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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1화

Author: 은지아
이미란은 주제 파악이 빠른 사람이었기에 자신이 나서야 할 때와 물러나야 할 때를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았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송남지를 위해 한마디 거들어주고 싶었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미란이 천천히 말을 꺼냈다.

“사모님, 송씨 가문이 서경에선 평범한 집안이라지만 남지 씨 아버지는 청렴한 검찰 공무원이시고 어머니 또한 지식인이라 집안 내력이 참 곧고 깨끗합니다. 남지 그 아이는 말로 다 못 할 정도로 귀하고요. 다투거나 탐내는 법 없이 온화한 게 꼭 최상급 옥 같다니까요. 도련님이 재스민을 맡기셨을 때도 사업에 온 마음을 다해 전념하셨고요. 올해 재스민이 거둔 성적은 저조차 실감할 만큼 정말 대단했어요.”

오가은이 손을 내저으며 말을 가로막았다.

“미란 씨가 무슨 말 하려는지 다 알아. 굳이 내 앞에서 남지 편들지 않아도 돼. 내 며느리인데 그 애 예쁜 걸 내가 왜 모르겠어?”

이미란이 조금 멋쩍어하며 답했다.

“사모님이 알아주시니 마음이 놓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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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716화

    임승아는 카페 창가 자리에 가만히 앉아 창밖을 뒤덮은 눈발을 응시했다. 눈발이 거세질수록 푹신하던 적설은 점점 두껍고 무겁게 내려앉았다.실내였지만 임승아는 한기를 느껴 목을 움츠리며 흐트러짐 없이 서류들을 정리해 송남지가 서명한 것과 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 넣었다.정리를 마친 그녀는 카페를 나와 주차장에 세워둔 포르쉐에 올라탔다.서경에 머무는 동안 임시로 타는 차였다.그녀는 차를 몰아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서경 발 수리스행 비행기는 폭설로 인해 두 시간 가까이 지연된 상태였다.공항 직원의 정중한 사과를 받으며 전용 통로를 통해 귀빈실로 안내받자, 임승아는 지난 유학 시절의 비행 기억들이 떠올랐다.그녀는 전액 장학금을 받고 유학 기회를 잡았지만, 그 장학금만으론 매년 수리스와 서경을 오가는 비행기 값을 감당하기조차 벅찬 실정이었다.그래서 귀국한 건 지난 몇 년간 딱 두 번뿐이었다.한 번은 아버지의 병환 때문이었고 다른 한 번은 아버지의 부고 소식 때문이었다.무릎조차 제대로 펴지 못하는 비좁은 좌석에 몸을 구긴 채 돌아와야 했던 그 시절의 그녀에게 라운지는 멀고도 낯선 세계였다.여러 공항을 전전하며 느꼈던 그 비참함과 십여 시간의 밤샘 비행이 남긴 지독한 피로를 임승아는 여전히 생생히 기억했다.그때 그녀는 가난한 사람은 아플 자격조차 없으며 가난한 이들에게 병이란 한 가정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는 재앙임을 뼈저리게 깨달았다.아버지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온 친척에게 손을 벌렸고 나중에는 은행 대출까지 끌어다 썼지만 결국 아버지는 석 달 뒤 세상을 떠나셨다.아버지가 떠나던 날은 유독 날씨가 맑았고 다행히 아버지는 꿈을 꾸듯 평온하게 마지막 숨을 거두셨다.하지만 임승아에게 남겨진 것은 여기저기 구멍 난 빚더미였고 그것은 학업보다 더 무거운 압박감으로 그녀를 짓눌렀다.VIP 라운지에 앉아 있던 임승아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아버지에게 그런 일이 없었다면 하정훈과 자신 사이에 어떤 접점이라도 있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때로는 운

