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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Author: 애니
강서이가 어머니의 담당의사 진세윤을 찾아갔을 때, 진세윤은 막 강윤희의 영상 자료를 판독하고 있었다.

영상에 집중하던 진세윤은 강서이가 환자의 딸이라는 얘기를 듣고, 강서이에게 환자의 현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여기 보이세요? 이 그림자 부분요. 종양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진세윤은 영상 속 흐릿한 음영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설명했다.

“위치가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수술 난이도도 높고 위험성도 큽니다.”

강서이의 마음이 깊게 가라앉았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지금으로서는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 확정할 수 없어요. 내일 조직검사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합니다. 현재 상황은 이렇고, 보호자분께서는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진세윤은 불필요한 말을 덧붙이지 않고 핵심만 전달했다.

“선생님... 만약에... 그러니까 정말 만약에 악성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강서이는 이미 중심을 잃은 상태였다.

아무리 강하고 침착한 사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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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38화

    ‘이 늦은 시간에 누가 왔지?’강서이는 잠시 망설이다 현관 앞으로 갔다.인터폰 화면을 확인하자 곧바로 눈이 반짝였다.곧장 문을 열었다.“자기야, 웬일이야?”한지수는 온몸이 잔뜩 젖은 채 들어왔다.현관 앞 여행 캐리어도 내버려 둔 채 강서이부터 꽉 끌어안았다.“나 너한테 충전하러 왔어.”강서이를 꼭 끌어안은 채 목에 얼굴까지 묻고 있었다.강서이는 금세 한지수의 기분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알아차렸다.마주 안은 채 몸을 살짝 좌우로 흔들었다.“밥은 먹었어?”“아니. 배고파 죽겠어.”“그럼 꼬치 먹으러 갈래?”“좋지.”한지수가 한마디 덧붙였다.“술도 조금 마시자.”“콜.”강서이는 발로 캐리어를 안쪽으로 끌어당겼다.“우리 자주 가던 데로 가자.”“좋아.”“그럼 이제 옷 갈아입어도 되지?”한지수는 아직도 강서이를 놓지 않았다.“네 몸에서 내가 못 본 데가 어디 있다고. 새삼스럽게 왜 그래.”30분 뒤 두 사람은 강성대에서 2백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꼬치구이집에 앉아 있었다.사장도 예전 그대로였고 맛도 기억 속 그대로였다.달라진 건 대학생 특유의 풋풋함이 두 사람에게서 사라졌다는 점뿐이었다.둘 다 술이 약한 편은 아니었다.맥주만 마시기에는 싱겁다면서 한지수가 소주를 주문했다.강서이도 말했다.“나도 소주.”한지수가 의아하게 바라보자 강서이가 덧붙였다.“내일 주말이잖아. 아침 일찍 출근 안 해도 돼.”하지만 한지수는 알고 있었다.일밖에 모르는 강서이에게 주말이란 사실상 없는 말이나 다름없었다.그렇게 말한 건 자신과 제대로 시간을 보내 주겠다는 뜻이었다.두 사람은 안주를 먹으면서 대학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한지수가 웃으며 말했다.“나 아직도 기억해. 너 그때 진짜 바빴잖아. 수업 있으면 수업 듣고, 비는 시간엔 민도하 도와주러 가고.”“무슨 배터리도 안 닳는 기계처럼 살았어. 개강하고 두 달 동안 같은 기숙사 방을 쓰면서도 우리 둘이 열 마디나 했나?”그러다 짓궂게 웃었다.“2학년 때였나? 어느 날 밤 네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37화

    차가 15분쯤 달리다 신호에 걸려서 멈췄다.빨간불이 계속되는 시간은 60초였다.강서이는 신호등을 거의 10초 가까이 바라보다가 차 안의 정적을 깼다.“상처는 왜 아직도 안 나았어?”“좀 심하게 다쳤어. 회복이 오래 걸리는 편인데, 거의 다 나았어.”민도하가 대답했다.강서이가 다시 물었다.“5월 20일에는 어디 있었어?”민도하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약혼식.”오래전부터 머릿속에 새겨 둔 답처럼 전혀 막힘이 없었다.강서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맞았다.5월 20일은 민도하와 노아리의 약혼식 날이었다.약혼식의 주인공인 민도하가 자리를 비울 리 없었다.‘내가 괜한 생각을 했네.’신호등의 초록불이 켜졌다.잠시 흔들렸던 마음도 다시 가라앉았다.그 뒤로 강서이는 입을 열지 않았다.호텔 앞에 민도하를 내려 준 뒤 곧바로 차를 몰고 떠났다.차는 흐릿한 빗속으로 빠르게 사라졌다.민도하는 그 방향을 말없이 바라봤다.늘 차갑게만 보이던 얼굴에 희미한 쓸쓸함이 지나갔다.이내 감정을 거두고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로비 한쪽.성이남은 생각지도 못한 광경을 목격했다.노아리를 문병한 뒤 호텔로 돌아왔는데, 마음이 유난히 답답해서 바람이라도 쐴 생각으로 내려온 참이었다.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결국 로비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하필 타이밍이 절묘했다.못 본 척하기도 힘들 정도였다.강서이가 직접 민도하를 호텔까지 데려다줬다.노아리는 민도하의 아버지가 편찮아서 병원에 남지 못하고 집으로 갔다고 했다.‘이게 민도하가 말한 집에 간다는 거였나?’기가 막혔다.강서이도 마찬가지였다.민도하와 노아리가 공개적으로 약혼한 사이라는 걸 알면서, 굳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드는 것처럼 보였다.‘이러면 내연녀가 강서이 아닌가?’‘진짜 선이라는 게 없네.’배준석이 그런 강서이를 좋아한다는 생각까지 들자 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결국 성이남은 배준석에게 전화를 걸어서 술을 마시자고 했다.배준석이 도착했을 때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36화

