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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7화

Author: 윤소정
결국 강지현은 매정하게 돌아설 수는 없는 사람이었다.

김태하의 말이 맞았다. 마음을 놓지 못하겠다면 억지로 자신을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일은 용서할 수 없었다. 오빠인 서운혁이 백하린과 손을 잡고 자신을 해치려 했던 것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가족이 죽어 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만 있을 수도 없었다.

병원에 오기 전까지 강지현은 계속 망설였다.

아무 말 없이 떠나 버리면 자신과 서운혁이 서로 얼굴 붉히며 어색해질 일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김태하는 그녀의 마음을 알아봤다.

강지현이 원하는 건 단절이 아니라, 마음속 응어리를 풀지 못해 마주 볼 용기가 없는 이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김태하가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도 하고, 저마다 사정도 있어. 누구를 용서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너 자신을 몰아붙이지도 마.”

강지현의 어머니가 아이를 버린 건 용서받을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도 평생 고통 속에서 자기 자신조차 구하지 못한 채 힘들게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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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하의 말이 맞았다.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고, 저마다의 한계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있기 마련이다.오랫동안 가슴을 짓누르던 응어리가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강지현과 서운혁은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문밖에서 경호원이 노크해 시간을 알려 주고 나서야 강지현은 이제 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강지현.”서운혁이 다시 그녀를 불렀다.강지현이 돌아보자 그가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가 말했다.“몸 잘 챙겨요. 임신했으니 뭐든 조심하고요.”“네.”강지현은 답하며 무심한 듯 그의 이불 끝을 정리해 줬다.“부회장님도요.”서운혁은 여전히 아쉬워 보였다.“괜찮다면 그쪽에 도착해서 무사히 도착했다는 연락만 한번 해줄래요?”“네.”강지현의 대답에 서운혁의 얼굴에 기쁨이 스쳤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럼 얼른 가 보세요. 김태하 씨가 기다리게 하지 말고요.”강지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한번 서운혁을 바라봤다.입 안에서 맴도는 호칭이 있었지만, 아직은 낯간지럽고 어색해 차마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하지만 올 때와는 달리, 방 안의 분위기는 한결 따뜻하고 편안했다.저녁, 공항.최동윤은 차를 세우고 전용기 터미널로 빠르게 걸어갔다.전용 대기실 안에서 김태하와 강지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늦게 나타난 최동윤을 보자 강지현이 곧바로 그를 바라봤다.“최 비서, 몸은 좀 괜찮아졌어?”대부분 하객은 오늘 오전 중으로 떠났고, 최동윤은 원래 아침 일찍 빌라로 와서 짐 정리를 도와야 했다. 하지만 온종일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점심이 되어서야 김태하에게 전화를 걸어 몸이 좋지 않으니 반나절 휴가를 달라고 했다.최동윤은 거의 휴가를 낸 적이 없었다. 몸이 아파도 쓰러지지만 않으면 쉽게 자리를 비우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래서 김태하는 한동안 크게 걱정했다. 점심에 그는 강지현과 함께 서운혁을 보러 병원에 가지 않고 호텔로 최동윤을 보러 갔을 정도였다.하지만 최동윤은 호텔에 없었다.동행한 직원 말로는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47화

    결국 강지현은 매정하게 돌아설 수는 없는 사람이었다.김태하의 말이 맞았다. 마음을 놓지 못하겠다면 억지로 자신을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일은 용서할 수 없었다. 오빠인 서운혁이 백하린과 손을 잡고 자신을 해치려 했던 것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그렇다고 가족이 죽어 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만 있을 수도 없었다.병원에 오기 전까지 강지현은 계속 망설였다.아무 말 없이 떠나 버리면 자신과 서운혁이 서로 얼굴 붉히며 어색해질 일도 없을 테니까.하지만 김태하는 그녀의 마음을 알아봤다.강지현이 원하는 건 단절이 아니라, 마음속 응어리를 풀지 못해 마주 볼 용기가 없는 이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었다.김태하가 말했다.“사람은 누구나 잘못도 하고, 저마다 사정도 있어. 누구를 용서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너 자신을 몰아붙이지도 마.”강지현의 어머니가 아이를 버린 건 용서받을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도 평생 고통 속에서 자기 자신조차 구하지 못한 채 힘들게 살았고 그것으로 충분한 대가를 치른 셈이다.서운혁 역시 평범한 인간일 뿐이었다. 이기적일 수도, 충동적일 수도 있었고 사람과 감정에 눈이 멀 수도 있었다.강지현이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걸 용서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잘못 때문에 스스로를 가둬두어선 안 된다.김태하는 그녀가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하길 바랐다.강지현의 말을 들은 서운혁은 마음은 바닥까지 가라앉았다.그럼에도 잠시 후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나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거나 용서해 달라고도 하지 않을게요. 다만 이것만 알아줬으면 해요. 앞으로 내가 필요할 때 나는 항상 곁에 있을 거고, 보고 싶지 않다면 절대 방해하지 않을 겁니다. 무슨 결정을 내리든 무조건 따를 거예요.”강지현은 창백한 서운혁의 얼굴을 바라보다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나랑 김태하는 내일 노르국으로 가요. 그 사람 병을 제대로 치료해야 해서요. 그러니까 당신도 잘 쉬고, 빨리 나으세요.”서운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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