지 희미하게 보였으며 속눈썹이 살짝 떨리며 어딘가 불안한 듯 보였다.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입술은 선명하게 빛나고 얼굴의 윤곽은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과거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 모습을 본 진수혁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녀는 늘 곁에 있었다. 강씨 가문과 진씨 가문이 막역한 사이에도 그는 다소 오만한 여동생인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했다.

나중에 강씨 가문이 몰락하자 그녀는 임신한 채로 그와 결혼했다.

이 모든 것이 계략이라고 생각했는데 만약 송민우가 말한 대로 이 모든 것이 오해라면?

진수혁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

그는 시선을 거두며 비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강시연이 나한테 약을 탄 사건에 대해 알아봐.]

옆에 있던 진도현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들어 말했다.

“아빠, 저는 엄마가 다치길 원해서 일부러 저주한 게 아니에요. 그냥 엄마가 저를 무시해서 화가 났을 뿐이에요...”

진수혁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강시연을 바라보며 어두운 눈빛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엄마가 깨어난 후에 사과하면 돼. 엄마는 너한테 화내지 않을 거야.”

만약 그 일이 정말로 사고였다면 그도 그녀에게 사과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앞으로는 그녀에게 잘해줘야겠다.

어쩌면 할아버지 말대로 그와 심하은은 과거일 뿐이었다.

강시연은 깊이 잠든 채 꿈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16살 진수혁이 흰옷에 검은 바지를 입고 오후에 접은 종이를 그녀에게 건네주는 모습이었다.

“울지 말고 오빠한테 말해봐. 누가 널 괴롭혔어?”

오후의 햇살이 따뜻하고 부드러웠지만 소년의 눈매는 이상하게도 차가웠고 14세 소녀는 어리둥절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버지의 고물을 깨뜨려서 꾸중을 들었고 소년의 말을 들으며 깜박이는 속눈썹에는 아직 눈물이 맺혀 있었다.

좀 바보 같은 모습이었다.

마음속으로는 오빠인 그가 참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누가 날 괴롭힌다고.’

“어디 아파?”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순간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강시연을 꿈에서 깨웠다.

그녀는 이제 성숙하고 차가워진 진수혁을 바라보며 비로소 흐릿한 상태에서 깨어났다.

“괜찮아요.”

고개를 흔들던 강시연은 거대한 꿈에서 깨어난 후의 뒤늦은 안도감과 아쉬움을 느꼈다.

그녀는 14살 때 마음이 움직여서 17살 때부터 진수혁을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는 26세가 되었고 마침내 포기하는 법을 배웠다.

상처 때문인지 그녀는 평소보다 유난히 순종적이었다.

진수혁은 문득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이 약해져 말투도 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차에 타. 집으로 가자.”

강시연은 순간 멈칫했다.

진수혁의 말투에 조금 놀랐지만 반박하지 않고 미소만 지으며 말했다.

“그래요.”

진도현도 그런 엄마의 모습에 코가 찡해지며 순순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차에 탄 후 진도현은 아빠가 말했던 걸 떠올리며 불안하게 강시연을 바라보다가 작은 입을 삐죽였다.

“엄마, 미안해요.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건 아니에요.”

이모보다 못하긴 해도 그래도 엄마였다.

강시연은 잠시 놀랐다.

아들이 사과하는 건 처음이었지만 왠지 전혀 감동하지 않았다.

아들이 병원에서 했던 말을 떠올리자 그녀의 마음은 파문 하나 없이 평온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엄마는 너를 탓하지 않아.”

그녀의 아이는 단순히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뿐이었다.

사과는 단지 어릴 적부터 받은 교육 때문에 좋은 아이가 되려고 하는 것뿐이었다.

아들은 마치 안도하는 듯했지만 작은 손은 여전히 그녀의 옷자락을 잡고 있었다.

이때 진수혁이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문득 말했다.

“다음 주가 네 생일인데 어떻게 보낼지 생각해 봤어?”

강시연은 잠시 멈칫하다가 뒤늦게 깨달았다.

그녀가 떠나는 전날이 바로 그녀의 26번째 생일이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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