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태평양 상공에서 나에게 거대한 오른팔을 통째로 뜯기고 도망쳤던 판탈라사 제국 제1 군단장, 그림자 군주 에레보스였다.지구에서 보여주던 그 산맥만 한 거대한 위용은 온데간데없었다.에너지를 모조리 소진한 놈의 본체는 고작 수십 미터 크기로 쪼그라들어 있었고, 배양액의 영양분을 빨아들여 필사적으로 육신을 재생시키고 있는 중이었다."야, 레비. 아까 바깥에 서성거리던 수문장 새끼들이, 나 보자마자 지네 대장 죽었다고 눈물겹게 복수하겠다고 난리 치지 않았냐?"[맞아! 분명히 대장 죽었다고 눈깔 뒤집혔었지. 근데 쟤 저기서 캡슐 덮고 뭐 하는거야?]나와 레비아탄의 어처구니없는 대화가 콕핏 안을 채웠다.부하들은 대장이 죽은 줄 알고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데, 본인은 따뜻한 배양액 속에서 꿀을 빨고 있다니."진짜 위아래도 없는 개차반 조직이네. 지 혼자 살겠다고 부하들한테 죽은 척을 해?"쿠우웅-!내가 레비아탄의 발을 한 보 앞으로 내디뎌 묵직한 쇳소리를 낸 순간이었다.배양액 속에 눈을 감고 떠 있던 에레보스의 본체가 화들짝 놀라며 기괴하게 움찔거렸다.놈은 간신히 재생된 수십 개의 눈꺼풀을 힘겹게 치켜뜨며 캡슐 밖을 내다보았다.하지만 투명한 유리 너머로 놈의 붉은 눈동자에 맺힌 것은, 제국의 부하가 아니라 놈의 심장을 꿰뚫기 위해 지옥 밑바닥까지 기어코 쫓아온 20미터의 거대한 흑기사, 레비아탄의 시퍼런 안광이었다.[......?!]에레보스의 붉은 눈깔들이 찢어질 듯 팽창하며, 극한의 경악으로 인해 핏발이 터져 나갔다.[이... 이럴 수가... 네놈이, 네놈이 어떻게 벌써 이곳에...!!]배양액을 뒤흔드는 놈의 텔레파시에는 오직 짐승 같은 원초적인 공포만이 가득했다.수도를 지키는 수만 마리의 귀족들에게 가로막혀 며칠은 족히 찢기고 뜯겨야 정상이었을 텐데.이 미친 자본주의의 망령은, 차원을 넘어온 지 고작 수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요새의 정문을 박살 내고 자신의 침실 한가운데까지 버젓이 걸어 들어온 것이다.[바, 밖을 지키던 나의 귀족들은
시퍼런 스러스터 불꽃이 심연의 핏빛 안개를 갈기갈기 찢어발기며 척박한 대지 위를 폭발적으로 질주했다.수십 킬로미터 밖에서도 거대하게 보이던 그 끔찍한 성채의 윤곽이, 기체가 전진할수록 파노라마 모니터의 시야를 완벽하게 집어삼킬 만큼 압도적인 위용으로 다가왔다.수만 마리의 거대한 고대 해수들의 뼈다귀를 기둥으로 삼고, 칠흑 같은 심해 오리할콘과 마력 결정체를 억지로 융합시켜 쌓아 올린 흉악한 성벽.딱 봐도 이 지옥 같은 행성에서 가장 중요하고 비싼 것들이 처박혀 있을 법한, 압도적인 위압감을 뿜어내는 요새였다."건물 디자인 한 번 기가 막히게 역겹게 뽑아놨네. 건축법 위반으로 철거하기 딱 좋은 몰골이야."나는 조종간을 거칠게 밀어붙이며, 요새의 최하단에 위치한 거대한 정문을 향해 레비아탄의 기수를 똑바로 고정시켰다.높이만 수백 미터에 달하는 칠흑 같은 흑철의 문.그 표면에는 살아 움직이는 징그러운 촉수들이 자물쇠처럼 겹겹이 얽혀 있었고, 핏빛 마력이 융기하며 외부의 침입을 거부하는 절대적인 결계를 형성하고 있었다.[형님! 정면에 초고밀도 마력 장벽 감지! 