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그 말을 하고 나서 강서이도 입을 다물게 됐다.오래전 한지수가 자신에게 똑같은 말을 했던 일이 떠올랐다.세월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자, 이제는 자신이 지켜보는 입장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고 있었다.김설은 강서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 채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 갔다.“제 남자친구는 제 마음을 헛되게 만들 사람은 아니에요.”‘맞아. 나도 그때 똑같이 대답했었지.’‘사랑을 하면 정말 눈이 머는구나.’‘그래서 이제 사랑 따위는 받고 싶지 않아.’‘누가 주는 사랑이든 필요 없어.’사랑에 씌워 두었던 환상은 완전히 벗겨졌다.‘그런 사랑은 소설이나 드라마 속에나 있지.’‘주변만 봐도 사랑 덕분에 행복한 사람은 몇 명 되지도 않잖아.’“오늘 야근을 늦게까지 하셔야겠죠?”김설이 책상 위에 두껍게 쌓인 서류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응.”이 서류를 전부 처리해야 상장 로드쇼 준비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그럼 저도 같이 있을게요.”말을 마치자마자, 김설은 알아서 강서이의 책상 위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강서이는 다시 업무에 몰두했다.정리를 끝낸 김설은 옆에 앉아 앞으로 며칠간의 일정을 확인했다.조정할 수 있는 일정이 있는지, 강서이가 잠깐이라도 숨을 돌릴 시간을 낼 수 있는지 살펴봤다.너무 지쳐 있는 모습에 김설도 마음이 아팠다.한참을 들여다봤지만 아무리 해도 시간을 비집어 넣을 수가 없었다.김설이 답답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푸념을 했다.“비교하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진짜 화나요. 대표님은 밤낮없이 일하시는데 누구는 휴가 가서 신나게 놀고 있잖아요.”말을 뱉자마자 곧바로 후회했다.머릿속의 생각보다 입이 먼저 움직이는 이 버릇은 도무지 고쳐지지 않았다.김설은 속상한 마음에 자신의 입을 가볍게 때렸다.강서이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노아리 휴가 간 얘기야? 벌써 알아.”강서이는 아직 민도하와 SNS로 연결돼 있었다.사흘 전 민도하가 게시물을 하나 올렸다.[모든 게 좋다.]함께 올린 사진에는
여진이 반사적으로 물었다.“강 대표님은요?”민도하가 별다른 표정 없이 대답했다.“갔어.”여진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되물었다.“가셨다고요?”‘이게... 말이 돼?’강서이가 프라임로드투자에 있을 때는 하루 종일 민도하 곁에 붙어 있으려고 했다.이런 교통사고는 말할 것도 없었다. 가벼운 두통이나 열이 나기만 해도 강서이가 옆에서 직접 돌봤다.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았다.민도하를 얼마나 정성스럽게 챙겼는지 두 눈으로 봐 왔기에, 여진은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민도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옆의 간병인을 가리켰다.“간병인이 있잖아.”여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그래도 대표님을 두고 그냥 가시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강 대표님을 구하려다 다치신 건데요.”민도하가 갑자기 차갑게 말했다.“그런 말은 다시 듣고 싶지 않아.”그 말에 여진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선을 넘었구나.’민도하에게는 지금 약혼녀가 있었다. 약혼녀를 무척 사랑하기도 했다.강서이를 구하려다가 민도하가 다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노아리는 분명 다른 생각을 할 것이다.여진이 황급히 해명했다.“다른 뜻은 없었어요. 강 대표님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아서요. 조금... 정이 없어진 느낌이랄까요.”민도하는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눈을 반쯤 감았다. 목소리가 조금 쉬어 있었다.“그래야지. 그래야 이 바닥에서 살아남아.”잠시 말을 멈췄다가 차가운 어조로 덧붙였다.“강서이는 나한테 빚진 거 없어.”감정에 관한 것이든, 다른 무엇이든 마찬가지였다.여진은 혼란스러웠다. 민도하의 말이 너무 어렵게 느껴져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강 대표님을 구하려다 다친 건데, 어떻게 아무 빚도 없다는 거지?’여진이 질문하기도 전에 민도하가 화제를 바꿨다. 사고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물었다.여진은 확인한 내용을 그대로 보고했다.“흰색 승용차 운전자는 신병이 확보됐습니다. 음주운전이었다고 해요.”민도하가 눈을 떴다. 눈동자에는 차가운 기운이 짙어졌다.
