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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Penulis: 낙화
‘이혼... 이혼하자!’

구태윤이 쥐고 있던 얼음을 세게 움켜쥐었다. 오래 쥐고 있던 탓에 얼음이 녹아 손가락 사이로 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정루아를 바라봤다.

“우리 지금까지 괜찮았잖아. 이런 일 한두 번도 아니었고.”

“이제 더는 참아줄 수가 없어. 그러고 싶지 않아!”

정루아가 물러서지 않고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난 충분히 알아듣게 말했을 텐데? 이젠 당신이 필요 없어졌어.”

구태윤의 눈꼬리가 붉어지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무려 8년이야. 이렇게 쉽게 끝내겠다고?”

“하...”

정루아가 헛웃음을 흘렸다.

“나한테는 그 8년이... 웃음거리나 다름없어.”

정루아가 한 걸음 다가섰다.

“왜 그런지 알아?”

구태윤의 가슴이 먹먹하게 조여 왔다. 다만 미간은 더욱 깊게 구겨졌다. 익숙해야 할 그녀의 얼굴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우리가 함께한 8년이... 하준이 울음 한 번, 정시연이 다급하게 걸어온 전화 한 통이면 밀려나는 거였더라.”

정루아가 천천히 뒤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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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182화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정루아의 눈동자가 서서히 싸늘해지더니, 이내 비웃음이 그 자리를 채웠다.“본인이 한번 들어봐요. 그게 사람이 할 소리인지.”임혜숙의 얼굴이 또다시 흉하게 일그러졌다.“루아야, 난 네 엄마야. 어떻게 엄마한테 그런 말을 하니?”정루아는 피곤한 듯 눈을 감아버렸다.“구태윤 데려와요. 내 조건 하나만 들어주면,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할게요.”임혜숙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살폈다.“...진짜야?”“대답은 구태윤이 조건을 받아들이느냐에 달렸어요. 그럼 나도 동의할 테니까.”정루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임혜숙은 복잡미묘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뒤돌아서 취조실을 나갔다.문이 닫히고 사방이 고요해졌다.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가 가라앉는 소리조차 들릴 것 같은 지독한 적막이었다.순간, 정적이 찾아왔다.정루아의 눈빛이 서서히 초점을 잃었다. 심장이 통째로 뜯겨 나간 듯, 지독한 통증이 가슴을 헤집었다.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애써 평정심을 찾았다.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가에서 다시금 기척이 들렸다.천천히 고개를 들자, 길고 곧은 실루엣이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천장의 조명이 눈이 시릴 만큼 강렬한 빛을 뿜어냈다.높은 눈썹뼈 아래로 짙은 속눈썹이 그늘을 드리운 남자의 얼굴은 수려하면서도 날카로웠고, 싸늘한 표정은 소름 끼칠 정도로 낯설었다.“구태윤, 나랑 이혼해. 안 그러면 이런 일, 앞으로 또 일어날 거야.”정루아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그녀는 이제야 확실히 깨달았다. 정시연이 매번 같은 수작으로 자신을 상대하려 든다면, 차라리 그 장단에 맞춰 줄 생각이었다.여기서 나가는 순간, 정시연을 볼 때마다 사정없이 짓밟을 것이다.측은지심에 마지못해 자신의 조건을 받아들일 때까지.그녀가 원하는 건 단지 하나였다. 그저 이혼하고 싶을 뿐.지금 이 상황은 지난번 구하준이 계단에서 굴러떨어졌을 때와 소름 끼치도록 흡사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누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181화

    정루아는 경찰서로 연행되어 취조실의 차가운 의자에 앉아 있었다.맞은편의 형사 두 명이 의례적인 질문을 던졌다.하지만 그녀는 내내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두 형사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이내 입을 다물었다.CCTV 영상을 확보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고, 정시연도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해 혼수상태였다.정루아는 혼자 취조실에 남겨졌고, 다른 이들은 모두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얼굴에는 짙은 피로감이 묻어났다.이런 유치한 수작, 정말이지 진저리가 났다.하지만 이번만큼은 되려 기회일지도 몰랐다.구태윤과 마침내 이혼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명분이었다.그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더니 조소가 번졌다.오랜 침묵 끝에, 정루아는 형사에게 구태윤을 만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시간이 1분 1초 흘러갔다.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취조실 문이 열렸다.하지만 안으로 걸어 들어온 사람은 구태윤이 아니라 임혜숙이었다.임혜숙은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그녀를 표독스럽게 노려보았다.정루아는 고개를 들어 서슬 퍼런 눈빛을 마주했다.속눈썹이 가늘게 떨렸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미건조하게 물었다.“그 눈빛을 보니, 정시연이 죽기라도 한 모양이죠?”“정루아, 이 독한 년!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야?”임혜숙이 다짜고짜 손을 치켜들었다. 뺨이라도 갈길 기세였다.“손대시면 안 됩니다!”그때, 스피커를 통해 형사의 호통 소리가 울려 퍼졌다.임혜숙의 손이 허공에 우뚝 멈추었다.정루아가 싸늘하게 쏘아붙였다.“고작 이 정도로 치를 떠시는 거예요? 난 앞으로 훨씬 더한 짓도 할 수 있는데.”임혜숙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시연이는 너한테 상처 준 적도 없잖아. 매번 양보하면서 살았는데, 대체 왜 네 언니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이유는 간단해요. 그냥 꼴 보기 싫으니까.”정루아의 눈동자는 호수처럼 잔잔했다.“여기서 나가기만 해 봐요. 그 계집애 볼 때마다 못살게 굴 거예요.”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180화

