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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D-6

Author: 릴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13 12:08:05

진우가 근무하는 HN은행 근처의 조용한 카페. 진우는 초조한 표정으로 맞은편에 앉은 슬비를 바라보았다. 슬비는 지현의 비서답게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서류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갑작스러운 연락에 놀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박진우씨"

진우는 서류를 열어보려다가 멈칫하며 슬비를 응시했다.

"저를 어떻게 아시는지, 그리고 이지현태표님의 비서께서 왜 저를 찾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은행은 GS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요?" 

슬비는 차갑지만 예의바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으며 서류봉투를 눈짓했다. 거기에는 슬비가 미리 준비한 진우의 '진짜' 이력서가 들어있었다. 진우의 눈동자가 눈에 띄게 흔들렸다.

"와튼 스클 수석 졸업, 뉴욕 월가에서 '미다스의'손이라 불리던 박진우씨가 왜 HN은행이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 자신을 가둬두고 계신지 궁금하더군요."

슬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내용은 날카로운 송곳 같았다. 

"박진우 씨가 직접 설계했던 '퀀트알고리즘'기반의 투자 성공률운 경의로운 수준이었습니다. 누적 수익률 130%,연속 12분기 흑자, 업계에서는 아직도 당신을 찾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전략기획팀장이라는 명함튀에 숨어계시네요."

진우는 마른침을 삼켰다. 슬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쐐기를 박았다.

"우리는 당신에게 RV인베스트먼트의 대표이사자리를 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곳은 당신에게는 작은 놀이터일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시작을 시작하기에는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진우는 순수하고 회사에 찌들어있던 회사원의 모습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투자자의 모습으로 변했다.

"제 뒷조사를 하신건가요? 그건 넘어가 드리지요. 하지만 지금의 RV는 가망이 없습니다. RV에서 투자한 곳이라고해도 CB그룹의 작은 프로젝트들 뿐이지. 그리고 그 프로젝트들의 성공여부도 불확식합니다. 그런 부실투자사에 갈 의향은 없습니다."

"잘 알고 계시는군요. 거기에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으나 곧 정리될 예정이니 팀장님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RV를 아신다니 그곳의 자금력정도는 알고계시겠지요?"

진우는 잠시 고민을 하다 대답했다.

" 왜 하필 저인가요?"

"우리는 RV가 새로이 탄생하길 위합니다. 그리고 그 부활에 가장 적합한 심장이 박진우씨라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슬비의 확신에 찬 말에도 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다시 데이터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는 피비린내 나는 곳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습니다."

슬비는 더는 진우를 설득하지 않고 일어났다.

빗속으로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진우는 잊었다고  믿었던 과거의 망령에 휩싸였다.

코를 찌르는 메케한 화염 냄새, 쉬를 찢는 비명, 그리고 화면 너머러 쏟아지던 네티즌들의 칼날 같은 비난들.

지우고 싶었던 과거는 비가 내리는 습한 공기를 타고 더욱 또렷한 형체가 되어 진우의 숨통을 조였다. 

어느새  붉게 충혈되 눈으로, 진우는 고통을 짓씹으며 인파속으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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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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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하
오타가 너무 심하네요....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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