    진인자가 구급함을 들고 왔다. 돋보기를 쓴 채 민도하의 팔에 난 상처를 돌봐주려는 모양이었다.그제야 강서이는 민도하가 노아리를 구하다 팔을 다쳤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때는 말로만 들었을 뿐,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는 알지 못했다.꽤 오래 지났는데도 상처가 아직 다 낫지 않았다.생각보다 부상이 심했던 모양이었다.‘노아리를 구하려고 자기 목숨까지 걸었으니까.’진인자는 시력이 좋지 않았다. 민도하를 아프게 할까 봐 강서이에게 도와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두 사람의 지금 관계를 생각하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결국 자신이 직접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좀 아파도 참아요.”상처를 살피던 진인자가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대체 어쩌다가 상처가 또 벌어진 거예요?”강서이는 그쪽을 오래 보지 않았다.나가기 전에 진인자에게만 인사를 건넸다.“저 먼저 갈게요.”“아, 챙겨 둔 것도 가져가요.”진인자는 강서이 몫으로 먹을 것을 따로 준비해 둔 상태였다. 강서이가 가려고 하자, 직접 가져다주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계속하세요. 제가 가져갈게요. 배웅도 안 하셔도 돼요.”진인자를 말린 뒤, 식탁 쪽으로 간 강서이는 포장된 음식을 챙겨서 현관으로 향했다.진인자는 더 따라가지 않고 다시 민도하의 상처를 살폈다.어디를 잘못 건드린 건지 민도하가 살짝 신음소리를 흘렸다.그 소리에 막 나가려던 강서이의 발이 멈췄다.강서이는 뒤를 돌아서 민도하를 봤다.마침 민도하도 고개를 들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예고도 없이 맞부딪쳤다.강서이의 눈에는 의문과 망설임, 설명하기 힘든 흔들림이 섞여 있었다.가슴 한쪽이 이유 없이 간질거렸다.강서이가 바라보는 사이 민도하의 시선은 서서히 느슨해졌다. 곧 차갑게 식은 눈으로 아무렇지 않게 다른 곳을 봤다.민도하의 가슴 한쪽도 깃털 하나가 살짝 긁고 지나간 듯했다.강서이가 자신을 그런 눈으로 바라본 건 정말 오래전이었다.잠시 뒤 강서이는 집을 나섰다.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진인자는 가볍게 한숨을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35화

    성이남은 가끔 민도하가 부럽기도 했다.“아리 선배, 전에 났던 그 기사는 대체 어떻게 된 거야?”계속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라 성이남은 바로 물었다.노아리는 무슨 이야기인지 안다는 듯이 난처하게 웃었다.“도하랑 만나기 시작한 뒤로 계속 언론이 나만 쫓아다니잖아. 장재영 회장님은 괜히 엮인 거야. 다만 이상한 게 하나 있어.”“난 보통 연예면에나 나오는데 그때는 왜 경제 기사까지 번졌는지 모르겠어.” “누군가 일부러 이슈를 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장재영 회장님도 나를 오해하신 것 같고.”그 말을 듣는 즉시 성이남은 강서이를 떠올렸다.이번 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이 강서이였다.‘그럼 그 여론도 강서이가 일부러 만든 건가?’정말 그렇다면 수법이 정말 너무나도 더러웠다....정기총회는 무사히 끝났다.강서이는 민씨 본가로 가서 민두해에게 업무 보고를 하려고 했다.안으로 들어서자, 마침 식탁에서 식사 중인 민도하가 보였다.강서이의 걸음이 잠깐 멈칫했다.‘서태우 말로는 노아리가 아파서 민도하가 병원에 같이 갔다고 하지 않았나?’‘왜 병원에서 그렇게 아끼는 사람을 돌보고 있지 않은 거지?’민도하가 여기 있는 줄 알았다면, 오늘은 오지 않고 다른 날 보고했을 터였다.그래도 이미 들어온 이상 물러설 이유는 없었다.강서이는 아무렇지 않은 듯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진인자가 인기척을 듣고 고개를 내밀었다. 강서이를 확인하자 표정이 환해졌다.“서이 씨, 어떻게 왔어요? 저녁은 먹었어요? 안 먹었으면 조금이라도 먹어요.”강서이는 이미 먹었다고 하려고 했다.그런데 민도하가 먼저 끼어들었다.“행사 끝나자마자 바로 온 모양인데 먹었을 리가 없죠.”“그럼 수저 챙겨 놓을 테니까, 손 씻고 와서 얼른 먹어요. 식기 전에...”진인자는 기분 좋게 수저를 꺼내고 국까지 담았다.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인 강서이는 사실 배가 고팠다.진인자의 음식 솜씨도 좋았다.배가 고프면 눈앞의 음식밖에는 생각나지 않는 법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34화

