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단순한 충돌로는 뚫을 수 없는 질량의 장벽.나는 조종간의 트리거를 당기며 단전의 빙정과 뇌전의 출력을 브류나크의 창끝으로 집중시켰다."오메가 볼텍스, 신살창 나선 구조에 동기화해!"[확인! 에너지 압축률 임계점 돌파! 나선 가속 시작합니다!]위이이이잉-!!!! 콰아아앙-!!!!레비아탄의 오른팔에 쥐어진 브류나크의 나선형 창신을 따라, 보랏빛 뇌전과 백색의 냉기가 미친 듯이 회전하며 가속하기 시작했다.오메가 볼텍스의 회전력이 신살창의 구조를 타고 증폭되며, 공간 자체를 뚫어버리는 파멸적인 에너지의 소용돌이를 형성했다.생명의 뼈대를 이루는 가장 안정적이고 근원적인 나선(螺旋)의 형태.모든 물리 법칙을 분자 단위에서부터 비틀어 붕괴시키는 궁극의 회전이자, 인과율을 찢고 나아가는 절대적인 창격(槍擊)의 이름."알파 헬릭스(Alpha Helix)!!!!"나의 포효와 동시에, 브류나크의 창끝에서 거대한 나선형의 에너지 포격이 쏘아져 나갔다.콰아아아아아앗-!!!!물리적인 폭발이 아니었다.창끝에서 뻗어 나간 백색과 보랏빛의 나선포가 전방 수 킬로미터의 공간을 직선으로 완벽하게 관통해버렸다.그것은 단순히 장애물을 부수는 것이 아니라, 오메가 볼텍스의 회전력이 닿는 모든 인과율을 갈아버리며 앞을 가로막는 빌딩 잔해와 쓰나미 덩어리들을 분자 단위에서부터 소거시켜 버리는 기괴한 현상이었다.나선형의 궤적이 휩쓸고 지나간 전방에, 현실 세계로 통하는 좁은 차원의 틈새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진 거대한 진공의 터널이 열렸다.[전방 장애물, 완전 소멸! 차원문까지의 경로 완벽하게 확보되었습니다!]레비아탄의 경악에 찬 기계음이 터져 나왔다.알파 헬릭스의 압도적인 관통력은 아공간의 잔해들을 마치 연기처럼 흩어지게 만들었다."스러스터 풀 가동! 달린다!!!!"우오오오오오-!!!!레비아탄의 등 뒤와 종아리에서 시퍼런 스러스터 불꽃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차원 도약 엔진이 만들어낸 중력의 역장을 타고, 흑기사의 거체가 알파 헬릭스가 뚫어놓은 진공의 터널을 뚫
전 주인이 어떤 위대한 성인이었든, 이 창이 얼마나 대단한 인과율의 신성을 품고 있든 그건 내 알 바가 아니다.도구는 도구답게, 주인이 휘두르는 대로 대가리나 깨면 그만이다.무기의 뜻에 주인이 질질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무기의 기강을 물리적으로 박살 내서라도 강제로 내 발밑에 굴복시키는 것이 진정한 주객의 조화다."레비! 뇌전 출력 한계 돌파! 플렉소 일렉트릭 400퍼센트 풀 개방해!!!!"[명령 수신!!!! 시스템 안전장치 전면 해제!!!! 코어 융해 위험도 임계점 돌파!!!!]레비아탄 역시 나의 흉악한 분노에 동조하며 끔찍한 기계음을 토해냈다.동시에 나는 단전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던 EX급 빙정의 코어를, 육체의 신경망이 박살 날 각오로 한꺼번에 거칠게 열어젖혔다.심연의 군단장인 이그니스를 짓뭉갰던 그 압도적인 얼음의 결정들이 단전 내부에서 미친 듯이 진동하고 비틀리며 테라와트급의 거대한 전압을 발생시켰다.쿠구구구구궁-!!!!!!!!나의 육체와 레비아탄의 회로를 찢어발길 듯이 뿜어져 나온 보랏빛 뇌전과 창백한 절대영도의 한기.나는 그 무식하고도 폭력적인 양자 유체의 에너지를, 브류나크를 쥐고 있는 레비아탄의 우측 기계 팔을 통해 창의 신경망 안에 무자비하게 때려 박았다.파아아아아앗-!!!!브류나크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주도권 다툼.창이 뿜어내던 숭고한 황금빛 신성이, 내가 주입한 보랏빛 뇌전과 절대영도의 한기에 휩싸여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창은 끝까지 내게 헌신과 동화를 요구하며 신경망을 태우려 들었지만, 나는 오히려 그 창의 기판 자체를 빙정의 한기로 깡그리 얼어붙게 만들고 플렉소 뇌전으로 과부하를 걸어버리고 있었다.어설픈 정신적 교감 따위는 없다. 오직 압도적인 에너지로 찍어 누르는 폭력적인 종속뿐이다."새 주인이 들어왔으면 머리를 조아려야지. 쓸데없는 똥고집 부리지 말고."내 두 눈동자가 심연보다 더 흉악하고 끈적한 살의를 뿜어냈다.쩌저저저적-!!!!마침내, 나의 미친듯한 플렉소 에너지가 브
