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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Penulis: 낙화
“이 빌어먹을 년이!”

박정란은 정말로 증손주가 납치당하는 끔찍한 상상이라도 했는지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이내 가슴을 움켜쥐고 숨을 헐떡였고,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려갔다.

정루아는 노인이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모습을 보며 한층 더 덤덤해진 어조로 말했다.

“구태윤이 날 24시간 내내 감시할 수는 없잖아요? 틈만 나면 무슨 짓이든 저지를 줄 알아요.”

“정루아!”

구태윤의 관자놀이에 핏대가 불끈 솟아올랐다.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고, 깊은 곳에서 잔혹하리만치 서늘한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정루아는 그를 바라보며 태연하게 대꾸했다.

“당신 할머니 상태부터 좀 살피지? 숨넘어가기 직전인데, 이대로 방치해서 할머니 죽인 살인범이라도 되고 싶은 거야?”

구태윤의 안색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 입 안 다물어?”

정루아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래도 이혼 안 하겠다고 버티시겠다?

비록 몸은 갇혀 있을지언정 입까지 막고 말을 못 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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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08화

    정루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구태윤에게서 기어코 벗어나고야 말겠다는 듯 거세게 반항했다.구태윤이 한숨을 내쉬었다. 칠흑처럼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를 가만히 응시했다.“너한테 정말 잘 어울리는데.”“이제 싫다고 했잖아. 사람 말귀 못 알아들어?”“응.”구태윤은 문득 정루아를 앞으로 잡아당겼다. 눈동자 깊은 곳에서 서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예전에 이 브랜드 좋아한다고 했잖아. 신상이 나올 때마다 제일 먼저 착용하고 싶다고... 난 다 기억하고 있어.”그녀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했던 고백을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듯이.정루아의 말이라면 그는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그런데 이제는 싫어졌다고 했다.사람 마음이 어떻게 이리 쉽게 식을 수 있단 말인가.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차 안의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집요한 시선에 숨 막히는 압박감이 밀려왔지만, 정루아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구태윤이 손을 뻗어 버튼을 누르자 차단막이 스르륵 올라갔다.뒷좌석의 공간이 순식간에 답답하게 느껴졌다.구태윤은 거칠어진 호흡을 다스리며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루아야, 사람은 그렇게 금방 변하면 안 되는 거야.”정루아는 가슴 속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아내 손가락 마디가 하얘지도록 주먹을 꽉 쥐었다.“그 말, 당신한테 해주고 싶네. 먼저 변한 건 당신이야.”“아니, 난 변한 적 없어.”구태윤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야.”정루아는 숨을 깊게 내쉬며 눈을 감았다가 떴다.“만약 나랑 정시연이 납치돼서, 당신이 딱 한 사람만 구할 수 있다면 누구 선택할 거야?”“그게 무슨 소리야.”구태윤은 대답을 피했다.“네가 위험해질 일은 없어.”“봐, 당신은 빈말이라도 날 선택하겠다고는 안 하잖아.”정루아는 비아냥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그런 일 생기지 않을 거 알아. 내가 미쳤다고 스스로 위험에 빠뜨리겠어? 하지만 내가 듣고 싶었던 건 날 고르겠다는 그 한마디였어, 이런 식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07화