  • 가면을 쓴 남편   제715화

    최보라는 그런 송남지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겉으로는 아무리 강한 척해도 결국 마주해야 할 현실은 너무나 가혹했고 이건 누구라도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최보라는 다가가 송남지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남지야, 일단 차에 타. 얘기는 나중에 하자.”송남지는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비틀거리며 차에 올라탔고 그제야 참았던 통곡을 쏟아내기 시작했다.최보라는 어른처럼 송남지의 등을 다독이며 위로했다.“남지야, 울어. 실컷 울어야 속이 시원해져. 괜찮아, 다 지나갈 거야.”‘정말 다 지나가기는 할까?’송남지의 뺨 위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여전히 창가에 앉아 있는 임승아를 쳐다보다가 다시 최보라를 바라보며 말했다.“언니, 난 임승아가 은지영처럼 앞뒤 안 가리고 설쳐대는 사람일 줄 알았어. 근데 내 생각이 틀렸어. 봤어? 저 여자는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도 않고 침착해. 정훈 씨랑... 정말 잘 어울려.”송남지를 완전히 무너뜨린 건 다름 아닌 하정훈의 곁에 나타난 저 새로운 연인이었다.차분하고 독특한 분위기에 감정을 절제할 줄 아는 모습은 흔한 여자들과는 차원이 달랐다.송남지는 생각했다. 어쩌면 하정훈은 진심으로 임승아를 좋아하는지도 모른다고.그는 자신을 확실히 단념시키기 위해 작정하고 임승아를 보낸 것이 분명했다.최보라는 송남지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세계 최고 의대인 나상 의대 출신인 데다 외모와 분위기까지 여느 재벌가 영애들과는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독보적이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은지영이었다면 승산이라도 있었겠지만 상대가 임승아처럼 도무지 속을 알 수 없고 승부욕조차 드러내지 않는 차분한 적이라면, 이길 확률은 사실상 0퍼센트였다.그녀는 내연녀라는 꼬리표를 순순히 받아들였고 최보라의 날 선 비난 앞에서도 평온함을 유지했다. 심지어 뜨거운 커피가 쏟아지려 할 때조차 그녀는 피하려는 기색조차 없었다.임승아의 그런 모습에서 최보라는 대학 졸업

  • 가면을 쓴 남편   제714화

    송남지의 순순한 태도는 임승아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그녀는 오늘 이곳에서 온갖 수모를 당하고 뼈와 살이 깎이는 진통을 겪어야만 이혼 서류에 도장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뜻밖에도 송남지는 너무나 쉽게 수락했다. 명백히 송남지가 유리한 상황이었음에도 그녀는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곁에 있는 사람이 자신을 괴롭히지 못하게 막기까지 했다.임승아는 눈앞의 송남지를 다시 보게 되었다.하정훈의 아내 자리를 지켰던 사람이라면, 비록 출신은 평범할지언정 결코 평범한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특별한 구석이 있었다.임승아는 서류 봉투에서 협의서를 꺼냈다.“첫 번째는 이혼 협의서고 두 번째는 재산 양도 협의서예요. 세 번째와 네 번째도 마찬가지고요...”두툼한 A4 용지 뭉치에서 이혼 협의서는 맨 앞 한 장뿐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재산 양도 협의서였다.말하자면 송남지가 갖고 싶은 만큼 이름을 적어 넣는 ‘셀프’ 재산 분할인 셈이었다.임승아가 펜을 내밀자 송남지는 그것을 건네받으며 씁쓸하게 물었다.“정훈 씨는 내가 재산을 안 받겠다고 할까 봐 일부러 이혼 서류와 재산 분할 서류를 나눈 건가요? 나를 정말 잘 아네.”최보라는 이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혼하면서 재산을 나누는 건 봤어도 이런 셀프식 재산 분할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최보라는 마음 같아서는 송남지가 이 종이 뭉치에 전부 서명하기를 바랐지만, 그녀는 송남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송남지는 하정훈의 것은 무엇도 원치 않을 터였다.애초에 마음이 있었다면 하씨 저택을 나올 때도 검은 캐리어 하나만 달랑 들고나오지 않았을 것이다.이 순간, 최보라는 문득 동생의 고결한 자존심을 깊이 통감했다.그녀는 오히려 앞장서서 이혼 서류를 뺀 나머지 재산 분할 서류들을 테이블 위로 보란 듯이 흩뿌렸다. 하얀 종이들이 허공을 날아 바닥 여기저기에 어지럽게 떨어졌다.최보라가 비아냥거렸다.“그렇게 수완이 좋아서 남의 남자 뺏었으면, 이 돈들도 네가 다 가로채 보지 그래?

