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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Author: 빅비58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9 20:26:02
마차 안.

클레르는 창밖의 후레지아를 보며 말하고 있었다.

"너무... 보여주기 같아."

그 말이 끝난 순간,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사과나무가 마차 위로 떨어졌다.

"꺄악!!"

지붕이 크게 흔들리고, 마차 전체가 옆으로 기울며 거칠게 요동쳤다. 엘로이즈와 클레르는 동시에 몸의 균형을 잃었다.

"뭐야...!"

엘로이즈가 재빨리 몸을 일으키는 순간, 충격으로 마차 문이 살짝 벌어졌다. 그 틈으로 거센 바람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왔다.

휘이이이익!!

그 바람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엘로이즈를 향해 휘감아 들었다. 드레스 자락이 크게 휘날리고, 몸이 문쪽으로 강하게 끌려갔다. 엘로이즈는 다급히 의자 손잡이를 움켜 쥐었다.

"윽...!!"

손끝에 힘을 주며 버티는 순간.

툭.

무릎 위에 올려 두었던 책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 작은 소리에 클레르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클레르 역시 의자 손잡이를 있는 힘껏 붙잡은 채 거센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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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아름답지 못했던 왕비    26화

    마차 안. 클레르는 창밖의 후레지아를 보며 말하고 있었다. "너무... 보여주기 같아." 그 말이 끝난 순간,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사과나무가 마차 위로 떨어졌다. "꺄악!!" 지붕이 크게 흔들리고, 마차 전체가 옆으로 기울며 거칠게 요동쳤다. 엘로이즈와 클레르는 동시에 몸의 균형을 잃었다. "뭐야...!" 엘로이즈가 재빨리 몸을 일으키는 순간, 충격으로 마차 문이 살짝 벌어졌다. 그 틈으로 거센 바람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왔다. 휘이이이익!! 그 바람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엘로이즈를 향해 휘감아 들었다. 드레스 자락이 크게 휘날리고, 몸이 문쪽으로 강하게 끌려갔다. 엘로이즈는 다급히 의자 손잡이를 움켜 쥐었다. "윽...!!" 손끝에 힘을 주며 버티는 순간. 툭. 무릎 위에 올려 두었던 책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 작은 소리에 클레르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클레르 역시 의자 손잡이를 있는 힘껏 붙잡은 채 거센 흔들림을 버티고 있었다. "...언니?" 클레르의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이미 몸의 균형을 잃고 열린 마차 문 밖으로 밀려나는 엘로이즈였다. "언니!!" 클레르는 망설이지 않았다. 있는 힘껏 몸을 던져 엘로이즈를 밀어냈다. 퍽! 엘로이즈의 몸이 다시 마차 안쪽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그 순간. 휘이이이익!! 거센 바람이 방향을 바꾸듯 클레르의 몸을 휘감았다. "아악!!" 비명과 함께, 클레르의 몸이 열린 마차 문 밖으로 밀려 나가듯 빠져나가려 했다. 그 찰나. 클레르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엘로이즈와 눈이 마주쳤다. 놀람과 다급함이 뒤섞인 두 사람의 시선이 아주 짧은 순간 허공에서 맞닿았다. "클레르!!" 손끝이 닿을 듯 가까워졌다. 하지만 바람은 클레르의 몸을 더욱 거세게 끌어당겼다. 엘로이즈의 손끝은 허공만 스쳐 지나갔고, 클레르의 손은 그녀의 손가락 사이를 힘없이 빠져나갔다. "...안 돼!!" 엘로이즈의 다급한 외침

