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노아리는 줄곧 강서이를 학력도 별것 없고 머리도 뛰어나지 않은 데다가, 집안 배경까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그런 사람은 애초에 자신의 경쟁 상대가 될 자격조차 없다고 여겼다.그래서 늘 강서이를 낮게 봤다.예전에 이예수가 ‘한 남자 곁을 7년이나 지킨 여자라면 가볍게 보면 안 된다’고 충고한 적이 있었다.그때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강서이가 민도하 곁에 7년이나 있었던 이유는, 스스로 감동하는 희생을 계속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런 건 너무 값싼 방식이었다.남자들은 그런 희생만 보고 마음을 주지 않는다고 믿었다.예쁘고 속이 꽉 차 있고, 좋은 집안에서 자랐기에.사업에도 도움을 줄 수 있고 사람들 앞에 함께 나가도 자랑스러운 여자를 좋아한다고 여겼다.강서이처럼 겉모습만 번듯하고 속은 빈 여자는 아니라는 게 노아리의 생각이었다.그런데 강서이도 WT비즈니스대학교 입학 허가를 받은 적이 있었다니.노아리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성이남도 마찬가지였다.성이남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사장을 나오던 중이었다.구정태가 윌리엄 교수를 위해 식사 자리를 마련했고 성이남도 초대를 받은 참이었다.강서이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도 성이남이었다.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찔리는 마음이 있었다.그런데 구정태가 일부러 멈춰서 강서이에게 인사를 건넸고, 몇 마디 안부를 나누다가 예상 밖의 과거까지 꺼냈다.성이남도 이전에는 노아리와 비슷하게 생각했다.강서이는 내세울 게 별로 없는 여자라고 여겼다.지금의 성공도 어딘가 떳떳하지 못한 수단을 써 얻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날 강서이는 몇 번이나 성이남의 판단을 뒤집었다.성이남은 제삼자의 입장에서 강서이가 다른 사람의 관계에 끼어든 여자라고 단정했었다.그런데 오늘 역시 제삼자의 자리에서, 그것도 강서이에게 직접 지목까지 당한 채 강서이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오히려 이전 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쪽은 강서이였다.강서이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는, 자신이 던진 말이 되
“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강서이의 목소리는 담담했다.다만 긴장한 탓인지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맞았다. 강서이는 그날 그렇게 말했다.두 사람 모두의 체면을 지키려고 만들어 낸 거짓말이었다.민도하가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가 몇 년이 지난 지금 다시 꺼낼 줄은 몰랐다.강서이의 마음이 잠깐 흐트러졌다.하지만 오래가진 않았다.머릿속에 또 다른 문장이 떠올랐다.관계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쪽이 내연녀라는 말.강서이는 다시 평정을 찾았다.민도하가 조금 전 던진 질문도 떠올랐다.예전에 서한승을 좋아했냐고 물었던 그 질문.강서이는 감정이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천천히 대답했다.“당연하지.”민도하의 심장이 갑자기 거세게 꽉 조여 들었다.강서이는 예전 그날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 위로 내려온 머리를 쓸어 넘겼다.“그렇게 오래된 일을 왜 이제 와서 다시 물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네가 아직 못 놓은 줄 알겠어.”민도하가 눈을 가늘게 떴다.속에서 뜨거운 초조함이 번졌다.“그 뒤에는? 그다음 몇 년 동안은 한 번도...”“민도하.”강서이가 말을 끊었다.“지금 그런 걸 묻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아니면 계속 사람들한테 내가 당신이랑 노아리 사이에 끼어든 사람이라고 오해하게 만들고 싶은 거야?”민도하의 목이 흠칫하며 굳어졌다.강서이는 그 틈에 손을 거세게 빼냈다.차가운 눈으로 옆쪽을 향해 말했다.“성 대표님, 이번에는 제대로 들으셨죠? 누가 먼저 남의 관계에 끼어든 사람인지.”성이남은 우연히 이 길을 지나던 참이었던 듯했다.두 사람이 다시 실랑이하는 모습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멈췄다.아무도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성이남이 나타났을 때부터 강서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성 대표님’이라는 말에 성이남의 표정이 굳었다.고개를 들자 담담한 강서이의 시선과 바로 마주쳤다.가슴속을 가느다란 바늘이 찌르는 듯했다.감정이 복잡하게 뒤엉켰다.성이남은 강서이의 거리낌 없는 눈길을 오래 마주하지도 못했다.어색하
