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화

Author: 애니
다음 날 아침,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김설이 뭔가 비밀스러운 것을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강서이를 찾아왔다.

목소리도 최대한 낮췄다.

“언니... 오늘 아침에 제가 본 건데요. 노 본부장님, 민 대표님이랑 밤 같이 보낸 것 같아요.”

김설은 눈치를 보며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다.

카메라에 찍힌 사진 속, 차 문을 열어주는 민도하의 옆모습이 담겨 있었다.

차에서 내리려는 노아리를 내려다보는 시선.

빛이 절반만 들어온 탓에 흐릿했지만, 사진 속 두 사람은 묘하게 친밀한 느낌이 들었다.

강서이는 잠시 사진을 바라보다 아무 말 없이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손 안에 쥐고 있던 약을 한 번에 털어 넣었다.

뜨거운 물을 몇 모금 들이켜 약을 삼키는데, 강서이는 뜨거운 감각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아무렇지 않게.

...

강서이는 오전 내내 밀린 자료를 정리하고, 담당하던 프로젝트 자료를 한데 모았다.

그리고 잠깐 시간을 내 사직서를 작성했다.

그 사이 노아리는 네 번이나 민도하 사무실을 들락거렸고, 갈 때마다 30분씩 머물렀다.

‘기분이 좋은가 보네.’

강서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젯밤 연락을 씹었는데도 민도하는 아무 말도 없었다.

오히려 더 편안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노아리가 옆에 있어서일까.

점심때, 둘은 나란히 문을 나섰다.

강서이 자리 앞을 지날 때, 단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노아리는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도하야, 점심은 뭐 먹을래?”

“근처에 한방 보양탕 잘하는 식당이 있어. 요즘 피곤해 보이니까 그런 거 좀 챙겨 먹자.”

노아리는 감동한 눈빛이었다.

“도하야... 챙겨줘서 고마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강서이는 사직서 맨 아래에 자신의 이름을 눌렀다.

그때 김설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언니, 점심 뭐 먹어요?]

강서이는 잠시 화면을 보다가 답했다.

[우리... 한방 보양탕 먹으러 가자.]

김설은 바로 답했다.

[좋아요!]

...

점심시간이라 식당은 꽤 붐볐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강서이는 민도하와 노아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의 위치가 워낙 눈에 띄었다.

김설이 작게 중얼거렸다.

“세상에... 또 만났네요...”

걱정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강서이는 이미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저쪽에 자리 있어. 앉자.”

직원은 강서이를 알아보고 바로 다가왔다.

“서이 씨, 오늘도 상사분 드시라고 대추산조인탕 포장하러 오셨어요?”

강서이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아니에요. 위에 좋은 걸로 주세요.”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서이 씨 상사분, 요즘은 불면증 괜찮으세요?”

그 질문에 주변 공기가 아주 살짝 멈춘 듯했다.

강서이는 여전히 담담했다.

“네. 이제는 필요 없어요.”

‘앞으로는 내 위장만 챙기면 돼.’

김설이 직원에게 말했다.

“저... 기력 보충에 좋은 한방 보양탕 있을까요? 이번 주에 생리 시작해서 어지럽고 몸이 좀 축 처져서요.”

직원이 대답했다.

“네, 있어요! 오늘 한정으로 황기당귀 오골계탕을 3인분만 준비했는데 아직 1인분 남아 있어요. 나머지 2인분은 저쪽 테이블 손님이 여자친구분 드시라고 먼저 가져가셨어요.”

직원은 민도하와 노아리 쪽을 향해 부러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저 두 분은 정말 잘 어울리세요. 둘 다 분위기 있고, 예쁘고 잘생기고... 무엇보다 남자분이 여자친구를 너무 잘 챙기시더라고요. 요즘 그런 남자 찾기 힘들어요.”

김설은 당황해 직원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하지만 직원은 이미 너무 많은 말을 해버렸다.

‘그래서 민도하가 노아리를 데리고 여기까지 온 거야?’

‘노아리가 생리 중이라 컨디션 안 좋으니까 이런 한방 보양탕 챙겨주는 거네.’

강서이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무너지지 않게.

‘민도하가 어제 노아리 컨디션 안 좋다고 술을 대신 마신 것도... 이 때문이었겠지.’

‘그 정도로 사적인 정보까지 알고 있을 정도면... 관계가 얼마나 깊은 걸까?’

지난 7년 동안, 민도하가 강서이에게도 다정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고 사업이 확장되면서 여유는 사라졌다.

둘이 마지막으로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희미했다.

그런 세월이었다.

