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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مؤلف: 애니
진우수 대표는 강서이의 답을 듣고 아쉬움과 함께 감탄까지 동시에 내비쳤다.

“민 대표님은 정말 복이 많으시네요. 강 비서님 같은 인재를 두고 있으니, 사업이 잘되는 게 당연합니다.”

“진 대표님께 과찬을 듣네요. 저는 오히려 대표님처럼 맨손으로 시작해서 성공하신 분들을 더 존경합니다.”

전형적인 술자리 인사였지만, 강서이의 말투와 표현은 언제나 상대의 기분을 부드럽게 풀어놓았다.

진우수 대표는 기분이 한층 밝아져 잔을 들었다.

“역시 강 비서님과 협상하는 게 제일 좋아요. 말 한마디가 사람 마음을 편하게 만들잖아요. 자, 이 한잔은 강 비서님께.”

“대표님 간이 좋지 않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이 잔은 제가 마실게요. 저는 마실 테니 대표님은 편하게 하세요.”

진우수 대표는 이런 ‘시원한’ 성격을 좋아했다.

강서이가 잔을 비우자마자 손사래를 쳤다.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어요. 이번 프로젝트는 저는 강 비서님하고만 합니다. 누구를 보내든 저는 다른 사람 안 만나요.”

“감사합니다, 진 대표님.”

강서이는 진우수의 잔에 직접 술을 채웠다.

그런데 진우수 대표는 강서이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지는 걸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강 비서님, 혹시 어디 안 좋으신 겁니까? 안색이 많이 나빠 보이는데요.”

“괜찮습니다.”

“아니에요. 제가 기사 부를까요? 병원부터 가시는 게 ...”

강서이가 괜찮다고 말하려는 찰나, 룸 문이 두드려졌다.

직원이 들어와 말했다.

“진 대표님, 민 대표님께서 진 대표님이 여기 계신 걸 알고 특별히 이 술을 보내라고 하셨습니다.”

직원이 들고 온 와인은 로마네 꽁띠. 사정 모르는 사람이라면 큰 감동을 받았을 법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진우수 대표의 눈에 먼저 들어온 건 다른 부분이었다.

‘여기 민 대표도 있는데 ... 왜 강 비서님은 혼자 있지?’

질문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민도하가 노아리와 함께 룸 안으로 들어왔다.

“진 대표님. 와인 마음에 드십니까?”

민도하의 시선은 단 한 번도 강서이에게 머물지 않았다.

오직 진우수 대표에게만 웃음기를 머금은 인사였다.

민도하는 단정한 흰 셔츠 차림이었고, 외투는 다른 사람의 어깨 위에 있었다.

바로 옆에 선 노아리의 어깨에.

두 사람 사이의 친밀감은 숨길 수 없었다.

더 기가 막힌 건 그 외투를 고른 사람이 강서이라는 사실이었다.

핏이 좋고 소재도 고급스러운 옷이라 민도하가 중요 미팅에 입는 용도로 강서이가 직접 고른 것이었다.

진우수 대표는 본능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유추했다.

남자가 자신의 외투를 여자의 어깨에 걸쳤다는 것만으로도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시선은 자연스럽게 강서이에게 향했다.

그러나 강서이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무표정했다.

오히려 얼굴이 더 하얗게 질렸을 뿐.

민도하는 원래 웃던 얼굴로 소개를 이어갔다.

“여기 프라임로드투자 IB본부 3부 노아리 본부장입니다. 노 본부장님, 이분은 트웨이의 진우수 대표님이에요. 우리 회사의 오래된 파트너십 담당이십니다.”

노아리는 잔잔한 미소로 악수를 청했다.

“진 대표님,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노 본부장님께 더 잘 부탁드려야죠.”

트웨이와 프라임로드투자는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해 온 관계였기에, 진우수 대표도 회사 내부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특히 IB본부 3부는 설립된 지 1년밖에 안 되었고, 본부장 자리는 늘 공석이었다.

그 자리는 누구에게 돌아갈지 업계에서도 관심이 많았는데, 대부분 강서이가 승진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년 동안 강서이가 3부를 사실상 이끌어 실적을 회사 1위로 올려놨으니.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강서이가 씨를 뿌렸고, 노아리가 열매를 가져갔다.