    장재영의 발표가 끝난 뒤 강서이가 마이크를 받아서 짧게 덧붙였다.“장재영 회장님이 함께해 주시는 만큼 SH테크가 한 단계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소문은 빠르게 퍼졌다.강서이가 어떻게 장재영의 마음을 움직였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곧 사람들 사이를 돌았다.강서이는 장재영을 임원으로 영입한 게 아니었다.SH테크의 새로운 파트너로 초대한 것이었다.배준석이 객관적으로 평했다.“이익을 함께 나누는 구조라면 본인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지. 장재영 회장님이 전 회사와 계약을 조기에 끝낸 것도 결국 그 문제 때문이었고.”직업상 사람의 심리를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편이라, 배준석은 이런 부분에 나름의 견해가 있었다.“조직이 굴러가는 바닥에는 결국 이해관계가 있어. 하지만 실력 있는 사람에게 명확하게 가치를 인정해 주는 건 사람을 얻는 첫 단계야.”“강 대표가 장재영 회장님한테 필요한 게 뭔지 정확히 짚은 거지. 장 회장님의 마음을 움직인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말을 마친 배준석이 성이남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이런 부분은 강 대표한테 좀 배워. 좋은 리더는 사람을 움직이려면 먼저 마음부터 얻어야 한다는 걸 알거든.”“이번엔 네가 져도 억울할 건 없어.”...병실 밖.야간 근무 중인 간호사 두 명이 서로 802호에 들어가라며 미루고 있었다.“우리 가위바위보 하자. 진 사람이 들어가는 걸로.”“좋아.”몇 번 주먹을 내고 난 뒤 한 명이 졌다.진 간호사는 한숨을 푹 쉬었다.“아, 왜 이렇게 재수가 없냐?!”이긴 간호사가 안쓰럽다는 듯 말했다.“어차피 해야 할 일이야. 빨리 갔다 와.”“얼마나 까다로운지 알기나 해? 상전도 그렇게는 사람 안 부리겠다.” “난 병원에서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이지, 그 여자 하녀가 아니거든? 돈 좀 있다고 사람을 얼마나 깔보는지 몰라.”진 간호사는 약을 준비하면서도 계속 투덜거렸다.복도 끝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걸 본 동료가 얼른 눈짓했다.“누가 온다. 그만 말해.”성이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33화

    민도하는 강서이의 말을 꽤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노아리가 부르는 소리조차 듣지 못할 정도였다.노아리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면서 목소리를 높였다.“도하야, 나 몸이 좀 안 좋은 것 같아.”그제야 민도하가 정신을 차렸다. 차갑게 가라앉아 있던 눈이 노아리를 보자 조금 누그러졌다.“왜 그래?”“몸이 안 좋아.”“병원으로 가자. 내가 같이 갈게.”민도하는 망설이지 않았다.두 사람이 나가려고 하자 남유환이 물었다.“행사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가?”“아리가 몸이 안 좋대. 병원에 같이 가려고. 너희끼리 있어.”민도하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노아리를 데리고 행사장을 빠져나갔다.단상에 선 강서이는 행사장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누가 남고 누가 나가는지도 자연스럽게 보였다.그렇다고 두 사람을 오래 신경 쓰진 않았다. 축사를 마친 뒤 장재영을 단상으로 초대했다.장재영은 발목을 삐어서 걷는 게 불편했다. 강서이가 직접 다가가서 부축했다.그 모습을 눈여겨본 배준석이 성이남에게 물었다.“장재영 회장님, 다치셨어?”성이남은 중간에 자리를 뜬 노아리에게 정신이 팔려서 그 사실을 전혀 보지 못했다.“그랬어요?”“걷는 자세가 평소와 다른 거 못 봤어?”배준석의 말을 듣고 다시 보니 확실히 걸음이 불편해 보였다.배준석이 조용히 말했다.“그래서 강 대표가 계속 장재영 회장님 곁에 있었던 거구나. 다른 손님들한테 인사할 틈도 없이 챙기고 있었네.”그제야 이유를 이해한 눈치였다.성이남은 잠시 말을 잃었다.호텔에서 장재영을 만났을 때 진한 한약 냄새가 났던 것도 떠올랐다.‘그렇다면 두 사람이 호텔을 나설 때 가까이 붙어 있었던 건...’‘장재영 회장이 걷기가 불편해서였던 건가?’‘다른 이유가 아니라?’윤성미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성이남은 입술을 굳게 다물면서 표정도 무거워졌다.그때 장재영이 마이크를 받아 들고 말을 시작했다.먼저 자신을 초대해 준 강서이에게 감사했고, 행사 내내 세심하게 챙겨 준 데 대해서도 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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