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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Author: 애니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 주실 수 있을까요? 강서이 씨 이력서를 소 대표님께 전달해 드리고 확인을 받아 올게요.”

인사 담당자가 환하게 웃으며 강서이에게 말했다.

강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잠시 뒤, 한지수가 카카오톡으로 물었다. 면접은 어땠냐고.

강서이는 답장을 보냈다.

[전부 순조로워.]

한지수는 축하 이모티콘을 연달아 쏟아 보냈고, 밥은 강서이가 사라고 했다.

강서이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래. 네가 식당 골라.]

한지수는 신이 난 듯 바로 식당을 고르기 시작했다.

강서이가 대기한 지 대략 삼십 분쯤 지났을 때였다.

인사 담당자가 돌아왔는데, 아까와는 달랐다. 웃음이 남아 있긴 했지만, 어딘가 어색했고 말끝도 조심스러웠다.

강서이의 가슴이 이유 없이 철렁 내려앉았다.

‘안 좋은 예감이 드네.’

“정말 죄송합니다, 강서이 씨.”

이력서를 강서이에게 다시 건네며 인사 담당자가 말했다.

“소 대표님 쪽에서... 이번엔 합격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하셨어요.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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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84화

    돌아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을 만큼 강서이에게 익숙한 향이었다.한편으로는 점차 잊히던 향이라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대나무 가림막 너머의 대화는 계속됐다. 오갈수록 더 많은 내막이 드러났다.이상우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저하고 손잡은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에요!”“그럼요. 이 대표님이 앞으로도 많이 도와주셔야 합니다.”“도와주는 건 당연하지요. 그런데 우리 수익 배분 비율을 좀 조정해야 하지 않겠어요?”상대가 다급하게 답했다. “지금 드리는 뒷돈도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입니다. 더 드리면 저는 남는 게 없어요.”이상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알잖아요. 저는 선택할 곳이 많지만, 대표님한테는 저밖에 없다는 사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상대가 마지못해서 양보했다. “알겠습니다. 반반으로 나누죠! 이 대표님, 정말 더는 못 드립니다.”그제야 이상우가 만족했다. “그럼 그렇게 정한 겁니다.”합의를 마친 두 사람이 자리를 떠났다.대화를 들었다는 걸 들킬 염려가 없어지자, 강서이는 민도하의 손을 떼어 냈다. 돌아선 뒤 바로 뒤로 물러나면서 거리를 벌렸다.너무 빠르게 물러났기 때문인지 민도하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도드라진 눈썹뼈 아래로 그림자가 져서 눈에 담긴 감정은 읽기 어려웠다.반면 빛과 그림자가 엇갈리는 자리에 선 강서이는 차가운 눈빛을 감추지 않았다.감정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렇게 대놓고 빼돌리는데도 그냥 둘 거야?”외부 사람인 양정원도 알아차린 문제를 민도하가 모를 리 없었다.어쩌면 처음부터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건지도 몰랐다.강서이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예전의 민도하는 사소한 흠 하나도 그냥 넘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엇이든 용납했다.노아리를 위해서라면 원칙마저 버리는 모양이었다.민도하는 느긋했다. 심각한 일이라고 여기지도 않는 듯했다.“어쨌든 집안사람이잖아. 체면은 좀 세워줘야지.”이상우가 한 말이 그대로 맞아떨어졌다.자기 사촌 동생이 민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83화

    강서이는 보내 주겠다고 하면서 미리 일러뒀다. “해 보셔도 되는데, 미리 마음의 준비는 하셔야 해요.” “AI는 수많은 대국 데이터로 학습해서, 추론 능력이나 앞을 내다보는 수읽기가 인간의 수준을 넘어섰거든요. AI를 이기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두 사람의 대화는 바둑에서 AI의 발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강서이의 설명을 들은 고상만이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문심’을 처음 보고 바로 알아본 거구나. 사업을 보는 안목이 꽤 앞서 있어.”강서이에게는 결국 그동안 쌓인 경험 덕분이었다. AI를 학습시키는 것과 비슷했다.프라임로드투자에 있을 때 수많은 프로젝트를 접하며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그곳에서 보낸 세월이 전부 헛된 건 아니었다.고상만의 집을 막 나왔을 때 민도하에게서 전화가 왔다.강서이는 전화를 받을 생각이 없었다.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민도하는 신호가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고 메시지를 보냈다.[영승반도체의 자원과 거래망이 필요하다며?]그러자 강서이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민도하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에는 묘한 만족감이 배어 있었다. [이제는 상대해 줄 마음이 생겼어?]“어디야?” 강서이는 곧장 물었다.[화한리조트.]주소를 확인한 강서이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30분 뒤, 강서이는 화한리조트에 도착했다.민도하가 마련한 식사 자리였다.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영승반도체의 협력사 관계자들이었다.강서이가 들어갔을 때는 한창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민도하는 문을 등지고 앉아 있어서 강서이를 바로 보지 못했다.맞은편 사람이 먼저 강서이를 발견했다. 눈을 반짝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민 대표, 여자친구분이 오셨네요.”옆 사람도 강서이를 살폈다. “민 대표의 여자친구분이 미인이시고 분위기도 좋다는 말은 익히 들었습니다. 직접 뵈니 소문이 사실이군요!”강서이는 예전에 프라임로드투자의 협력사 관계자들을 만난 적이 없었다. 서로 얼굴을 모르는 사이였다.그러니 잘못 알아본 것도 이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82화

