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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쿠로2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1-02 20:04:16

심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세게 움켜쥐어진 것 같았다.

가슴이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아팠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가슴을 움켜쥐며 밀려오는 고통을 참으려 했다.

당장이라도 두 사람에게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목구멍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눈앞의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도윤 오빠…… 조금만 더 꽉 안아 줘."

한유진은 강도윤의 품에 기대어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두 팔은 그의 목을 다정하게 감싸고 있었다.

"오빠, 말해 봐. 오빠는 나 사랑해?"

"당연히 사랑하지."

강도윤은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 순간, 나는 숨 쉬는 것조차 잊었다.

그는 이미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거다.

아니, 아니야.

분명 예전에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했잖아.

내 손을 잡고 평생 곁에 있겠다고 약속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지금은 다른 여자를 안고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는 거지?

"그럼 만약에 언니랑 나 중에 한 명만 선택해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할 거야?"

유진은 그의 어깨에 살며시 기대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그의 어깨 너머로 문 앞에 서 있는 나를 향하고 있었다.

이미 나를 발견한 것이다.

그저 일부러 내가 듣도록 말하고 있을 뿐이었다.

"당연히 너지."

강도윤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너였어."

유진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럼 왜 아직도 언니랑 헤어지지 않은 거야?"

"그게 말처럼 쉬운 줄 알아?"

강도윤이 그녀의 턱을 잡았다.

목소리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서연이는 그래도 한성가의 장녀잖아. 한 회장님도 집안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적당한 기회를 봐서 정리해야지."

"이제 걱정 안 해도 돼."

유진이 일부러 목소리를 부드럽게 낮췄다.

"아빠가 언니랑 내 상대를 바꾸기로 했거든. 이제 오빠도 언니 신경 쓸 필요 없어."

강도윤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정말?"

"왜? 기쁘지 않아?"

유진이 고개를 들어 일부러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강도윤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당연히 기쁘지.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누군가 내 가슴을 주먹으로 세게 내리친 기분이었다.

당장 달려가 그의 뺨이라도 때리고 싶었다.

하지만 다리가 바닥에 못 박힌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럴 용기조차 없었다.

나는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두 사람이 내가 소중히 여겼던 사랑을 짓밟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아!"

갑자기 유진이 깜짝 놀란 듯 소리를 질렀다.

마치 이제야 문 앞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처럼.

"언니?!"

그녀는 황급히 강도윤의 품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웠다.

그 뻔뻔한 연기를 보고 있자니 비웃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하지만 시선만큼은 끝까지 강도윤에게서 떼지 않았다.

그는 잠시 몸이 굳은 듯했다.

그러나 곧 아무렇지도 않게 바닥에 떨어진 셔츠를 주워 입었다.

느긋하기까지 한 태도였다.

당황한 기색도, 미안한 기색도 없었다.

심지어 나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겨우 입을 열었다.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분명 내 눈으로 직접 봤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도 전부 들었다.

그런데도 나는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어쩌면 유진이가 억지로 시킨 일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모든 게 유진이가 꾸민 짓일지도 모른다.

그가 아니라고 한마디만 해 준다면.

나에게 제대로 설명이라도 해 준다면, 어쩌면 아직……

"네가 다 봤잖아."

강도윤이 차갑게 내 말을 잘랐다.

"뭘 더 설명해야 하는데?"

내 마음이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그럼…… 정말 유진이랑 사귀는 거야?"

"서연아, 꼭 이렇게까지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야겠어?"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마치 잘못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을 추궁하는 나라는 듯한 태도였다.

나는 비틀거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럼 왜 나랑 사귄 거야?"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으면 처음부터 나를 거절했어야지."

"내가 얼마나……."

말을 잇던 순간, 목소리가 울컥하며 끊겼다.

나는 줄곧 너를 유일한 내 편이라고 생각했어.

네가 곁에 있기만 하면 더는 외롭지 않을 거라고 믿었어.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강도윤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무언가 말하려 했다.

"도윤 오빠."

그때 유진이 그의 옆으로 다가와 말을 끊었다.

그녀는 어느새 옷을 다 입고 있었다.

눈가까지 금세 붉어져 있었다.

"언니도 이미 다 알아버렸으니까, 이제 그만 솔직하게 말하자."

유진은 강도윤의 팔을 끼며 조심스럽게 나를 바라보았다.

"언니, 미안해."

"도윤 오빠를 좋아하면 안 된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정말 오빠를 사랑해. 언니가 나 많이 아끼잖아. 그러니까 이번에도 용서해 줄 거지?"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널 용서하라고?"

손가락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

"한유진, 네가 내 남자 친구를 빼앗아 놓고 이제 와서 너희를 축복해 달라는 거야?"

나는 강도윤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까지도 나는 그의 입에서 무언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단 한마디라도 좋았다.

이 모든 게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일이 아니라고 말해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유진이 자신의 팔을 끼도록 내버려 둔 채 서 있었다.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조차 없었다.

"도윤 오빠……."

유진이 그의 팔을 살짝 흔들었다.

"이렇게 된 거, 그냥 언니한테 확실하게 말하는 게 좋겠어."

숨이 턱 막혔다.

강도윤이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하지만 그 눈빛은 너무나 차가웠다.

마치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한서연."

그가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

"나 강도윤은 오늘부로 너와 헤어지겠다."

그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헤어지자고?

이렇게 간단하게?

우리는 꼬박 일 년을 함께했다.

나는 그를 내 인생의 유일한 빛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고작 한마디로 우리 사이의 모든 것을 끝내 버렸다.

"그래."

내 입에서 대답이 흘러나왔다.

너무 작아서 나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알겠어."

나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두 사람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았다.

"이제부터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야."

말을 마친 나는 몸을 돌렸다.

뒤에서 강도윤이 작게 무언가 말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하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더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더는 나를 아프게 하는 말을 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

이제 그만하자.

나도 더는 못 버티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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