병원.민도하의 상처를 봉합하게 된 의사는 지난번에도 치료를 맡았던 사람이었다.의사가 상처를 살피더니 눈썹을 찌푸렸다.“어쩌다 또 같은 자리를 다치셨어요? 지난번에는 상처가 가벼워서 아문 뒤 흉터가 거의 안 보였는데, 이번에는 상처가 훨씬 깊습니다. 흉터가 남겠어요.”강서이는 민도하가 전에 다쳤던 일을 떠올렸다.노아리와 데이트하러 가다가 교통사고가 났다고 들었다. 당시 부상은 심하지 않았다.그래서 나중에는 유심히 보지 않으면 흉터를 알아차리기 어려웠다.공교롭게도 강서이는 지난 몇 달 동안 민도하를 자세히 본 적이 없었다.의사가 그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그 일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강서이는 고개를 기울여 민도하의 이마를 살피다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표정은 복잡했다. 걱정도 조금 섞여 있었다.하지만 그보다 마음에 걸리는 쪽이 더 컸다.강서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한 민도하는 서두르지 않고 말을 건넸다.“요즘은 흉터 치료 기술도 좋으니까 걱정하지 마.”강서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걱정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또 민도하에게 신세를 졌다는 사실이 조금 짜증스러울 뿐이었다.의사는 상처를 깨끗이 소독하고 봉합할 준비를 했다.“여자친구분은 밖에서 기다리시는 게 좋겠어요. 봉합하는 모습이 좀 보기 그렇거든요. 젊은 분은 놀라실 수도 있고요.”의사가 처치를 시작하기 전에 민도하에게 말했다.민도하가 막 입을 열려던 참이었다.강서이가 먼저 그 말을 바로잡았다.“여자친구 아닙니다.”민도하가 천천히 눈을 들어서 강서이를 한번 봤다.결국 강서이는 밖으로 나갔다.상처 처치가 전부 끝날 때까지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의사는 주의 사항을 민도하에게 직접 설명하고 항생제 수액을 처방했다.진료실을 나온 민도하는 무심결에 주변을 둘러봤다.여전히 강서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민도하는 손에 든 진료 안내서를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희미하게 올렸다. 주사실로 가서 간호사에게 처방전을 건네려고 했다.그런데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뒤에서 강서이
그때 민도하의 핸드폰이 울렸다. 기본으로 설정된 벨 소리였다.이야기하던 강서이는 잠깐 말을 멈췄다가 이내 다시 주형수와 대화를 이어 갔다.민도하도 전화를 받았다.핸드폰 너머로 노아리가 묻는 목소리가 들렸다.[도하야, 일 다 끝났어?]“아직. 좀 늦을 것 같으니까 저녁은 기다리지 말고 먹어.”주형수가 슬쩍 웃으면서 혀를 찼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는 모두 다 알 수 있었다.두 사람의 사이가 좋다고 놀리는 것이었다.여진은 안도하면서 자신이 괜한 생각을 했다고 여겼다.‘대표님이 신경 쓰는 사람은 노 사장님뿐이지.’공장 견학이 끝났을 때는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주형수는 일행을 대접하려고 식당을 예약해 뒀다.여진은 민도하가 정중히 거절하고 B시로 돌아가서 노아리와 시간을 보낼 줄 알았다.하지만 민도하는 선뜻 식사 제안을 받아들였다.주형수는 실속 있게 일하는 사람이었다. 강서이 일행이 다시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는 걸 알았기에 술은 주문하지 않았다.저녁을 먹은 강서이는 주형수와 인사를 나눈 뒤 차에 올랐다.민도하는 조금 뒤에 출발했다.김설이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오늘은 민 대표님도 좀 사람 같네요.”그래서 호칭도 민도하에서 민 대표님으로 한 단계 올라간 모양이었다.“남한테 너무 신경 쓰지 마.”강서이가 김설의 머리를 가볍게 톡 쳤다.“알았어요.”강서이는 돌아오는 내내 메모를 했다. 민도하가 설명해 준 내용을 빠짐없이 정리한 것이다.도중에 휴게소에 들렀을 때는 김설이 연이도와 운전을 교대했다. 피곤한 상태로 연이도 혼자 계속 운전하게 둘 수는 없었다.시내로 돌아오자, 연이도는 김설에게 집으로 바로 가라고 했다. 강서이는 자신이 데려다줄 테니, 김설이 따로 택시를 잡느라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어차피 가는 길이라서 김설은 곧장 집으로 차를 몰았다.그런데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 차가 갑자기 크게 흔들리더니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앞으로 튀어나갔다.조수석에 있던 연이도가 재빨리 핸