    “서이야, ‘문심’ 상장하면 우리 제대로 식사 한번 하자.”그때라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강서이는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서한승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약속한 거다. 그때 꼭 보자!”서한승을 보내고 집에 들어온 강서이는 샤워를 했다.이틀 동안 바쁘게 움직인 보람이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었다.김설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예보됐다며 문과 창문을 잘 닫으라고 했다.그제야 강서이는 노트북을 덮고 창문을 닫으러 일어났다.밖에는 벌써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강서이는 7층짜리 건물의 맨 위층에 있는 복층 집에 살았다.창밖으로는 아래쪽 나무의 꼭대기가 보였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렸다.그중 한 그루 아래에 검은 승용차가 서 있는 게 희미하게 보였다.‘이런 날씨에 나무 밑에 주차하다니, 배짱도 좋네.’강서이는 더 신경 쓰지 않았다. 커튼을 닫고 곧장 방으로 들어가서 잠자리에 들었다....영안 회계법인과 바스테크가 계약한 바로 그날, 강서이도 무성 회계법인과 계약을 맺었다.이 업계에서는 소식이 빠르게 오갔다.노아리도 곧 그 사실을 알게 됐다.마침 이예수와 함께 피부 관리를 받던 중이었다.메시지를 읽자마자 노아리는 관리 베드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단톡방에 올라온 글을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어떻게 이런 일이...”노아리가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강서이와 계약한 무성 회계법인은 업계 최정상급의 회계법인이었다.영안 회계법인조차 따라가기 어려운 곳이었다.노아리도 감히 노려보지 못한 곳을 강서이가 잡은 것이다.이예수에게 그 사실을 전하자, 이예수도 몹시 놀랐다.“강서이가 무성 회계법인하고 어떻게 만났지?” 이예수가 의아해했다.노아리의 머릿속에 바로 고상만이 떠올랐다.무성 회계법인은 고상만의 제자 중 한 명이 세운 회계법인이었다. 고상만을 통해 연결된 게 분명했다.결국 강서이를 도운 건 서한승이었다.‘강서이한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81화

    노아리는 걸음을 뚝 멈췄다.약간 앞서 가던 민도하가 노아리가 뒤따라오지 않는 걸 보고 뒤를 돌아봤다. “왜 그래?”“아무것도 아니야.” 노아리는 시선을 거뒀다.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방금 강서이와 서한승을 봤기 때문이다.두 사람만 보면 서한승이 강성대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7년 동안 마음에 품어 온 사람이 강서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노아리는 그 일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다.예약한 룸에 들어가니 남유환은 이미 와 있었다.서태우와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도 몇 명 있었다.노아리는 룸 안을 둘러보고 물었다. “한승이는? 아직 안 왔어?”“일이 있어서 좀 늦는대.” 서태우가 대답했다.노아리는 속으로 비웃었다.‘일이라는 게 강서이랑 같이 있는 거였어?’서한승은 정말 한참이나 늦었다.파티가 시작되고 한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노아리는 핑계를 대고 밖으로 나왔다. 일부러 VIP룸이 있는 구역에서 조금 더 머물렀다.예상대로 어느 룸 안에서 서한승이 보였다.바로 옆에는 강서이가 앉아 있었다.두 사람은 맞은편에 앉은 사람과 웃으며 즐겁게 대화하고 있었다.서한승은 내내 강서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눴다. 중간중간 음식을 덜어주면서 새우도 까 줬다.사소한 것 하나까지 다정하게 챙겼다.그 모습을 보자 노아리의 속이 쓰렸다. 가슴에 가시가 깊이 박힌 듯했다.견디기 어려울 만큼 불쾌했다.마침 음식을 가져온 직원이 문을 조금 더 밀었다.그제서야 노아리는 두 사람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이 누군지 똑똑히 봤다.바로 고상만이었다.며칠 전 함께 식사했을 때 고상만은 내내 무뚝뚝했고, 말도 거의 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은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노아리의 미간이 일그러졌다.‘서한승이 강서이한테 고상만 교수까지 소개해 줬다고?’강서이의 학력과 실력으로는 고상만 같은 사람을 만날 기회조차 없을 터였다.지난번 골프장에서는 고상만이 탐탁지 않아 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강서이가 계속 달라붙었다.‘정말 약삭빠르네!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80화