당연히 이런 ‘세심한 배려’ 같은 건 받을 여지도 없었다.

직원이 멀어지자 김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언니... 괜찮아요?”

강서이는 자신에게서 시선을 떼고 차분히 대답했다.

“괜찮아. 밥이나 먹자.”

식당의 한방 보양탕은 소문대로 깊은 맛이 있었다.

그릇을 천천히 비우자, 뜨겁고 진한 국물이 강서이의 위벽을 감싸듯 퍼졌다.

그녀는 오랜만에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 결국 사람은 자기 자신을 챙겨야 해.’

‘남에게 잘하는 게 꼭 나에게 보답으로 돌아오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내가 나한테 잘하면... 그건 반드시 돌아오지.’

‘가장 정확하고 확실한 방식으로.’

...

오후에는 투심위가 잡혀 있었다.

오늘은 노아리가 IB본부 3부 본부장의 자격으로 처음 참석하는 날이었다.

회의실 분위기는 묘한 기대와 호기심이 섞여 있었다.

신임 본부장이 어떤 능력을 갖춘 사람인지,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노아리는 시작하자마자 자신의 학력을 소개했다.

“M국 WT비즈니스대학교 금융학 박사입니다.”

회의실 공기가 단번에 술렁거렸다.

‘그래서 민 대표가 직접 해외에서 데려온 거구나.’

‘이래서 바로 본부장으로 앉힌 거지.’

‘역시 스펙이 다르네.’

‘WT비즈니스대학교면 세계 순위권 안에 드는 명문인데?’

‘금융학 박사도 흔치 않은데... 게다가 외모까지 받쳐주잖아.’

‘강 비서님이 밀려도 할 말 없겠네.’

‘...’

원래는 강서이의 실력을 알고 동정하던 몇몇 직원들도 서서히 태도를 바꾸는 듯했다.

인간의 본능적 약점인 ‘학벌 프레임’이 고개를 들었다.

‘국내 대학 학사 출신인 강서이보다, 글로벌 명문 박사 학위가 더 믿음직하지.’

‘역시 민 대표의 안목은 다르네.’

‘...’

여러 시선이 굳어가는 가운데, 강서이는 평소처럼 조용히 회의록을 정리하고 있었다.

단지 키보드 위에 ‘WT비즈니스대학교’라는 글자를 입력하는 순간, 손가락이 몇 초 멈추었을 뿐이다.

‘내가... 그 학교 합격했었지.’

‘하지만 그때 난 다른 선택을 했어.’

예전 WT비즈니스대학교의 합격 통지서를 손에 넣었을 때, 강서이는 민도하가 어려운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유학을 포기했다.

그 결정 때문에 당시 강서이의 대학 지도교수조차 아직 연락을 끊은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 그 선택이 모든 것을 갈라놓고 있었다.

민도하는 노아리의 화려한 스펙을 바탕으로 트웨이 프로젝트 인계 사실을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알렸다.

회의실 누구도 어색해하지 않았다.

마치 그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노아리가 해낸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이 얼마나 웃기는 상황인가?

강서이의 메신저 창에 김설이 연달아 메시지를 보냈다.

[언니, 트웨이 프로젝트가 왜 노 본부장님 거예요?]

이어서 감정이 폭발한 듯 메시지가 쏟아졌다.

[언니가 술 마시다가 위 출혈까지 감수하면서 따낸 건데!]

[민 대표님 너무한 거 아니에요?! 왜 이렇게 편애해요?!]

[아 진짜 이해 불가예요. 너무 불공평해요!]

[저 지금 화나요. 진짜 화나요!]

강서이는 김설을 달랬다.

[진정해. 신경 쓰지 마.]

민도하 같은 사람을 7년이나 사랑하고도 내려놓을 수 있었는데, 프로젝트 하나쯤 빼앗긴다고 해서 흔들릴 리 없었다.

하지만 김설은 여전히 강서이의 억울함을 참지 못했다.

곧이어 메시지가 도착했다.

