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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Penulis: 은지아
송남지는 순간 도망치려는 것처럼 보일까 싶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도 같이 나갈래요!”

고개를 끄덕였다가 곧바로 흔드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하정훈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송남지의 손을 가볍게 잡고 이불 끝을 들어 올렸다.

“피곤하면 그냥 쉬어. 이런 사소한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말은 담담했지만 묘하게 힘이 실려 있었다. 송남지는 여전히 마음이 걸렸지만 그의 말이 이상하게도 안심을 주었고 결국 얌전히 침대 옆에 앉았다.

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하정훈은 몸을 숙여 송남지의 가느다란 다리를 들어 올려 침대 위에 올려주었다. 순간 분위기가 미묘해졌다. 불빛이 은은하게 번지는 방 안, 그의 손길과 가까운 숨결에 송남지의 심장이 이유 없이 빨라졌다.

하정훈이 방을 나간 뒤, 송남지는 이유 없이 빨라진 심장을 애써 다독이며 자신을 설득했다.

‘이상할 게 없어. 남자가 방에 머무는 게 거의 처음이라서 그런 거야.’

하지만 눈을 감자마자 그의 옆모습이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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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934화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오지훈의 머릿속이 맑아졌다. 그는 헛웃음을 흘리며 나직이 읊조렸다.“정훈이 녀석, 참 별걸 다 하는군”“뭐라고?”영문을 모르는 최보라가 물었지만 오지훈은 더 이상의 설명을 삼켰다. 괜히 입을 잘못 놀렸다가 하정훈이 공들인 판을 깰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아냐, 아무것도. 집에서 기다릴 테니 일 마치면 같이 점심 먹자.”달콤한 애정 표현 끝에 전화를 끊은 오지훈은 곧바로 하정훈에게 연락을 취했다.“언제부터 그렇게 번거로운 걸 좋아했다고, 묵란펜트 사장까지 만나 가며 그렇게 대대적으로 추첨 이벤트를 벌인 거야?”하정훈은 오지훈의 비아냥과 조롱을 한 귀로 흘리며 귀찮다는 듯 대꾸했다.“할 말 끝났냐? 볼일 없으면 나 회의 들어간다.”그는 오지훈의 비아냥을 받아낼 여유가 전혀 없었다.그가 수리스에 머무는 동안 성은 그룹에는 크고 작은 일들이 잇달아 터졌다. 심지어 대외적으로는 그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루머까지 돌 정도였다. 이로 인해 성은 그룹은 적잖은 타격을 입었고 수많은 프로젝트가 중단되어 그의 결재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지훈은 난간에 유유히 기댄 채 눈부신 풍경을 내려다보며 툭 던졌다.“별일 아니야, 그저 서경에 또다시 여름이 오고 있다는 거지. 기억나? 너랑 남지 씨가 결혼할 때도 딱 이맘때였잖아...”전화기 너머 하정훈은 한참 동안 깊은 침묵에 잠겼다. 그 침묵 속에 무엇이 담겼는지는 그 누구도 가늠하기 어려웠다.한참이 지나서야 하정훈이 낮게 읊조렸다.“회의 들어가야 해, 끊는다.”곧이어 서늘한 통화 종료음이 이어졌다.오지훈은 끊어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피식 웃더니 발코니 소파 위로 기기를 던져 버렸다. 시선을 돌려 바라본 서경의 태양은 이글거리듯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고 급격히 달아오른 공기는 강렬한 햇빛을 받아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게 바래 있었다.바야흐로 한여름, 그야말로 뜨겁게 사랑하고 불태워야 할 계절이 도래한 것이다...송남지는 재스민으로 돌아왔다.민지현이 복귀한 뒤 며칠 만에