    성이남이 조금 더 분명하게 말하려는데, 하장현의 핸드폰이 울렸다.하장현은 성이남에게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옆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업무와 관련된 소식을 듣자 표정이 바로 진지해졌다. “지금 돌아가겠습니다.”떠나기 전에 배준석에게 급히 인사를 건넸다.배준석도 이해했다. “회사 일이 먼저지요. 회의록은 나중에 다른 주무관이 정리하도록 해서 강 대표께 보내 드리겠습니다.”노아리는 가장 늦게 도착했다.회의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이 노아리를 보고 저마다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성이남도 노아리에게 가려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만뒀다. 시야가 탁 트인 자리에 앉은 뒤로도 자꾸 노아리 쪽으로 눈길이 갔다.오늘 노아리는 혼자였다. 민도하는 함께 오지 않았다.덕분에 성이남은 조금 더 마음 놓고 노아리를 바라볼 수 있었다.성이남의 옆자리에는 남유환이 앉아 있었다.하지만 남유환은 노아리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줄곧 출입문 쪽만 보고 있었다.그러다 배준석이 회의장에 들어와서 개회를 알렸다.남유환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옆자리의 심진호에게 물었다. “강 대표는 안 오십니까?”심진호가 답했다. “글쎄요. 저도 찾고 있었는데요.”심진호의 반대편에 앉아 있던 노아리가 우연히 그 말을 듣고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그러다 곧바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강서이는 지금 제 앞가림도 못 하고 있겠지?’회계법인에 법무법인, 상장 주관사까지 노아리가 전부 다 빼앗아 온 상태였다.그렇다면 ‘문심’의 상장 계획은 아마 바로 멈춰 서게 될 터였다.솔직히 강서이를 한번 만나 보고 싶기도 했다.사방에서 일이 꼬이는 와중에도 태연한 척할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배준석의 본격적인 발언이 시작되자, 남유환도 비로소 강서이가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였다.꽤 아쉬웠다.이번에도 강서이를 볼 생각으로 참석한 자리였기 때문이다.그런데 또 허탕이었다.돌이켜 보니 강서이를 못 본 지도 한참 됐다.그렇다고 따로 만나자고 할 만한 적당한 명분도 떠오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79화

    고상만은 식사를 절반쯤 하다 핑계를 대고 먼저 일어났다.식사 모임이 영 재미가 없었다.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니 강서이가 아직도 기다리고 있었다.고상만의 얼굴이 대번에 굳어졌다. “아직도 안 갔냐?”“교수님 기다렸죠.” 강서이가 가사도우미에게 눈짓했다.가사도우미가 곧 달여 둔 약을 가져왔다.고상만은 주사도 싫어하고 약 먹는 것도 질색이었다.그중에서도 탕약은 더 싫어했다.바로 몸을 일으키면서 도망치려고 했다.강서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곧바로 그 앞을 막았다. “하강진 원장님이 구하기 힘든 약재들을 정말 오래 기다리셔서 겨우 구하셨대요. 버리면 아깝잖아요.”“꼭 먹어야 하냐?” 고상만이 마지막으로 버텨봤다.“꼭 드셔야 해요.”결국 고상만이 졌다.강서이가 얼마나 끈질긴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니까.고상만이 약을 다 먹은 뒤에야 강서이는 도움을 청할 일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고상만은 코웃음을 쳤다. “끝까지 나한테는 말을 안 하려나 했지!”업계에서 도는 이야기는 고상만도 전부 다 듣고 있었다.다만 강서이가 어디까지 해내는지 가만히 지켜보는 중이었다.고상만은 강서이를 대할 때 엄격한 어른처럼 굴었다. 비틀거리더라도 제 힘으로 앞으로 가기를 바랐다.넘어진다고 곧장 손을 내밀지 않고, 스스로 일어나 보라고 격려했다.정말 크게 넘어져서 도움을 청할 때에만 손을 내밀어 줬다.강서이가 창업한 뒤 고상만에게 도움을 청하는 건 처음이었다.“그러니까 부탁할 게 있어서 약을 가져온 거야?”고상만은 그런 것까지 따져 물었다.강서이가 난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강진 원장님이 한참 기다려서 약재를 다 구하셨어요. 마침 시기가 겹친 것뿐이에요. 원래 진맥도 받게 해 드리려고 했는데, 교수님이 도망가셨잖아요.”그제서야 겨우 기분이 풀린 고상만이 말했다. “도와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 대신 내 조건 하나는 들어줘야겠다.”...다음 날 아침, 강서이는 다른 회계법인을 만나러 가야 했다. 시청 회의 참석은 하장현에게 맡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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