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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Auteur: 애니
강서이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괜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한발 늦고 말았다.

식당 직원은 곽철석 병원장 일행이 식사를 마치고 이미 자리를 떴다고 했다.

불과 10분 전이었다.

30분 늦었다면 받아들일 수 있었다. 20분 늦은 것도 수긍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하필 10분이라니, 강서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정말 딱 조금만 빨랐어도 만날 수 있었는데...’

냉혹한 현실 앞에 강서이는 버틸 힘도, 다른 방법도 모두 잃었다. 지친 몸으로 식당을 나섰을 때였다.

밖에는 이미 민도하와 노아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사람은 서한승뿐이었다.

서한승은 고집스러울 만큼 물러서지 않았다.

“이제 병원 가도 되지?”

강서이가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분명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겉으로 보이는 상태는 제법 심해 보였다.

특히 무릎 쪽 상처가 문제였다. 걸을 때 조금만 힘이 들어가도 상처가 당겨지면서 뼛속까지 저릴 만큼 아팠다.

“집까지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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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84화

    강서이는 한지수에게 전화해 오늘은 집에 조금 늦게 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배고프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챙겨 먹으라고 했다.한지수가 자연스럽게 물었다. “야근이야, 아니면 약속이 있어?”“둘 다 아니야.”강서이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민도하 그 연애에 정신 팔린 인간 보러 가는 거야.”이유를 들은 한지수도 기가 막힌 듯 혀를 찼다.“진짜 고집 하나는 대단하다. 이 상황에서도 노아리랑 약혼하겠다고 버티는 거야? 자기 회사 주가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도 안 보이나?”“머리가 조금만 돌아가도 조용히 있을 때라는 건 알 텐데. 약혼 날짜라도 좀 미루면 되잖아.”강서이는 이제 놀랍지도 않았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랑 결혼한다고 온 세상에 자랑하고 싶어 하는 인간인데, 그런 걸 신경 쓰겠어?”노아리 덕분에 강서이는 한 가지를 확실히 알게 됐다. 민도하는 자신과 함께 있을 때처럼 늘 차갑고 이성적인 사람은 아니었다....강서이가 민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 진인자는 거실을 정리하고 있었다. 눈가가 붉은 걸 보니 조금 전까지 울었던 모양이었다.진인자는 강서이를 보자 뭔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강서이가 먼저 물었다. “회장님은 괜찮으세요?”강서이가 걱정하는 사람은 민두해였다.민도하가 자기 선택 때문에 무슨 일을 겪든 강서이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진인자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아무 말씀도 안 하세요. 서이 씨가 한번 가서 말씀 좀 나눠 주세요. 그러다 몸 상하실까 봐 걱정돼요.”강서이는 미간을 찌푸린 채 민두해를 보러 갔다. 가는 길에 서재 앞을 지나는데 방 안은 완전히 엉망이었다.민도하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뭔가를 정리하고 있었다.발소리를 들은 듯 고개를 들어 강서이 쪽을 한번 봤다.눈빛은 유난히 차갑고 담담했다. 감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시선은 잠시도 머물지 않고 다시 바닥으로 향했다. 민도하는 그저 말없이 널브러진 물건들을 계속 주워 담았다.강서이는 걸음을 늦추지 않고 서재를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83화

    배준석이 이런 어조로 성이남에게 사람을 조심하라고 말한 건 처음이었다.성이남은 이해가 되지 않아 본능적으로 노아리를 감쌌다. “아리 선배는 좋은 사람이야. 예전에 해외에 있을 때 나도 많이 도와줬고.”하지만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배준석의 핸드폰이 울렸다.배준석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통화를 듣는 동안 표정이 점점 무거워졌다.전화를 끊은 뒤 배준석은 그로스캐피탈에 가 봐야겠다고 말했다.성이남이 바로 따라붙었다. “잘됐네. 나도 그로스캐피탈에 갈 일이 있어. 같이 가자.”성이남이 전에 혼자 찾아왔을 때, 강서이의 비서는 대표가 자리에 없다고 했다.그런데 이번에는 배준석과 함께 오자 비서의 대응이 달라졌다.사람을 봐 가며 대하는 게 너무 티가 났다. 성이남에게는 속 좁고 유치한 행동처럼 보였다.성이남은 속으로 비웃었다.배준석은 공적인 용무로 강서이를 찾아온 것이니 강서이가 만나는 게 당연했다.성이남도 함께 온 이상 굳이 혼자 밖에 세워 둘 이유는 없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응접실로 안내됐다.배준석이 본론부터 말했다. “강 대표님, 조만간 상급 기관에서 안전점검반을 내려보내서 각 사업 현장의 안전관리 실태를 확인할 예정입니다.” “항만 재개발 현장도 점검 대상이니 미리 준비해 두는 게 좋겠습니다.”중요한 정보였다. 강서이는 배준석이 직접 찾아와 알려 준 게 진심으로 고마웠다.“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과장님. 점검에 문제없도록 안전관리부터 다시 확인하겠습니다.”“준비하다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이쪽 업무는 제가 경험이 좀 있습니다.”“네, 알겠습니다.”두 사람의 대화가 끝난 뒤에야 성이남이 겨우 끼어들 틈을 얻었다. “강 대표님, 시간이 괜찮습니까? 이야기 좀 하고 싶습니다.”강서이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성 대표님이 이전과 같은 조건을 말씀하실 거라면 저희가 따로 이야기할 내용은 없을 것 같습니다.”성이남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면서 턱에 힘이 들어갔다. “조건은... 바꿨습니다. 성세그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82화