    정시연은 정루아를 발견하자마자 손목을 움켜잡고 비상계단으로 끌고 갔다.정루아의 안색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뭐 하는 짓이야? 이거 놔!”하지만 정시연은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악착같이 손을 놓지 않았다.비상계단에 들어서고 나서야 정루아의 팔을 거칠게 내동댕이쳤다. 그러고는 핏발이 선 눈으로 쏘아붙였다.“너지? 네가 먼저 선수 쳐서 배진욱 만난 거지?”정루아는 팔짱을 끼더니 코웃음을 쳤다.“선수 치다니? 각자 능력껏 움직인 건데, 본인이 무능해서 날려 버린 기회를 왜 남 탓으로 돌려?”정시연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태윤 씨가 약속했단 말이야! 정원 그룹과 배성 그룹의 협력은 내가 성사하게 해 주겠다고. 그런데 네가 무슨 권리로 가로채?”정루아의 눈빛이 점차 싸늘하게 변했고,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혐오감이 짙게 배어 나왔다.“그럼 구태윤한테 가서 따져야지. 얼마나 쓸모가 없으면 그 사소한 기회조차 네 손에 쥐여 주지 못 하냐고.”그리고 쌀쌀맞은 한 마디만 남긴 채 뒤돌아서 자리를 뜨려고 했다.이런 유치한 신파를 더 들어줄 여유 따윈 없었다.하지만 정시연은 또다시 그녀를 붙잡고 늘어졌다.“루아야, 넌 왜 맨날 내 걸 빼앗아 가지 못해 안달이야? 난 그저 입양아일 뿐이잖아. 엄마 아빠가 키워준 은혜에 보답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런 기회조차 주기 싫은 거야?”“이거 놓으라고!”정루아가 세차게 손을 뿌리쳤다. 정시연의 살갗이 닿는 것조차 끔찍하게 싫었다.“아악!”그 찰나, 날카로운 비명을 들려왔다.이어서 무언가 둔탁하게 굴러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정루아가 고개를 돌렸을 땐, 정시연은 이미 계단 아래로 떨어진 뒤였다.바닥에 쓰러진 정시연은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고통으로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세상에! 이게 무슨 난리래?”마침 담배 피우러 비상구로 들어서던 아래층 직원이 그 광경을 목격하고는 다급히 뛰어왔다.그러자 정시연이 가늘게 떨리는 손가락으로 정루아를 가리켰다.“왜... 날 밀었어...?”말을 마치기도 전에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179화

    “루아야, 오늘 진짜 예쁘다.”구태윤은 정루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커다란 정장 속 가냘픈 몸매를 눈에 담았다.붉은 드레스는 그에게 유독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정루아는 차가운 낯빛으로 앞만 보고 걸어가 차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걸치고 있던 옷을 밖으로 던져 버렸다.그 모습을 본 구태윤은 허리를 굽혀 재킷을 주워 올리며 물었다.“이거 별로야? 그럼 다시는 안 입을게.”말이 끝나기 무섭게 곧장 쓰레기통에 처박았다.정루아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당신도 별로인데, 앞으로는 내 눈앞에 얼씬거리지도 마.”“싱거운 소리 하기는.”구태윤은 웃기만 할 뿐,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이내 기사에게 출발하라고 지시한 뒤, 다시금 정루아의 손을 붙잡았다.하지만 정루아는 그의 손길을 피하며 휴대폰으로 게임을 시작했다.구태윤의 눈동자가 한층 더 어둡게 가라앉았다.차가 한참을 달린 후에야 그가 입을 열었다.“배진욱이랑 거리 둬. 겉모습에만 현혹되지 말고.”정루아는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게임에만 열중했다.“루아야.”원하는 반응이 돌아오지 않자, 구태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그리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정루아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당신은 뭐 얼마나 대단한 위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네.”구태윤의 가슴이 답답해졌다. 날카롭게 꽂히는 차가운 시선이 못 견디게 거슬렸다.“난 네 편이잖아. 배진욱 그 자식은 겉보기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야.”구태윤이 나직이 경고했다.정루아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다시 게임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침묵이 내려앉은 차 안은 묘하게 싸늘한 기류가 감돌았다.운전기사는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했다.얼마 후, 차는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정루아는 문을 열고 내리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구태윤은 차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 한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배성 그룹 감시해. 루아한테 접근하는지 잘 지켜보고.”한민혁이 물었다.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178화