  • 가면을 쓴 남편   제713화

    “부디 상황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하정훈 씨가 정말 시간이 안 날 정도로 바쁘셔서요. 혹시 송남지 씨께서 추가적인 보상을 원하신다면 하정훈 씨도 기꺼이 응하실 용의가 있습니다.”커피잔을 쥐고 있던 송남지의 손에 힘이 들어갔고 하얀 손등 위로 옅은 푸른 핏줄이 불거져 나왔다.송남지는 실망감이 역력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그럼 제가 굳이 그 사람더러 직접 나오라고 요구하는 게, 오히려 그를 곤란하게 만드는 무리한 부탁이라도 된다는 건가요?”임승아는 순간 당황하며 말문이 막혔다. 자신이 내뱉은 말들이 결국 그런 뜻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곧바로 최보라가 말을 받아쳤다.“하정훈이 양심이 있으면 당장 직접 와서 사인하라고 해요. 세상에 어떻게 이런 경우가 다 있어요? 도대체 어떤 사람이어야 이런 식으로 행동할 수 있는 거죠? 설마 돈이면 다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최보라의 마음속에는 참을 수 없는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사람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이런 짓을 할 인간은 천지에 하정훈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하지만 아무리 서경을 좌지우지하는 하정훈이라 할지라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는 게 있는 법이었다.임승아는 대화의 주도권을 완전히 잃었다는 것을 직감한 듯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었다.송남지는 손을 뻗어 최보라를 살짝 끌어당기며 너무 화내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그제야 최보라는 목소리를 낮추며 작게 툴툴거렸다.“세상에 어떻게 저렇게 몰상식한 사람이 다 있담?”송남지는 멍하니 임승아를 응시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가 천천히 입을 뗐다.“임승아 씨, 최근 정훈 씨 곁을 지켰던 게... 그쪽인가요?”임승아는 흠칫 놀라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 송남지 씨.”그 대답에 송남지의 마음속 마지막 방어선마저 처참히 무너져 내렸다.최보라는 눈을 크게 뜨며 경악했다.“뭐라고?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상간녀 주제에 어떻게 감히 이혼 합의서를 들고 나타날 수가 있어? 너 제정신이야?”최보라의

  • 가면을 쓴 남편   제712화

    눈송이가 흩날리는 창가에서 송남지는 고개를 들어 여자를 바라보았다.앳된 얼굴에 대학을 갓 졸업한 듯한 상큼함이 느껴졌지만, 어딘지 모르게 노련한 분위기가 풍겼다.흔한 미인형이 아닌 개성 있고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누가 봐도 예쁘다고 할 만한 자연 미인으로 이런 구석진 카페에 나타나기엔 아까울 정도의 외모였다.송남지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저를 아세요? 누구신지...”송남지의 물음에 여자는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아요. 송남지 씨 만나러 온 거거든요. 저, 여기 같이 앉아도 될까요?”여자가 비어있는 앞자리를 가리켰다.송남지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기억을 아무리 뒤져봐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그녀는 상대가 누군지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자리에 앉은 여자는 차분하게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전 지금은 베리히 나상 의대에 재학 중이고요. 이번에 하정훈 씨를 대신해서 두 분의 이혼 합의서 문제를 처리해 드리고자 찾아왔어요.”그 말을 듣는 송남지의 미간이 더욱 깊게 패였다. 그녀는 서둘러 질문을 던지는 대신 침착하게 상황을 반추하기 시작했다.‘설마 이 여자가 하정훈의 새로운 연인인 걸까?'나상 의대라는 화려한 학벌에 수려한 외모, 그리고 밝고 당당한 분위기까지 갖췄으니 하정훈과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긴 했다.하지만 나상 의대라면 베리히에 있지 않은가. 동남아에서 출장 중이던 하정훈이 무슨 수로 베리히에 있는 대학생과 접점이 생겼단 말인가.참다못한 최보라가 팔짱을 낀 채 차가운 시선으로 임승아를 내려다보며 쏘아붙였다.“그쪽이 대체 어떤 대단한 인물이길래 남의 이혼 합의서를 들고 이래라저래라하는 거죠?”갑작스럽게 등장한 임승아를 향해 최보라는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사실 그 적대감의 화살은 하정훈의 불성실함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정말 진심으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었다면, 이런 중요한 자리에 본인이 직접 나타나지 않을 리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임승아의 표정은 시종일관 평온했다. 타인의 비아냥거림 정도

