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진인자가 구급함을 들고 왔다. 돋보기를 쓴 채 민도하의 팔에 난 상처를 돌봐주려는 모양이었다.그제야 강서이는 민도하가 노아리를 구하다 팔을 다쳤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때는 말로만 들었을 뿐,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는 알지 못했다.꽤 오래 지났는데도 상처가 아직 다 낫지 않았다.생각보다 부상이 심했던 모양이었다.‘노아리를 구하려고 자기 목숨까지 걸었으니까.’진인자는 시력이 좋지 않았다. 민도하를 아프게 할까 봐 강서이에게 도와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두 사람의 지금 관계를 생각하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결국 자신이 직접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좀 아파도 참아요.”상처를 살피던 진인자가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대체 어쩌다가 상처가 또 벌어진 거예요?”강서이는 그쪽을 오래 보지 않았다.나가기 전에 진인자에게만 인사를 건넸다.“저 먼저 갈게요.”“아, 챙겨 둔 것도 가져가요.”진인자는 강서이 몫으로 먹을 것을 따로 준비해 둔 상태였다. 강서이가 가려고 하자, 직접 가져다주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계속하세요. 제가 가져갈게요. 배웅도 안 하셔도 돼요.”진인자를 말린 뒤, 식탁 쪽으로 간 강서이는 포장된 음식을 챙겨서 현관으로 향했다.진인자는 더 따라가지 않고 다시 민도하의 상처를 살폈다.어디를 잘못 건드린 건지 민도하가 살짝 신음소리를 흘렸다.그 소리에 막 나가려던 강서이의 발이 멈췄다.강서이는 뒤를 돌아서 민도하를 봤다.마침 민도하도 고개를 들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예고도 없이 맞부딪쳤다.강서이의 눈에는 의문과 망설임, 설명하기 힘든 흔들림이 섞여 있었다.가슴 한쪽이 이유 없이 간질거렸다.강서이가 바라보는 사이 민도하의 시선은 서서히 느슨해졌다. 곧 차갑게 식은 눈으로 아무렇지 않게 다른 곳을 봤다.민도하의 가슴 한쪽도 깃털 하나가 살짝 긁고 지나간 듯했다.강서이가 자신을 그런 눈으로 바라본 건 정말 오래전이었다.잠시 뒤 강서이는 집을 나섰다.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진인자는 가볍게 한숨을
성이남은 가끔 민도하가 부럽기도 했다.“아리 선배, 전에 났던 그 기사는 대체 어떻게 된 거야?”계속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라 성이남은 바로 물었다.노아리는 무슨 이야기인지 안다는 듯이 난처하게 웃었다.“도하랑 만나기 시작한 뒤로 계속 언론이 나만 쫓아다니잖아. 장재영 회장님은 괜히 엮인 거야. 다만 이상한 게 하나 있어.”“난 보통 연예면에나 나오는데 그때는 왜 경제 기사까지 번졌는지 모르겠어.” “누군가 일부러 이슈를 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장재영 회장님도 나를 오해하신 것 같고.”그 말을 듣는 즉시 성이남은 강서이를 떠올렸다.이번 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이 강서이였다.‘그럼 그 여론도 강서이가 일부러 만든 건가?’정말 그렇다면 수법이 정말 너무나도 더러웠다....정기총회는 무사히 끝났다.강서이는 민씨 본가로 가서 민두해에게 업무 보고를 하려고 했다.안으로 들어서자, 마침 식탁에서 식사 중인 민도하가 보였다.강서이의 걸음이 잠깐 멈칫했다.‘서태우 말로는 노아리가 아파서 민도하가 병원에 같이 갔다고 하지 않았나?’‘왜 병원에서 그렇게 아끼는 사람을 돌보고 있지 않은 거지?’민도하가 여기 있는 줄 알았다면, 오늘은 오지 않고 다른 날 보고했을 터였다.그래도 이미 들어온 이상 물러설 이유는 없었다.강서이는 아무렇지 않은 듯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진인자가 인기척을 듣고 고개를 내밀었다. 강서이를 확인하자 표정이 환해졌다.“서이 씨, 어떻게 왔어요? 저녁은 먹었어요? 안 먹었으면 조금이라도 먹어요.”강서이는 이미 먹었다고 하려고 했다.그런데 민도하가 먼저 끼어들었다.“행사 끝나자마자 바로 온 모양인데 먹었을 리가 없죠.”“그럼 수저 챙겨 놓을 테니까, 손 씻고 와서 얼른 먹어요. 식기 전에...”진인자는 기분 좋게 수저를 꺼내고 국까지 담았다.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인 강서이는 사실 배가 고팠다.진인자의 음식 솜씨도 좋았다.배가 고프면 눈앞의 음식밖에는 생각나지 않는 법
