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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3 10:47:41

“레나타 아세가프라는 학생의 장학금을 취소하도록. 성적이 세 번 연속으로 떨어졌다고 처리해.”

“네, 교수님.”

도미닉 싱클레어는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대며 입꼬리를 희미하게 끌어올렸다. 애초에 레나타의 장학금을 취소하자고 제안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우연이 아니었다. 교수실에서 입 밖으로 꺼내기에는 지나치게 사적이고, 지나치게 부적절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두 사람의 첫 만남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소녀는 마치 자신의 인생이 그 장학금 하나에 달려 있기라도 한 듯 다급한 얼굴로 찾아와 도움을 애원했다.

아름답고, 순진하고, 절박했다.

정확히 도미닉이 원하던 타입이었다.

이제 모든 일은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오늘, 레나타가 제 발로 그를 찾아와 자신이라면 거절했어야 할 제안을 받아들였다.

도미닉은 옆자리에 앉은 레나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두 손을 무릎 위에 꼭 포개고 있었다.

“그래서.” 도미닉이 태연하게 물었다. “정말 마음을 정한 건가? 아무도 강요한 건 아니고?”

레나타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교수님. 생각해봤어요.”

그는 말없이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날카롭고 집요한 시선이었다. 그녀가 지금 어떤 일에 발을 들이는지 정말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다시 한 번 묻지, 레나타.” 조용한 목소리였지만 권위가 실려 있었다. “이걸 받아들이는 순간, 되돌릴 수 없어. 나중에 후회한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군.”

레나타가 힘겹게 침을 삼켰다.

“알고 있어요.”

도미닉의 시선이 떨리는 그녀의 손끝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얼굴로 돌아왔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그 두려움 아래에는 분명한 결심이 자리하고 있었다.

“좋아.” 마침내 그가 말했다. “오늘 밤부터 네 신분이 달라진다. 더 이상 장학생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내 일을 돕는 사람이 되는 거야.”

레나타는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소리 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도미닉은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대시보드에서 펜을 꺼내 서류에 서명했다. 마치 이 모든 관계가 그저 처리해야 할 서류 절차에 불과하다는 듯 태연한 모습이었다.

“우선 규칙 하나부터 정하지.” 그는 그녀를 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이 관계는 누구에게도 비밀로 해. 가족에게도 마찬가지야.”

레나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네, 교수님.”

“두 번째 규칙.” 도미닉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남자친구를 사귀어선 안 돼. 네 관심은 나한테만 쏟아.”

레나타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교수님.”

그는 잠시 더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나를 만날 때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레나타는 숨을 죽였다. 하지만 결국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도미닉이 살짝 몸을 기울였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고, 그의 목소리가 피부를 스칠 듯 낮게 울렸다.

“좋아.” 그가 부드럽지만 서늘하게 중얼거렸다. “난 다루기 힘든 여자는 싫어해.”

레나타는 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무릎으로 내렸다.

“네 번째 규칙. 넌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개인 아파트에서 지내. 이 일 끝나면 바로 데려다주지.”

“네, 교수님. 알겠어요.”

“다섯 번째 규칙. 내 사생활에는 간섭하지 마.”

“알겠습니다. 또 있나요, 교수님?”

“있어.” 도미닉이 헛기침을 했다. “매달 받는 용돈과 별개로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 나한테 말해.”

레나타의 눈동자에 희미한 희망이 스쳤다. 여전히 두려웠지만, 그녀는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교수님, 처음 약속한 대가로… 돈을 조금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 동생에게—”

“그래.”

도미닉이 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잘라 말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네가 내 삶에 간섭하지 않는 것처럼 나도 네 삶에는 간섭하지 않을 거야. 슈가 베이비와 슈가 대디 사이의 단순한 상호 합의라고 생각해. 알겠지?”

레나타의 입술이 떨렸다. 그래도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교수님. 알겠어요.”

