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어제 저녁에 우리 이모님이 수육을 썰면서 그러시더군요. 고기든 사람이든 한 번 썩은 건 아무리 삶아도 구린내가 안 빠진다고. 당신들 속에서 나는 썩은 내가 부산 앞바다 전체에 진동을 합니다.”내 눈빛이 짐승처럼 서늘하게 가라앉았다.“당신이 짐승 새끼들한테 열어준 그 문 때문에, 우리 집 식구들 폐에 그 역겨운 붉은 안개가 들어갈 뻔했습니다. 그건 어떻게 보상할 겁니까.”“보, 보상하겠네! 원하는 건 뭐든 주겠어!”죽음의 공포가 턱끝까지 차오르자, 윤대호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두 손을 모아 싹싹 비비기 시작했다.“철, 철수! 그래, 우리 철수! 내가 못난 아비라서 그 아이의 진가를 몰라봤네! 자네가 우리 아들놈을 거둬주었다고 들었어!”나를 설득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그가, 결국 꺼내지 말아야 할 가장 치졸하고 천박한 패를 던진 것이다.“내가 다 양도하겠네! 해운대 길드의 지분 80%, 아니 100%를 전부 철수 이름으로 넘겨주겠어! 삼천 그룹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부와 권력을 그 아이에게 쥐여줄 테니, 제발 아비의 목숨만은 살려주게!”나는 윤대호의 그 비참한 절규를 들으며, 아주 짧고 헛헛한 실소를 터뜨렸다.돈, 지분, 권력.죽음이 눈앞에 닥친 순간에도, 저 인간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숫자로 매겨지는 가격표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자신의 핏줄을 팔아서라도 살아남겠다는 그 지독하게 일관된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이 역겨우면서도 참으로 투명했다.“착각 단단히 하시네.”나는 피우던 담배를 레비아탄의 장갑판에 지져서 껐다.“당신이 짐짝 취급하는 그 녀석은 이미 내 하숙집에서 매일 아침 같이 밥을 먹는 내 식구입니다.”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레비아탄의 콕핏 안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이모님이 끓여주는 김치찌개 한 그릇에 세상을 다 가진 듯 웃는 녀석의 얼굴을 본 적 있나? 당신은 그 웃음을 앗아가려 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하, 하 준위! 제발!”나는 콕핏의 의자에 앉아 조종간을 거칠게 틀어쥐었다.저런 자에게 굳이 피를 묻
우오오오오오-!!!!거대한 수직 통로 내부가 좁은 아궁이처럼 변하며 시퍼런 추진 불꽃으로 가득 찼다.수천 도의 반사열이 콕핏의 유리창까지 붉게 달궜지만, 윤철수와 신수지가 5만 개의 마석을 갈아 넣어 만든 ‘초전도 쿨링 시스템’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기체의 융해를 완벽하게 막아냈다.쿠구구구구궁-!!!!!!!!레비아탄이 중력을 거스르며 100층짜리 마천루의 정중앙을 뚫고 수직으로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건물의 척추나 다름없는 코어 벽면이 20미터짜리 쇳덩어리의 추진력을 견디지 못하고 끔찍하게 갈려 나갔다.통로를 지탱하던 굵은 철근들이 끊어지고, 콘크리트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빌딩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미친 듯이 요동치며 붕괴의 비명을 토해내고 계기판의 층수 알림이 룰렛처럼 미친 듯이 올라갔다.30층. 50층. 80층. 90층.“윤대호 씨.”나는 조종간을 부러질 듯 틀어쥐며 차갑게 읊조렸다.“문 열어라. 청구서 결제하러 왔다.”콰아아아아아앙-!!!!!!!!!!!!발밑에서 터져 나온 끔찍한 폭발음이 100층 펜트하우스의 공간을 완벽하게 찢어발겼다.수십억 원을 호가한다던 이탈리아제 최고급 대리석 바닥이 융단폭격이라도 맞은 듯 산산조각 나며 치솟아 올랐다.천장에 매달려 있던 거대한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폭발의 충격파를 견디지 못하고 와장창 무너져 내리며 유리 파편의 비를 뿌렸다.뿌연 콘크리트 먼지와 시퍼런 스러스터의 화염이 걷힌 자리.넓디넓은 펜트하우스의 정중앙에, 20미터짜리 거대한 흑기사가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사신처럼 압도적인 자태로 우뚝 서 있었다.기체의 관절부마다 뿜어져 나오는 짙은 보랏빛 뇌전이 칠흑 같은 실내를 섬뜩하게 밝혔다.“사, 사격해! 당장 저 쇳덩어리를 쏴!”윤대호를 호위하던 A급 경호대장이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악을 썼다.타타타타탁-! 콰아앙-!살아남은 십여 명의 정예 각성자들이 일제히 마력탄과 중화기를 난사했다.강력한 화력이 레비아탄의 무광 장갑판 위로 쏟아졌지만, 흠집 하나 남기지 못한 채 무
