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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남대두
다음 날 새벽, 날이 밝기도 전에 문을 쿵쿵 두드리는 소리에 오하윤은 잠에서 깼다.

“하윤아, 죽 좀 끓여. 연희가 어제 술을 마셔서 속이 안 좋대.”

진서우는 다리를 다친 뒤 한동안 몹시 예민해져서,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을 꺼렸다.

그래서 이 집에는 일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진서우 역시 자연스럽게 오하윤을 부려 먹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잠이 덜 깨서 아직 정신이 몽롱한 오하윤은 무의식적으로 거절했다.

“싫어.”

“뭐?”

진서우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오하윤이 자신에게 거절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서우가 되묻자 오하윤의 머리도 그제야 조금씩 맑아졌다.

이에 오하윤은 자신의 배를 가리켰다.

“나 그날이야. 배가 너무 아파서 찬물 못 만져.”

진서우는 오하윤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 이유가 과연 말이 되는지 판단하려는 눈빛이었다.

잠시 후, 진서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됐어. 내가 데리고 나가서 먹을게.”

진서우와 임연희가 집을 나섰을 때, 오하윤은 책상 앞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

곧 해외로 나가서 대학원을 다닐 예정이었기에, 미리 공부를 해 놓으려는 것이었다.

그때 임연희가 오하윤의 방으로 찾아오더니 선의인 척 웃으며 말했다.

“하윤 씨, 저희 밥 먹으러 나가는데 같이 가요.”

오하윤은 거절하지 않았다.

임연희가 먼저 입을 연 이상, 진서우가 자신이 거절할 여지를 줄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검은색 마이바흐가 차량들 사이를 헤치고 달려서 두 사람의 모교 앞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임연희는 친근하게 진서우의 팔짱을 꼈다.

“서우야, 정말 오랜만이다. 우리 둘의 추억이 가득한 곳이지!”

진서우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쪽에 어색하게 서 있는 오하윤을 힐끗 바라봤다.

“연희가 학교 식당의 닭죽이 먹고 싶대서 온 김에 한번 둘러보려고.”

진서우가 평소와 달리 오하윤에게 해명하듯 설명을 덧붙였지만, 돌아온 것은 담담한 끄덕임뿐이었다.

“응, 괜찮아. 둘이 즐거우면 됐어.”

진서우의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다.

왠지 오하윤이 예전과 조금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미처 그 이유를 깊이 생각해 보기도 전에, 임연희가 진서우의 팔을 끌며 캠퍼스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가는 곳마다 온통 두 사람의 사랑을 증명하는 흔적과 추억이 남아 있었다.

진서우와 임연희는 과거를 하나하나 떠올리며 웃으면서, 뒤따라오는 오하윤의 존재는 완전히 잊은 듯했다.

오하윤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지칠 대로 지친 기분을 느꼈다.

‘조금만 더 버티자. 이제 조금만 지나면 완전히 떠날 수 있어.’

오하윤은 그렇게 자신을 달랬다.

캠퍼스 식당은 환경도 좋았고 음식 종류도 다양했다.

진서우는 음식이 가득 담긴 식판을 들고 신이 난 얼굴로 임연희에게 다가왔다.

“연희야, 네가 대학 다닐 때 좋아하던 거 다 사 왔으니까 먹어봐.”

오하윤은 식탁 위에 놓인 시뻘건 음식들을 바라보다가 잠시 멍해졌다.

3년 동안 진서우는 임연희가 뭘 좋아하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정작 오하윤이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오하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담백한 음식을 사러 가려고 했다.

그 순간, 뒤에서 펄펄 끓는 뚝배기를 들고 오던 식당 아주머니가 오하윤을 미처 보지 못하고 그대로 부딪쳤다.

뜨거운 국물이 사방으로 튀자 진서우는 반사적으로 임연희를 품에 끌어안았다.

그러는 사이 뚝배기의 뜨거운 국물이 거의 그대로 오하윤의 팔에 쏟아졌다. 여자의 팔 절반이 순식간에 화상을 입고 물집으로 뒤덮였다.

“괜찮아?”

진서우는 품에 안고 있던 임연희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오하윤의 팔을 붙잡았다.

진서우가 오하윤을 걱정하는 기색을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오하윤이 대답하기도 전에 임연희가 먼저 소리를 질렀다.

“서우야, 너무 뜨거워! 아파!”

임연희의 손에는 붉은 점이 몇 개 생겨 있었다.

물론 오하윤의 팔에 생긴 물집과 비교하면 대수롭지도 않은 상처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임연희는 손목을 감싸 쥔 채 흐느끼기 시작했다.

“서우야, 나 손 데었어!”

그 말을 듣자, 진서우는 곧바로 오하윤의 팔을 놓고는 임연희를 품에 안았다.

“진정해, 연희야. 내가 병원에 데려다줄게!”

두 걸음쯤 옮긴 진서우가 문득 뒤에 남겨진 오하윤을 떠올렸다.

돌아서서 오하윤을 바라보는 진서우의 표정에는 미안한 기색이 살짝 드러나 있었다.

“너 의사잖아. 응급처치 정도는 알 테니까, 일단 네가 알아서 처치해.”

“나는 연희를 먼저 병원에 데려다줄게. 조금 있다가 기사 보내서 데려오라고 할게.”

며칠 동안 팽팽하게 버티고 있던 오하윤의 눈에서 결국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진서우는 자기 남편이자 자신이 온 마음을 다해 3년 동안 돌봐온 남자였다.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심하게 다쳤든, 임연희와 비교하면 늘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지난 3년 동안 자신이 품었던 관심과 정성은 잡초보다도 못한 하찮은 것처럼, 진서우에게 몇 번이고 잔인하게 짓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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