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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Author: 애니
도와줄 사람이 늘어나자 작업에도 속도가 붙었다.

대강 마무리됐을 때는 새벽 세 시였다.

한밤중에 사람들을 불러내 일을 시킨 것이 미안했다. 강서이는 음식과 음료라도 사서 수고한 사람들을 챙겨줄 생각이었다.

핸드폰을 꺼내 주문을 하려는데 배달원이 물건을 가져왔다.

먹을 것과 마실 것이었다.

배달원이 입구에 서서 안쪽으로 소리쳤다.

“노아리 씨 계신가요?”

“저예요.”

의자에서 일어난 노아리가 입구로 걸어 나왔다.

배달원이 말했다.

“민 대표님이 주문하신 커피랑 디저트입니다. 수령 확인 부탁드릴게요.”

“네.”

노아리는 물건을 받고 바로 민도하에게 전화했다.

달콤한 목소리에는 기쁜 마음이 숨김없이 묻어났다.

“도하야, 네가 주문한 커피랑 디저트 받았어. 벌써 자는 줄 알았는데.”

“나는 안 힘들어. 앉아서 지시만 하는데 뭐가 힘들겠어?”

“요 며칠 너무 바빠서 너랑 제대로 시간도 못 보냈네. 바스테크 상장 잘 마치면 우리 또 제대로 휴가 가자.”

“...”

노아리는 주변 사람을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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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500화

    “엄마도 널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걱정 마. 내가 B시 투자업계에 확실히 자리를 잡고 나면, 네 과거 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이사랑도 무슨 뜻인지 알았다. 그래도 기분은 여전히 가라앉아 있었다.“알았어.”노아리는 그 김에 목걸이 하나를 선물했다.그제야 이사랑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거울 앞에서 목에 걸린 목걸이를 이리저리 비춰 보며, 기분 좋게 노아리와 이야기를 나눴다.“언니가 납치당했을 때는 나도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몰라. 형부가 헤어지자고 할까 봐 걱정했거든. 둘이 여전히 잘 지내는 거 보니까 이제 마음이 놓여.”노아리의 표정이 살짝 달라졌다. 곧 차갑게 굳은 얼굴로 이사랑에게 경고했다.“그 얘기는 다시는 꺼내지 마. 특히 도하 앞에서는.”이사랑은 매서운 표정에 겁을 먹었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그날 강성대는 무척 북적였다. B시의 주요 언론사가 한곳에 모였다.일부는 바스테크 때문에, 나머지는 ‘문심’ 때문에 찾아온 것이었다.도착하자마자 갈림길에 나란히 세워진 안내판을 보자, 노아리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곧 비서에게 지시했다.“우리 안내판, 더 큰 걸로 바꿔요.”비서는 뜻을 알아듣고 바로 움직였다.행사장에 들어서자 성이남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오고 있는 중인데 곧 도착한다는 말이었다.노아리는 당연히 기뻤다.성이남 뒤에는 성세그룹 전체가 있다. 성세그룹의 지원을 얻을 수만 있다면 바스테크에는 좋은 일밖에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예수 일행도 도착했다.이번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왔다.다들 고온 초전도 사업을 좋게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이예수가 직접 노아리를 소개했다.대부분 재계 유력 인사들의 가족이었다. 폭넓은 인맥과 자원을 쥐고 있어서 노아리의 사업에 큰 도움이 될 사람들이었다.사업 초기에 사모님 모임의 도움을 받아 성장한 기업가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이 모임의 영향력은 컸다.노아리는 모임 사람들의 자리를 챙긴 뒤에야 민도하를 기다리러 밖으로 나갔다.A관을 나오자마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99화

    도와줄 사람이 늘어나자 작업에도 속도가 붙었다.대강 마무리됐을 때는 새벽 세 시였다.한밤중에 사람들을 불러내 일을 시킨 것이 미안했다. 강서이는 음식과 음료라도 사서 수고한 사람들을 챙겨줄 생각이었다.핸드폰을 꺼내 주문을 하려는데 배달원이 물건을 가져왔다.먹을 것과 마실 것이었다.배달원이 입구에 서서 안쪽으로 소리쳤다.“노아리 씨 계신가요?”“저예요.”의자에서 일어난 노아리가 입구로 걸어 나왔다.배달원이 말했다.“민 대표님이 주문하신 커피랑 디저트입니다. 수령 확인 부탁드릴게요.”“네.”노아리는 물건을 받고 바로 민도하에게 전화했다. 달콤한 목소리에는 기쁜 마음이 숨김없이 묻어났다.“도하야, 네가 주문한 커피랑 디저트 받았어. 벌써 자는 줄 알았는데.”“나는 안 힘들어. 앉아서 지시만 하는데 뭐가 힘들겠어?”“요 며칠 너무 바빠서 너랑 제대로 시간도 못 보냈네. 바스테크 상장 잘 마치면 우리 또 제대로 휴가 가자.”“...”노아리는 주변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한참 통화했다.강서이는 배달 앱을 확인했다. 가장 빨리 오는 곳도 한 시간은 걸렸다. 직접 차를 몰고 가서 사 와야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김설 일행이 도착했다.모두 손에는 음식이 담겨 있는 봉투를 들고 있었다.김설이 강서이를 보자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커피랑 식혜, 간식 좀 사 왔어요. 다들 피곤하실 테니까 드시고 기운 내시라고요.”강서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서 김설은 갈수록 못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았다.덕분에 강서이도 숨을 돌리고 잠깐이나마 쉴 수 있었다....오전 7시.노아리는 오로라 브라이덜앤뷰티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이사랑은 옆에서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골라 주고 있었다.고를 수 있는 물건이 너무 많아서 이사랑은 무엇을 골라야 할지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다시 한번 민도하가 노아리를 얼마나 잘 챙기는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보는 사람이 절로 부러워질 만큼 극진했다.노아리가 눈을 가늘게 감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98화