그때였다.지지직- 삐이익-!빌딩 전체의 스피커를 통제하는 메인 방송망 시스템에서 거친 노이즈가 터져 나왔다.[아, 아. 마이크 테스트. 해운대 길드 본사, 방송망 접속 완료했습니다.]윤대호의 동공이 일순간 크게 확장되었다.도심의 전파가 붉은 안개에 막혀 먹통이 된 상황.이 철통같은 길드의 폐쇄 회로 통신망을 무식하게 뚫고 들어온 목소리는, 윤대호에게 너무나도 익숙하고 소름 끼치는 음성이었다.“처, 철수...?”윤대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네, 아버지.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윤철수입니다.]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아들의 목소리는 지독하게 건조하고 차분했다.[아버지가 늘 말씀하셨죠. F급은 가문의 수치니, 본가로 돌아와 숨만 쉬며 없는 사람처럼 찌그러져 살라고. 제 인생의 가격표를 매기고, 그 좁은 새장에 가둬두려 하셨습니다.]방송은 100층 펜트하우스뿐만 아니라, 밖에서 방어선을 구축하던 각성자들의 헬멧 통신망으로도 고스란히 송출되고 있었다.“이, 이 호로자식이...! 감히 어디라고 통신망에 해킹을 해! 당장 연결 안 끊어!”윤대호가 허공을 향해 악을 썼지만, 철수의 차가운 독백은 멈추지 않았다.[하지만 저는 제 발로 그 성을 나왔고, 아버지가 비웃던 그 고철을 만지며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능력 지상주의 덕분에, 아버지는 지금 수백만 명의 시민을 짐승들에게 팔아넘긴 끔찍한 매국노가 되셨습니다.]철수의 목소리에 짙은 분노와 환멸이 묻어났다.[없는 사람 취급했던 F급 아들이 만든 기체가, 지금 아버지가 돈으로 쌓아 올린 그 거대한 성벽을 무너뜨리러 갑니다.]마지막 선전포고가 부산의 밤하늘을 서늘하게 울렸다.[똑똑히 지켜보십시오. 자본주의의 끝이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지.]콰아아아아앙-!!!!철수의 방송이 끝나기가 무섭게, 해운대 마천루의 1층 로비 쪽에서 빌딩 전체를 뒤흔드는 엄청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무, 무슨 일이야! 옥상 방어선으로 접근한 게 아니었어?”윤대호가 바닥에 엎드린 채 A급 경호대장을
"그 새끼가 직접 이 도심으로 들어온다고 했나.""모, 모른다네! 우린 그저 코드를 열어주고 서울로 빠져나가려 했을 뿐이야! 진짜라네! 나는 그저 윤대호의 꾐에 넘어간...""됐어."나는 최무진의 변명을 차갑게 자르고, 단전의 빙정 코어를 다시 한계까지 열어젖혔다.우우우우웅-!!!!일시 정지되었던 절대영도의 한기가 댐이 터지듯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다.보랏빛 뇌전과 함께 뿜어져 나온 냉기가, 최무진의 명치를 거쳐 목덜미까지 순식간에 집어삼켰다."살려... 으어어어억!"최무진의 두 눈동자가 허옇게 뒤집혔다.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던 뜨거운 단말마의 입김조차 허공에서 얼어붙어 우박처럼 툭툭 떨어졌다.얼굴의 피부 조직이 유리창처럼 투명하고 딱딱하게 굳어버리며, 그가 지어냈던 마지막 공포의 표정마저 완벽하게 박제되었다.단 3초.대한민국 1위 길드의 실세이자, 탐욕으로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의 머리통까지 완벽한 얼음 조각으로 변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더러운 돈은 지옥 가서 노잣돈으로나 써라."나는 조종간을 옆으로 거칠게 꺾었다.레비아탄의 거대한 기계 손이 허공에서 툭 하고 벌어졌다.아무런 반항도, 생명력도 남지 않은 무거운 얼음덩어리가 30미터 상공에서 아스팔트를 향해 수직으로 추락했다.콰장창-!!!!마치 거대한 샹들리에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듯, 끔찍하고도 경쾌한 파열음이 붉은 안개를 찢었다.최무진이었던 덩어리는 바닥에 닿는 순간 수만 개의 투명한 파편으로 쪼개져, 빗물이 고인 도로 위로 빙수 가루처럼 흩뿌려졌다.핏자국 하나 남지 않은, 지독하게 차갑고 깔끔한 사형 집행이었다."레비."나는 파노라마 모니터의 광학 렌즈 배율을 최대로 당기며 나직하게 불렀다.[네, 형님! 쓰레기 청소 완료!]"아까 도망친 쥐새끼 냄새, 추적할 수 있겠냐."[물론이죠. 공간 이동 스크롤이 찢어지며 남긴 마력 파장의 궤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목표 지점, 해운대 마린시티. 100층짜리 길드 본사 펜트하우스입니다.]홀로그램 지도 위로,