[근데 언니, 그 프로젝트 때문에 언니... 아이까지 잃었잖아요. 민 대표님 그거 알아요?]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Pinakabagong kabanata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58화

    변수린이 별실로 들어갔을 때, 사람들은 이예수가 무슨 경사가 있기에 제법 큰 축하 자리를 마련했는지 궁금해하고 있었다.이예수는 좀처럼 이유를 말하지 않고 사람들의 궁금증을 부추겼다.결국 누군가 먼저 추측했다. “혹시 따님하고 민 대표님 약혼 때문에 마련한 자리예요?”변수린은 ‘민 대표’라는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예수가 웃으며 설명했다. “그건 다들 이미 아는 경사잖아요?”즉, 오늘 축하할 일은 따로 있다는 뜻이었다.“대체 무슨 일인데요? 얼른 말해 봐요. 궁금해서 못 참겠어요.”이예수도 끝내 더는 감추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우리 아리가 곧 영승반도체를 맡게 됐어요.”사람들이 놀라 탄성을 내자 이예수는 더욱 힘주어 말했다. “예비 사위가 우리 아리를 얼마나 아끼는지 영승반도체를 아예 딸한테 넘겨줬다니까요.” “이제 우리 아리가 영승반도체 주인이고, 보유 자산만 따져도 40조 원은 된답니다.”“세상에, 축하해요!”“프라임로드투자 민 대표님하고 따님이 사이가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정말 대단하네요.” “아직 약혼 단계인데도 40조 원 가치의 회사를 통째로 넘겨주다니, 따님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요.”“소중하게 생각하는 정도가 아니죠. B시에 재력가가 얼마나 많은데 저렇게까지 크게 마음을 쓰는 사람이 또 있겠어요?”“저도 이런 얘기는 처음 들어 봐요.”“정말 부럽네요. 아리 씨는 복도 많아요.”“아리 씨 본인도 워낙 뛰어나니까 민 대표님 마음을 얻은 거겠죠. 다들 모르셨죠? 아리 씨가 WT비즈니스대학교 금융학 박사잖아요.”“공부도 정말 잘했네요. 민 대표님이 아끼는 이유가 있었어요. 두 사람 정말 잘 어울려요. 사모님, 축하드려요.”“...”연달아 쏟아지는 축하에 완전히 기분이 업된 이예수는 얼굴에서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누군가는 재미있다는 듯 말을 보탰다. “그렇게 따지면 다음 달에는 B시 여성 자산가 1위도 바뀌겠네요. 강서이가 1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요? 역대 최단기 1위가 되는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57화

    강서이는 양정원에게 괜찮은지 물었다. 불편하면 다른 식당으로 옮겨도 된다고 했다.양정원은 자기는 상관없다고 답했다.두 사람이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입구로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아마 축하 모임 참석자들인 듯했다.강서이는 신경 쓰지 않고 메뉴판을 보며 주문했다.마침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던 이예수가 고개를 들었다가, 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앉아 있는 강서이를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이예수는 직원을 불러 몇 마디 지시한 뒤 일행을 데리고 별실로 들어갔다.강서이가 주문을 마쳤을 때, 매니저로 보이는 직원이 다가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합니다, 고객님. 아까 직원이 예약 상황을 잘못 확인했습니다. 오늘은 전 좌석이 예약되어 있습니다.”“그럼 다른 곳으로 가죠.” 강서이는 양정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두 사람이 입구까지 갔을 때 마침 변수린과 마주쳤다.먼저 강서이를 알아본 변수린이 반가운 목소리로 불렀다.“강 대표, 식사하러 오셨어요?”“사모님.” 강서이는 변수린에게 인사한 뒤 상황을 설명했다.“전에 말씀하신 게 생각나서 한번 와 봤는데 자리가 없다고 하네요. 오늘은 다른 데 가고 다음에 다시 들를게요.”“이 시간에 자리가 없을 리가 없는데요. 주말도 아니고 공휴일도 아니잖아요.” 변수린은 의아해하며 곧바로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 변수린의 표정이 잠깐 굳어졌다.하지만 강서이를 다시 바라보면서는 부드러운 미소를 되찾았다.“매니저가 착각했대요. 자리 있어요. 내 전용 별실로 안내해 드릴게요.”‘밥 한 끼 먹는데 일이 참 많네.’변수린의 체면만 아니었다면 강서이는 정말 다시 식당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변수린은 직접 강서이를 식당 안으로 안내해서, 자신이 이용하는 전용 별실에 자리를 마련해 줬다.직원에게는 오늘 식사비를 자기 앞으로 하라고 일러두기까지 했다.강서이는 곧바로 사양했다.하지만 변수린은 끝까지 고집하며 강서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오늘 식사는 내가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56화

