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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Penulis: 은지아
하정훈의 입가에는 알 수 없는 웃음이 옅게 번져 있었다. 그 미묘한 표정이 윤해진을 괜히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정훈은 옆으로 시선을 흘리며 무심히 말했다.

“미안하지만 여기에는 늙은이는 없어.”

잠시 뜸을 들인 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널 안으로 들일 생각도 없지. 더러워지니까.”

서경시에서 윤해진이 이런 대접을 받아 본 적은 거의 없었다. 하물며 고작 ‘보디가드’ 같은 사람에게서 이런 말을 듣다니 자존심이 금세 무너졌다.

윤해진의 얼굴이 굳어지고 그는 노골적으로 상대를 위아래로 훑으며 비웃었다.

“네 주인 좀 불러와라. 난 개랑 얘기할 생각 없어. 특히, 버릇도 없는 개랑은 더더욱.”

그 말에 하정훈의 눈가가 더욱 깊게 휘어졌다. 그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윤해진의 무지를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만약 방 안의 송남지가 아니었다면 아마 더 길게 놀아 줬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내가 바로 이 집의 주인이야.”

순간 윤해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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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787화

    최미경이 덧붙였다.“정훈이 시간도 꼭 확인해 봐. 성은 그룹을 이끄는 사람이니 워낙 일이 많잖니. 상의해서 날 잡고 꼭 같이 오렴.”“네.”송남지가 나직하게 대답했다.일상적인 안부를 주고받은 후에야 통화가 끝났다.박재용은 유리창 너머로 수영장 가에 서 있는 송남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라인국의 강렬한 태양 빛을 받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금색 아우라를 두른 듯 눈부셨다.그는 곁에 있던 도우미에게 무심결에 한마디를 던졌다.“참 예쁘죠?”도우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한참 뒤에야 수영장 구석에 서 있는 송남지를 발견하고는 웃으며 대답했다.“송남지 씨는 정말 미인이시네요. 도련님이 좋아하실 만합니다.”박재용은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 지었다.“수정 이모, 나를 너무 속물로 보시는 거 아니에요? 내가 얼굴만 보는 남자로 보여요?”도우미 이수정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도련님, 맞으시잖아요. 예전에 라인국에서 염문설이 났던 아가씨들도 하나같이 절세미인이었죠. 하지만 다들 화려하기만 했는데 송남지 씨는 참 단아하고 성격도 좋아 보이시네요. 도련님은 언제쯤 송남지 씨의 마음을 얻으실 건가요? 박씨 가문의 큰 경사가 될 텐데 말이에요.”박재용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글쎄요, 난 아마 안 될 거예요. 저 사람 마음속엔 이미 다른 사람이 있거든요.”겉으론 하정훈을 쓰레기라고 몰아세우는 박재용이었지만, 사랑에 빠진 여자의 눈빛이 어떤 말을 하는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늘 차갑고 도도한 송남지였음에도 하정훈과 마주하는 찰나의 흔들림까지는 미처 숨기지 못했다.아무리 억누르고 감추려 애써도 어떤 감정들은 결국 제 자취를 드러내기 마련이었다.거실로 걸어 나온 송남지가 말을 건넸다.“샤워하고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화동에서 라인국까지 비행시간이 아주 길지는 않았지만 엄연히 몇 시간이나 걸리는 국외 노선인 데다 라인국 특유의 가혹한 무더위까지 더해지니 온몸이 진득하게 끈적거렸다.도우미는 그녀를 욕실로 안내하며 새 수건을 준비해주고 새로 산 옷의

