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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화 입양1

Author: 릴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14 17:00:07

지수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A국으로 돌아왔다. K국이 안온한 휴식처였다면, A국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치열한 전쟁터였다. 그리고 그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하기 전, 지수에게는 반드시 끝내야 할 마지막 숙제가 남아있었다.

“보육원으로 가주세요.”

지수는 비서 민철에게 행선지를 알려주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감은 눈꺼풀 위로 세 살배기 예인이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해맑게 웃는 모습, 가지 말라며 붙잡던 간절한 눈빛, 헤어짐의 아쉬움을 애써 참아내던 표정까지. 아이의 모든 순간이 심장 깊은 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대표님, 도착했습니다.”

민철의 목소리에 지수는 길었던 상념에서 깨어났다. 도진과 이혼하고 자신의 브랜드인 ‘제이아우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느라, 무려 한 달 동안이나 예인이를 보지 못한 터였다.

차창 밖을 내다보니 낯선 차량에 호기심을 보이며 웅성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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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잔인한 축복   131화 무너지는 성벽

    수진이 제 욕망에 눈이 멀어 있는 사정은 강도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수진이 알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개인사의 추악한 스캔들이 사교계를 뒤흔든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을. 진짜 치명적인 맹독은 강도진이 가장 자신만만해하던 CB 그룹의 심장부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흘러들고 있었다.시작은 인터넷 라이브 방송에서 불거진 '안젤라이트 원석 크랙' 이슈였다. 처음엔 그저 몇몇 까다로운 소비자의 불만 제기 정도로 치부하려 했으나, 여론의 흐름은 도진의 예상보다 훨씬 험악했다. 가뜩이나 대표의 불륜과 가짜 임신 스캔들로 CB라는 브랜드 자체에 극도의 거부감을 느끼던 소비자들이 단체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A국 소비자 규제당국에 CB를 상대로 한 단체 고발장과 전수조사 청원이 접수되었습니다!"비서의 다급한 보고에 도진은 집무실에서 연신 담배를 비벼 껐다. 재떨이에는 이미 장초들이 수두룩하게 쌓여 있었다."규제당국? 고작 보석 표면에 실금 좀 간 걸로 국가 기관이 움직인다는 게 말이 돼?!""그게…… 고발 건수가 이미 만 건을 넘어섰습니다. 당국에서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오늘 오전, CB의 물류창고와 제조 공장에 대한 엄격한 전수조사에 착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도진의 미간이 거칠게 좁아졌다. 불길한 예감은 단 한 치도 틀리지 않았다.A국 규제당국의 칼날은 매서웠고, 조사 결과는 순식간에 CB의 숨통을 조여왔다. 결함의 근본적인 원인은 후처리 공정 이전에, 원석 공급처인 '루체른'에 있었다. 루체른 측이 안젤라이트 원석 자체의 치명적인 경도 결함을 명확히 인지하고도, 자신들의 마진을 남기기 위해 CB 측에 아무런 고지도 없이 결함 가득한 날림 물량을 넘겨버린 것이 당국의 전수조사로 명백히 밝혀진 것이다."루체른 이 개새끼들이…… 우리를 감히 기만해?!"

  • 가장 잔인한 축복   130화 내 아이들의 눈물

    다음 날 저녁.A국 전역에 풀린 CB 그룹의 주가 동향을 날카롭게 살피던 박진우는 현수와 현지의 보모로부터 다급하게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보모의 목소리는 사시나무 떨듯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대,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아이들이…… 현수와 현지가 사라졌습니다!""……뭐라고요?"순간 진우는 머리를 둔기로 얻어맞은 듯 눈앞이 캄캄해졌다. 심장이 바닥으로 쿵 떨어져 내리는 충격에 숨이 턱 막혔다."아이들 엄마는요? 한수진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사, 사모님께서는 현재 연락이 전혀 되지 않습니다. 전날 무슨 일인지 집안 물건을 집어던지며 크게 소리를 지르시고는 밤늦게 집을 나가셨는데…… 그 이후로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도 없습니다."진우는 이가 갈렸다. 제 욕망에 눈이 멀어 아이들을 방치한 수진에 대한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진우는 떨리는 손을 움켜잡으며 아이들이 다니는 로얄 유치원에 즉각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전날 약혼식장에서 터진 강도진의 무정자증 진단서와 수진의 불륜 스캔들이 이미 학부모 커뮤니티를 통해 아이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진 상태였다. 현수와 현지는 유치원에서 '불륜녀의 자식', '엄마가 가짜 임신을 했다'라며 아이들에게 잔인한 놀림을 당했다. 게다가 콧대 높은 학부모들은 유치원 측에 '추악한 불륜녀의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을 한 공간에 둘 수 없으니 당장 내보내라'며 입학 취소 민원을 폭주시키기까지 했다는 것이다.그 어린것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잔인하고 무거운 폭력이었다.진우는 당장 RV의 보안 팀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지금 당장 로얄 유치원 주변 인근 CCTV와 포스트 빌리지 동선을 확인해. 수단 방법 가리지 말