부산 외곽 제7 구역 고속도로 진입로."아아아아악-!!!!"고막을 찢어버릴 듯한 처절한 비명이 붉은 안개가 깔린 아스팔트 위로 흩어졌다.레비아탄의 거대한 강철 손아귀에 멱살이 잡힌 채 수십 미터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최무진.그의 최고급 이탈리아제 수제 구두 끝에서부터, 창백하고 끔찍한 푸른색 성에가 빠른 속도로 기어올라가기 시작했다.투둑, 투두둑.세포 속의 수분이 급격히 얼어붙으며 부피가 팽창하는 소리.그 팽창을 견디지 못한 모세혈관과 근육 섬유가 피부 안쪽에서부터 갈기갈기 찢어지는 섬뜩한 마찰음이었다."내, 내 다리! 다리에 감각이... 으아아악!"최무진이 두 손으로 레비아탄의 거대한 기계 손가락을 긁어대며 미친 듯이 발버둥을 쳤다.그 찰나였다.내 기체의 발밑에 짓밟혀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던 지휘 장갑차의 내부에서,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 눈부신 황금빛이 터져 나왔다.파아아앗-!빛의 진원지는 찌그러진 뒷좌석에 웅크리고 있던 해운대 길드의 수장, 윤대호 회장이었다.그의 떨리는 두 손에는 찢어진 낡은 양피지 조각 하나가 들려 있었다.국가 예산 단위의 뒷돈을 주어야만 암시장에서 간신히 구할 수 있다는 최고급 생존 아티팩트.시전자 지정 좌표로 즉시 이동하는 'S급 공간 도약 스크롤'이었다."최 이사! 미안하오! 내 어떻게든 병력을 모아 다시 구하러 오겠네!"공간이 기괴하게 일그러지며 윤대호의 육체를 게걸스럽게 집어삼키기 시작했다."윤대호! 이 비겁한 개새끼야! 나만 두고 어딜 도망가!"허공에 매달린 최무진이 핏발 선 눈으로 아래를 향해 악을 썼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황금빛 섬광이 빗방울을 튕겨내며 소용돌이치더니, 펑 하는 파열음과 함께 윤대호의 모습이 장갑차 내부에서 완벽하게 증발해버렸다.그가 입고 있던 슈트의 찢어진 천 조각만이 빈자리에 덩그러니 남겨졌다."동업자 관리가 엉망이네."나는 콕핏의 의자에 삐딱하게 기대앉은 채 건조하게 중얼거렸다.자본과 탐욕으로 엮인 얄팍한 우정의 끝이란 늘 저렇게 지독하게 구
"보, 보셨습니까! 군부대의 방어 라인이 완전히 붕괴됐습니다!"최무진이 손수건으로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내며 신경질적으로 웃었다."이그니스의 군단이 시내로 쏟아져 들어갔으니, 그 건방진 흑기사 놈도 제 식구들 지키려다 괴물 떼거리 속에서 산 채로 뜯어 먹힐 겁니다!""그래야지요. 그래야만 합니다."윤대호 역시 창백한 얼굴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맞장구를 쳤다."부산이 잿더미가 되고 나면, 언론을 움직여 모든 책임을 아크 부대와 하태수에게 뒤집어씌우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구호 물자를 들고 내려와 통제권을 쥐는 겁니다."두 사람은 서로의 눈빛에서 끔찍한 안도감과 탐욕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수백만의 생명을 제물로 바쳐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냈다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의 역겨운 자기 합리화였다.하지만 그들의 얄팍한 안도감은 채 1분을 넘기지 못했다.콰아아아아아-!!!!장갑차의 좁은 창문 너머로, 칠흑 같던 붉은 안개가 거대한 회오리를 일으키며 찢어지는 광경이 두 사람의 망막에 맺혔다.단순한 돌풍이 아니었다.시뻘건 독기 속에서, 짙은 보랏빛 뇌전을 두른 거대한 강철의 형상이 음속의 궤적을 그리며 그들의 머리 위로 직공해 들어오고 있었다."저, 저건...!"최무진의 두 눈이 공포로 찢어질 듯 커졌다.비명을 지를 틈조차 허락되지 않았다.콰아아아아아앙-!!!!!!!!!고막을 찢는 파열음과 함께, 거대한 흑기사의 쇳덩어리 발바닥이 달리고 있던 지휘 장갑차의 전면부를 그대로 내리찍어 짓밟아버렸다.수십 톤의 방탄 장갑을 두른 특수 차량이, 마치 텅 빈 알루미늄 캔처럼 끔찍한 쇳소리를 내며 찌그러졌다.타이어가 터져 나가고, 아스팔트 바닥이 수십 미터나 파이면서 장갑차의 뒷부분이 허공으로 처참하게 들려 올려졌다."크아아아아악-!""살, 살려...! 내 다리!"에어백이 터지고 콕핏이 찌그러지며, 내부에 타고 있던 최무진과 윤대호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레비아탄의 착지 충격파가 반경 백 미터의 붉은 안개와 빗방울을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