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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Penulis: 애니
다음 날 아침,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김설이 뭔가 비밀스러운 것을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강서이를 찾아왔다.

목소리도 최대한 낮췄다.

“언니... 오늘 아침에 제가 본 건데요. 노 본부장님, 민 대표님이랑 밤 같이 보낸 것 같아요.”

김설은 눈치를 보며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다.

카메라에 찍힌 사진 속, 차 문을 열어주는 민도하의 옆모습이 담겨 있었다.

차에서 내리려는 노아리를 내려다보는 시선.

빛이 절반만 들어온 탓에 흐릿했지만, 사진 속 두 사람은 묘하게 친밀한 느낌이 들었다.

강서이는 잠시 사진을 바라보다 아무 말 없이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손 안에 쥐고 있던 약을 한 번에 털어 넣었다.

뜨거운 물을 몇 모금 들이켜 약을 삼키는데, 강서이는 뜨거운 감각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아무렇지 않게.

...

강서이는 오전 내내 밀린 자료를 정리하고, 담당하던 프로젝트 자료를 한데 모았다.

그리고 잠깐 시간을 내 사직서를 작성했다.

그 사이 노아리는 네 번이나 민도하 사무실을 들락거렸고, 갈 때마다 30분씩 머물렀다.

‘기분이 좋은가 보네.’

강서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젯밤 연락을 씹었는데도 민도하는 아무 말도 없었다.

오히려 더 편안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노아리가 옆에 있어서일까.

점심때, 둘은 나란히 문을 나섰다.

강서이 자리 앞을 지날 때, 단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노아리는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도하야, 점심은 뭐 먹을래?”

“근처에 한방 보양탕 잘하는 식당이 있어. 요즘 피곤해 보이니까 그런 거 좀 챙겨 먹자.”

노아리는 감동한 눈빛이었다.

“도하야... 챙겨줘서 고마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강서이는 사직서 맨 아래에 자신의 이름을 눌렀다.

그때 김설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언니, 점심 뭐 먹어요?]

강서이는 잠시 화면을 보다가 답했다.

[우리... 한방 보양탕 먹으러 가자.]

김설은 바로 답했다.

[좋아요!]

...

점심시간이라 식당은 꽤 붐볐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강서이는 민도하와 노아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의 위치가 워낙 눈에 띄었다.

김설이 작게 중얼거렸다.

“세상에... 또 만났네요...”

걱정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강서이는 이미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저쪽에 자리 있어. 앉자.”

직원은 강서이를 알아보고 바로 다가왔다.

“서이 씨, 오늘도 상사분 드시라고 대추산조인탕 포장하러 오셨어요?”

강서이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아니에요. 위에 좋은 걸로 주세요.”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서이 씨 상사분, 요즘은 불면증 괜찮으세요?”

그 질문에 주변 공기가 아주 살짝 멈춘 듯했다.

강서이는 여전히 담담했다.

“네. 이제는 필요 없어요.”

‘앞으로는 내 위장만 챙기면 돼.’

김설이 직원에게 말했다.

“저... 기력 보충에 좋은 한방 보양탕 있을까요? 이번 주에 생리 시작해서 어지럽고 몸이 좀 축 처져서요.”

직원이 대답했다.

“네, 있어요! 오늘 한정으로 황기당귀 오골계탕을 3인분만 준비했는데 아직 1인분 남아 있어요. 나머지 2인분은 저쪽 테이블 손님이 여자친구분 드시라고 먼저 가져가셨어요.”

직원은 민도하와 노아리 쪽을 향해 부러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저 두 분은 정말 잘 어울리세요. 둘 다 분위기 있고, 예쁘고 잘생기고... 무엇보다 남자분이 여자친구를 너무 잘 챙기시더라고요. 요즘 그런 남자 찾기 힘들어요.”

김설은 당황해 직원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하지만 직원은 이미 너무 많은 말을 해버렸다.

‘그래서 민도하가 노아리를 데리고 여기까지 온 거야?’

‘노아리가 생리 중이라 컨디션 안 좋으니까 이런 한방 보양탕 챙겨주는 거네.’

강서이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무너지지 않게.

‘민도하가 어제 노아리 컨디션 안 좋다고 술을 대신 마신 것도... 이 때문이었겠지.’

‘그 정도로 사적인 정보까지 알고 있을 정도면... 관계가 얼마나 깊은 걸까?’

