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하하하! 거봐, 한수진. 내가 뭐라 그랬어? 그 미련한 년이랑 이혼 도장 찍자마자 내 인생 사방으로 풀리는 거 안 보여?”
청담동 ‘미라주’ 빌딩의 사장실. 강도진은 전면 거울에 비친 자신의 수트 매무새를 만지며 호탕하게 웃어 제꼈다. 생각보다 많은 지출이 있었던 새로운 태양은 사교계에서 소위 대박을 치며 들어온 막대한 수익이 그의 어깨를 잔뜩 세워주고 있었다. 수진 역시 만삭의 배를 부드러운 실크 드레스 위로 쓰다듬으며 도도하게 미소 지었다.
“당연하죠, 도진 씨. 그 여자는 당신 앞길을 막는 먹구름이었을 뿐이에요. 이제 진짜 태양이 떴잖아요.”
도진은 기고만장해진 기세로 그 길로 본가로 향했다. 당당하게 이혼 사실을 공표하고, 수진이 품은 아들의 존재를 무기로 아버지에게 약속했던 100억 원의 지원금을 요구할 생각이었다. 그 돈은 최근 겪은 스캔들로 인한 자금의 공백을 메울 완벽한 기회였다.
하지만 본가 거실에서 마주한 아
정지상이 산산조각 난 태블릿 파편을 조용히 주워 담아 나간 뒤, 싸늘한 정적이 감도는 집무실에서 강도진은 핏발 선 눈으로 모니터 화면 속 자산 현황표를 멍하니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남미 에메랄드 광산 측에서 요구한 추가 자금을 보내기 위해 그룹 재무팀과 개인 자산 관리인에게 명의로 된 모든 계좌와 유휴 자산을 끌어모으라 지시한 결과가 스크린 위에 띄워지고 있었다.숫자를 하나씩 확인해 내려갈 때마다 도진의 안색에서는 핏기가 순식간에 빠져나가 푸르스름한 흙빛으로 변해갔다."……이게 끝이라고? 내 개인 자산과 부모님 명의의 채권까지 다 합친 게 겨우 이것뿐이야?!"도진은 목을 죄어오는 듯한 답답함에 거친 손길로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 단추가 튕겨 나갔지만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남미 에메랄드 광산 지분을 매입하고 현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들어간 비용도 천문학적이었지만,
찰스가 병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사죄한 회개 영상과, 그와 동시에 인터넷 전역에 터져 나온 강도진과의 최후 통화 음성 녹음 파일은 전국을 사정없이 뒤흔들었다. 첫 번째 공개되었던 파일이 도진도 찰스의 표절을 사전에 알고 방조했다는 증거였다면, 이번에 공개된 파일은 찰스를 사지로 몰아넣은 도진의 가혹한 꼬리 자르기가 그대로 담긴 결정타였다. "죽으려면 혼자 죽어. 네가 다 뒤집어쓰고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라고!" 스피커 너머로 울려 퍼지는 강도진의 잔혹한 목소리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와 메인 뉴스 헤드라인을 순식간에 도배했고, 중립을 지키며 관망하던 대중의 민심은 완벽하게 뒤흔들렸다. [단독] '구치소 자살 시도' 찰스 CP, 병실 바닥 무릎 꿇고 사죄… "모든 죄는 내게, 하지만 강도진을 용서 못 해" [사회] 찰스 2차 통화 폭로… "죽으려면 혼자 죽어, 네가 다 뒤집어써" 강도진 폭언 정황
CB 그룹이 전 세계 언론에 사내 조사 결과와 함께 공개한 남미 광산의 1차 채굴 결과서는 시장을 크게 흔들었다. 영롱한 초록빛 원석 수십 킬로그램의 사진과 지질팀의 서명은 자극적이었다. 대중의 시선은 순식간에 찰스의 피투성이 이송 소동에서 희귀 에메랄드 노다지로 쏠렸고, 자사주 매입과 맞물려 주가는 10만 원 선에서 아슬아슬하게 고지전을 이어갔다.그러나 사내 조사 보고서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뒤, 패션 및 디자인계 내부의 분위기는 서늘하기만 했다. 수십 년간 수많은 명품 라인을 배출했던 총괄 디자이너가 구치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고, 그 뒤에 대표의 표절 방조 음성이 얽혀 있다는 사실은 디자이너 커뮤니티와 명품업계 내부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CB가 발표한 '찰스 개인의 일탈'이라는 사내 조사 보고서를 보며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어쩜 이런 깜찍한 생각을 했을까."지수의 사무실 맞은편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진우는 차분하게 커피를 마시며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지수는 CB의 에메랄드 컬렉션 [Imperial Emerald: 왕좌의 빛] 정식 사전 예약 개시일에 맞춰, 법원에서 완전히
A국 중앙지방법원에서 직접 판결문을 확인하고 돌아온 제이아우라 대표실에는 정적과 함께 승자의 서늘한 여유가 감돌고 있었다.이지수는 앤티크 프레임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판결문 원본을 가만히 쓸어내렸다. 법정에서 강도진의 핏기 없는 얼굴과 이를 악물던 모습을 똑똑히 목격했지만, 지수의 표정에는 격정적인 환희 대신 당연한 이치를 확인했을 때의 담담함만이 서려 있었다."당연한 결과입니다."지수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소파 건너편에 앉아 있던 박성재 변호사와 법무팀 팀원들이 감격 어린 얼굴로 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이 당연한 결과를 법정에서 깔끔하게 입증해 주신 건 박성재 변호사님과 법무팀 여러분이죠. 그동안 CB의 치졸한 법적 공작을 막아내느라 다들 정말 애쓰셨습니다."지수는 책상 위 서류함에서 사전에 준비해 둔 봉투들을 꺼내 법무팀원들에게 일일이 건넸다. 그 안에는 당초 약속했던 성과금보다 훨씬 넉넉한 액수의 수표가 들어 있었다.