    ‘어쩌면 노아리 본부장은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가능성을 열어 둔 채 상대를 고르고 있었던 건가?’‘그중에서 가장 조건 좋은 사람을 고르려고?’‘당시에는 내 직위와 배경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맞선이 이어지지 않았던 거라면 말이 되네.’‘그렇다면 노아리 본부장의 사람 됨됨이가 썩 좋다고 보기는 어렵겠군.’배준석 속으로 둘이 잘 안 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사실 맞선을 봤을 때부터 배준석도 노아리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낀 적은 없었다.두 번째로 만나자고 한 것도 관계를 더 이어 갈 생각이 없다고 직접 말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노아리가 먼저 같은 뜻을 밝혔다.배준석은 상대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노아리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그 뒤로 두 사람은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노아리가 항만 재개발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하면서 업무상 가볍게 다시 얽힌 게 전부였다.지금 돌아보면, 노아리가 이후 자신에게 꽤 예의를 갖춘 것도 배준석이 승진한 뒤부터일 가능성이 있었다.배준석이 일하는 환경에는 사람의 직위나 배경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노아리 같은 태도도 특별히 낯설지는 않았다.그래서 굳이 평가하고 싶지는 않았다.한지수는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강서이가 몇 번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식사가 절반쯤 진행됐을 때, 한지수가 갑자기 신이 나서 핸드폰을 강서이 앞에 내밀었다. “빨리 봐. 재밌는 거 떴어!”강서이가 화면을 확인했다.방금 올라온 속보 영상이었다.기자들이 노아리가 입원한 병실까지 찾아가 취재를 시도하고 있었다.취재라기보다 사실상 공개적인 추궁에 가까웠다.왜 우천시처럼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 불꽃놀이를 기획했냐고 따져 물었다.대체 어떤 배경이 있기에 행사 허가까지 받아 냈냐는 질문도 쏟아졌다.현장은 엉망이었다.노아리는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피할 곳조차 없었다.예전의 자신만만함은 사라지고 당황하고 불안해하는 기색만 그대로 드러났다.그때 한 남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기자들 때문에 구석까지 몰린 노아리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81화

    양정원 정도의 인재라면 어디서든 탐을 내는 게 당연했다.강서이도 애초부터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 두고 있었다. 양정원이 다른 곳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점까지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하지만 지금까지의 태도를 보면 양정원의 선택은 꽤 분명해 보였다.강서이도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그때 한지수가 전화해 저녁을 먹자고 했다. 식당은 이미 예약해 놨으니 바로 오라고 했다.강서이는 식당에 도착하고 나서야 한지수가 다른 사람까지 불렀다는 걸 알았다.신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배준석이 강서이에게 인사한 뒤 의자를 빼 주었다.강서이는 무슨 속셈이냐는 듯 한지수를 바라봤다.찔리는 게 있는 한지수는 고개도 들지 않고 음식만 열심히 먹었다.배준석이 먼저 설명했다.“한지수 씨가 B시를 잘 모른다고 하더군요. 강 대표님은 일 때문에 바쁘다고 해서, B시에 괜찮은 식당이 어디인지 저한테 물어봤습니다.” “마침 저도 시간이 돼서 같이 왔고요.”강서이는 태연하게 앉으면서 한지수를 흘겨봤다. “네가 B시를 잘 몰라? 대학 4년을 어디서 다녔는데?”절친에게 바로 들통이 났지만 한지수는 당황하지 않았다.배우인 만큼 이 정도 상황은 얼마든지 능청스럽게 넘길 수 있었다.“졸업하고 계속 다른 지역에서 일했잖아. 오래 비웠더니 낯설어졌지.” “게다가 B시는 배 과장님 같은 실무형 인재 덕분에 발전 속도도 엄청 빠르잖아.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데 내가 어떻게 다 알아.”강서이는 어이가 없었다.음식은 두 사람이 미리 주문해 둔 상태였다. 강서이가 도착하자 배준석이 직원을 불러 차례로 음식을 내 달라고 했다.대부분 자극적이지 않은 메뉴였고, 강서이가 좋아하는 음식이 많았다.한지수가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배 과장님이 주문할 때 강 대표님이 뭘 좋아하냐고 물으시더라고. 그래서 제가 알려 드렸더니 진짜 전부 네가 좋아하는 걸로 고르셨어.” “정성이 대단하지? 내 취향은 한 번도 안 물어보셨지만.”배준석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얼른 메뉴판을 한지수에게 건넸다. “한지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80화