지난 7년 동안, 민도하가 강서이에게도 다정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고 사업이 확장되면서 여유는 사라졌다.

둘이 마지막으로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희미했다.

그런 세월이었다.

당연히 이런 ‘세심한 배려’ 같은 건 받을 여지도 없었다.

직원이 멀어지자 김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언니... 괜찮아요?”

강서이는 자신에게서 시선을 떼고 차분히 대답했다.

“괜찮아. 밥이나 먹자.”

식당의 한방 보양탕은 소문대로 깊은 맛이 있었다.

그릇을 천천히 비우자, 뜨겁고 진한 국물이 강서이의 위벽을 감싸듯 퍼졌다.

그녀는 오랜만에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 결국 사람은 자기 자신을 챙겨야 해.’

‘남에게 잘하는 게 꼭 나에게 보답으로 돌아오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내가 나한테 잘하면... 그건 반드시 돌아오지.’

‘가장 정확하고 확실한 방식으로.’

...

오후에는 투심위가 잡혀 있었다.

오늘은 노아리가 IB본부 3부 본부장의 자격으로 처음 참석하는 날이었다.

회의실 분위기는 묘한 기대와 호기심이 섞여 있었다.

신임 본부장이 어떤 능력을 갖춘 사람인지,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노아리는 시작하자마자 자신의 학력을 소개했다.

“M국 WT비즈니스대학교 금융학 박사입니다.”

회의실 공기가 단번에 술렁거렸다.

‘그래서 민 대표가 직접 해외에서 데려온 거구나.’

‘이래서 바로 본부장으로 앉힌 거지.’

‘역시 스펙이 다르네.’

‘WT비즈니스대학교면 세계 순위권 안에 드는 명문인데?’

‘금융학 박사도 흔치 않은데... 게다가 외모까지 받쳐주잖아.’

‘강 비서님이 밀려도 할 말 없겠네.’

‘...’

원래는 강서이의 실력을 알고 동정하던 몇몇 직원들도 서서히 태도를 바꾸는 듯했다.

인간의 본능적 약점인 ‘학벌 프레임’이 고개를 들었다.

‘국내 대학 학사 출신인 강서이보다, 글로벌 명문 박사 학위가 더 믿음직하지.’

‘역시 민 대표의 안목은 다르네.’

‘...’

여러 시선이 굳어가는 가운데, 강서이는 평소처럼 조용히 회의록을 정리하고 있었다.

단지 키보드 위에 ‘WT비즈니스대학교’라는 글자를 입력하는 순간, 손가락이 몇 초 멈추었을 뿐이다.

‘내가... 그 학교 합격했었지.’

‘하지만 그때 난 다른 선택을 했어.’

예전 WT비즈니스대학교의 합격 통지서를 손에 넣었을 때, 강서이는 민도하가 어려운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유학을 포기했다.

그 결정 때문에 당시 강서이의 대학 지도교수조차 아직 연락을 끊은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 그 선택이 모든 것을 갈라놓고 있었다.

민도하는 노아리의 화려한 스펙을 바탕으로 트웨이 프로젝트 인계 사실을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알렸다.

회의실 누구도 어색해하지 않았다.

마치 그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노아리가 해낸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이 얼마나 웃기는 상황인가?

강서이의 메신저 창에 김설이 연달아 메시지를 보냈다.

[언니, 트웨이 프로젝트가 왜 노 본부장님 거예요?]

이어서 감정이 폭발한 듯 메시지가 쏟아졌다.

[언니가 술 마시다가 위 출혈까지 감수하면서 따낸 건데!]

[민 대표님 너무한 거 아니에요?! 왜 이렇게 편애해요?!]

[아 진짜 이해 불가예요. 너무 불공평해요!]

[저 지금 화나요. 진짜 화나요!]

강서이는 김설을 달랬다.

[진정해. 신경 쓰지 마.]

민도하 같은 사람을 7년이나 사랑하고도 내려놓을 수 있었는데, 프로젝트 하나쯤 빼앗긴다고 해서 흔들릴 리 없었다.

하지만 김설은 여전히 강서이의 억울함을 참지 못했다.

곧이어 메시지가 도착했다.

[근데 언니, 그 프로젝트 때문에 언니... 아이까지 잃었잖아요. 민 대표님 그거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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