  • 가장 아름답지 못했던 왕비    25화

    마차는 어느새 마을을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었다. 돌길은 어느새 흙길로 바뀌었고, 바퀴는 부드럽게 흙을 밟으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창밖을 바라보던 클레르의 눈이 크게 반짝였다. 설렘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이 산 진짜 예쁘다!!" 엘로이즈는 잠시 책에서 시선을 떼고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창문 너머로 펼쳐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짙은 초록색 나무들이 길게 이어져 있었고, 햇살을 머금은 잎사귀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반짝였다. 숲 사이로는 맑은 계곡물이 은빛으로 반짝였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야생 과일 나무들이 탐스럽게 열매를 맺고 있었다. 나뭇가지 위에서는 참새 몇 마리가 쥐저기고 있었고, 다람쥐 한 마리가 줄기를 타고 재빠르게 오르내리는 모습도 보였다. 엘로이즈는 잠시 그 풍경을 바라보다 미소지었다 "...그래. 예쁘네." "언니! 저기 참새도 있어!" "우와! 다람쥐다!" "저 계곡도 엄청 시원해보인다!!" 클레르가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해맑게 웃는 얼굴에는 꾸밈도, 망설임도 없었다. 좋으면 좋다고, 예쁘면 예쁘다고, 그 마음을 그대로 말하는 아이였다. 엘로이즈는 그런 동생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잠시 부러운 듯한 눈빛이 스쳤다. '언니도 너처럼... 마음속에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 생각 역시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엘로이즈는 조용히 시선을 거두고, 무릎 위에 놓인 책을 다시 펼쳤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한편, 마차 밖. 안장위에 앉은 루시안은 묵묵히 고삐를 쥔 채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도 푸른숲과 햇살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서서히 음흉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이제 곧 있으면... 이 아름다운 산이...' '네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풍경이 될것이고,' '이 산길이...' '너의 마지막 길이 되겠구나.' 루시안은 조용히 웃었다. 마차는 더욱 깊은 산길을 따

  • 가장 아름답지 못했던 왕비    24화

    잠시 후. 드 로베르 저택 앞마당. 따뜻한 햇살이 돌바닥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고 있었다. 현관문이 열리며 두 자매가 모습을 드러냈다. 엘로이즈는 은은한 아이보리색 드레스를 단정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햇살을 머금은 듯한 부드러운 색감은 그녀의 차분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 옆에는 연한 크림색 드레스를 입고, 곱게 땋은 금빛 머리에 파란 리본을 단 클레르가 종종걸음으로 따르고 있었다. 파란 리본은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고, 클레르의 얼굴에는 꽃밭으로 향한다는 설렘이 가득했다. 저택 앞에는 검은 마차 한 대가 조용히 준비되어 있었다. 말들은 숨을 내쉬며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고, 마차 앞에는 늙은 마부가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루시안 로웬. 겉으로는 온화한 미소를 띤 그는 허리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아가씨, 오셨습니까." 인사하며 고개를 드는 순간, 그의 시선이 잠시 엘로이즈의 얼굴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이었다. 그는 다시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럽게 마차 문을 열었다. 클레르는 밝게 웃으며 먼저 마차에 올라탔다. 계단을 오르다가 몸을 홱 돌려 엘로이즈를 바라봤다.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언니! 우리 가면 후레지아 꽃 많이 따와서 꽃병에 예쁘게 장식해놓자! 언니 방에도 놓고 내 방에도 놓으면 진짜 예쁘겠다!" "...그래, 그래. 일단 타. 조심히." "응!" 클레르는 신이 난 듯 마차 안으로 쏙 들어갔다. 엘로이즈도 뒤이어 조용히 올랐다. 두 사람이 모두 자리에 앉자, 루시안은 문을 천천히 닫았다. 문이 잠기는 소리가 철컥. 작게 울렸다. 그는 천천히 마부석으로 걸어가 안장 위에 올라탔다. 고삐를 손에 쥐는 순간, 루시안의 입가에 걸려있던 인자한 미소가 서서히 지워졌다. 눈빛은 차갑게 식었고, 주름진 얼굴에는 차가울만큼 싸늘한 표정이 떠올랐다. '꽃을 꺾어와서 장식해놓자고?' '네 언니는...' '꽃밭에 가지도...' '이 저택에 돌아오지도 못할것이다...' 그는