    그렇게 말은 했지만 이예수의 속은 여전히 다급했다.민두해가 이미 유언장 작성을 시작했다는 점이 가장 걸렸다. 그 안에는 변수가 너무 많았다.민도하가 노아리와 예정대로 약혼하겠다고 분명히 말했어도, 계획보다 변수가 먼저 닥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이예수는 만일을 대비해서, 노아리가 쉬는 사이에 병실 밖으로 나가 전화를 한 통 걸었다.“이 일 진짜 손 놓고 있을 거야?”“그래도 아리는 당신 딸이잖아.”“또 강서이라는 애가 자꾸 아리 앞길을 막아. 시청에서 항만 재개발 프로젝트 맡고 있다며? 당신이 방법 좀 써 봐. 걔 일이 너무 술술 풀리게 두지 말고.”...강서이가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자, 김설이 바로 따라 들어와 보고했다. “대표님, 조송메디컬 도련님이 또 왔어요.”강서이가 눈꺼풀을 들어 김설을 바라봤다.김설이 얼른 덧붙였다. “제가 돌려보냈어요.”다시 시선을 거둔 강서이는 컴퓨터를 켜고 업무를 이어 갔다.김설이 궁금한 듯 물었다. “이번엔 몇 번이나 더 올까요?”“몰라.” 강서이에게는 그런 걸 맞혀 볼 정도로 한가한 시간이 없었다.그래도 김설은 꽤 궁금한 모양이었다. “전 세 번이 한계일 것 같은데요.”강서이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 “아닐 수도 있어.”지금 조송메디컬의 사정은 꽤 심각했다.결국 서태우에게 최소한의 책임감이 남아 있느냐에 달린 문제였다.김설이 나간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급하게 들어왔다. “대표님, 성세그룹 성 대표님이 오셨어요.”강서이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추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왜 왔대?”“협업 건으로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세요.” 김설은 들은 말을 그대로 전했다.강서이는 의외라고 생각했다.그동안 강서이와 성이남이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지만, 번번이 성이남 쪽에서 정중하게 거절했다.그런 사람이 이제 와서 먼저 찾아와 협업을 제안한다고?‘그로스캐피탈을 시장 진열대에 놓인 물건처럼 마음대로 골랐다 내려놨다 할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79화

    강서이는 예전 일의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이 없었다.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 “더 늦으면 회의 지각하겠다.”“그럼 너 먼저 회사 가.”“너는?”한지수는 손에 든 블랙카드를 흔들었다. “난 당연히 쇼핑이지. 발목도 거의 괜찮아졌어. 오래 걷지만 않으면 돼. 걱정 마.”강서이는 정말 시간이 촉박했다. 한지수에게 몇 가지 주의만 당부하고 급하게 회사로 돌아갔다.한지수는 곧바로 병원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병원 안으로 들어가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결국 노아리의 병실이 어디인지 알아냈다.한지수는 SNS에 익명 계정으로 접속해서 불꽃놀이 논란이 한창인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불꽃놀이 행사 기획 책임자가 어디 입원해 있는지 압니다.]‘조용히 숨어 있고 싶다고?’‘어림도 없지.’병실 안에서 노아리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고작 불꽃놀이 한 번 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큰 논란이 생겼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더 이해하기 어려운 건, 여론이 커진 뒤 연쇄적으로 벌어진 일들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이었다.프라임로드투자 주주들이 압박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민도하가 직접 말해 주지는 않았지만 이미 소문을 들었다.성이남에게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벨 소리가 저절로 끊어질 때까지 울리도록 그냥 내버려 뒀다.성이남이 상태를 묻는 메시지도 보냈지만 노아리는 답하지 않았다.이예수가 달랬다. “이제 그만 속상해해. 지금 중요한 건 도하가 약혼을 취소할 생각이 있는지 확인하는 거야. 내가 방금 도하한테 전화했으니까 곧 올 거다. 표정 좀 정리해.”노아리가 대답하자마자 민도하가 병실로 들어왔다.민도하는 들어오자마자 노아리부터 살폈다. “몸은 좀 어때?”노아리는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다.이예수가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 “열이 40도까지 올랐는데도 괜찮다고 하네. 내가 일찍 알아서 다행이지. 네가 걱정할까 봐 나한테도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어. 너도 바쁜데 짐이 되기 싫다면서.”“엄마.” 노아리는 더 말하지 말라는 듯 이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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