    강서이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지로 눌렀다. 핸드폰을 꺼내서 구정태 총장에게 전화하려고 했다.그런데 번호를 누르기도 전에 구정태의 목소리가 들렸다.멀리서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먼저 들린 것은 노아리의 말이었다.“총장님, 번거롭게 해 드려서 죄송해요.”“노 사장님, 무슨 말씀을요. 전화 한 통이면 되는 일인데, 민 대표님하고 직접 오시기까지 하셨네요.”구정태는 무척 정중했다.노아리에게 이런 말도 했다.“일손이 모자라면 말씀하세요. 학교 쪽 인력도 지원해 드릴 수 있습니다.”“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총장님.”작업하던 직원이 짐을 들고 지나갔다. 민도하는 노아리가 부딪힐까 봐 걱정됐는지 팔을 잡아 자기 쪽으로 다정하게 이끌었다.곧 노아리는 민도하의 품 안에 단단히 감싸였다.노아리는 고개를 들고 민도하를 향해 달콤하게 웃었다.“그럼 저는 먼저 가 보겠습니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하세요.”현장이 질서 있게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구정태가 두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네. 번거롭게 해 드렸습니다, 총장님. 나중에 식사 한번 대접하겠습니다.”이번에는 민도하의 말이었다.구정태가 손을 내저었다.“민 대표님도 참, 괜찮습니다.”구정태가 떠나자, 민도하와 노아리는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강서이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서 끓어오르는 화를 겨우 억눌렀다.결국 구정태에게 전화를 걸었다.구정태는 전화를 받자마자 사과부터 했다.[강 대표님, 마침 연락을 드리려던 참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학교 쪽에 문제가 좀 생겨서, 예약하신 행사장을 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하지만 총장님...”[이번 일은 제가 강 대표님께 신세를 진 겁니다. 앞으로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절대로 거절하지 않겠습니다.]구정태는 강서이가 말을 끝내도록 기다리지 않았다.이미 결정된 일이니 바꿀 수 없다는 뜻이었다.민도하가 직접 나선 이상 구정태도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지난 몇 년간 민도하의 지원이 적지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97화

    강서이는 하장현이 규모가 큰 행사에서 쉽게 긴장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미리 적응할 수 있도록 연습을 시키려는 것이었다.하장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앞에 나가 모의 발표를 시작했다.강서이는 임시로 기자 역할을 맡아서 핸드폰을 꺼내 하장현을 촬영했다.두 사람은 문제가 없도록 몇 번이고 연습을 반복했다.“방금 정말 좋았어요! 내일도 지금처럼만 하시면 됩니다.”강서이를 바라보는 하장현의 눈에는 고마움과 함께 다른 감정도 넘쳐흐르고 있었다.하장현은 필사적으로 감정을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강서이를 불렀다.“‘문심’이 상장에 성공하면, 전에 드렸던 말씀을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실 수 있을까요?”전에 했던 고백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방금 촬영한 영상을 확인하고 있던 강서이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되물었다.“네?”“아닙니다.”겨우 끌어모았던 용기가 다시 흩어졌다.‘아직은 때가 아닌가 봐.’‘‘문심’이 정말 상장하고 나서 다시 말해도 늦지 않아.’‘서이 씨가 내가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렸다고 생각하면 안 되잖아.’‘지금 가장 중요한 건 ‘문심’ 상장이니까.’강서이 역시 거기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었다. 다른 생각을 할 여유는 전혀 없었다.모든 절차를 확인하고 난 뒤였다. 로드쇼를 하루 앞둔 밤 10시, 행사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이 갑자기 왔다.예약한 대형 행사장이 이미 다른 곳에 대관되어 있어서 옆의 작은 행사장만 이용할 수 있다는 통보였다.김설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언성을 높였다.“이미 대관됐다는 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가 보름 전에 얘기했잖아요.”“그때는 왜 아무 말도 안 하셨어요? 당장 내일 쓸 건데 이제 와서 다른 데 빌려줬다고 하시면 어떡해요? 이게 말이 돼요?”대관 담당자는 냉담하게 대답했다.“의사소통 과정에 착오가 있었습니다. 저희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어쩔 수 없다는 말 한마디면 끝인가요? 초대장도 이미 다 보냈다고요!”“일단 문제가 생겼으니, 저희가 드릴 수 있는 대안은 작은 행사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96화