대학병원 특실 병동.손목에 겹겹이 흰 압박붕대를 감은 찰스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담당 의료진과 신입 변호인은 기자들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한 채, 법원에 제출할 정신감정 진단서를 서둘러 작성하고 있었다. 극단적 선택 시도로 인한 심각한 우울증과 정신적 공황,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재판 기일을 최대한 연기하기 위한 수순이었다.같은 시각, 강도진의 지시를 받은 CB 그룹 법무팀은 대대적인 보도자료를 내고 찰스를 향해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기업 업무방해 혐의'로 강력한 형사 고발을 감행했다. 찰스의 자살 소동을 '범죄 처벌을 피하기 위한 심신미약 자작극'으로 프레임 씌우며 언론전을 펼쳤지만,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CB 그룹을 향한 여론의 시선은 서늘하기만 했다.— '자살 시도한 사람한테 바로 맞고소 때리는 클래스 보소. 강도진 진짜 피도 눈물도 없네.'— '심신미약 자작극이라고 덮으려고 애쓰는데, 녹음 파일 속 강도진 목소리가 너무 빼박이라 안 속음 ㅋㅋㅋ'
A국 인터컨티넨탈 호텔 펜트하우스 접견실.대형 TV 화면 상단에는 '찰스 CP 구치소 극단적 선택 시도'와 '강도진 대표 표절 묵인·방조 음성 폭로'라는 자극적인 특보가 붉은 자막으로 쉴 새 없이 타전되고 있었다. 뉴스 화면 하단에는 찰스가 피투성이가 된 채 응급대원들에게 둘러싸여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는 충격적인 생중계 영상이 끊임없이 재생되었고, 앵커들은 흥분된 목소리로 연신 속보를 전하고 있었다.대중과 언론의 여론은 한순간에 핏빛 광풍으로 휩싸여 들끓었다.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는 찰스와 강도진, CB 그룹의 이름으로 완전 도배되었고, 증권가 커뮤니티와 메인 뉴스 댓글창은 수만 개의 격앙된 댓글로 연신 폭발했다.— '와, 피투성이로 이송되는 거 보소…… 강도진이 사람 하나 진짜 제대로 사지로 몰았네.' — '표절 알면서도 묵인하고 사냥개처럼 부려 먹은 녹음 파일 음성 진짜 소름 돋는다. 강도진 도덕성 완전 파탄 수준임.' — '광산 800억 대박이고 나발이고 전량 매도한다. 대표가 저 모양인데 회사 꼴이 잘도 돌아가겠다.' — '아니지, 광산 채굴 정식 시작되면 주가 미
그토록 기다렸던 임신 소식이었지만, 지수와 도진에게 허락된 기쁨은 야속할 정도록 짧았다. 다음날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는 확신을 유보한 채 일주일 후에 다시 검사하자는 말만을 나겼다. 그 일주닝은 도진과 지수에게 평생보다 긴 지옥이었다. 손끝하나 대면 깨질 것 같은 불안 속에서 부부는 서로를 위로하며 버텼으나, 운명은 그들에게 자비롭지 않았다.일주일 후 다시 마주한 초음파 화면에는 생명의 고동 대신 기괴한 그림자만이 가득했다. " 포상기태 입니다." 의사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 임신유지 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태아를 제
슬비를 만나고 잠시 RV에서 현재까지 도진의 회사에 투자된 내역을 훝어보다가 깜박 잠이 들었던 지수는 아랫쪽의 축축한 감각에 번쩍 눈을 떳다. 생리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에도 실패한 것이다. 임신이라는 희망이 이내 절망으로 뒤바뀌는 이 지독한 상실감은, 몇번을 겪어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았다.평소와 다르게 일찍 돌아온 도진은 지수를 찾으며 방문을 열었을때 무기력하게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어깨를 들썩이는 지수의 모습을 보았다. 이번 시술은 유난히 지수를 갉아먹었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된 지수를 보며, 힘들었을 순간 곁을 지켜주
아침에 일어난 지수는 싸늘하게 식어있는 옆자리를 보았다. 몇일 집에 잘 들어오던 도진은 어젯밤 들어오지 않았다.생리가 시작하기 전에 느껴지는 익숙한 배의 묵직한 불편감에 불안감이 든 지수는 자신의 아랫배를 살살 만지며 제발 이번에는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과 편하게 강도진을 떠나기 위해 이번에도 실패하기를 바라는 자신의 양가적인 생각에 웃음이 났다. 잠시 후 오랫만에 슬비를 만나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하고 나가던 중 가정부의 통화소리가 들렸다."사모님 이번에는 사장님께서 가출하신 것 같아요. 집에 안들어 오시네요. 아마 작은
진우가 근무하는 HN은행 근처의 조용한 카페. 진우는 초조한 표정으로 맞은편에 앉은 슬비를 바라보았다. 슬비는 지현의 비서답게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서류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갑작스러운 연락에 놀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박진우씨"진우는 서류를 열어보려다가 멈칫하며 슬비를 응시했다."저를 어떻게 아시는지, 그리고 이지현태표님의 비서께서 왜 저를 찾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은행은 GS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요?" 슬비는 차갑지만 예의바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으며 서류봉투를 눈짓했다. 거기에는 슬비가 미리 준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