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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작가: 밥벌이요정
고하준이 2층에서 뛰어 내려와 송서윤을 노려봤다.

“엄마, 이러면 안 돼요! 아빠가 직접 설계한 집이잖아요. 내 장난감, 미끄럼틀, 수영장, 그리고 정원에 연수 이모가 만들어준 그네까지... 저한테는 추억이 깃든 집이라고요! 엄마 마음대로 망가뜨리면 어떡해요!”

송서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하준을 바라봤다.

그 싸늘한 눈빛이 무서웠는지, 고하준은 저도 모르게 고영훈의 뒤로 몸을 숨겼다.

‘엄마 눈빛이 저렇게 차가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혹시 학교 끝나고 연수 이모 만났던 걸 들킨 건 아니겠지?’

“아빠, 엄마 좀 말려줘요...”

고하준이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

고영훈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아들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엄마가 네 생일 준비한다고 일부러 리모델링하려는 거야. 곧 우리 집에 새로운 가족도 생기니까, 이제 집 구조도 좀 바꿀 때가 됐지. 맞아? 여보?”

송서윤은 별다른 표정 없이,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고하준은 믿기지 않는 듯한 얼굴로 송서윤에게 다가와 목에 팔을 감고 볼에 쪽 소리를 내며 입을 맞췄다.

“엄마, 제가 오해했네요. 역시 세상에서 저를 제일 사랑하는 건 엄마인가 봐요!”

어젯밤, 고영훈은 아들에게 말했다.

"엄마와 아빠의 결혼반지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거야.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 담긴 정말 소중한 반지니까..."

고하준은 그 말을 듣고 엄마가 자신과 함께 자지 않겠다고 한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침이 되면 사과할 생각이었지만, 지금 보니 괜한 걱정이었나 싶었다.

‘엄마는 나만 사랑해. 내가 무슨 잘못을 해도 결국 다 용서해 줄 거야. 잠깐만 화내고 금방 풀리니까, 굳이 먼저 사과할 필요도 없어.’

송서윤은 아들의 천진한 얼굴을 바라보다가, 결국 손을 뻗어 안아주었다.

하지만 고하준은 금세 송서윤의 품에서 빠져나가 식탁 반대편으로 달려가 아침을 먹을 준비를 했다.

송서윤의 손이 공중에 멈춰 섰다.

“근데, 여보. 왜 그렇게 아끼던 차까지 폐차했어?”

고영훈이 송서윤 앞에 쭈그리고 앉아, 그녀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

그의 온기가 손바닥을 파고들자, 송서윤은 자기도 모르게 움찔했다.

송서윤은 고영훈의 다정한 눈빛을 마주하자, 머릿속에 지난밤의 기억이 스치듯 떠올랐고 금세 눈가가 시뻘겋게 물들었다.

“이제 질렸나 봐.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것도 싫고...”

고영훈은 한참을 바라보다 말했다.

“그래, 당신이 타다가 질렸다고 해도 다른 사람한테 줄 순 없지. 나도 똑같이 생각했어.”

“그러면 우리 가족은 이제 어디서 살아요?”

고하준이 샌드위치를 입 가득 넣고 물었다.

“우리는 고씨 가문 본가 대저택으로 이사 간자. 당분간 할머니와 같이 지낼 거야.”

고영훈의 말에 송서윤은 회사 근처로 이사할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예전이라면 주희영의 곁에 있는 게 가장 좋았으니, 이제 와서 거절하면 의심만 살 것 같았다.

“와, 신난다!”

고하준은 신이 나서 팔을 휘저었다.

‘이제 할머니가 지켜주니까, 엄마도 나한테 함부로 못 하겠지? 할머니가 아이스크림도 사줄 거고!’

고영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을 나섰다.

송서윤은 유리창 너머로 그가 정원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고영훈의 손이 꽃장식이 달린 그네를 슬쩍 어루만졌다. 그네는 허연수가 손수 만든 것이었다.

순간 속이 울렁거려 송서윤은 시선을 거두었다.

“나 먼저 출근할게.”

그녀는 식탁 위에 식기를 내려놓고 일어섰다.

김태원이 캐리어를 끌고 그녀를 따라나섰다.

고영훈과 고하준의 짐을 제외하고 송서윤의 짐은 겨우 한 상자뿐이었다.

지금까지 항상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모든 걸 미뤘던 삶이 우스울 뿐이었다.

정원 한가운데서 고영훈은 송서윤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며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가늘게 좁혀졌다.

‘요즘 정말 많이 야위었네...’

고영훈은 핸드폰을 귀에 대고 진지하게 말했다.

“분명 요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한테는 얘기 안 해도, 지원이한테는 털어놓을 수 있으니까, 네가 지원이 좀 떠봐.”

수화기 너머로 정지욱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형님... 혹시 형수님이 형님이랑 작은 형수님 사이를 눈치챈 거 아닐까요?”