진우수 대표는 이 사실만으로도 강서이가 안쓰러웠다.

민도하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프라임로드투자와 트웨이의 이 프로젝트는 노 본부장님이 담당합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진 대표님께 인사드리러 온 겁니다.”

진우수 대표는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 예전부터는 강 비서님과만 협의했는데요. 갑자기 담당이 바뀌면...”

민도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끊었다.

“강서이 씨는 비서입니다. 노 본부장님은 출장 중이라 임시로 맡겼던 것뿐이죠. 지금은 노 본부장님도 복귀했으니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불편한 기류를 느끼지 못한 듯 굳이 덧붙였다.

“노 본부장님은 M국 WT비즈니스대학교 금융학 박사 출신이고, 해외 상위 은행에서도 근무했습니다. 제가 높은 연봉을 드리고 모셔온 분입니다. 전문성은 의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진우수 대표가 우려한 건 전문성이 아니었다.

강서이가 그동안 얼마나 애썼는지 알기에 마음이 쓰였을 뿐이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강서이는 조용히 받아들였다.

‘민도하가 노아리를 직접 동반해서 파트너를 소개하고 지지까지 보이네.’

‘철저하고 확실하네... 단 한 번도 나에게는 보여준 적 없던 방식으로.’

강서이는 감정 결을 드러내지 않은 채 말했다.

“제가 최대한 빨리 프로젝트 자료를 정리해서 노 본부장님께 전달하겠습니다.”

“수고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강 비서님.”

노아리의 말투는 부드러웠다. 예의를 갖췄고 흠잡을 데 없었다.

강서이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가방을 들었다.

“진 대표님, 이제부터는 노 본부장님과 연락하시면 됩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진우수 대표는 말리고 싶었지만 그럴 입장이 아니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간접적인 불만만 표현했다.

“프라임로드투자 내부 방침이라면 제가 이의를 제기할 건 아니죠. 다만 민 대표님도 아시는 것처럼 제가 술로 사람을 보는 스타일이라...”

“예전에 강 비서님이랑 같이 마실 때는 소주 아홉 잔 비웠는데도 멀쩡해서 제가 놀랐었거든요. 노 본부장님은 술이 어떠신지 모르겠네요?”

“강 비서님만큼은 아닐 겁니다. 그래도 진 대표님이 원하시면 함께하겠습니다.”

노아리는 자신 있게 술잔을 들었다.

그런데 노아리가 잔을 들고 입에 가져가기도 전에 민도하가 그 잔을 빼앗았다.

진우수 대표는 순간 그대로 굳었다.

“진 대표님, 노 본부장님은 오늘 컨디션이 안 좋습니다. 이 잔은 제가 마시겠습니다.”

말이 끝나자 민도하는 지체 없이 술을 들이켰다.

진우수 대표는 그 자리에서 벼락이라도 맞은 듯 멍해졌다.

민도하는 술 알레르기가 있어 어떤 자리에서도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항상 강서이가 대신 마셨다.

어떤 자리에서도, 어떤 술이든.

그런 민도하가 지금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술잔을 비웠다.

그 누군가는 강서이가 아니었다.

‘민 대표를 오래 봤지만 ... 이런 모습은 처음이네.’

‘그럼 강 비서가 대신 마셨던 숱한 술들은 ... 무엇이었지?’

밖으로 먼저 걸어나간 강서이도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마신 술은...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나.’

...

집에 돌아온 강서이는 약을 먹자마자 그대로 침대에 몸을 눕혔다.

머리가 무겁고 몸이 나른해 잠이 들 것 같았는데, 핸드폰 벨이 울렸다.

한지수였다.

[요새 제대로 쉬고는 있는 거야? 몸 좀 챙기라고 했지? 술 절대로 마시지 말라고 한 거 기억은 하고?]

강서이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그냥 뭐, 괜찮아.”

한지수는 그 말만 듣고도 바로 알아챘다.

[또 술 마셨구나?]

“응 ... 어쩔 수가 없었어. 회사 일이라서.”

한지수는 전화기 너머에서 그대로 폭발했다.