강서이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순간 굳어졌다.민도하는 여전히 강서이의 팔을 잡고 있었다.평소처럼 느슨한 말투가 아니라 사람을 누르는 듯 차갑고 단정한 목소리였다.“우리 처음 잤던 날, 네가 분명히 말했어. 마음에 둔 사람이 있으니까 나더러 부담 갖지 말라고.”민도하는 말을 잠깐 끊었다가 낮은 목소리로 이어 갔다.“그 사람이 서한승이었지?”강서이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민도하가 그날 자신이 했던 말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두 사람의 첫 관계는 사고에 가까웠다.그 전에도 강서이는 민도하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려고 먼저 다가간 적이 있었다.하지만 민도하는 거절했다.그때 강서이는 순진하게도 민도하가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여자의 외모에 쉽게 흔들리지도 않고, 상대가 약해졌을 때 틈을 노리지도 않는 사람이라고 믿었다.그래서 어렵게 얻은 해외 유학 기회를 포기하고 민도하 곁에 남아서 창업을 함께했다.처음 1년 동안 두 사람은 같은 목표를 보며 달렸다.힘든 일도 많았고 성과를 얻는 기쁨도 함께 맛봤다.강서이는 매일같이 부딪치며 일하는 사이 민도하에게 마음을 빼앗겼다.그렇다고 감정을 입 밖으로 꺼낸 적은 없었다.선을 지키며 자신이 해야 할 일만 했다.조금이라도 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평생 그 마음을 숨긴 채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기까지 했다.아무도 모르는 깊은 밤에만 조심스럽게 마음을 꺼내 볼 뿐이었다.달빛 아래에서 한 번 들여다보고, 민도하 때문에 생긴 흔적을 손끝으로 더듬어 본 뒤.날이 밝기 전 다시 단단히 감춰 두었다.그 외로운 짝사랑의 균형을 무너뜨린 게 바로 그날의 사고였다.프라임로드투자는 설립 1년 만에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민도하는 회사의 사회적 평판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 성적이 우수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거 후원했다.학교 측에서는 장학생들이 감사의 뜻을 전한다는 취지로 후원 감사 행사를 마련했다.원래 강서이도 민도하와 함께 참석해 사람들을 상대할 예정이었다.하지
윌리엄 교수가 답했다.“Moli는 제가 WT비즈니스대학교에서 가르칠 때 지도했던 박사과정 제자입니다.”기자가 놀라며 말했다.“노아리 사장님이 윌리엄 교수님의 제자였군요. 전혀 몰랐습니다.”윌리엄은 노아리를 아낌없이 칭찬했다.“Moli는 아주 뛰어나고 능력도 좋아요. 자랑스러운 제자입니다.”그 이력 때문에 다른 기자들까지 노아리 쪽으로 몰렸다.그중에는 낯익은 얼굴도 있었다.이사랑이 미리 섭외한 사람들이었다.정확히는 노아리와 이사랑이 함께 세운 계획이었다.윌리엄 교수의 전화를 받았던 날부터, 노아리는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회복할지 계산해 두었다.재벌가에서 며느릿감을 볼 때 흔히 따지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했다.비슷한 집안 배경을 갖췄거나, 학력과 능력이 뛰어나거나.첫 번째 조건은 노아리에게 어려웠다.민씨 집안과 비슷한 배경을 가진 집안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그러니 두 번째 조건을 최대한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예전에 이예수가 바로 그 점을 깨닫고, 큰돈을 들여서 노아리의 유학과 학업을 지원했다.높은 학력과 뛰어난 두뇌를 가진 며느리를 좋은 조건으로 보는 상류층의 인식을 이용한 것이었다.그 부분이야말로 노아리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장점이었다.‘강서이는 애초에 내 상대가 안 돼.’노아리는 자신만만하게 강서이가 있는 쪽을 봤다.강서이는 이쪽에 관심이 없는 듯 서한승과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정말 신경을 쓰지 않는 건지, 신경 쓰이면서 아닌 척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노아리는 후자라고 생각했다.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자존심을 지키는 것뿐일지도 몰랐다.“Moli, 이쪽을 봐 주세요.”한 기자가 노아리의 영문 이름을 불렀다.조금 전 윌리엄 교수가 그렇게 소개했기 때문이다.노아리는 활짝 웃으며 카메라를 바라봤다.서한승과 이야기를 나누던 강서이도 소리를 듣고 이쪽을 봤다.‘Moli?’‘노아리 영문 이름이었나?’‘이런 우연도 있네.’강서이가 예전에 WT비즈니스대학교에 지원했을 때 사용한 영문 이름도