  • 가면을 쓴 남편   제786화

    MJ 쇼핑몰 입구. 박씨 가문의 차가 보란 듯이 서 있다가 박재용과 송남지를 태우고 나서야 유유히 사라졌다.그 모습에 구경꾼들의 눈길이 멈추지 않았다.이런 최고급 쇼핑몰 앞에 대담하게 차를 세울 수 있는 이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박재용은 전시 교류회까지 동행하겠다고 고집을 피웠지만 송남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교류회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혹시라도 재용 씨 신변에 문제라도 생기면, 전 평생 라인국에 남아서 죗값을 치러야 할지도 몰라요.”박재용은 입술을 삐죽이며 대꾸했다. “뭘 그렇게 겁을 주세요? 우리 집안도 나름 상식적이라니까요. 기껏해야 내 장례식이나 지키게...”죽음을 암시하는 말에 송남지의 가슴속에 서늘한 공포가 밀려들었다.그녀는 박재용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그런 불길한 소리 좀 하지 마세요!”박재용은 장난스레 웃었다.“와, 나를 그렇게나 신경 써주시는 거예요?”송남지는 말없이 고개를 떨구고 생각에 잠겼다.한참 뒤 그녀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재용 씨, 난 사실 살면서 누군가를 영영 떠나보내는 일을 겪어본 적이 거의 없어요. 윤씨 가문 일 말고는요.”그녀의 슬픈 눈동자를 마주하자 박재용도 더는 농담을 이어갈 수 없었다.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송남지를 바라봤다.“걱정 마세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잖아요.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남을게요.”차가 박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 송남지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일 때문인가 싶어 확인해 보니 최미경이었다.경호원들이 박재용의 하차를 돕는 사이 송남지는 한적한 수영장 쪽으로 달려갔다.“전화 좀 받고 올게요.”주변이 고요해진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녀는 조심스럽게 최미경의 전화를 받았다.“남지야, 요즘 많이 바쁘니?”최미경의 목소리에는 평소보다 깊은 피로와 걱정이 서려 있었다.송남지는 햇살을 받아 뜨겁게 달아오른 수영장을 바라보았다. 물결이 눈부시게 일렁거려 눈을 제대로 뜨기조차 힘들었다.“일은 괜찮아요. 요즘 출장이 잦아서 지금은 라인국에 와 있어요! 여기 제비집이

  • 가면을 쓴 남편   제785화

    임승아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송남지에게 다시 가서 이 일을 해명하라니, 그건 제 손으로 제 뺨을 때리는 꼴이 아닌가.그녀가 입을 떼지 못하자 하정훈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왜요? 못하겠어요?”임승아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런 건 아닌데... 어차피 소문도 다 났는데 그냥 이대로 두는 게 낫지 않을까 해서요. 혹시라도 송남지 씨가 하정훈 씨에게 미련이라도 남았으면 어떡해요? 오해하게 두는 게 차라리 마음 정리엔...”하정훈은 가차 없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벌써 4개월이 지났어요. 그동안 그 사람은 나나 우리 가족에게 단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는데 그게 미련이 남은 사람의 행동이라고 생각하세요?”처음 그가 사라졌던 건 갑작스러운 발병 때문이었고 결국 그녀의 곁을 떠나기로 한 건 뇌종양 때문이었다.자신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송남지가 감당하지 못할까 봐, 그는 이별이라는 모진 수단으로 그녀의 사랑과 걱정을 강제로 비워내려 했다. 하지만 이제 보니 송남지는 이미 그 지독한 감정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난 듯했다.그렇다면 더 이상 누군가에게 감정을 소모하며 불쾌해할 이유도 없었다.적어도 하정훈의 눈에, 아까 매장에서 임승아가 보인 태도는 송남지를 역겹게 만들기에 충분했으니까.임승아는 더 이상 반박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기회를 봐서 송남지 씨에게 다 설명할게요.”하정훈은 차창을 내리며 나직이 명령했다.“서윤아, 출발해.”밖에서 오래 서 있느라 다리가 저려오던 김서윤은 다리를 주무르며 서둘러 운전석에 올랐다.“대표님, 호텔로 모실까요?”김서윤이 묻자 하정훈은 대답 대신 시트의 기댄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김서윤은 뒷좌석에서 한참 동안 대답이 없자 걱정스러운 듯 뒤를 돌아보았다.“대표님, 머리가 또 많이 어지러우신가요?”하정훈은 손을 들어 가볍게 내저으며 괜찮다는 표시를 했다.지난 4개월 동안 그는 온몸을 잠식하는 듯한 이 현기증에 이미 익숙해진 터였다.몇 분이 지나서야 그의 얼굴에 겨우 핏기