저거 그냥 들이받으면 기체 장갑판이 먼저 박살 날지도 몰라!]스마트워치 너머로 레비아탄의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렸다.생전 처음 마주하는 철벽의 요새. 아무리 블랙홀 드라이브의 추진력이라 한들, 이 무식한 흑철의 정문을 깡통 찌그러뜨리듯 맨몸으로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하지만 내 뇌 회로에 감속이나 우회라는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초인종 누를 시간 없어. 문짝 통째로 뜯어버리는 게 가장 확실한 인사법이지."나는 스러스터 페달을 끝까지 짓이기며, 기체의 비어 있는 왼팔을 거대한 정문의 한가운데를 향해 일직선으로 뻗었다."레비. 왼팔 압축 건틀릿 해제. 챔버 열어라."카가가가각- 철컹-!!!!내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레비아탄의 왼팔을 두껍게 감싸고 있던 흑색 건틀릿 장갑판이 위아래로 거칠게 슬라이드하며 열려 젖혀졌다.20미터에 달하는 검붉은 텅스텐 합금 챔버와
카앙-! 챙그랑-!!!!수확한 마석들은 레비아탄의 우측 어깨 뒤편에 전개된 전술 화물칸 안으로 둔탁한 소리를 내며 차곡차곡 쌓여 들어갔다.지구의 최강이라는 랭커들이 목숨을 걸고 레이드를 뛰어야 간신히 잡을까 말까 한 재앙급 괴수들이.지금 이 핏빛 안개가 자욱한 적진 한가운데서, 내 기막힌 조종 솜씨에 의해 마치 가을 무 뽑히듯 쑥쑥 도축당하고 있는 것이다."야, 이거 손맛 찰지네. 철수야, 내 목소리 안 들리겠지만 넌 나중에 이 쇳덩어리에 마석 줍는 전용 집게 팔 하나 달아놔라."[크하하하! 형님, 이거 완전 꿀잼인데! 좌측 3시 방향에 세 마리 추가 접근! 저놈들은 장갑판에 촉수가 더 많이 붙어있어!]"촉수가 많으면 회 한 점 더 크게 뜨면 되지."나는 조종간을 당기며 무자비하게 스러스터 페달을 밟았다.칠흑 같은 흑기사의 기체가 붉은 안개를 찢으며 사방으로 미친 듯이 도약했다.카가가가각-!!!! 챙-!!!! 푹-!!!!금속이 부딪히고 살점이 찢겨 나가는 끔찍한 교향곡이 판탈라사 제국 본성의 외곽을 가득 채웠다.심연의 귀족들이 내뿜는 암흑 마법과 끈적한 수압의 구체들이 사방에서 터져 나갔지만, 그 어떤 공격도 자본주의적 광기에 사로잡힌 흑기사의 궤적을 털끝 하나 붙잡지 못했다.나는 정면에서 쇄도하는 놈의 삼지창을 브류나크의 창자루로 가볍게 흘려보내고, 그대로 기체를 낮춰 놈의 무릎 관절을 썰어버렸다. 놈이 균형을 잃고 고꾸라지는 찰나, 정확하게 등 뒤의 심장부를 찔러 마석을 빼내고 시체는 발로 차서 날아오는 마법의 방패막이로 삼아버렸다."넷, 다섯, 여섯!"레비아탄의 전술 화물칸 안에서 묵직한 마석들이 부딪히는 경쾌한 금속음이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이게 다 얼만 줄 아냐. 강남에 빌딩 세우고도 남아서 우리 하숙집 식구들 최고급 가전 제품 한 대씩 사줄 돈이다. 가만히 좀 서 있어봐, 이 걸어 다니는 현금 다발 새끼들아!"나는 입가에 미친듯한 미소를 매단 채, 브류나크를 들고 남은 귀족 해귀들의 진형 한가운데로 폭풍처럼 파고