    주위는 온통 어두컴컴했다.식탁 위 조명이 은은하고 부드러운 빛을 뿜어내고 있었지만, 복잡한 감정이 일렁이는 남자의 깊은 눈동자까지는 닿지 못했다.구태윤은 눈가가 붉어진 정루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상처받은 기색이 너무도 선명해 그의 마음 역시 무겁게 가라앉았다.이내 침을 꿀꺽 삼키며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루아야, 그 여자가 끔찍한 고통 속에서 분만실로 실려가는 걸 봤어. 찢어질 듯한 비명도 들었지. 아이 하나를 낳기 위해 지옥 문턱까지 다녀오더라고. 난 그때 생각했어. 만약 저 분만실 안에 있는 게 너라면 어땠을까... 아마 난 미쳐버렸을 거야.”그가 시선을 내리깔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앞으로 남은 인생, 우리 둘만으로도 충분해. 구씨 가문에는 이미 하준이가 있잖아. 나까지 대를 이을 필요 없어. 그러니까 너한테는 그런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내 생각은 물어보긴 했어?”정루아가 차갑게 식어버린 어조로 되물었다.“미안해.”구태윤의 목소리가 한층 더 가라앉았다.“내가 잘못했어. 너한테 먼저 물어보고 정관수술을 해야 했는데.”“하...”정루아의 입에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내가 당신이랑 똑같은 생각이었을 거라고 믿었나 보네?”구태윤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아니었어? 루아야, 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잖아.”그에게 아이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두 사람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식이라는 존재 또한 필요 없었다.지난 8년 동안, 오직 서로만을 온전히 사랑해 왔으니까.“당신 정말 무서운 사람이구나.”정루아의 몸이 팽팽하게 굳어졌다. 투명한 눈동자에는 그를 처음 마주한 듯한 낯선 경계심이 감돌았다.“당신은 어떨지 몰라도 난 아이 갖고 싶어. 둘이서만 지내는 것도 좋다고 말하긴 했지만 자의인지, 타의인지는 엄연히 다른 문제야.”그러자 구태윤이 받아쳤다.“하준이를 보고 나서 아이를 갖고 싶어진 건 아니고?”정루아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싸늘하게 대꾸했다.“이제 와서 꼬치꼬치 따져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어?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177화

    구태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입술을 삐죽였다.“그거 참 우연이네요.”배진욱은 노골적인 적의를 느꼈다. 서늘한 한기가 감돌며 정체 모를 압박감이 숨통을 조여왔다.구태윤은 정루아를 바라보며 한결 누그러진 어조로 말했다.“루아야, 나 배고픈데. 같이 먹어도 될까?”정루아는 그를 무심하게 바라보았다.‘내가 허락할 거로 생각하나? 기가 차서 원.’그녀의 기분이나 부탁은 평소에 안중에도 없던 인간이지 않은가.정루아는 시선을 거두고 무시로 일관했다.구태윤은 씁쓸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그녀의 손가락을 움켜쥐었다.“루아야.”“이거 놔. 물 마시게.”정루아의 어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구태윤의 눈빛이 한층 어둡게 가라앉았지만, 결국 그녀를 놓아주었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배진욱은 두 사람을 유심히 관찰했다.딱 봐도 파탄 직전처럼 위태로워 보이는 부부 관계였다.이윽고 음식이 서빙되자 구태윤은 종업원에게 수저를 추가해 달라고 요청한 뒤, 자연스럽게 정루아가 좋아하는 요리를 몇 가지 더 주문했다.식탁 위를 감도는 공기는 여전히 숨이 막힐 정도로 무거웠다.그때, 배진욱의 휴대폰이 울렸다.전화를 확인한 그가 미안함이 역력한 얼굴로 정루아를 바라보았다.“죄송해요, 루아 씨.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일어나 봐야 할 것 같아요.”정루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어서 가보세요. 급한 일부터 처리하셔야죠.”배진욱이 일어나 구태윤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서 방을 나갔다.그가 자리를 비우자 정루아는 가면을 벗어던지고 비아냥거렸다.“그렇게 좋아하는 형수님은 팽개치고 여긴 왜 왔대?”구태윤은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하며 해명했다.“마지막으로 도와줬을 뿐이야. 과거의 일은 이걸로 전부 청산했어.”정루아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굳이 그럴 필요가 있어? 당신이 형수랑 끝냈다고 쳐. 그럼 구하준은 어쩔 건데? 평생 모른 척이라도 하려고? 둘은 엄마와 아들이고 한 몸이나 다름없어. 당신은 영원히 그 굴레에서 못 벗어나.”이내 젓가락을 내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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