  • 가면을 쓴 남편   제784화

    임승아는 애써 침착한 척 고개를 돌려 눈가에 미소를 띠며 하정훈을 바라보았다.“하정훈 씨,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뒷좌석에 앉은 하정훈의 얼굴은 고귀하면서도 엄숙했다.임승아는 그를 한 번 힐끗 보고는 바로 시선을 거두었다.하정훈의 그런 눈빛은 언제나 사람을 위축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고요한 차 안에서 하정훈의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말투에는 불쾌함이 서려 있었다.“왜 임신한 척을 한 거죠?”임승아는 잠시 멍해졌다가 몇 초 뒤 다급하게 해명했다.“저는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그저 당시 브랜드 매장 직원이 그렇게 말하길래 상황에 맞췄던 것뿐이에요. 마침 송남지 씨가 있길래 그렇게 하면 남지 씨가 더 빨리 마음을 정리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하정훈의 얇은 입술이 말려 올라가며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그 미소에 임승아는 등골이 오싹해졌다.마치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지저분한 생각들이 순식간에 발각된 것만 같았다.“난 남지가 마음을 접길 바랐고 실제로도 그렇게 됐어요. 그런데 승아 씨가 이러는 건 남지를 괴롭히는 것밖에 안 돼요.”마지막 문장을 내뱉는 하정훈의 눈동자에는 날카로운 서슬이 퍼랬다.임승아는 자신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다.“전... 전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하정훈 씨, 제가 송남지 씨에게 상처를 주려 했다고 생각하신다면 오해예요. 전 언제나 남지 씨를 존중해 왔는걸요...”하정훈은 임승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잘랐다.“승아 씨의 존경이라는 게 김 비서에게 마음대로 말을 흘리게 하고 성루이야 병원에 나타난 이유가 내가 그쪽의 불임 치료를 돕기 위해서라고 꾸미는 겁니까?”임승아는 갑자기 할 말을 잃었다.어떻게든 설명해야 했지만,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하정훈에게는 전부 간파당할 것 같았다.하지만 임승아는 포기하지 않고 감정을 추스른 뒤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하정훈 씨, 송남지 씨가 당신의 병명을 알게 될까 봐 걱정돼서 그랬던 거예요

  • 가면을 쓴 남편   제783화

    “남지 씨는 정말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시네요.”박재용은 어머니와 쇼핑하던 때를 떠올렸다. 위아래 층을 훑고 안팎을 살피며 대여섯 시간을 족히 걸었던 기억들을 말이다.그는 여전히 감탄을 금치 못한 채 자신의 카드를 내밀었다.“남지 씨는 참 손이 안 가는 스타일이네요. 나중에 내 심장이 다 나으면 그냥 나랑 사귈래요?”송남지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싫어요. 라인국에서 재용 씨 별명이 좀 별로네요.”박재용의 안색이 금세 나빠졌다.“하정훈도 날 가만 안 두더니, 남지 씨까지 이러기예요?”송남지가 웃음을 터뜨렸다.“우린 친구니까 별명 정도는 언급할 수 있죠.”결제를 마친 박재용은 신사답게 쇼핑백을 건네받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별명에 대해 못내 아쉬운 듯 설명을 덧붙였다.“어릴 때부터 심장병 때문에 제대로 놀지도, 공부에 집중하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성인이 되자마자 라인국에서 내로라하는 망나니 재벌 2세들과 어울려 다녔죠. 술 마시고 싸우며 사회에 도움 안 되는 짓만 골라 했거든요. 그래서 그때 얻은 별명이 들개였어요.”송남지는 박재용의 휠체어를 밀며 쇼핑몰 밖으로 향했다.“이해해요.”송남지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박재용은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정말 이해하세요? 아니, 이해 못 하셔도 괜찮아요. 남지 씨는 평생 말 잘 듣고 성적도 좋은 ‘엄친딸’이었다면서요. 그런 분이 나 같은 사람을 정말 이해할 수 있겠어요?”송남지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지었다.“꼭 같은 처지여야만 타인을 이해할 수 있나요? 내가 공감 능력이 좀 좋은 편이거든요. 재용 씨가 심장병과 죽음의 공포에 얼마나 시달렸을지 생각하면, 어떤 행동을 했든 그건 불안감에 휩싸여 저지른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박재용은 송남지의 깊은 속내에 가슴이 뭉클해졌다.동시에 하정훈이 정말 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제정신인 사람이라면 누굴 선택할지 답이 딱 나오는데, 그 인간은 새 여자가 좋다고 조강지처를 버렸으니 말이다.한편, 하정훈은 주차장으로 직행하는