“응. 새 소재 좀 보려고.”민도하의 목소리는 조금 잠겨 있었고, 피곤한 기색도 묻어났다.주형수가 웃으며 말했다.“민 대표님이 노 사장님을 얼마나 챙기시는지 몰라요.” “여기까지 오려면 꽤 걸리잖습니까. 노 사장님이 피곤하실까 봐 대신 새 소재를 보러 오셨다네요. 두 분 사이가 참 좋습니다.”강서이는 그저 가볍게 웃기만 했다. 두 사람의 애정 행각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다.“강 대표님, 먼 길 오시느라 피곤하시죠? 제 사무실에서 잠깐 쉬실까요?”주형수가 물었다.강서이는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요. 공장부터 둘러보죠.”“좋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주형수가 직접 앞장섰다.뒤를 돌아보면서 민도하와 비서 여진에게도 함께 가자고 권했다.“민 대표님도 같이 오시죠.”주형수의 회사가 만드는 건 반도체의 핵심 소재이자 값비싼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였다.강서이는 미리 관련 지식을 집중적으로 공부했지만, 책으로 익힌 내용이 전부였다.하필 며칠 전 양정원이 몸이 좋지 않아서 입원하는 바람에 강서이가 대신 현장에 온 것이었다.양정원도 아직 초기 실사인 만큼, 공장에서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제품이 생산되는지만 살펴보면 된다고 했다.구체적인 기술 사항은 추후 연구개발팀과 함께 방문해서 확인하겠다는 설명이었다.주형수의 공장은 예상보다 훨씬 깔끔하고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강서이는 아낌없이 칭찬했다.주형수는 난감한 듯 웃었다.“다 민 대표님 덕분이라면 덕분이죠. 예전에 영승반도체와 거래를 성사시키려고 얼마나 뜯어고쳤는지 모릅니다.”“민 대표님 기준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아십니까? 그때는 하도 시달려서 불안장애까지 왔다니까요. 그래도 마지막에 심사를 통과해서 다행이었습니다만...”강서이도 그 점에는 동의했다.민도하는 누구에게나 엄격했다.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였다.예외는 노아리뿐이었다.‘이 길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노아리한테는 같은 고생을 시키고 싶지 않은 거겠지.’제품 담당자가 새 소재를 가져와서 민도하에게 보여 줬
두 사람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에 올랐다.노아리는 민도하와 대화하는 데 정신이 팔려 성이남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것조차 잊었다.성이남은 내내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다정하게 웃으면서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지켜봤다.생각했던 것보다 두 사람 사이는 훨씬 좋았다.혼자 남은 성이남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어렸다....저녁에는 김설에게 전화가 왔다. 내일 아침으로 뭘 먹고 싶은지 묻는 전화였다.강서이는 대학원 입시 자료로 머릿속이 꽉 차 있어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아무래도 메뉴판을 하나 만들어야겠어요. 그럼 거기서 골라 주기만 하면 되잖아요.]“좋지. 이제 일하는 요령이 좀 생겼네.”두 사람은 몇 마디 더 잡담을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강서이는 조금 더 책을 들여다봤다. 그러다 문득 시계를 확인하니 어느새 밤 11 시가 넘었다.‘이제 자야겠다. 내일도 중요한 회의가 몇 개나 있으니까.’자료를 정리하고 침실로 들어가려던 강서이는 발코니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문을 닫으러 갔다.그때 아래쪽에서 희미한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아주 짧고 흐릿한 소리였지만 강서이는 분명히 들었다.문을 닫던 손을 멈추고 발코니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서 아래를 살폈다.가로등과 나무 윗부분만 눈에 들어올 뿐, 주변은 고요했다.잘못 들은 것 같기도 했다.강서이는 미심쩍은 마음으로 안에 들어와 누웠다. 잠시 뒤척이다가 벌떡 일어나서 아래로 내려갔다.밤거리는 적막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따뜻한 노란빛의 가로등 아래로 텅 빈 길이 길게 드러났다.차도, 사람도 없었다.‘정말 잘못 들었나 보네.’방으로 돌아가려고 몸을 돌리던 강서이는 편의점에서 담배와 물을 사 들고 오는 연이도와 마주쳤다.연이도도 뜻밖이라는 듯 물었다.“대표님, 아직 안 주무셨어요?”“이제 자려고.”연이도가 들고 있는 에너지 음료에 눈길을 준 강서이는 잠깐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집에 있으면 안전하니까 돌아가. 여기서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