  • 가면을 쓴 남편   제933화

    다른 직원들까지 합세해 환호성을 내지르자 순식간에 분양 홍보관 안이 떠들썩해졌다.상황이 뭔가 묘하게 돌아간다는 걸 가장 먼저 눈치챈 최보라가 송남지의 손을 잡아끌었다.“남지야, 지금 저 사람들이 네가 뭐에 당첨됐다는 거야?”송남지가 제 귀를 의심하며 미간을 찌푸렸다.“펜트하우스 한 채?”“펜트하우스?”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동시에 비명을 내질렀다.먼저 정신을 차린 최보라가 홍보관 직원의 팔을 붙잡고 물었다.“잠깐, 뭐라고요?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죠?”그 말에 팀장이 웃으며 대답했다.“아이고, 고객님. 이 비싼 하이엔드 펜트하우스를 두고 저희가 어떻게 농담으로 하겠어요?”그러더니 시선을 송남지에게 옮겼다.“송남지 고객님, 이쪽으로 오셔서 등록 부탁드립니다.”송남지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멍하니 발걸음을 옮겼다.반면 최보라는 진작에 축제 분위기에 취해 흥분해서 방방 뛰고 있었다.“남지야! 너 진짜 대박이다! 이게 어떻게 당첨이 돼? 몇십억짜리 로또 맞는 것보다 훨씬 실속 있잖아!”묵란펜트 펜트하우스라면 수십억 원대 로또 당첨금 따위로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할 독보적인 자산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송남지는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인지 집어낼 수 없어 직원이 안내하는 대로 등록 절차를 밟았다.모든 것이 비현실적이었다. 마치 미리 준비라도 해놓은 듯 등록 절차는 일사천리로 끝났다.일이 너무 쉽게 풀리자 송남지는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 그녀가 최보라에게 불안함을 내비쳤지만, 최보라는 그저 태연하기만 했다.“뭘 그리 걱정해? 방금 나 영상 찍어뒀거든? 만약 이거 사기 치는 거면 내가 여기 드러누워서라도 집 한 채는 기어이 받아낼 거야.”송남지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그럼 오늘 다른 집은 굳이 안 봐도 되겠네?”“당연하지! 눈앞에 이 묵란펜트 펜트하우스를 두고 다른 코딱지만 한 집들이 성에 차겠어? 남지야, 축하해! 드디어 서경에 네 집이 생기는구나!”말을 마친 최보라가 곧장 덧붙였

  • 가면을 쓴 남편   제932화

    그러면서도 최보라 역시 못 이기는 척 가방에서 신분증을 꺼내 들었다.하지만 앞서 송남지의 인적 사항을 등록하던 직원이 미안한 표정으로 최보라를 가로막았다.“죄송합니다. 고객님. 방금 시스템상으로 추첨 행사 선착순 인원이 마감되어서, 앞의 고객님까지만 등록이 가능하십니다.”최보라는 별일 아니라는 듯 신분증을 가방에 도로 집어넣었다.어차피 사람 현혹하려는 수작이 뻔했으니까.이런 식의 기념 이벤트에서 고가의 상품이 진짜 생판 남인 일반인에게 돌아간 적이 있던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직원들끼리 내정해 놓고, 남은 자질구레한 티슈나 나눠줄 게 불 보듯 뻔했다.최보라는 송남지의 팔을 잡아끌며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역시 묵란펜트네. 딱 하나 흠잡을 데가 있다면 가격이 좀 비싸다는 것뿐이야.”송남지도 꽤 마음에 들었지만 예산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그녀는 최보라의 귓가에 몸을 숙이며 속삭였다. “이제 가자. 다른 집들도 더 둘러봐야 하고, 나 이따 재스민에서 회의도 있단 말이야.”최보라는 묵란펜트 고층의 풀옵션 테라스에서 아쉬운 듯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냥 오지훈한테 사달라고 할까?”송남지는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리며 최보라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악취미적인 농담의 기색이 전혀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황당하다는 듯 대꾸했다.“언니, 오지훈이 언니한테 집을 사주는 건 당연하지만 나한테 사주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지. 집 보더니 어떻게 된 거 아냐?”최보라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혀를 살짝 내밀고 귀여운 표정을 지었다.“오지훈은 돈 많은 도련님이잖아. 이 정도 금액이야 걔한텐 껌값이니까 그렇지!”송남지는 최보라의 논리를 무시하기로 했다. 자신을 생각해서 하는 좋은 뜻인 건 알겠지만, 제발 이런 무리한 배려는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싶었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향했다. 분양 홍보관에 도착해 직원과 짧게 인사를 나눈 뒤 떠나려던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축포가 터져 나왔다.바닥에는 색색의 종이 꽃가