장재영의 발표가 끝난 뒤 강서이가 마이크를 받아서 짧게 덧붙였다.“장재영 회장님이 함께해 주시는 만큼 SH테크가 한 단계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소문은 빠르게 퍼졌다.강서이가 어떻게 장재영의 마음을 움직였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곧 사람들 사이를 돌았다.강서이는 장재영을 임원으로 영입한 게 아니었다.SH테크의 새로운 파트너로 초대한 것이었다.배준석이 객관적으로 평했다.“이익을 함께 나누는 구조라면 본인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지. 장재영 회장님이 전 회사와 계약을 조기에 끝낸 것도 결국 그 문제 때문이었고.”직업상 사람의 심리를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편이라, 배준석은 이런 부분에 나름의 견해가 있었다.“조직이 굴러가는 바닥에는 결국 이해관계가 있어. 하지만 실력 있는 사람에게 명확하게 가치를 인정해 주는 건 사람을 얻는 첫 단계야.”“강 대표가 장재영 회장님한테 필요한 게 뭔지 정확히 짚은 거지. 장 회장님의 마음을 움직인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말을 마친 배준석이 성이남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이런 부분은 강 대표한테 좀 배워. 좋은 리더는 사람을 움직이려면 먼저 마음부터 얻어야 한다는 걸 알거든.”“이번엔 네가 져도 억울할 건 없어.”...병실 밖.야간 근무 중인 간호사 두 명이 서로 802호에 들어가라며 미루고 있었다.“우리 가위바위보 하자. 진 사람이 들어가는 걸로.”“좋아.”몇 번 주먹을 내고 난 뒤 한 명이 졌다.진 간호사는 한숨을 푹 쉬었다.“아, 왜 이렇게 재수가 없냐?!”이긴 간호사가 안쓰럽다는 듯 말했다.“어차피 해야 할 일이야. 빨리 갔다 와.”“얼마나 까다로운지 알기나 해? 상전도 그렇게는 사람 안 부리겠다.” “난 병원에서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이지, 그 여자 하녀가 아니거든? 돈 좀 있다고 사람을 얼마나 깔보는지 몰라.”진 간호사는 약을 준비하면서도 계속 투덜거렸다.복도 끝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걸 본 동료가 얼른 눈짓했다.“누가 온다. 그만 말해.”성이
민도하는 강서이의 말을 꽤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노아리가 부르는 소리조차 듣지 못할 정도였다.노아리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면서 목소리를 높였다.“도하야, 나 몸이 좀 안 좋은 것 같아.”그제야 민도하가 정신을 차렸다. 차갑게 가라앉아 있던 눈이 노아리를 보자 조금 누그러졌다.“왜 그래?”“몸이 안 좋아.”“병원으로 가자. 내가 같이 갈게.”민도하는 망설이지 않았다.두 사람이 나가려고 하자 남유환이 물었다.“행사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가?”“아리가 몸이 안 좋대. 병원에 같이 가려고. 너희끼리 있어.”민도하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노아리를 데리고 행사장을 빠져나갔다.단상에 선 강서이는 행사장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누가 남고 누가 나가는지도 자연스럽게 보였다.그렇다고 두 사람을 오래 신경 쓰진 않았다. 축사를 마친 뒤 장재영을 단상으로 초대했다.장재영은 발목을 삐어서 걷는 게 불편했다. 강서이가 직접 다가가서 부축했다.그 모습을 눈여겨본 배준석이 성이남에게 물었다.“장재영 회장님, 다치셨어?”성이남은 중간에 자리를 뜬 노아리에게 정신이 팔려서 그 사실을 전혀 보지 못했다.“그랬어요?”“걷는 자세가 평소와 다른 거 못 봤어?”배준석의 말을 듣고 다시 보니 확실히 걸음이 불편해 보였다.배준석이 조용히 말했다.“그래서 강 대표가 계속 장재영 회장님 곁에 있었던 거구나. 다른 손님들한테 인사할 틈도 없이 챙기고 있었네.”그제야 이유를 이해한 눈치였다.성이남은 잠시 말을 잃었다.호텔에서 장재영을 만났을 때 진한 한약 냄새가 났던 것도 떠올랐다.‘그렇다면 두 사람이 호텔을 나설 때 가까이 붙어 있었던 건...’‘장재영 회장이 걷기가 불편해서였던 건가?’‘다른 이유가 아니라?’윤성미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성이남은 입술을 굳게 다물면서 표정도 무거워졌다.그때 장재영이 마이크를 받아 들고 말을 시작했다.먼저 자신을 초대해 준 강서이에게 감사했고, 행사 내내 세심하게 챙겨 준 데 대해서도 고마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자, 우레 같은 박수와 함께 이번 총회의 발기인이 단상으로 초청됐다.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단상에 오른 사람은 바로 강서이였다.