[너 정말 죽을 생각이야? 알코올 중독으로 응급실 실려 갔던 거 벌써 잊었어? 민도하 그 인간은 뭐 하는데 너를 또 술자리에 내보내?]

“앞으로는 안 나갈게.”

강서이는 진심으로 약속하려 했다.

하지만 한지수는 믿지 않았다.

[예전에도 똑같이 말했어! 결과는 뭐였는지 알지?]

“이번엔 진짜야.”

[얼마나 진짜?]

강서이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지수야, 혹시 아는 변호사 있어? 프라임로드투자 법무팀이랑 붙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강한 사람.”

한지수의 목소리가 바로 낮아졌다.

[뭐 하려고?]

“나 프라임로드투자랑 계약 해지하려고. 근데 내가 전에 장기 계약을 해서 조항이 죄다 나한테 불리하잖아. 프라임로드투자 법무팀은 업계에서도 악명이 높고 ... 웬만한 변호사는 맡으려고도 안 할 거야.”

한지수는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너 ... 진짜 강서이 맞지?]

“완전 진짜.”

[세상에. 오늘은 기념해야겠다. 드디어 내 베스트 프렌드의 ‘연애로 오염된 뇌’가 정상화되는 순간이 오다니!]

한지수의 목소리에 진심 어린 기쁨이 섞여 있었다.

오랫동안 답답했던 사람이 드디어 제자리를 찾는 순간을 보는 심정이랄까.

[좋아. 변호사는 내가 알아볼게. 제대로 된 사람 찾아줄게.]

강서이가 더 말을 하려는 순간, 한지수가 먼저 덧붙였다.

[아, 그리고 제발 쉬어. 오늘은 그냥 자. 나중에 얘기하자.]

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누군가에게 속 얘기를 하고 나면 이런 식으로 걸리는 게 풀리곤 했다.

강서이가 잠에 빠져들려던 그때, 이번에는 다른 번호가 울렸다.

민도하였다.

강서이는 전화를 받으며 억지로 정신을 붙들었다.

목소리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했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야?”

[나 알레르기 약 좀 갖다 줘.]

언제나처럼 일방적인 지시였다.

강서이는 짧게 대답했다.

“알았어, 기다려봐.”

통화를 끝내자마자 강서이는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다.

그리고 다시 이불을 끌어올리고 눈을 감았다.

민도하가 누군가를 위해 술을 대신 마신 것도, 그 때문에 알레르기 약을 찾는 것도 강서이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영웅처럼 나서서 누굴 돕든 말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강서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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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58화

    변수린이 별실로 들어갔을 때, 사람들은 이예수가 무슨 경사가 있기에 제법 큰 축하 자리를 마련했는지 궁금해하고 있었다.이예수는 좀처럼 이유를 말하지 않고 사람들의 궁금증을 부추겼다.결국 누군가 먼저 추측했다. “혹시 따님하고 민 대표님 약혼 때문에 마련한 자리예요?”변수린은 ‘민 대표’라는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예수가 웃으며 설명했다. “그건 다들 이미 아는 경사잖아요?”즉, 오늘 축하할 일은 따로 있다는 뜻이었다.“대체 무슨 일인데요? 얼른 말해 봐요. 궁금해서 못 참겠어요.”이예수도 끝내 더는 감추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우리 아리가 곧 영승반도체를 맡게 됐어요.”사람들이 놀라 탄성을 내자 이예수는 더욱 힘주어 말했다. “예비 사위가 우리 아리를 얼마나 아끼는지 영승반도체를 아예 딸한테 넘겨줬다니까요.” “이제 우리 아리가 영승반도체 주인이고, 보유 자산만 따져도 40조 원은 된답니다.”“세상에, 축하해요!”“프라임로드투자 민 대표님하고 따님이 사이가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정말 대단하네요.” “아직 약혼 단계인데도 40조 원 가치의 회사를 통째로 넘겨주다니, 따님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요.”“소중하게 생각하는 정도가 아니죠. B시에 재력가가 얼마나 많은데 저렇게까지 크게 마음을 쓰는 사람이 또 있겠어요?”“저도 이런 얘기는 처음 들어 봐요.”“정말 부럽네요. 아리 씨는 복도 많아요.”“아리 씨 본인도 워낙 뛰어나니까 민 대표님 마음을 얻은 거겠죠. 다들 모르셨죠? 아리 씨가 WT비즈니스대학교 금융학 박사잖아요.”“공부도 정말 잘했네요. 민 대표님이 아끼는 이유가 있었어요. 두 사람 정말 잘 어울려요. 사모님, 축하드려요.”“...”연달아 쏟아지는 축하에 완전히 기분이 업된 이예수는 얼굴에서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누군가는 재미있다는 듯 말을 보탰다. “그렇게 따지면 다음 달에는 B시 여성 자산가 1위도 바뀌겠네요. 강서이가 1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요? 역대 최단기 1위가 되는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57화