[2026년 5월 말. 차원의 틈새, 제0 구역]희생을 거부하고 일상의 욕망을 긍정한 나의 오만함에, 10년 전의 영웅은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빛으로 산화했다.주지헌의 사념이 완전히 흩어지고 난 뒤의 아공간.적막이 내려앉은 잿빛 허공 한가운데서, 나의 흑기사 레비아탄은 마침내 그 거대한 강철 손아귀로 신살창 브류나크의 두꺼운 자루를 확고하게 틀어쥐고 있었다.손에 쥐여진 브류나크의 시각적 압도감은 상상을 초월했다.단순히 인간의 손에 쥐여져 있던 평범한 크기의 창이 아니었다.새로운 주인을 맞이할 준비를 하듯, 혹은 나라는 이질적인 침입자를 맹렬하게 경계하듯, 창의 본체는 주변의 부서진 차원 파편들을 자력으로 끌어당기며 스스로 그 부피를 기하급수적으로 불려 나가고 있었다.프로그래머블 메터(Programmable Matter).사용자의 마력과 체급에 맞춰 형태와 질량을 자유자재로 변환한다는 그 전설적인 아티팩트의 특성.창은 어느새 20미터짜리 거대 기갑인 레비아탄의 체급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수십 미터 길이의 거대하고 흉악한 나선형 랜스의 형태로 벼려져 있었다.창신을 휘감고 도는 찬란한 황금빛 신성.그것은 10년 전 세상을 구했던 숭고한 희생의 에너지가 여전히 응축되어 있는, 범접할 수 없는 구시대 영웅의 투기 그 자체였다.콰아아아아아앙-!!!!!!!!!!!!기계 손이 창자루를 쥐고 있는 그 좁은 접점에서부터.고막을 찢는 물리적인 소음이 아니라, 뇌수를 직접 타격하고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는 듯한 차원적인 폭발음이 척추 신경망을 타고 미친 듯이 역류해 들어왔다.파가가가각- 쩌어어어억!!!!상하좌우의 개념이 상실된 잿빛 아공간 전체가 마치 거대한 지진파를 정면으로 맞은 것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브류나크의 내부에 10년 동안 굳건히 잠들어 있던 숭고한 신성 에너지와, 내 단전에 똬리를 틀고 있던 빙정 코어의 극한의 한기가 거칠게 충돌하며 일으키는 파멸적인 공명이었다."크아아아악!"나도 모르게 입에서 짐승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과거 자신이 목숨을 바쳐 토벌했던 뇌전의 군주가, 이제는 껍데기만 남아 나의 충실한 노예가 되어 있는 모습이 그에게는 적잖이 기이하게 보였을 것이다.주지헌의 사념은 다시 몸을 돌려, 찬란하게 빛나는 신살창 브류나크를 쓰다듬듯 손을 뻗었다.그의 손길이 닿자 창이 기괴한 공명음을 내며 아공간 전체를 뒤흔들었다."너의 대답은 첫 번째 사념을 통해 똑똑히 전해 들었다. 하지만, 이곳은 현실과 단절된 차원의 심연. 영혼의 대답과 육신을 이끌고 직면하는 현실의 무게는 다른 법이다."주지헌의 목소리가 한층 무겁고 엄숙하게 가라앉았다.그의 반투명한 눈동자가 나를 꿰뚫을 듯이 직시했다."이 창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다. 세상의 인과율을 베어내고 불멸을 소멸시키는 힘. 그 권능을 쥐는 순간, 너는 평범한 일상을 영원히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공간의 압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무거워지며 레비아탄의 장갑판을 짓눌렀다.SSS급 헌터의 사념이 뿜어내는, 영웅으로서의 지독한 패기이자 마지막 시험이었다."다시 한 번 묻겠다. 하태수. 진정으로 세상의 방패가 되어, 남은 이들을 위해 네 한 목숨을 희생할 각오가...""하하, 진짜 아저씨들 뇌절은 알아줘야 한다니까."나는 주지헌의 엄숙한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콕핏 내부에 울려 퍼질 정도로 크고 건조한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잘라버렸다.나는 안전벨트를 툭 풀고, 의자 등받이에 거만하게 몸을 기대며 팔짱을 꼈다."그때 분명히 말씀드렸을 텐데요."내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세상의 짐? 희생? 그딴 거창한 사명감 따위, 관심 없다고요."내 돌발적인 대답에 주지헌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영웅이랍시고 자기 목숨 내던져서 세상 구하는 거. 그거 결국 남은 사람한테 평생 지워지지 않는 지독한 짐을 떠넘긴 것뿐이라는 제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나는 다시 조종간을 단단히 틀어쥐며, 레비아탄의 거대한 기계 팔을 들어 올려 전방을 향해 뻗었다."나는 존나게 이기적이고 욕심이 많아서, 세상의 짐 따위 짊어질