  • 가장 잔인한 축복   129화 거품의 대가

    약혼식 겸 베이비샤워가 열렸던 연회장은 그야말로 ‘초토화’라는 단어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A국 유통 대기업의 서 대표가 구급차에 실려 나간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대형 스크린에 박제되었던 강도진의 무정자증 진단서는 그야말로 핵폭탄급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A국의 자극적인 타블로이드 찌라시는 물론이고, 상류층의 폐쇄적인 비밀 커뮤니티는 온통 CB 그룹의 해괴한 스캔들로 마비되었다.[CB 강도진 대표, 난임 진단 숨기고 불륜녀와 베이비샤워? 뱃속 아이의 진짜 아버지는 누구인가.]자극적인 헤드라인이 온 인터넷을 도배한 그 시각, 가장 먼저 뒤집어진 곳은 다름 아닌 도진의 본가였다."이게 무슨 소리냐! 이게 대체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야?!"도진의 어머니인 김미자 여사는 거실 소파에 주저앉아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과거 지수를 향해 '애도 못 낳는 씨 없는 박', '가문을 끊어먹을 불임녀'라며 온갖 입에 담지 못할 폭언과 천대를 퍼부었던 김미자였다. 그런데 정작 씨가 없는 쪽이 제 금쪽같은 아들이었다니.옆에 있던 부친 강수한 역시 굳은 얼굴로 연신 담배만 태우며 벼락같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문의 명예를 목숨보다 아끼는 강수한에게 이번 A국 사교계의 스캔들은 평생 쌓아 올린 명성에 먹칠을 한 수준이었다."강도진이 무정자증에 준하는 상태인데…… 한수진 그 불륜녀 배 속에 든 게 우리 피붙이가 아니라고?! 내가, 내가 남의 집 자식새끼한테 가문의 돈을 쏟아부었단 말이냐!!"김미자는 핏대를 세우며 거품을 물고 쓰러질 듯 악을 썼다. 당장 한수진의 머리채를 뽑아버리겠다며 날뛰는 김미자를 비서들과 강수한이 차갑게 뜯어말렸다. 당장 배를 갈라서라도 친자 확인을 하라며 실성한 듯 부르짖는 어머니를 향해, 초췌해진 얼굴의 도진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쐐기를 박았다."어머니, 진정하세요. 아직

  • 가장 잔인한 축복   128화 내 아이가 맞을까?

    진행자가 매끄럽게 마이크를 이어받으며 장내의 분위기를 전환했다."두 사람과 새롭게 찾아온 고귀한 생명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다음으로는 강도진 대표님께서 예비 신부 한수진 디자이너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선물이 있다고 합니다."도진이 가볍게 손짓하자, 최태준 비서실장이 고급스러운 자주색 벨벳 보석 상자를 들고 단상 위로 올라왔다. 상자가 열리자, 그 안에서 영롱한 광채를 뿜어내는 목걸이가 모습을 드러냈다.도진이 수진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속삭였다."우리 CB의 메인 라인인 '영원한 사랑' 시리즈 뒷면에는 고유의 시리얼 넘버가 각인된다는 거 알고 있지? 이건 그 어떤 VIP에게도 주지 않은 최초의 01번이야. 그리고 이제 내 삶의 1번도 바로 너야.""도진 씨……."도진의 감동적인 고백에 수진의 눈에 결국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도진의 고백에 담긴 진심의 무게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전처인 이지수조차 가지지 못했던 '영원한 사랑'의 01번 펜던트가 마침내 자신의 손에 쥐어졌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지수의 오닉스만큼은 아닐지라도, 수진은 제 인생 처음으로 '강도진'이라는 거대한 배경과 권력을 온전히 손에 넣었다는 확신이 들었다."나도 당신을 위해 아주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어요."수진은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도진을 향해 화사하게 웃었다.이윽고 단상 뒤편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두 사람의 고등학교 시절 풋풋한 모습부터 비밀리에 만남을 이어오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흘러나오기 시작했다.하지만 도진은 스크린을 바라보면서도 기묘할 정도로 아무런 감정이 일지 않았다. 자신이 공들여 만들어 놓은 '한수진'이라는 인형이 마침내 곁에 섰건만, 과거에 느꼈던 짜릿한 소유욕도, 승리감도 없었다. 그저 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연극이 일분일초라도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 가장 잔인한 축복   127화 베이비샤워 2