  • 가면을 쓴 남편   제931화

    두 사람의 모습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지자마자 오지훈은 하정훈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했다.“야, 남지 씨가 집을 사겠대.”하정훈은 지극히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디로?”“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한테 그런 걸 고분고분 말해줄 리가 없잖아.”순간 하정훈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으며 핀잔이 날아왔다.“너한테 안 하면 네 약혼녀한테는 하겠지. 넌 대체 언제쯤 머리가 좀 돌아갈래?”대놓고 무시를 당하자 오지훈이 발끈하며 투덜거렸다.“난 머리가 안 좋아도 행복하게 잘만 살 거든. 넌 그렇게 똑똑해서 남지 씨를 옆에 못 두고 이 모양 이 꼴이냐?”하정훈은 오지훈과 입씨름할 시간도 아깝다는 듯 말을 가로챘다.“네 약혼녀한테서 정보 좀 캐내. 집 계약하기 전에 위치 알아내서 나한테 넘기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오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너 설마...”기막힌 상상에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이내 혀를 내두르며 덧붙였다.“잔머리 하나는 진짜 알아줘야 한다니까.”하정훈이 덤덤하게 웃었다.“기억해라. 바보는 복이라도 있지만, 등신은 답도 없어. 넌 지금 딱 그 중간쯤이니까 처신 잘하고.”뚝 끊긴 전화를 보며 오지훈이 혀를 찼다.“남 비꼴 기운이 저렇게 넘치는 거 보니, 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었나 보네.”다음 날, 최보라는 아침 일찍부터 잔뜩 들뜬 얼굴로 아직 잠들어 있던 송남지를 사정없이 흔들어 깨웠다.“집 사러 가자!”최보라의 목소리에 흥분이 가득 묻어났다.송남지는 조금 더 자고 싶었지만, 최보라의 등쌀에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언니, 집 사는 건 나인데 왜 언니가 더 호들갑이야?”거울 앞에서 눈썹을 다듬던 최보라가 당당하게 받아쳤다.“내 집 마련이 얼마나 중차대한 일인데, 당연히 나도 껴야지. 무조건 방 많은 거로 골라서 내 방도 하나 찜해둘 거야. 인테리어도 내 취향대로 싹 바꿀 거니까 그렇게 알아.”송남지가 웃으며 선을 그었다.“꿈 깨. 요즘 집값 거품도 빠졌겠다, 난 그냥 인테리어 다 되어

  • 가면을 쓴 남편   제930화

    벨루스 꼭대기 층의 레스토랑 안, 송남지는 창가 자리에 하정훈과 나란히 앉았고 그 맞은편에는 최보라와 오지훈이 자리했다.서경의 심장부를 밝히며 이곳이 가장 번화한 노른자 땅임을 증명하듯, 저 멀리 성은 그룹의 거대한 네온사인이 송남지의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시선을 왼쪽으로 조금 더 돌리자 성은 빌딩의 위용과는 사뭇 다른, 단아하고 수려한 자태의 재스민 건물이 보였다.송남지가 웃으며 한마디 했다.“진짜로 성은 빌딩이랑 재스민이 한눈에 들어오네요.”하정훈은 곁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밖을 슥 훑고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시선이 그 건물들에 닿았다는 흔적을 급급히 지우려는 태도가 역력했다.오지훈은 마주 앉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두 사람의 오해는 진작에 풀렸을 텐데, 왜 분위기는 전보다 더 남남처럼 거리감이 느껴지는 거지?’최보라 역시 의아함이 가득한 눈치였지만 그래도 괜찮아 보이는 동생의 모습에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식사 시간 내내 하정훈은 음식을 거의 입에 대지 않았고 말수조차 극히 아꼈다. 분명 송남지의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으면서도, 그 태도를 보면 행여 작은 오해라도 살까 두려워 시선조차 송남지에게 닿지 않으려 애를 쓰는 듯했다.첫 음식이 테이블에 차려지기 시작했을 때, 하정훈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전화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내 김서윤을 대동한 채 식당을 나섰다.오지훈이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송남지가 가로막았다.송남지는 멀어져 가는 하정훈의 등을 담담히 바라보며 말했다.“간다는데 그냥 둬요. 밥 먹는 게 무슨 더블데이트라도 돼요? 꼭 네 명이 세트로 움직여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그 명쾌한 논리에 오지훈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도 일리가 있네요.”그 말에 멀어지던 하정훈의 발걸음이 미세하게 멈칫했지만 이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식당을 나갔다.그가 가고 난 뒤 오지훈이 물었다.“수리스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정훈이도 더 이상 숨길 게