“그럴 리 없어!”

고영훈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네, 그렇겠죠. 형수님이 정말 알았다면 조용히 있을 분이 아니잖아요. 진작 이혼 얘기 꺼내고 형님 곁을 떠났을 거예요.”

‘떠난다’는 말에 고영훈의 가슴이 찢어지듯 조여왔다.

창밖으로 송서윤이 타고 있는 차가 보였다.

그는 전화를 급히 끊고 길게 뻗은 다리로 곧장 차 쪽으로 달려갔다.

평소 같으면 꼭 자신을 기다렸다가 함께 출근하던 송서윤이, 오늘은 차 문조차 열어주지 않은 채 앞만 바라보며 차에 탔다.

차 문이 눈앞에서 닫혔고 그를 뒤로한 채 빠르게 멀어져갔다.

고영훈은 그 자리에 멈춰서,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가만히 서 있었다.

다시 집으로 들어와 식탁에 앉았다.

송서윤의 자리 앞에 놓인 접시에는 파스타와 우유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서윤이가 한 입도 안 먹고 간 거야?”

고영훈이 물었다.

“네, 사모님께서 오늘따라 많이 피곤해 보이셨어요. 입맛이 없으셨던 것 같아요.”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송서윤은 아무리 컨디션이 안 좋아도, 그가 정성껏 만든 음식은 한두 입씩 꼭 먹어보며 칭찬해 주곤 했었다.

지금은 그런 미소도, 다정함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고영훈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조금 전 통화에서 정지욱이 했던 의심스러운 말이 다시 뇌리를 스쳤다.

송서윤은 케이원 그룹 IT 부서의 고문이었다. 가끔 팀장에게 조언도 해주고 외부 해킹이나 직원의 실수가 있을 때 몰래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진짜 능력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알려진 것으로는 2년간 해외 유학을 다녀온 평범한 경력자였지만, 사실은 ‘모건’의 스카우트로 비밀조직에 특별 채용된 인재였다.

고영훈과 결혼하기 위해, 그녀는 잠시 조직을 떠나게 되었다.

데미스 국장 모건에게, 일상으로 돌아가 정체나 실력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겠다고 약속한 후, 평범한 삶을 선택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력은 없지만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대표이사의 연줄로 들어온 낙하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송서윤이 사직서를 팀장에게 내밀었을 때 팀장은 식은땀을 훔쳤다.

“사모님, 저희가 뭔가 잘못한 게 있습니까?”

“아니에요. 제 개인적인 문제라서, 여러분과는 아무 상관 없어요.”

송서윤은 담담히 답했다.

“사직서는 대표님 결재까지 받아야 할까요?”

팀장은 의미 없는 질문인 걸 알면서도 물었다.

‘사모님이 사표를 내면, 대표님이 모를 리 없지, 게다가 사랑꾼인 대표님께서 사모님 말을 거역할 리도 없고...’

“굳이 그럴 필요 없어요.”

“네, 그럼 인사팀에 전달해서 정리하겠습니다.”

송서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팀장실을 나섰다.

바로 그때, 서지원이 찾아왔다.

서씨 가문과 고씨 가문은 오래전부터 인연을 이어온 오랜 명문가였다.

서지원과 고영훈은 사실상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온, 말 그대로 소꿉친구였다.

송서윤이 고씨 가문에 시집온 뒤, 서지원과는 금세 가까워졌다.

고영훈이 송서윤을 속상하게 할 때면 늘 서지원이 먼저 나서서 그녀를 위로해 주곤 했다.

이 세상에서 고영훈 다음으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서지원이었다.

서지원은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곧장 송서윤에게 달려와 와락 안겼다.

울먹이는 듯한 애교 섞인 목소리가 송서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서윤아... 정지욱이 날 배신했어. 그 허연수, 그 여자랑 바람났더라고...”

송서윤은 지금까지 서지원이 우는 모습을 딱 한 번, 자신의 결혼식 날에만 본 적이 있다.

그러고 보면 오늘이 두 번째였다.

“지원아, 아니야. 지욱 씨는 너를 배신할 만한 사람이 아니야.”

송서윤은 어제 있었던 일들이 떠올라,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나한테까지 숨기지 마. 이미 소문 다 퍼졌어.”

서지원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는 분노도 섞여 있었다.

“그 자식이랑 약혼 취소할 거야.”

서지원은 누구보다 정지욱을 좋아했다. 실제로 그와 결혼하고 싶다고 늘 말했고 정지욱도 서지원을 정말 아꼈다.

지금처럼 화가 나 있는 그녀에게 차마 진실을 말할 순 없었다. 하지만, 사랑에 상처받는 고통을 서지원마저 겪게 하고 싶진 않았다.

송서윤은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지원아, 허연수는 정지욱의 내연녀가 아니야. 허연수는... 고영훈의 여자야. 내 남편이 나를 배신한 거야.”

바로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며 고영훈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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