    그 말을 하고 나서 강서이도 입을 다물게 됐다.오래전 한지수가 자신에게 똑같은 말을 했던 일이 떠올랐다.세월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자, 이제는 자신이 지켜보는 입장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고 있었다.김설은 강서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 채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 갔다.“제 남자친구는 제 마음을 헛되게 만들 사람은 아니에요.”‘맞아. 나도 그때 똑같이 대답했었지.’‘사랑을 하면 정말 눈이 머는구나.’‘그래서 이제 사랑 따위는 받고 싶지 않아.’‘누가 주는 사랑이든 필요 없어.’사랑에 씌워 두었던 환상은 완전히 벗겨졌다.‘그런 사랑은 소설이나 드라마 속에나 있지.’‘주변만 봐도 사랑 덕분에 행복한 사람은 몇 명 되지도 않잖아.’“오늘 야근을 늦게까지 하셔야겠죠?”김설이 책상 위에 두껍게 쌓인 서류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응.”이 서류를 전부 처리해야 상장 로드쇼 준비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그럼 저도 같이 있을게요.”말을 마치자마자, 김설은 알아서 강서이의 책상 위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강서이는 다시 업무에 몰두했다.정리를 끝낸 김설은 옆에 앉아 앞으로 며칠간의 일정을 확인했다.조정할 수 있는 일정이 있는지, 강서이가 잠깐이라도 숨을 돌릴 시간을 낼 수 있는지 살펴봤다.너무 지쳐 있는 모습에 김설도 마음이 아팠다.한참을 들여다봤지만 아무리 해도 시간을 비집어 넣을 수가 없었다.김설이 답답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푸념을 했다.“비교하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진짜 화나요. 대표님은 밤낮없이 일하시는데 누구는 휴가 가서 신나게 놀고 있잖아요.”말을 뱉자마자 곧바로 후회했다.머릿속의 생각보다 입이 먼저 움직이는 이 버릇은 도무지 고쳐지지 않았다.김설은 속상한 마음에 자신의 입을 가볍게 때렸다.강서이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노아리 휴가 간 얘기야? 벌써 알아.”강서이는 아직 민도하와 SNS로 연결돼 있었다.사흘 전 민도하가 게시물을 하나 올렸다.[모든 게 좋다.]함께 올린 사진에는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95화

    여진이 반사적으로 물었다.“강 대표님은요?”민도하가 별다른 표정 없이 대답했다.“갔어.”여진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되물었다.“가셨다고요?”‘이게... 말이 돼?’강서이가 프라임로드투자에 있을 때는 하루 종일 민도하 곁에 붙어 있으려고 했다.이런 교통사고는 말할 것도 없었다. 가벼운 두통이나 열이 나기만 해도 강서이가 옆에서 직접 돌봤다.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았다.민도하를 얼마나 정성스럽게 챙겼는지 두 눈으로 봐 왔기에, 여진은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민도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옆의 간병인을 가리켰다.“간병인이 있잖아.”여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그래도 대표님을 두고 그냥 가시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강 대표님을 구하려다 다치신 건데요.”민도하가 갑자기 차갑게 말했다.“그런 말은 다시 듣고 싶지 않아.”그 말에 여진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선을 넘었구나.’민도하에게는 지금 약혼녀가 있었다. 약혼녀를 무척 사랑하기도 했다.강서이를 구하려다가 민도하가 다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노아리는 분명 다른 생각을 할 것이다.여진이 황급히 해명했다.“다른 뜻은 없었어요. 강 대표님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아서요. 조금... 정이 없어진 느낌이랄까요.”민도하는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눈을 반쯤 감았다. 목소리가 조금 쉬어 있었다.“그래야지. 그래야 이 바닥에서 살아남아.”잠시 말을 멈췄다가 차가운 어조로 덧붙였다.“강서이는 나한테 빚진 거 없어.”감정에 관한 것이든, 다른 무엇이든 마찬가지였다.여진은 혼란스러웠다. 민도하의 말이 너무 어렵게 느껴져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강 대표님을 구하려다 다친 건데, 어떻게 아무 빚도 없다는 거지?’여진이 질문하기도 전에 민도하가 화제를 바꿨다. 사고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물었다.여진은 확인한 내용을 그대로 보고했다.“흰색 승용차 운전자는 신병이 확보됐습니다. 음주운전이었다고 해요.”민도하가 눈을 떴다. 눈동자에는 차가운 기운이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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