“쉿.”서한승이 검지를 입술 앞에 세우면서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했다.행사가 이미 시작했다는 뜻이었다.곧 미소를 지으며 강서이를 다정하게 바라봤고, 예전처럼 손을 뻗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노아리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민도하가 물었다.“왜 그래?”“한승이 왔어.”노아리가 담담한 척 답했다.민도하는 노아리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마침 서한승이 강서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민도하는 잠깐 멈칫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표정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관심이 없다는 듯 냉담했다.시선 역시 오래 머물지 않고 곧 거두었다.하지만 노아리의 신경은 계속 그쪽으로 향했다.서한승이 강서이를 보는 눈이 달랐기 때문이다.비슷한 모습을 여러 번 본 적도 있었다.지금까지 서한승이 강서이에게 보였던 특별한 관심과 행동을 떠올리자, 하나의 추측이 떠올랐다.그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다.속에서 차가운 기운이 계속 올라오는 느낌이었다.어떻게 해도 억누를 수가 없었다.노아리는 답을 꼭 확인해야 했다.행사 도중 서한승이 자리를 비우자, 노아리도 적당한 핑계를 대고 뒤따라 나갔다.서한승은 강당 밖 나무 그늘 아래에서 통화 중이었다.노아리는 망설이지 않고 가까이 다가갔다.“네가 마음에 품고 있던 그 여자... 설마... 강서이야?”서한승의 표정이 잠깐 멈칫하며 굳어졌다.노아리를 바라보는 눈은 싸늘했다.노아리는 진실을 듣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더 다급한 목소리로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네가 7년 동안 마음에 담아 둔 여자가 강서이냐고.”서한승은 통화 중인 상대에게 말했다.“지금 일이 좀 생겼어.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전화를 끊은 뒤 노아리를 바라봤다.“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태연하게 던진 한마디였지만 노아리는 그 말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감정이 격해져 목소리까지 떨렸다.“대답해. 강서이 맞아?”서한승이 날 선 눈으로 노아리를 바라봤다.잠시 침묵이 이어졌다.마침내
한지수는 그 모습을 보자 속에서 불이 치솟았다.‘민도하가 우리 서이한테 어떻게 저럴 수 있어?’나타난 뒤로 지금까지 민도하의 시선은 강서이를 무심하게 한 번 스쳤을 뿐이었다.오래 머물지도 않았다.마치 강서이라는 사람을 모르는 것처럼 굴었다.7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버려지는 건가 싶었다.한지수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민 대표, 잘 오셨네요. 그럼 직접 말해 보세요. 둘 중 누가 먼저 남의 관계에 끼어든 건데요?”이 일에서 혼자 빠져나갈 생각이라면 어림도 없었다.한지수는 민도하까지 반드시 끌어들일 생각이었다.민도하가 강서이와의 과거를 부정한다면, 지난 7년 동안 강서이가 그에게 해 준 일을 전부 사람들 앞에서 말해 버릴 작정이었다.민도하가 한지수를 차갑게 바라봤다.경고처럼 느껴지는 눈빛이었다.한지수는 피하지 않았다.민도하는 한지수에게서 시선을 거둔 뒤 강서이를 짧게 봤다.그 뒤 감정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한지수 씨는 그런 말 못 들어봤습니까? 관계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쪽이 내연녀라는 말.”...“서이야, 그때 네가 나를 말리면 안 됐어! 그 둘 입을 그냥 다 찢어 놨어야 했는데!”한지수는 얼음물을 한 병째 들이켰다.그래도 속에서 타오르는 화는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민도하가 그렇게 양심 없는 말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 한마디로 강서이가 지난 7년 동안 한 모든 일을 부정해 버렸다.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었다.“한 병 더!”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한지수는 차가운 물이라도 더 마셔야 진정될 것 같았다.“얼음물 너무 많이 마시지 마.”강서이는 미지근한 물을 한 병 건넸다.표정은 담담했다.민도하의 대답을 들었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건 사실이었다.한여름인데도 가슴속이 싸늘해지는 기분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많이 가라앉았다.마음속에 일었던 파문도 차츰 잦아들었다.구정태 총장이 직접 강서이를 찾아와서 여러 번 사과했다.아래 직원들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생긴 오해라며 미안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