    강서이는 양정원에게 괜찮은지 물었다. 불편하면 다른 식당으로 옮겨도 된다고 했다.양정원은 자기는 상관없다고 답했다.두 사람이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입구로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아마 축하 모임 참석자들인 듯했다.강서이는 신경 쓰지 않고 메뉴판을 보며 주문했다.마침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던 이예수가 고개를 들었다가, 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앉아 있는 강서이를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이예수는 직원을 불러 몇 마디 지시한 뒤 일행을 데리고 별실로 들어갔다.강서이가 주문을 마쳤을 때, 매니저로 보이는 직원이 다가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합니다, 고객님. 아까 직원이 예약 상황을 잘못 확인했습니다. 오늘은 전 좌석이 예약되어 있습니다.”“그럼 다른 곳으로 가죠.” 강서이는 양정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두 사람이 입구까지 갔을 때 마침 변수린과 마주쳤다.먼저 강서이를 알아본 변수린이 반가운 목소리로 불렀다.“강 대표, 식사하러 오셨어요?”“사모님.” 강서이는 변수린에게 인사한 뒤 상황을 설명했다.“전에 말씀하신 게 생각나서 한번 와 봤는데 자리가 없다고 하네요. 오늘은 다른 데 가고 다음에 다시 들를게요.”“이 시간에 자리가 없을 리가 없는데요. 주말도 아니고 공휴일도 아니잖아요.” 변수린은 의아해하며 곧바로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 변수린의 표정이 잠깐 굳어졌다.하지만 강서이를 다시 바라보면서는 부드러운 미소를 되찾았다.“매니저가 착각했대요. 자리 있어요. 내 전용 별실로 안내해 드릴게요.”‘밥 한 끼 먹는데 일이 참 많네.’변수린의 체면만 아니었다면 강서이는 정말 다시 식당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변수린은 직접 강서이를 식당 안으로 안내해서, 자신이 이용하는 전용 별실에 자리를 마련해 줬다.직원에게는 오늘 식사비를 자기 앞으로 하라고 일러두기까지 했다.강서이는 곧바로 사양했다.하지만 변수린은 끝까지 고집하며 강서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오늘 식사는 내가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56화

    공식 순위는 아니었지만 실제와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그래도 세 사람은 적당히 말을 아끼며 더는 그 이야기를 이어 가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강서이가 회사에 도착하자 김설이 축하한다며 작은 케이크와 꽃다발을 내밀었다.강서이가 물었다. “뭘 축하하는데?”“대표님이 B시 여성 자산가 1위에 오른 거요!”“비공식 랭킹이잖아.”“비공식이어도 1위는 1위죠. 축하할 만하잖아요! 얼른 제가 직접 만든 케이크도 드셔 보세요.”케이크는 제법 잘 만들었다. 보기만 해도 꽤 공을 들였다는 게 느껴졌다.강서이는 포크로 한입 떠먹다가 문득 동작을 멈췄다.‘이 맛... 왜 이렇게 익숙하지?’강서이가 멍하니 있는 걸 본 김설이 긴장한 듯 물었다. “왜 그러세요? 맛이 없어요?”“아니, 괜찮아. 달긴 한데 느끼하지도 않고.” 강서이가 짧게 칭찬했다.김설이 활짝 웃었다. “고생한 보람이 있었네요!”맛있는 케이크를 먹고 예쁜 꽃까지 받아서인지 강서이는 오전 내내 기분이 꽤 좋았다....오후에 양정원이 B시에 도착하자 강서이가 직접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양정원은 차에 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강서이에게 소식을 하나 꺼냈다.“5분 전에 들은 소식인데요. 민 대표가 영승반도체 지분 양도 계약서를 작성 중이랍니다. 영승반도체를 노아리 본부장에게 넘길 생각인가 봐요.”양정원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대가 없이 넘기는 거래요. 말 그대로 증여죠.”정말 회사를 통째로 주기 시작한 모양이었다.그것도 프라임로드투자 산하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핵심 사업을.강서이는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딱히 놀랍지는 않았다.예전에도 말했듯 민도하가 언젠가 프라임로드투자 자체를 노아리에게 준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영승반도체를 넘기는 것과 프라임로드투자를 넘기는 건 사실상 큰 차이도 없었다.강서이는 이 일에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양정원은 달랐다. 생각해 보니 양정원은 노아리와 경영 방침이 맞지 않아서, 화가 나 영승반도체를 떠난 사람이었다.그 탓에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55화