  • 가면을 쓴 남편   제929화

    송남지는 스케치북을 정리한 뒤 테이블 위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기내 와이파이 덕에 상공에서도 인터넷 사용은 자유로웠다.송남지는 민지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내일 아침, 재스민 회의실, 회의 소집해 주세요.]민지현은 격하게 반가워하는 이모티콘을 답장으로 보내며 물었다.[드디어 돌아오신 거예요? 제가 공항으로 마중 나갈까요?][아니요, 괜찮아요. 사촌 언니가 오기로 했어요.]최보라가 이번 마중에 동행하게 된 것도, 실은 오지훈이 먼저 소식을 접한 덕이었다.아무리 절친한 사이라지만, 오지훈 역시 하정훈이 수술을 모두 끝마치고 나서야 겨우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당시 깊은 배신감에 휩싸였던 오지훈은 수화기 너머로 무려 30분 동안 폭풍 같은 잔소리를 퍼부었고 하정훈은 묵묵부답으로 그 분노와 서운함을 온전히 받아냈다. 한바탕 쏟아내고 나서야 오지훈의 화도 겨우 가라앉았다.그리고 하정훈이 귀국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언제 화를 냈냐는 듯 신이 나서 공항까지 한달음에 마중을 나온 것이었다.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오랫동안 다져온 친구 사이의 정이란, 쉽게 바래지 않는 법이었다.VIP 통로 너머로 오지훈은 최보라보다 먼저 하정훈을 발견했다.휠체어에 앉은 하정훈은 예전보다 다소 수척해진 모습이었고 송남지가 그런 하정훈을 밀며 나오고 있었다.송남지의 뒤로는 하정훈의 수행원들과 성루이야 병원의 정예 의료진이 긴 행렬을 이루며 따랐다.오지훈은 콧방울을 실룩거리며 최보라에게 나직이 속삭였다.“너 상상이나 가? 하정훈 저 자식, 하마터면 진짜 죽을 뻔했어.”최보라는 정말이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모두가 하정훈을 그저 냉혈하고 나쁜 남자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베일을 벗겨 보니 그는 세상 그 어떤 지독한 순정남들보다도 더 깊은 사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자신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송남지가 홀로 슬픔과 충격을 감당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 차라리 그전에 먼저 이혼하는 길을 택하다니 말이다.최보라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하정훈이 정말 대단

  • 가면을 쓴 남편   제321화

    양나정의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행동에 하정훈은 불쾌했지만, 그가 미처 막을 틈도 없이 그녀는 이미 적당한 거리로 물러나 있었다.일방적인 포옹이 끝난 후, 양나정은 차 문을 열고 내리기 직전에 말했다.“정훈 오빠, 오빠 돈 받고 서경에서 꺼져줄 생각 없어. 안심해. 오빠한테 질척거릴 생각도, 그 여자 신경 쓰이게 할 생각도 없으니까. 그냥 내 앞가림은 내가 알아서 잘할게.”차 문이 닫히고 양나정은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하지만 양나정의 그 말 덕분에 하정훈의 걱정은 조금 줄어들었다.그는 양나정이 서경에 있는 것 자체가 싫은 게

  • 가면을 쓴 남편   제334화

    유경태의 뒤를 따르던 간호사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환자분, 저희 경험상 이번엔 틀림없이 임신이에요. 순산하시길 바라요!”송남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다정한 간호사를 올려다보았다.“고마워요.”유경태는 재빨리 간호사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복도에서 유경태는 난처한 얼굴로 간호사를 타이르며 걷고 있었다.“앞으로 하씨 가문 사모님에게는 그런 말씀 드리지 마세요.”간호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만 껌뻑이며 물었다.“유 선생님, 제가 방금 뭐 실수했나요?”유경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쓸데없이 활기만 넘치고 머리

  • 가면을 쓴 남편   제281화

    차가 법원 앞에 부드럽게 멈춰 섰다. 30분이면 충분했을 거리를 그는 굳이 한 시간에 걸쳐 운전했다.오늘 법원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주차 공간도 텅텅 비어 차 몇 대만 듬성듬성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차에서 내릴 때, 하정훈은 여느 때처럼 젠틀했다. 송남지가 막 안전벨트를 풀자, 그는 반대편으로 돌아와 조수석 문을 열었다.송남지는 그 익숙한 행동이 낯설었다.그녀는 희미한 미소와 함께 고맙다고 말한 뒤 차에서 내렸다.어차피 법원에서 나오는 순간, 그녀는 더 이상 하정훈의 아내가 아닐 테니 이제 그가 해주는 모든 일에는 감사

  • 가면을 쓴 남편   제273화

    송남지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대뜸 물었다.“그럼 왜 저랑 결혼했어요? 또 왜 갑자기 이혼하려는 거고요, 대체 저를 누구의 대체품으로 생각한 거예요?”밤은 어두웠고 차가운 달이 하늘 높이 걸려 있었다.하정훈의 심장에 거대한 파도가 휘몰아쳤다.‘이 여자가 지금 나를 신경 쓰는 건가?’하정훈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는 얇은 입술을 열어 천천히 말했다.“너와 결혼했던 건 진심으로 좋아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혼하는 건 윤해진이 살아있으니까. 더 이상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야.”만약 그가 강제로 사랑을 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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