    임혜숙은 안절부절못했다.“이제 어떡하면 좋아? 루아가 나를 아예 만나 주지도 않으니...”정석주는 지친 듯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며 입을 열었다.“구태윤이 하자는 대로 해. 우선 회사부터 살리고 봐야 할 거 아니야.”임혜숙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진짜 해도 해도 너무한다. 루아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구태윤이 이 지경까지 나오는데 마냥 보고만 있어? 이제 부모 따위 안중에도 없나 봐.”정석주는 아내의 푸념을 무시하고 곧바로 구태윤에게 연락했다.그의 제안을 수락함과 동시에 식사 자리를 마련해 이번 사태에 관하여 마무리 짓기로 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사람은 역시나 한민혁이었다.“회장님의 뜻은 대표님께 잘 전달해 드리겠습니다.”예의 바르지만 철저히 거리를 두는 태도였다.전화를 끊은 정석주의 얼굴에 짙은 피로감이 번졌다.어느덧 눈가의 주름도 한층 더 깊어진 듯했다....한편, 정루아는 손에 쥐어진 머리카락을 내려다보며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믿기 싫은 현실이었으나, 그런데도 확인해야만 했다.정시연이 들어오기 전까지, 그녀는 집안의 애지중지하는 보물이었고 부모님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자신이 친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따위 할 이유조차 없었다.하지만 최근 일어난 일들은 저절로 의심을 품게 했다.차라리 친딸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마음이라도 편할 테니까.하지만 만에 하나 정말 친부모가 맞다면...정루아는 차마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앞으로 평생 이런 부모를 모시고 살아가야 한다니.그녀는 머리카락을 잘 보관해두었다. 퇴원하자마자 유전자 검사부터 진행할 생각이었다.물론, 끝까지 철저히 비밀을 유지해야 했다.만약 들켰다가 정석주 부부가 중간에서 손이라도 쓰면 큰일이었다.그날 해 질 녘.병실 문이 열리며 훤칠하고 키 큰 남자가 안으로 들어섰다.정루아는 그를 슬쩍 흘겨보며 입을 열었다.“상처도 거의 다 물어서 이제 퇴원할래.”“그래, 오늘 수속하자.”구태윤이 덤덤하게 대답했다.생각보다 흔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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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석주는 여전히 정루아가 먼저 잘못을 인정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박정란이 병원까지 다녀왔음에도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오히려 구명 그룹의 압박만 더욱 거세졌을 뿐이다. 각 은행에서는 빚을 독촉하는 전화가 빗발쳤고, 주가는 속절없이 폭락했다.정석주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이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곁에 서 있던 임혜숙 역시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내가 루아를 찾아갈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나오는 건 너무 하잖아.”그녀가 밖으로 나갈 때 경호원들은 딱히 막아서지 않았다.정작 정루아의 병실에 도착했지만, 한 발짝도 들어갈 수 없었다.결국 복도에 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루아야! 엄마 좀 들어가게 해줘. 할 말이 있어서 그래!”고요한 2층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유독 귀에 거슬렸다.경호원들은 난처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대낮에 고성을 지르며 소란을 피울 줄은 예상하지 못한 탓이었다.그중 한 명이 곧바로 구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임혜숙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소리쳤다.“루아야! 무슨 일이든 가족끼리 좋게 이야기하면 되잖니? 왜 엄마랑 아빠도 안 만나주는 거야? 부모한테 이렇게 철딱서니 없이 떼만 쓰면 어떡해.”정루아는 휴대폰을 들고 게임을 하고 있었다.등 뒤의 상처는 통증이 씻은 듯 사라진 대신 살이 차오르듯 간질거렸다.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신경이 쏠린 탓일까, 이번 판은 결국 깨지 못했다.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유리창 너머로 모녀의 시선이 마주쳤다.임혜숙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이내 한 걸음 바짝 다가섰다.“루아야, 엄마 좀 들어가면 안 될까? 할 말이 있어.”정루아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덤덤한 눈빛으로 가만히 쳐다볼 뿐이었다.임혜숙은 문득 딸이 너무 생경하고 낯설게 느껴졌다.어릴 때부터 유독 자신을 따랐던 아이였다. 