  • 가면을 쓴 남편   제782화

    박재용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자신의 치부를 들킨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송남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하씨 가문의 예절 교육이 서경에서도 유명한데, 그 집안 자제분께서 별명의 차이를 모르시나 보죠? 친구 사이엔 친근함의 표시지만, 타인이 부르면 비아냥이고 시비라는 걸요.”송남지는 친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온몸의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날 선 눈빛으로 하정훈을 쏘아보았다.임승아는 하정훈이 밀리는 형국이 불만스러웠는지 대화에 끼어들었다.“송남지 씨, 왜 이렇게 공격적으로 말씀하세요? 하정훈 씨와 박재용 씨도 구면인데, 친구라고 볼 수 있지 않나요?”송남지는 서늘한 냉소를 띠며 단호하게 맞받아쳤다.“얼굴 좀 안다고 다 친구인가요? 임승아 씨는 참 순진하시네요.”임승아는 말문이 막혔다. 하정훈이 나서주지 않으면 상황을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달은 그녀는 하정훈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하지만 하정훈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그의 시선은 줄곧 송남지에게 머물러 있었고 몇 초가 흐른 뒤에야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그래, 네 말이 맞아. 나와 박재용 씨는 친구가 아니니 내가 별명을 부르는 건 결례였어.”말을 마친 하정훈은 짧게 숨을 들이켜고는 그제야 임승아를 돌아보며 차갑게 내뱉었다.“갑시다.”임승아는 멍하니 서 있었다.그녀가 알던 하정훈은 그 누구 앞에서도 결코 고개를 숙이는 법이 없는 남자였기에, 지금의 모습은 너무나 낯설었다.하정훈은 그 정도 지위라면 설령 자기가 틀렸더라도 남 앞에서 기세가 꺾일 사람이 아니었다.그런데 유독 송남지 앞에서는 달랐다.임승아가 멍하니 서 있자 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낮게 물었다.“아직 멀었어요?”하정훈의 비위를 거스를 수 없었던 임승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다.“다 끝났어요.”하정훈은 어두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단나무 지팡이를 짚고 서둘러 매장을 나섰다.송남지는 모든 기운을 쏟아부은 듯 박재용의 휠체어에 살짝 몸을 기대었다.박

  • 가면을 쓴 남편   제54화

    하정훈의 눈빛에 억눌렸던 흥분과 분노가 뒤섞인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다.그는 재빨리 송남지의 허리를 끌어안고 손바닥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 두 사람 사이에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았다.서경시 새벽 2시 반, 맹렬하게 쏟아지던 소나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멎었다.침실 밖에서는 바람이 불어 축축한 낙엽을 쓸어가는 소리가 바스락거렸고 젖은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며 잎에 맺혔던 빗방울이 뚝, 뚝 떨어졌다.송남지는 침실 침대에 누워 창밖의 소리와 침실 안의 소리가 뒤섞여 마치 아름다운 교향곡처럼 들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 가면을 쓴 남편   제68화

    허상미는 어젯밤에 이 모든 사실을 엿듣고 혼란스러웠지만 다행히 금세 정신을 차렸다.“당분간 윤해진한테 잘 보여야 해. 널 끔찍이 아끼고 네 없이는 못 살게 만들어야 해. 송남지가 예쁘긴 하지만 너도 꿀릴 건 없잖아. 송남지 그 여자는 내가 따로 사람을 붙여서 감시할 테니까, 또다시 윤해진에게 꼬리라도 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허세준의 위로에 허상미는 겨우 마음을 다잡았다.어차피 윤강현이든 윤해진이든 예전처럼 살 수만 있다면, 심지어 예전보다 더 떵떵거리며 살 수만 있다면 그녀는 도대체 누가 되든 상관없었다.도덕적인 죄책감

  • 가면을 쓴 남편   제62화

    송남지는 그 당시 윤해진마저도 농담을 던졌던 것을 기억한다.“정계 인사 딸의 혼수치고는 너무 소박한 거 아니야?”하지만 윤해진과 오래 알고 지낸 터라 그녀는 나쁜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저 윤해진이 농담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녀 자신도 정계 인사의 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혼수 때문에 손윤영은 은근히, 때로는 노골적으로 그녀를 비웃곤 했다.겉으로는 번지르르해 보이지만 실속은 하나도 없다고 말이다.송남지는 그럴 때마다 억울함을 느꼈다. 그녀와 송 씨 가문 사람들은 밖에서 허세를 부리거나 폼을 잡은 적이 없었고 송

  • 가면을 쓴 남편   제51화

    빗물이 그의 광대뼈를 타고 흘러내려 하얀 셔츠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권력자의 오만함을 드러내고 있었다.“우선, 네가 누구든 상관없이 널 닥치게 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그리고 너 대체 윤강현이야, 아니면...”그는 뒷말을 삼켰다.오늘따라 업계에서는 윤해진이 죽은 게 아니라 윤강현이 죽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말도 안 되는 헛소리였지만 아예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을 것이다.하정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빤히 바라봤다. 윤해진을 잘 아는 그로서는 눈앞의 남자가 윤해진일 확률이 거의 99%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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