차는 인적이 끊긴 단과대 주차장에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세워져 있었다. 짙게 선팅된 창문이 두 사람과 바깥세상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었다. 에어컨이 낮게 웅웅거렸지만, 차 안의 공기는 오히려 더 무겁고 뜨겁게 느껴졌다.

도미닉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레나타의 얼굴에서 목선을 타고 내려가 허벅지에 달라붙은 검은색 미니스커트에 머물렀다.

왼손이 예고도 없이 움직였다.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녀의 무릎을 스쳤다.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닿은 곳은 불길처럼 뜨거웠다.

레나타가 숨을 삼켰다. 온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도미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손이 조금씩 위로 올라가는 것을 바라봤다. 느리고, 의도적인 움직임이었다. 손가락이 부드러운 허벅지 안쪽을 따라 미끄러지며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곳을 향해 조금씩 다가갔다.

레나타의 몸이 떨렸다. 숨이 거칠게 흐트러졌다.

“교수님…….”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손끝이 치맛단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의 지시에 따라 입었던 검은 속옷의 가장자리를 스쳤다.

“교수님, 제발…….”

레나타는 두 다리를 꼭 붙이며 그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저…… 저 생리 중이에요.”

도미닉의 움직임이 멈췄다.

손도 그대로 굳어버렸다. 손가락은 여전히 그녀의 피부에 닿아 있었지만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도미닉의 시선이 올라왔다. 날카롭고 냉정한 눈빛이 그녀를 꿰뚫듯 훑었다.

“생리?”

감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레나타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네, 네. 어제 시작했어요. 저…… 말씀을 못 드렸어요.”

도미닉은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 부끄러워서가 아니었다.

마치 아직 쏠 준비가 되지 않은 장전된 무기를 거두는 사람처럼 냉정한 움직임이었다.

“좋아.” 그가 태연하게 말했다. “오늘 밤은 미루지. 하지만 내일, 끝나면 나한테 와. 더 이상 핑계는 안 돼.”

레나타가 힘겹게 침을 삼켰다.

“네, 교수님.”

도미닉이 시동을 걸었다. 낮은 엔진음이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채웠다.

“그리고 레나타.”

그가 곁눈질로 그녀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다음부터는 미리 말해. 난 갑작스러운 일은 싫어하거든.”

레나타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차는 주차장을 빠져나와 늦은 오후의 교통 속을 매끄럽게 미끄러져 나갔다.

학교에서 약 10분쯤 떨어진 곳에 이르자 도미닉은 아파트 단지 안으로 차를 몰았다.

“아, 맞다.”

그가 태연하게 말했다. 시선은 여전히 도로에 고정되어 있었다.

“계약서에 적지 않은 규칙이 하나 더 있었군.”

“뭔데요, 교수님?”

차가 멈췄다. 도미닉이 안전벨트를 풀고 그녀를 향해 몸을 돌리자, 다시 차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난 처녀와 자는 걸 좋아하지 않아. 꽤…… 번거롭거든.”

레나타의 입이 떡 벌어졌다. 놀라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터였다. 하지만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도미닉은 이미 펜과 계약서를 그녀에게 내밀고 있었다.

“설마 네가 처녀일 리는 없겠지.”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니 서명해. 그러면 바로 선불금을 송금해주지.”

레나타의 목이 꽉 조여 왔다. 진실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그녀는 애써 삼켜버렸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계약서에 서명을 휘갈겨 쓴 뒤 종이를 다시 내밀었다.

“끝났나?”

“네, 교수님.”

“좋아. 이제 마스크 써. 네가 지낼 아파트를 보여주지.”

레나타는 아무 말 없이 그의 말을 따랐다. 그에게서 마스크를 받아 재빨리 착용한 뒤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의 걸음을 따라갔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심장이 너무 세차게 뛰어 발걸음 소리조차 묻힐 정도였다.

만약 도미닉이 알게 된다면.

레나타가 아직 처녀라는 사실을.

그가 알게 된다면…… 과연 화를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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