작은 일 하나까지 전부 털어놓았고, 예쁜 옷을 입는 날이면 제일 먼저 달려와 칭찬을 바라는 눈으로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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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루아는 그만 웃음이 터졌다. 이내 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남한테 폐를 끼치기 싫어. 구태윤이 미쳐 날뛰기 시작하면 물불 안 가리는 거, 너도 잘 알잖아.”수화기 너머로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한참 동안 정적이 흐른 후에야 허도준이 입을 열었다.“우리 그래도 동창이잖아. 친구가 어려움에 부닥쳤는데 모른 척하고 싶지 않아.”순간, 정루아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고, 일부러 덤덤한 척 농담을 던졌다.“그럼 수임료를 꽤 톡톡히 쳐줘야겠네. 내 이혼 소송, 리스크가 보통 큰 게 아니니까.”허도준이 웃으며 맞받아쳤다.“걱정 마. 날 해외로 강제 추방하지 않는 한, 구태윤도 어쩌지 못할 테니까.”휴대폰을 쥔 정루아의 손가락에 힘이 점점 들어갔고, 눈동자에는 결의가 서렸다.“좋아. 그럼 이혼 소송 계속 진행할게.”허도준이 대답했다.“서류는 이미 다 준비해 뒀어. 네가 기소하겠다면 당장 법원에 제출할게. 그다음엔 조정 절차가 시작될 텐데, 그렇게 되면 이 일도 더는 숨길 수 없어.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 둬.”“응.”정루아는 대답한 뒤,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전했다.“도준아, 정말 고마워.”구태윤에게 경고를 받았다면 다른 이들은 진작에 기겁하며 도망쳤을 것이다.하지만 허도준은 여전히 그녀의 편을 들어주었다.정루아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허도준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이제 밥 한 끼 정도는 사줄 수 있지? 무리한 부탁은 아니잖아.”정루아는 한숨을 내쉬었다.“당장은 좀 힘들어. 지금은 상황이 여의찮거든.”“알겠어.”허도준이 한발 물러섰다.“언제든 시간 날 때 사줘. 기다리고 있을게.”“응.”전화가 끊기자 정루아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무엇 하나 결정하지 못해 방황하던 때, 허도준이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이혼 소송뿐이었다....박정란은 강제로 끌려가다시피 검사를 받았다.사실 징후가 있었던 터라 약을 먹고 나니 증상은 금세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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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빌어먹을 년이!”박정란은 정말로 증손주가 납치당하는 끔찍한 상상이라도 했는지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이내 가슴을 움켜쥐고 숨을 헐떡였고,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려갔다.정루아는 노인이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모습을 보며 한층 더 덤덤해진 어조로 말했다.“구태윤이 날 24시간 내내 감시할 수는 없잖아요? 틈만 나면 무슨 짓이든 저지를 줄 알아요.”“정루아!”구태윤의 관자놀이에 핏대가 불끈 솟아올랐다.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고, 깊은 곳에서 잔혹하리만치 서늘한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정루아는 그를 바라보며 태연하게 대꾸했다.“당신 할머니 상태부터 좀 살피지? 숨넘어가기 직전인데, 이대로 방치해서 할머니 죽인 살인범이라도 되고 싶은 거야?”구태윤의 안색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그 입 안 다물어?”정루아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래도 이혼 안 하겠다고 버티시겠다?비록 몸은 갇혀 있을지언정 입까지 막고 말을 못 하게 할 수는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다시 박정란을 바라보았다.“구하준이 이제 겨우 세 살이었던가요?”“구태윤!”박정란은 천인공노할 망언을 더는 들어줄 수가 없었다.이내 두 눈을 부라리며 손자의 이름을 불렀다.하지만 구태윤은 냉랭한 목소리로 경호원들을 불러 박정란을 억지로 끌어냈다.“이 불효막심한 놈들!”박정란은 핏대를 세우며 분통을 터뜨렸지만, 젊은 사내들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이내 병실 문이 다시 굳게 닫혔다.구태윤은 넥타이를 거칠게 잡아당겼다.그렇게 해서라도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털어내려는 듯했다.그는 정루아의 침대 앞으로 한 걸음씩 다가갔다.미간을 살짝 찌푸린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히 묻어났다.이내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루아야, 이제 이런 얄팍한 잔머리는 그만 굴려. 나랑 이혼하겠다고 본인 미래까지 망쳐버리는 게 얼마나 미련한 짓인지, 스스로 잘 알 텐데.”정말 미쳐서 모든 걸 내던질 작정이 아니라면, 굳이 자신과 진흙탕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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