  • 가장 아름답지 못했던 왕비    23화

    일주일 후. 점심 햇살이 드 로베르 저택의 정원을 비추고 있었다. 현관 앞에는 이미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검은 말들이 조용히 숨을 내쉬고 있었고, 하인들은 양옆으로 가지런히 서 있었다. 끼익. 현관문이 열렸다. 먼저 대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갈한 외출복 차림으로. 그 뒤로 부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 뒤. 엘로이즈와 클레르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엘로이즈는 오늘도 단정했다. 흑발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고,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햇빛 아래에서 그녀는 조용하고 우아하게 부모를 바라보며 허리를 살짝 숙였다. "...어머니, 아버지. 잘 다녀오세요." 대신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 역시 아주 옅게 미소지었다. "...그래. 오늘도 중요한 연회가 있어서... 좀 늦을 거란다." "...네." 그 순간, 부인의 시선이 천천히 옆으로 움직였다. 클레르. 연한 노란빛 드레스를 입은 둘째 딸이 조용히 서 있었다. 평소처럼 들떠 뛰어나가지는 않았지만, 며칠 전처럼 풀이 죽은 얼굴도 아니었다. 부인은 잠시 클레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클레르." "네, 어머니." "어머니, 아버지 없는 동안 언니 말 잘 듣고. 말썽 피우지 말고." "...네, 어머니." 클레르의 대답은 얌전했지만, 고개를 들던 순간, 슬쩍 옆에 있는 엘로이즈를 바라봤다. 그리고, 싱긋. 아주 작게 웃었다. 엘로이즈 역시 그 시선을 느꼈다. 잠시 눈을 깜빡인 그녀의 입가에도 아주 옅은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부인은 그런 두 딸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다. 궁정 대신이 먼저 마차에 올라탔다. 뒤이어 부인이 드레스 자락을 정리하며 천천히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덜컥. 마차 문이 닫혔다. 찰싹. 고삐가 움직였다. 바퀴가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덜커덩. 검은 마차는 아침 햇살 아래를 지나 천천히 저택 밖으로 멀어져 갔다. 계단 위에는 엘로이즈와 클레르 두 사람만 남았다. 그리고 마차가

  • 가장 아름답지 못했던 왕비    22화

    그날 밤.드 로베르 저택은 이미 깊은 정적 속에 잠겨 있었다. 복도에는 촛불 몇 개만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창밖 정원은 달빛 아래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하인들의 발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하지만 저택 뒤편, 사람들의 눈이 잘 닿지 않는 오래된 마굿간 쪽으로 한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검은 망토를 깊게 눌러쓴 젊은 남자 하인. 그는 몇 번이고 주변을 살피며 걸음을 옮겼다. 발소리는 최대한 죽여져 있었다.끼익.낡은 마굿간 문이 아주 조금 열렸다. 안쪽에서는 희미한 등불 하나가 흔들리고 있었다. 마른 짚 냄새. 낡은 나무 냄새. 그리고 말들의 낮은 숨소리. 남자 하인은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다. 마굿간 안쪽 구석. 낡은 의자 하나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허리가 굽은 늙은 마부. 해진 외투. 거칠게 갈라진 손. 깊게 눌러쓴 모자 아래로는 그림자만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 공기만큼은, 평범한 늙은이의 것이 아니었다. 카일 로웬의 아버지. 그리고 오래전부터 그림자 속에서 움직여 온 마법사, 루시안 로웬.남자 하인이 낮게 고개를 숙였다."...루시안 님.""말해라.""...다음 주에 후레지아 꽃을 꺾으러 산으로 간답니다.""...산으로.""예. 둘째 영애와 큰 영애 둘이서요.""...그래. 드디어 때가 왔구나. 꽃을 좋아하는 계집 아이들은... 늘 경계가 없지.""...그리고 마침, 그 산으로 가는 길에 사과나무를 심어놓기 좋은 장소가 있다고 합니다.""...사과나무.""예. 햇빛도 잘 들고, 땅도 꽤 깊다고 들었습니다."루시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자 아래 그림자 속에서, 그의 입가가 아주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사과나무.그 단어가 마굿간 안에서 조용히 울렸다. 그리고 그 순간, 등불 불꽃이 다시 한 번 길게 흔들렸다. 루시안의 눈빛이 천천히 깊어졌다."...그래. 좋군."루시안은 천천히 몸을 뒤로 기대었다. 늙은 마부의 허름한 그림자 아래로, 서늘한 미소가 아주 얇게 드러나고 있었다.마굿간 안은 다