콰아아아아앙-!!!!차원의 틈새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오감이 모조리 박살 나는 듯한 끔찍한 멀미가 척추를 강타했다.빛과 소리가 거꾸로 흐르고, 위장이 뒤틀리며 피가 역류하는 듯한 차원 도약의 생리적 부작용.레비아탄의 무광 장갑판이 엄청난 차원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찌그덕거리며 비명을 질렀다.영원처럼 길게 느껴진 수십 초의 끔찍한 시공간의 멀미.그리고 마침내.파아아아앗-!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던 불쾌한 노이즈가 거짓말처럼 걷히며, 레비아탄의 거구가 차원의 벽을 뚫고 미지의 공간 속으로 튕겨 나갔다.“허억... 하아...”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파노라마 모니터를 통해 바깥을 확인했다.그리고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는 순간, 나는 조종간을 쥔 손에 나도 모르게 힘을 풀 수밖에 없었다.기괴하고도 오묘한 침묵의 세계.상하좌우의 개념이 완벽하게 상실된, 무중력의 잿빛 아공간(亞空間).그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허공 속에는, 지구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초현실적인 잔해들이 파편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아스팔트가 엿가락처럼 휘어진 고속도로의 파편들과, 그 위에 널브러진 수백 대의 녹슨 자동차들.심지어 수십 미터 높이로 솟구치다 그 형태 그대로 얼어붙어 정지해버린, 거대한 바다의 해일(쓰나미) 덩어리.반으로 뚝 부러진 채 붉은 녹이 슬어있는 거대한...도쿄 타워?“뭐야. 이게 다... 10년 전 대해식의 파편들이라고?”내 목소리가 콕핏 안에서 공허하게 맴돌았다.10년 전, 심연의 군주들이 융기하며 전 세계 해안가를 집어삼키고 일본 열도를 침몰시켰던 대재앙의 날.그날 차원이 찢어지며 휩쓸려 들어온 잔해들이, 시간의 흐름마저 멈춰버린 이 제0 구역의 아공간 속에 완벽하게 박제되어 떠다니고 있는 것이다.하나의 거대한 무덤이자, 멸망의 시간을 가둬둔 우주의 쓰레기장.[형님. 전방 3시 방향입니다! 공간의 중심부에서 엄청난 에너지 파장이 감지되고 있습니다!]레비아탄의 다급한 알림에, 나는 기체의 자세 제어 스러스터를 미세하게 조
[부산 해안 방위사령부 아크 부대 지하 격납고]매캐한 용접 가스 냄새와 뜨겁게 달아오른 윤활유 냄새가 거대한 지하 격납고를 꽉 채우고 있었다.평소라면 정비병들이 분주하게 오가며 소음을 냈을 공간이지만, 오늘 밤만큼은 숨 막히는 정적만이 맴돌았다.수십 명의 아크 부대 수뇌부와 연구원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올려다보고 있는 곳.그 시선의 끝에는, 지난 일주일 동안 신수지와 윤철수가 피를 토해가며 마개조를 감행한 20미터의 흑기사, 레비아탄이 육중한 위용을 뽐내며 서 있었다.가장 눈에 띄게 변한 것은 기체의 등 뒤, 메인 스러스터 하단부에 새롭게 증설된 거대한 보조 동력로였다.이그니스의 가슴팍에서 뜯어낸 거대한 붉은 마석, ‘염마의 심장’.그 흉악한 심연의 동력원을 삼천 그룹의 최신형 위상 반전 코어와 강제로 융합시켜 만든 미친 발명품.주변의 빛마저 빨아들일 듯 일렁이는 검붉은 에너지를 토해내고 있는 그것이 바로, 물리적인 공간을 찢어발기고 아공간으로 진입하게 해줄 ‘차원 도약 엔진(블랙홀 드라이브)’이었다.나는 한 손에 할머니가 챙겨주신 3단 스테인리스 만두 찬합을 든 채, 레비아탄의 발밑에서 퀭한 눈을 한 두 명의 공돌이를 쳐다보았다.“테스트는 다 끝난 거 맞지.”내 건조한 물음에, 윤철수가 충혈된 눈을 비비며 태블릿의 홀로그램 패널을 허공에 띄웠다.“이론상으로는 완벽해. 염마의 심장이 뿜어내는 공간 왜곡 파장을 역으로 위상 반전시켜서, 전방 100미터의 3차원 좌표를 강제로 붕괴시키는 원리지.”“이론상이라는 말이 제일 무서운 거 알지.”내가 혀를 차자, 옆에 서 있던 신수지가 기름때 묻은 작업복 소매를 걷어붙이며 코웃음을 쳤다.“걱정 마십쇼! 저랑 철수 씨가 며칠 밤을 새워서 안전장치를 삼중으로 걸어놨으니까요! 만약 실패하면 랩실 연구비 몽땅 반납하고 하숙집 화장실 청소 한 달 동안 도맡아 하겠습니다!”“청소는 당연히 해야지, 내 방까지 다 해라.”나는 가볍게 농담을 던지며 만두 찬합을 고쳐 들었다.농담으로 긴장을 풀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