    공식 순위는 아니었지만 실제와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그래도 세 사람은 적당히 말을 아끼며 더는 그 이야기를 이어 가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강서이가 회사에 도착하자 김설이 축하한다며 작은 케이크와 꽃다발을 내밀었다.강서이가 물었다. “뭘 축하하는데?”“대표님이 B시 여성 자산가 1위에 오른 거요!”“비공식 랭킹이잖아.”“비공식이어도 1위는 1위죠. 축하할 만하잖아요! 얼른 제가 직접 만든 케이크도 드셔 보세요.”케이크는 제법 잘 만들었다. 보기만 해도 꽤 공을 들였다는 게 느껴졌다.강서이는 포크로 한입 떠먹다가 문득 동작을 멈췄다.‘이 맛... 왜 이렇게 익숙하지?’강서이가 멍하니 있는 걸 본 김설이 긴장한 듯 물었다. “왜 그러세요? 맛이 없어요?”“아니, 괜찮아. 달긴 한데 느끼하지도 않고.” 강서이가 짧게 칭찬했다.김설이 활짝 웃었다. “고생한 보람이 있었네요!”맛있는 케이크를 먹고 예쁜 꽃까지 받아서인지 강서이는 오전 내내 기분이 꽤 좋았다....오후에 양정원이 B시에 도착하자 강서이가 직접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양정원은 차에 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강서이에게 소식을 하나 꺼냈다.“5분 전에 들은 소식인데요. 민 대표가 영승반도체 지분 양도 계약서를 작성 중이랍니다. 영승반도체를 노아리 본부장에게 넘길 생각인가 봐요.”양정원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대가 없이 넘기는 거래요. 말 그대로 증여죠.”정말 회사를 통째로 주기 시작한 모양이었다.그것도 프라임로드투자 산하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핵심 사업을.강서이는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딱히 놀랍지는 않았다.예전에도 말했듯 민도하가 언젠가 프라임로드투자 자체를 노아리에게 준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영승반도체를 넘기는 것과 프라임로드투자를 넘기는 건 사실상 큰 차이도 없었다.강서이는 이 일에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양정원은 달랐다. 생각해 보니 양정원은 노아리와 경영 방침이 맞지 않아서, 화가 나 영승반도체를 떠난 사람이었다.그 탓에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55화

    [얼마나 올랐는데?!]한지수는 예상대로 바로 관심이 옮겨갔다.강서이가 금액을 알려 줬다.한지수가 그 자리에서 비명을 질렀다. [자기야, 사랑해! 나 평생 네 오른팔 할래!]강서이가 웃으며 물었다. “이제 안 화나?”한지수는 바보처럼 생글생글 웃었다. [화? 무슨 화? 능력 없는 사람이나 화를 내는 거지! 부자가 되면 웬만한 병은 다 낫거든!]확실히 돈 버는 재미가 남자 만나는 것보다 훨씬 컸다.한지수는 이제야 강서이가 왜 남자에게 관심을 잃었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꿈결’ 정식 출시를 앞두고, 노아리와 창업자 이봉석은 유력 매체의 공동 인터뷰를 진행했다.노아리는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서태우는 현장에 직접 가지는 못했지만, 단톡방에 잡지가 발행되면 2만 부를 사서 응원하겠다고 선언했다.지난번 일을 만회하려는 뜻도 조금은 있었다.그때 꽤 큰 망신을 당했기 때문이다.서태우는 단톡방에서 서한승과 남유환까지 태그하면서 같이 힘 좀 보태라고 했다.하지만 둘 다 답이 없었다.다들 바쁘기는 정말 바쁜 사람들이었다.인터뷰가 끝난 뒤 잡지사 편집장이 직접 찾아와 감사 인사를 하며, 최신호 한 권을 노아리에게 선물했다.노아리는 표지에 실린 강서이의 얼굴을 보자 표정이 잠깐 굳어졌다.그래도 억지로 웃으며 편집장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잡지를 받아 들었다.집에 돌아오자마자 참았던 화를 풀 듯 바로 잡지를 바닥에 내던졌다.노장훈은 모처럼 집에 들어와 거실에서 경제 뉴스를 보고 있었다.공교롭게도 뉴스에서도 강서이에 관한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아빠!” 노아리가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TV 좀 꺼요!”노장훈이 걱정하며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노아리는 속에서 끓는 이유를 솔직히 말할 수 없어서, 머리가 아픈데 아무 소리도 듣고 싶지 않다고만 했다.“아픈 거야? 병원 가 볼까?”“괜찮아요. 방에서 좀 자면 돼요.” 노아리는 평소처럼 노장훈과 차를 마시며 일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다.혼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54화