    [얼마나 올랐는데?!]한지수는 예상대로 바로 관심이 옮겨갔다.강서이가 금액을 알려 줬다.한지수가 그 자리에서 비명을 질렀다. [자기야, 사랑해! 나 평생 네 오른팔 할래!]강서이가 웃으며 물었다. “이제 안 화나?”한지수는 바보처럼 생글생글 웃었다. [화? 무슨 화? 능력 없는 사람이나 화를 내는 거지! 부자가 되면 웬만한 병은 다 낫거든!]확실히 돈 버는 재미가 남자 만나는 것보다 훨씬 컸다.한지수는 이제야 강서이가 왜 남자에게 관심을 잃었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꿈결’ 정식 출시를 앞두고, 노아리와 창업자 이봉석은 유력 매체의 공동 인터뷰를 진행했다.노아리는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서태우는 현장에 직접 가지는 못했지만, 단톡방에 잡지가 발행되면 2만 부를 사서 응원하겠다고 선언했다.지난번 일을 만회하려는 뜻도 조금은 있었다.그때 꽤 큰 망신을 당했기 때문이다.서태우는 단톡방에서 서한승과 남유환까지 태그하면서 같이 힘 좀 보태라고 했다.하지만 둘 다 답이 없었다.다들 바쁘기는 정말 바쁜 사람들이었다.인터뷰가 끝난 뒤 잡지사 편집장이 직접 찾아와 감사 인사를 하며, 최신호 한 권을 노아리에게 선물했다.노아리는 표지에 실린 강서이의 얼굴을 보자 표정이 잠깐 굳어졌다.그래도 억지로 웃으며 편집장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잡지를 받아 들었다.집에 돌아오자마자 참았던 화를 풀 듯 바로 잡지를 바닥에 내던졌다.노장훈은 모처럼 집에 들어와 거실에서 경제 뉴스를 보고 있었다.공교롭게도 뉴스에서도 강서이에 관한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아빠!” 노아리가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TV 좀 꺼요!”노장훈이 걱정하며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노아리는 속에서 끓는 이유를 솔직히 말할 수 없어서, 머리가 아픈데 아무 소리도 듣고 싶지 않다고만 했다.“아픈 거야? 병원 가 볼까?”“괜찮아요. 방에서 좀 자면 돼요.” 노아리는 평소처럼 노장훈과 차를 마시며 일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다.혼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54화