  • 가면을 쓴 남편   제711화

    송남지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은지영은 어느새 차 밖에 서 있었다.비서가 받쳐주는 우산 아래서 그녀가 차창을 똑똑 두드렸다.최보라가 흥분하며 물었다.“저게 여긴 또 왜 온 거야?”송남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창문을 살짝 내렸다.“무슨 일이야?”은지영은 오만한 태도로 운전석 옆에 서서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넌 나한테 졌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정훈 오빠 옆에 다른 여자가 있다는 말을 지어낸 거지, 그렇지?”송남지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미친년!”은지영이 여기까지 쫓아온 이유가 고작 이거라니.“인정해, 송남지. 넌 그냥 나한테 지기 싫은 거잖아.”은지영은 팔짱을 낀 채 안하무인인 눈빛을 보냈다.송남지는 헛웃음이 나왔다. 은지영이 이토록 지독한 고집불통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아니, 어쩌면 어떤 집착이 은지영의 마음속에 깊이 박혀 있는지도 몰랐다.저 정도면 정신과 상담이라도 받아야 할 판이었다.“너 네 정훈 오빠 마중 안 가? 나랑 11시 반에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지금쯤이면 비행기 착륙했을걸?”이제 은지영은 지각 걱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그녀는 오직 한 가지에만 집착했다.“거짓말 마. 서경에 막 돌아온 오빠가 왜 널 만나?”기세등등하던 은지영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송남지는 굳이 이혼 서류에 도장 찍으러 만나는 거라는 설명까지 해줄 마음은 들지 않았다.그녀는 창문의 작은 틈 사이로 은지영을 똑바로 응시했다.“내가 왜 거짓말을 해? 네가 정훈 씨 만나러 간다는 거 알고 질투 나서 11시 반 약속을 지어낸 것처럼 보여? 나 그 정도로 멍청하지 않아. 못 믿겠으면 정훈 씨한테 직접 물어봐.”은지영은 하정훈이 귀국 첫 일정으로 왜 전처가 될 사람을 택했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어 입술을 깨물었다.송남지는 미련 없이 창문을 닫고 차를 출발시켰다.최보라는 뒤에 남겨진 믿고 싶지 않으면서도 믿을 수밖에 없는 사실에 분노하며 이를 가는 은지영을 백미러로 훔쳐보았다.“쟤는 정훈이를 얼마나 좋아하

  • 가면을 쓴 남편   제147화

    차를 다 마신 하정훈은 더 머무를 생각이 없는 듯 곽지민에게 물었다.“요즘 로샬기 쪽에 또 가?”곽지민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그쪽 일은 거의 마무리돼서 당분간은 서경시에 있을 거야.”하정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럼 시간 되면 우리 집에 놀러 와.”곽지민은 당연히 그곳에 가면 하정훈의 애정 과시를 보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정훈이 그를 초대하는 것 또한 그의 염장을 지르려는 의도였다.하지만 곽지민 또한 만만치 않은 고집불통이었다. 그는 오히려 가보면 누가 더 불편할지 시험해보고 싶었다.그래서 흔쾌히 승낙했

  • 가면을 쓴 남편   제168화

    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목소리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남지가 알아서 알람 다 맞춰놨어. 알아서 척척 잘하는 사람이니까 네가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돼.”곽지민은 전화기 너머에서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일부러 순진한 척 말했다.“나도 걱정돼서 그런 거지. 봉사 활동인데 혹시라도 늦으면 안 되잖아.”그는 은근히 약을 올리며 덧붙였다.“너 그 젊은 친구가 얼마나 잘 생겼는지 알아? 올해 서경 미대를 갓 졸업한 스무 살 갓 넘은 파릇파릇한 청년인데 쯧쯧, 송남지가 함께 일하면 눈이 호강할 거야.”하정훈은

  • 가면을 쓴 남편   제132화

    그러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을 앞둔 시점에 서경시에서 오퍼를 받은 그녀는 해성에는 들르지도 않고 곧장 서경시로 들어왔다.사촌 언니가 귀국한다는 소식, 그것도 서경시로 돌아온다는 말을 들은 송남지는 뛸 듯이 기뻤다.지난 몇 년간 윤씨 가문에서 지내면서 변변한 친구 하나 사귀지 못했고 일도 하지 않다 보니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조차 없었기 때문이다.송남지는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하씨 가문 차고로 신나게 달려갔다.운전면허는 있었지만 예전에 윤씨 가문에서 가끔 윤해진의 차를 몰았던 정도였다.하지만 윤해진은 송남지가 사람들 앞에 나서

  • 가면을 쓴 남편   제128화

    허상미는 차해연을 진정시키려 애썼다.“엄마, 이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혈압도 높으시잖아요.”차해연의 목소리가 워낙 날카로워서 허상미는 귀가 찢어지는 듯했다.“감히 내 아들을 건드려? 잡히기만 해 봐라, 아주 가죽을 벗겨 버릴 거야!”차해연이 진정될 기미가 안 보이자 허상미는 포기했다.자기 몸도 성치 않으니 괜히 옆에서 소리 지르고 난리 치는 걸 감당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일단 자기 몸부터 챙기는 게 먼저였다.병원에 도착하니 허세준은 이미 일반 병실로 옮겨져 있었고 의사가 차해연에게 상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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