위이이이잉- 철컥!내 조작에 맞춰 레비아탄의 우측 오메가 폼 장갑판이 전개되며, 등 뒤에 꽂혀 있던 신살창 브류나크를 뽑아 들었다.하지만 나는 단전의 빙정 코어 출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지 않았다.아까 에레보스에게 먹였던 것처럼 파일벙커나 파멸적인 오메가 볼텍스 같은 무식한 화력을 쏟아부어 버리면, 저 비싼 마석과 오리할콘 장갑판마저 분자 단위로 박살 나 허공에 날아가 버릴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공간을 찢어버리는 폭력이 아니라, 상품의 가치를 온전하게 보존하면서 알맹이만 깔끔하게 도려내는 정교하고도 자본주의적인 도축의 기술이었다."레비. 플렉소 일렉트릭 출력 20퍼센트로 고정. 뇌전의 파동을 브류나크 창끝 1미터 내로 극한 압축시켜."[오케이! 수술용 메스 모드 가동!]지이이이잉-!!!!브류나크의 거대한 나선형 창끝에, 폭풍처럼 휘몰아치던 뇌전 대신 눈이 시리도록 짙은 보랏빛의 예리한 마력 칼날이 레이저처럼 맺혔다.살육을 위한 파괴의 창이 아니라, 온전하게 재화를 수확하기 위해 벼려낸 궁극의 메스.[죽어라! 오만한 필멸자!!]선두에 선 심연의 귀족 세 마리가 거대한 삼지창을 치켜들고, 핏빛 안개를 찢으며 동시에 나를 향해 쇄도했다.삼지창의 끝에서 시커먼 심해의 중력장이 구 형태로 폭발하며 레비아탄의 퇴로를 사방에서 옭아매며 공간을 일그러뜨렸다.콰가가가각-!!!!"퇴로는 무슨. 정면 돌파지."나는 조종간을 가볍게 비틀며 레비아탄의 다리 관절부에 위치한 스러스터를 미세하게 점진 점화시켰다.푸쉬쉬쉭-! 타앙-!!!!기체의 종아리에서 터져 나온 압축 가스가 붉은 안개를 찢으며 흩어지자, 거대한 흑기사의 20미터 프레임이 마치 빙판 위를 미끄러지는 피겨 스케이터처럼 지면을 스치듯 유려하게 쏘아져 나갔다.무지막지한 중량의 메카닉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압도적이고도 정교한 공간 기동.첫 번째 귀족이 내리꽂은 삼지창의 시커먼 궤적이 콕핏을 꿰뚫으려던 찰나.레비아탄은 그 파괴적인 궤적에 닿기 직전, 좌측 어깨의 보조 스
그리고 채 3초가 지나지 않아.삐비비비빅-!!!!콕핏의 계기판이 미친 듯이 경쾌한 알람을 토해내며, 스캐너의 데이터 결과값이 모니터에 요란하게 팝업되었다.[미, 미친...! 형님! 저거 돌멩이가 아니야! 초고밀도로 압축된 심해의 마력 결정체, 어비스 펄(Abyss Pearl) 원석이라고! 지구에서는 주먹만 한 거 하나에 백억이 넘어가는 초희귀 광물이야!][그리고 저 해초 같은 거! 마력 회복 포션의 핵심 원재료인 블러드 켈프 군락지야! 지구에서는 멸종돼서 잎사귀 한 장에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데, 여긴 잡초처럼 길바닥에 널려 있어!]레비아탄의 기계음마저 흥분으로 삑삑거리며 갈라지고 있었다.나는 조종 시트에 깊숙이 몸을 파묻으며, 피투성이가 된 입술을 잔인하고도 환희에 찬 호를 그리며 찢어질 듯 비틀어 올렸다.에레보스 이 멍청한 기생충 새끼.나를 영원한 지옥에 가둬버리겠답시고 끌고 온 곳이, 다름 아닌 지구의 최상위 권력자들도 돈이 없어서 못 구한다는 전설적인 자원들이 길바닥의 흙먼지처럼 굴러다니는 우주적 스케일의 노다지 광산이었던 것이다.