    진재언과 대화를 마친 강서이는 김설에게 ‘꿈결’ 쇼케이스 영상을 정리해서 보내 달라고 했다.김설은 말을 머뭇거렸다. “대표님, 그냥 안 보시면 안 돼요? 볼 것도 없는데요.”강서이가 의아하게 물었다. “왜?”김설이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투덜거렸다. “멀쩡한 게임 쇼케이스가 갑자기 연애 발표회가 됐거든요.”강서이는 별다른 반응 없이 그래도 전체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 달라고 했다.앞부분은 분명히 ‘꿈결’ 소개가 중심이었다. 그런데 한 기자의 질문으로 화제가 벗어난 뒤부터는 거의 두 사람의 연애 발표처럼 흘러갔다.김설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후반부 영상을 아예 잘라 버렸다.강서이는 놓친 내용이 있을까 싶어 직접 ‘꿈결’ 공식 숏폼 계정에 들어갔다.가장 많은 반응을 받은 영상은 게임과 아무 상관도 없는 내용이었다.강서이는 그대로 넘기고 게임 관련 영상을 보려고 했다.그런데 화면이 민도하의 얼굴로 바뀌었다.강서이의 손가락이 잠깐 멈췄다.곧 민도하의 다정한 고백이 영상에서 흘러나왔다.[아리 씨가 그렇게 뛰어난데 제가 어떻게 결혼이라는 틀 안에 가둬 두겠습니까? 결혼해도 아리 씨는 자유롭게 자기 일을 할 사람이고, 원하는 곳에서 마음껏 능력을 펼칠 겁니다.] 강서이는 눈을 내리깔며 씁쓸하게 웃었다. ‘정말 다정하네.’‘민도하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면 저런 모습이 되는구나.’생각해 보면 정말 우스운 일이었다. 7년 넘게 알고 지냈지만 저런 민도하의 모습은 처음 봤다.하지만 이제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강서이는 영상을 넘긴 뒤 ‘꿈결’ 관련 콘텐츠와 이용자 평가를 간단히 살펴봤다.홍보부터 비공개 테스트, 쇼케이스까지 공개된 내용 대부분이 진재언이 꿈결엔진에 있을 때 만들어 둔 토대를 그대로 활용한 것이었다.대신 캐릭터 설정 일부는 수정돼 있었다. 예를 들면 여성 캐릭터의 의상이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몸매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있었다.강서이가 영상을 막 닫았을 때 한지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를 받자, 강서이가 인사할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53화

    ‘강서이는 왜 그렇게 평온하지?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서태우는 한동안 진지하게 고민한 끝에 결론을 냈다.‘강서이는 연기하는 거야!’예전에 강서이가 민도하를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주변 사람들이 다 봤으니까.민도하는 쇼케이스 시작 시간에 거의 맞춰서 도착했다.서태우가 민도하에게 물었다. “너네 집은 지대가 높아서 지하주차장이 잠길 일도 없잖아. B시에서도 손꼽히는 주거단지인데 차가 왜 물을 먹어?”민도하가 담담하게 답했다. “어제 본가에서 잤어.”“아, 그래서 오늘 아리랑 같이 안 온 거구나.”민도하가 자리에 앉자 쇼케이스가 정식으로 시작됐다.노아리와 ‘꿈결’의 창업자 이봉석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서, 게임의 특징과 비공개 테스트에서 나온 좋은 지표, 이용자 반응을 상세히 소개했다.기자 질의응답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질문은 대부분 게임에 관한 내용이었다.그러다 누군가 흐름을 바꾸듯 갑자기 노아리의 연애 이야기를 꺼냈다.“노아리 본부장님, 프라임로드투자의 민 대표님도 오늘 현장에 와 계신 걸 봤습니다. 두 분 사이가 정말 좋아 보이는데, 곧 좋은 소식이 있다는 이야기가 사실인가요?”노아리는 행복에 푹 빠진 사람처럼 눈꼬리를 예쁘게 휘면서 대답했다. “하나 정정할게요.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에요.”현장 곳곳에서 부러운 탄성이 터졌다.기자가 바로 이어 물었다. “그럼 민 대표님과 약혼하신 뒤에는 커리어를 접고 가정에 전념하실 계획인가요?”노아리는 미소를 지으며 질문을 민도하에게 자연스럽게 넘겼다. “그건 민 대표한테 물어보셔야죠. 제가 계속 일을 하길 바라는지, 아니면 집에서 가정에 전념하길 바라는지요.”카메라가 일제히 민도하를 향했다. 서태우조차 민도하가 어떻게 답할지 궁금해졌다.민도하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대답하기 전에 먼저 노아리를 바라봤다.누가 봐도 애정이 깊어 보이는 눈이었다.“아리 씨가 그렇게 뛰어난데 제가 어떻게 결혼이라는 틀 안에 가둬 두겠습니까? 결혼해도 아리 씨는 자유롭게 자기 일을 할 사람이고, 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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