기대에 차 있던 노아리의 눈이 그대로 굳어졌다.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서태우는 숨까지 들이마셨다.무심코 옆의 남유환을 붙잡았다.“내가 지금 잘못 본 거지?”남유환은 인상을 쓰며 서태우의 손을 떼어 냈다. 애써 갖춰 입은 정장이 구겨질까 신경이 쓰였다.아직 강서이에게 인사도 못 했으니 최소한 겉모습은 단정하게 유지하고 싶었다.하지만 서태우는 눈치도 없이 다시 남유환의 팔을 잡았다.“분명 내가 잘못 본 거야. 강서이가 왜 저기 올라가 있어?”강서이가 이 행사에 참석한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았다.문제는 발기인 자격으로 단상에 올라서 축사까지 한다는 점이었다.행사장 곳곳에서도 낮은 웅성거림이 번졌다.성이남이 미간을 찌푸린 채 배준석에게 물었다.“뭔가 잘못된 것 아닙니까? 강 대표가 발기인이라고요?”배준석은 강서이에게 온 신경을 빼앗긴 탓에 성이남의 말을 듣지도 못했다.대답이 없자 성이남이 옆을 돌아봤다.배준석의 눈에는 감추지 못한 감탄이 가득했다.행사장 안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단연 노아리였다.노아리는 조금 전 강서이를 위해 박수까지 쳤다.손바닥에 남은 따끔한 감각이 마치 보이지 않는 뺨을 맞은 것처럼 느껴졌다.강서이는 당당하고 침착했다.이 정도 규모의 행사를 처음 이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긴장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주변의 수군거림 속에서도 여유롭게 마이크를 들었다.“귀한 걸음을 해 주신 내빈 여러분과 협력사 관계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번 총회의 발기인을 대신해 자리를 맡게 된 강서이입니다.”대리 발기인이었다.그 사실을 감안해도 놀라움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이 자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강서이를 높이 평가하고 신뢰해서 민두해가 본격적으로 키우고 있다는 뜻이었다.그 정도의 신임이라면 재계가 술렁
성이남이 궁금했던 건, 대체 어떤 회사이기에 업계의 선두인 영승반도체는 물론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자랑하는 성세그룹과의 협업까지 기꺼이 포기했는지였다.“강 대표님.”배준석이 뒤늦게 모습을 드러냈다.배준석은 시청을 대표해서 이번 행사에 참석한 참이었다.행사장에 들어선 뒤부터 시선은 줄곧 강서이에게 머물렀다.강서이 주변에 인사를 건네러 온 사람들이 조금 뜸해지고 나서야 배준석이 다가왔다.성이남에게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배 과장님.”강서이도 배준석에게 인사했다.“머리는 이제 안 아프세요?”배준석이 신경 쓰는 부분은 다른 사람들과 확연히 달랐다.강서이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이제는 괜찮아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다행이네요.”성이남은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말투가 묘하게 느껴졌다.배준석과 오래 알고 지냈지만, 누군가를 저렇게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강서이를 바라보는 눈빛도 평소와 달랐다.성이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문득 배준석이 예전에 B시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배준석은 강서이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지만, 누군가가 다가와서 축사 원고 이야기를 꺼냈다.강서이는 장재영을 잘 챙겨 둔 뒤 그 사람과 급히 자리를 떠야 했다.배준석도 더 붙잡지 못했다.머릿속에 떠오른 추측 때문에 심기가 불편해진 성이남은 결국 배준석에게 물었다.“강 대표님과 많이 친하십니까?”“그럭저럭.”배준석은 모호하게 답했다. 친하다고 하기엔 아직 거리가 있었다.그렇다고 안 친하다고 하기엔 강서이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성이남은 그 짧은 대답만으로도 의미를 알아들었다.배준석은 직업 특성상 인간관계의 선을 분명하게 긋는 사람이었다.그런 배준석이 ‘그럭저럭’이라고 말한 것 자체가 성이남의 짐작을 확인해 주는 셈이었다.성이남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대체 강서이의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건가?’‘아니, 강서이는 대체 얼마나 사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