숨 막히는 독기와 기괴한 뼈다귀 풍경 따위는 더 이상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뻘건 대기는 곧 나를 반기는 환희의 레드카펫으로 보였고, 바닥에 깔린 흉측한 유기체들은 모조리 금괴와 다이아몬드 더스트로 치환되어 내 망막에 아로새겨졌다."이야... 세상에. 지천으로 널린 게 다 벤틀리 풀옵션이고 강남 아파트네."조금 전까지 태평양 상공에서 내 저녁 밥상을 엎어버렸다고 분노하던 그 지독한 살의마저, 이 압도적인 자본주의의 축복 앞에서는 봄눈 녹듯 사르르 증발해버렸다."이게 무주공산이지 별거냐. 이 정도면 특근 수당 수준이 아니라 아예 판탈라사 제국 강제 인수 합병 수준이잖아."나는 장갑 낀 손으로 조종간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기체의 동력로 출력을 나른하게 끌어올렸다."레비, 우측 어깨 뒤쪽에 달린 전술 화물칸(Sub-space Cargo) 문 활짝 열어. 오늘 배낭 넉넉하게 비워두라고."[예스, 보
[2026년 6월 중순. 시간 미상. 판탈라사 제국 본성(本星), 심연의 밑바닥]마치 거대한 공업용 세탁기 속에 처박힌 채 수만 번의 탈수 과정을 거친 듯한 지독한 멀미.시공간의 마찰을 견디지 못한 콕핏 내부의 방음벽이 터져나가며, 고막을 찢어버릴 듯한 기괴한 이명의 파동이 뇌수를 직접 마구잡이로 휘저어 놓았다.위장 속에 들어있던 위액이 목구멍까지 치솟아 오르는 것을 간신히 삼켜낸 그때.쿠우우우우웅-!!!!!!!! 콰드드득-!!!!레비아탄의 거대한 강철 프레임이 끔찍한 금속 파열음을 토해내며 무언가 단단하고 질긴 바닥에 곤두박질쳤다.지구의 중력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육신 전체를 짓이겨버릴 듯한 압도적인 억지력이 기체를 거칠게 짓눌렀다. 콕핏 안의 최고급 관성 제어기가 미친 듯이 비상 회로를 돌렸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종 시트에 튕기듯 처박힌 채 입안 가득 고인 비릿한 피를 바닥에 거칠게 뱉어내야만 했다."쿨럭...! 하아... 빌어먹을. 차원 이동할 땐 멀미약이라도 한 움큼 털어 넣고 탈 걸 그랬네."나는 옥죄어오는 안전벨트를 거칠게 풀어헤치며, 암전된 파노라마 모니터의 전원을 수동으로 재부팅시켰다.치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외부 시각 센서가 서서히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상식을 가진 인간이라면 단 1초 만에 미쳐버리고도 남을 완벽한 지옥의 민낯 그 자체였다.푸른 하늘이나 따뜻한 태양 빛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차원.물론 바다 밑바닥이라고 해서 시퍼런 물이 일렁이는 광경도 아니었다. 에너지가 고갈되어 바닷물이 통째로 말라붙어 버린 멸망한 행성의 민낯.머리 위로는 증발한 바닷물이 변성되어 만들어진 핏빛의 기괴한 독기 구름들이 맥박처럼 꿈틀거리고 있었고, 대기 중에는 코를 찌르는 역겨운 붉은 안개가 짙게 깔려 시야를 옥죄고 있었다.기체를 딛고 있는 땅바닥은 흙이나 아스팔트가 아닌, 기괴하게 말라비틀어진 심해 생물들의 뼈다귀와 딱딱하게 굳어버린 산호초들이 융합된 듯한 소름 끼치는 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