    진재언과 대화를 마친 강서이는 김설에게 ‘꿈결’ 쇼케이스 영상을 정리해서 보내 달라고 했다.김설은 말을 머뭇거렸다. “대표님, 그냥 안 보시면 안 돼요? 볼 것도 없는데요.”강서이가 의아하게 물었다. “왜?”김설이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투덜거렸다. “멀쩡한 게임 쇼케이스가 갑자기 연애 발표회가 됐거든요.”강서이는 별다른 반응 없이 그래도 전체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 달라고 했다.앞부분은 분명히 ‘꿈결’ 소개가 중심이었다. 그런데 한 기자의 질문으로 화제가 벗어난 뒤부터는 거의 두 사람의 연애 발표처럼 흘러갔다.김설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후반부 영상을 아예 잘라 버렸다.강서이는 놓친 내용이 있을까 싶어 직접 ‘꿈결’ 공식 숏폼 계정에 들어갔다.가장 많은 반응을 받은 영상은 게임과 아무 상관도 없는 내용이었다.강서이는 그대로 넘기고 게임 관련 영상을 보려고 했다.그런데 화면이 민도하의 얼굴로 바뀌었다.강서이의 손가락이 잠깐 멈췄다.곧 민도하의 다정한 고백이 영상에서 흘러나왔다.[아리 씨가 그렇게 뛰어난데 제가 어떻게 결혼이라는 틀 안에 가둬 두겠습니까? 결혼해도 아리 씨는 자유롭게 자기 일을 할 사람이고, 원하는 곳에서 마음껏 능력을 펼칠 겁니다.] 강서이는 눈을 내리깔며 씁쓸하게 웃었다. ‘정말 다정하네.’‘민도하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면 저런 모습이 되는구나.’생각해 보면 정말 우스운 일이었다. 7년 넘게 알고 지냈지만 저런 민도하의 모습은 처음 봤다.하지만 이제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강서이는 영상을 넘긴 뒤 ‘꿈결’ 관련 콘텐츠와 이용자 평가를 간단히 살펴봤다.홍보부터 비공개 테스트, 쇼케이스까지 공개된 내용 대부분이 진재언이 꿈결엔진에 있을 때 만들어 둔 토대를 그대로 활용한 것이었다.대신 캐릭터 설정 일부는 수정돼 있었다. 예를 들면 여성 캐릭터의 의상이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몸매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있었다.강서이가 영상을 막 닫았을 때 한지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를 받자, 강서이가 인사할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53화

    ‘강서이는 왜 그렇게 평온하지?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서태우는 한동안 진지하게 고민한 끝에 결론을 냈다.‘강서이는 연기하는 거야!’예전에 강서이가 민도하를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주변 사람들이 다 봤으니까.민도하는 쇼케이스 시작 시간에 거의 맞춰서 도착했다.서태우가 민도하에게 물었다. “너네 집은 지대가 높아서 지하주차장이 잠길 일도 없잖아. B시에서도 손꼽히는 주거단지인데 차가 왜 물을 먹어?”민도하가 담담하게 답했다. “어제 본가에서 잤어.”“아, 그래서 오늘 아리랑 같이 안 온 거구나.”민도하가 자리에 앉자 쇼케이스가 정식으로 시작됐다.노아리와 ‘꿈결’의 창업자 이봉석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서, 게임의 특징과 비공개 테스트에서 나온 좋은 지표, 이용자 반응을 상세히 소개했다.기자 질의응답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질문은 대부분 게임에 관한 내용이었다.그러다 누군가 흐름을 바꾸듯 갑자기 노아리의 연애 이야기를 꺼냈다.“노아리 본부장님, 프라임로드투자의 민 대표님도 오늘 현장에 와 계신 걸 봤습니다. 두 분 사이가 정말 좋아 보이는데, 곧 좋은 소식이 있다는 이야기가 사실인가요?”노아리는 행복에 푹 빠진 사람처럼 눈꼬리를 예쁘게 휘면서 대답했다. “하나 정정할게요.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에요.”현장 곳곳에서 부러운 탄성이 터졌다.기자가 바로 이어 물었다. “그럼 민 대표님과 약혼하신 뒤에는 커리어를 접고 가정에 전념하실 계획인가요?”노아리는 미소를 지으며 질문을 민도하에게 자연스럽게 넘겼다. “그건 민 대표한테 물어보셔야죠. 제가 계속 일을 하길 바라는지, 아니면 집에서 가정에 전념하길 바라는지요.”카메라가 일제히 민도하를 향했다. 서태우조차 민도하가 어떻게 답할지 궁금해졌다.민도하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대답하기 전에 먼저 노아리를 바라봤다.누가 봐도 애정이 깊어 보이는 눈이었다.“아리 씨가 그렇게 뛰어난데 제가 어떻게 결혼이라는 틀 안에 가둬 두겠습니까? 결혼해도 아리 씨는 자유롭게 자기 일을 할 사람이고, 원하는

Higit pang Kabanata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