  • 가장 아름답지 못했던 왕비    21화

    엘로이즈는 끝까지 말을 끊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듣고 있었다. 하지만 손이 굳어 있었다. 마침내 클레르의 떨리는 목소리가 다시 작게 이어졌다. "...언니. 정말... 어머니, 아버지도 나 싫어하시고...언니도 나 싫어할 거야?" "아니야." 엘로이즈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영애가.. 괜히 심술 부린거야." "아니야.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내 얼굴을 보고 웃어주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으셨고.. 어머니도.. 항상 나만 보면 한숨 쉬셨고... 방금도 아버지가 나 조심성없다고 혼내신 것도..." "아니야." 엘로이즈가 조금 더 빠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 "두 분 다. 너가 걱정돼서 그러신거야. 네가 다칠까봐, 또 남들이 함부로 말할까봐. 그래서 엄하게 말씀하시는 거지." "...나. 그런 것도 모를 정도로 바보 아니야." 엘로이즈의 눈이 멈췄다. 클레르는 울먹이는 얼굴로 계속 말했다. "...사람이 진짜 좋아하는 사람 볼 때 어떤 눈 하는지는 나도 알아..." 그 말이 떨어진 순간, 식당 안 공기가 아주 조용히 가라앉았다. 엘로이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울음을 참으려 애쓰는 동생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의자가 아주 작게 밀리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클레르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멈춰섰다. 클레르는 눈물을 훔치지도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순간, 툭. 엘로이즈의 손이 조용히 클레르의 어깨를 붙잡았다. 클레르의 몸이 아주 작게 움찔했다. "...클레르. 너 언니 눈 똑바로 봐." 목소리가 조금 더 낮아졌다. "...언니 말 못 믿겠어?" 클레르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가가 붉게 젖어 있었다. 눈물 때문에 흐려진 시선 너머로, 엘로이즈의 얼굴이 보였다. 엘로이즈는 그런 동생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언니는 거짓말 안 해." 그녀가

  • 가장 아름답지 못했던 왕비    5화

    거울 속에서 서로의 시선이 잠시 맞물려 있었다. 그림 하일드는 아직도 자신의 얼굴이 거울 안에 또렷하게 있다는 것이 조금 낯설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주 희미하게 입가를 움직였다. 조심스러운 미소였다. 마치 웃는 방법을 천천히 떠올리는 사람처럼. "칭찬 감사합니다, 아가씨.." "지금... 웃은거야?" 그림 하일드는 잠깐 당황한 듯 눈을 내렸다. 엘로이즈의 미소가 조금 더 깊어졌다. "너 웃는 거..." 그녀는 거울 속에서 그림 하일드의 얼굴을 다시 한번 보았다. "처음 보는 것 같아." 그 말은 놀림도 아니었고 비난도

  • 가장 아름답지 못했던 왕비    4화

    귀족 부인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촛불이 흔들릴 때마다 대신의 얼굴 윤곽이 짧게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했다. "당신은 늘... 너무 앞을 보세요."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그 아이는 아직 열여섯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나이와 야심은 비례하지 않소." 대신의 답은 짧았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아이일수록 더 멀리 보게 되지." 귀족 부인은 그 말에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멀리 본다 해서 다 위로 오르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대신은 낮게 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오르느냐가 아니오."

  • 가장 아름답지 못했던 왕비    3화

    그날 아침 식사 시간.식당은 저택에서 두 번째로 빛이 많이 드는 공간이었다. 긴 테이블 위에는 은식기와 얇은 도자기 접시가 정확한 간격으로 놓여 있었다. 빵은 이미 적당한 두께로 썰려 있었고, 수프에서는 희미한 김이 올라왔다. 그림 하일드는 아가씨의 오른편, 반 걸음 뒤에 서 있었다.시선은 낮게. 숨은 일정하게. 소리는 나지 않게.아가씨는 자리에 앉아있었다.잠시 후.문이 열리고 묵직한 발소리가 들어왔다. 아가씨의 아버지였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었으며, 말보다 시선이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었다.궁정 대신.왕의 곁에서

  • 가장 아름답지 못했던 왕비    2화

    복도를 더 안쪽으로 들어가기 전, 그들은 한 번 멈춰 섰다. 앞에 서 있던 여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머리를 단정히 틀어 올린 나이 많은 하녀가 다가와 있었다. 저택 안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 특유의 굳은 기척이 있었다. 하녀장은 귀족 부인을 향해 짧게 고개를 숙였다."이 아이가 오늘 새로 들어온 아가씨의 하녀입니까."질문이었지만 확인에 가까운 말투였다.귀족 부인은 소녀를 한 번 힐끗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말은 짧았고, 망설임이 없었다."손을 보니 일은 할 줄 알겠더군요."하녀장은 그 말에 더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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