    파티 당일, 한수진은 자신의 배가 은근히 드러나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도진의 손을 잡은 채 손님들을 맞이했다. 목에 걸린 '새로운 태양'의 안젤라이트가 화려하게 빛났지만, 최근의 크랙 논란을 의식한 듯 수진의 미소는 어딘가 과장되어 있었다. 그 곁의 도진 역시 차분한 베이지색 정장 차림으로 A국의 최상급 인사들과 CB의 주요 거래처 가문들을 대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홀에 모인 손님들이 샴페인을 곁들이며 사교를 즐길 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파티는 겉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하지만 식사 시간이 되어 손님들이 각자의 명찰이 놓인 좌석으로 이동한 순간, 장내에 미묘하고 차가운 위화감이 감돌기 시작했다."A국 서열 1위인 김씨 가문 자리가 저기 구석이라고? 한씨 그룹은 왜 또 저 밑이야?""지난번 론칭쇼에서도 상류층 서열을 무시하고 순서 파기를 꿈꾸더니, 오늘도 이 모양이군.""CB에서 감히 재계 서열을 자신들 입맛대로 다시 만들려고 작정을 했구만."근본 없는 자리 배치에 VIP들의 미간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그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사라는 기가 찬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사라는 조용히 파티장 내부의 엉망인 좌석 배치와 준비된 코스 요리들을 사진으로 찍어 지수에게 전송했다.[한수진이 또 밑천을 드러내며 실수를 하고 있네요. 오늘 아주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아요.]같은 시각, 집에서 예인이와 평화롭게 놀아주던 지수는 사라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사진을 확대해 보던 지수의 눈동자가 순간 날카롭게 빛났다. 사진 속 메인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남자는 지수가 명확히 기억하는 유통 대기업의 서 대표였다. 그리고 그 앞에는 수진이 최고급 요리랍시고 주문한, 게 껍질을 통째로 갈아 만든 '비스크 소스를 곁들인 핑거푸드'가 놓여 있었다.서 대표는 심각한 갑각류 알레르기 환자였다.지수는 지체 없이 김민철 실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 가장 잔인한 축복   126화 베이비샤워 1

    한동안 잊히는 듯했던 강도진과 한수진의 추악한 과거가 네티즌들에 의해 그야말로 파묘(破墓)되기 시작했다.라이브 방송 박제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수진의 최근 사진들을 분석해 배 모양으로 임신 주수를 추정하는 글들이 쏟아졌고, 급기야 두 사람 사이에 이미 아이가 있으며 대략 6~7개월 차에 접어들었다는 구체적인 타임라인까지 유포되었다."대표님, 홍보팀뿐만 아니라 사외 이사들까지 나서서 빠른 리스크 해결 방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잠시 진정세를 보이던 CB 그룹의 주가가 연일 하한가를 기록 중입니다."최태준 비서실장의 다급한 보고에도 도진은 마른세수를 할 뿐,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재미있는 것은, 일련의 사태 속에서 가장 거대하고 은밀한 이득을 취하고 있는 이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었다. 바로 진우였다.지수의 목적이 도진에게 내주었던 제 몫을 온전히 회수하는 것에 있었다면, 진우의 목적은 한수진이 바라본 강도진이라는 헛된 꿈을 지독하게 허무는 것에 있었다. 그리고 그 헛된 꿈의 뿌리는 결국 CB 그룹이었다.진우에게 있어 CB를 무너뜨리는 것은 최우선 과제였다. 게다가 홀로서기를 시작한 지수에게 완벽한 울타리를 선물하기 위해서라도, CB의 핵심 기반은 진우가 반드시 빼앗아 와야만 하는 전리품이었다.그러니 도진이 알아서 대형 사고를 치고 주가를 바닥으로 떨어뜨려 주니, 진우로서는 이보다 더한 호재가 없었다. 진우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장내에 쏟아지는 CB의 매물을 무서운 속도로 장악해 나갔다.결국 사면초가에 몰린 도진은 홍보팀과의 마라톤 회의 끝에, 추락한 이미지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수진과의 관계를 정면파 돌파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불륜이라는 꼬리표를 '뒤늦게 찾은 진정한 사랑과 책임감'으로 포장하려는 마지막 발악이었다.[CB 그룹 강도진 대표, 디자이너 한수진과 2주 뒤 약혼 겸 베이비샤워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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