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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작가: 월야
last update 게시일: 2026-10-23 00:02:05

통화가 끝난 뒤에도 이안은 한동안 꺼진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조금 전까지 다른 여자를 끌어안고 있던 남자가 자신에게는 반드시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이안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 약속을 믿을 수 없게 된 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팠다.

***

새벽 두 시 사십칠 분, 국경 너머 카르반 산맥은 달빛조차 스며들지 않는 어둠에 잠겨 있었다.

해발 이천삼백 미터에 이르는 산악지대에는 톱니처럼 솟은 석회암 능선이 끝없이 이어졌고, 그 아래로는 수십 미터 깊이의 협곡이 뻗어 있었다. 절벽 사이를 흐르는 급류가 바위를 때리며 거친 소리를 냈으며, 사흘째 이어진 비 때문에 산비탈 곳곳에서는 흙과 자갈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서이안은 헬기에서 내려 마지막 대원의 착지를 확인한 뒤 야간투시경을 내렸다.

녹색으로 번지는 시야 속에서 흑랑 대원들이 바위와 나무 사이로 신속하게 흩어졌다.

이번 작전의 목표는 국경 너머 무장조직에 억류된 기술자 두 명을 구출하는 것이었다. 흑랑은 일출 전 목표 시설에 진입한 뒤 북쪽 계곡에서 대기할 예정인 항공편으로 철수하기로 되어 있었으며, 사전 정찰 자료에는 진입 경로의 적 병력이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정태식 상사, 선두 맡아. 준호는 내 옆에 붙고.”

“알겠습니다.”

김준호 하사가 소총을 고쳐 메며 대답했다.

스물셋인 준호는 흑랑에 배속된 지 여섯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혹독한 훈련을 거치면서도 특유의 밝은 성격을 잃지 않은 대원이었다.

“대위님, 이번 작전 끝나면 예정대로 휴가 나갈 수 있겠죠?”

“상황 봐서. 왜, 중요한 약속 있어?”

“여동생 졸업식입니다. 이번에는 꼭 가겠다고 했거든요.”

준호가 전투복 안쪽 주머니를 두드리며 웃었다. 그곳에는 여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이 들어 있었다.

이안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그러면 더 정신 차려. 무사히 돌아가서 직접 축하해 줘야지.”

준호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대원들은 정태식의 수신호에 맞춰 계곡 안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입한 지 사십 분도 지나지 않아 예상하지 못한 흔적이 발견됐다.

정태식이 주먹을 들어 정지 신호를 보내자 이안은 곧바로 몸을 낮추고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진흙 바닥에는 대형 차량이 지나간 듯한 깊은 타이어 자국이 여러 줄 남아 있었다. 사전 정찰 자료에는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지형으로 표시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산허리를 깎아 만든 좁은 비포장도로가 협곡 안쪽까지 이어져 있었다.

이안은 무릎을 굽혀 타이어 자국을 살폈다.

빗물이 고이지 않은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차량이 지나간 지 오래되지 않았고, 주변에는 여러 사람이 이동한 발자국까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양쪽 절벽을 확인했다.

왼쪽에는 거의 수직으로 솟은 암벽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나무가 드문드문 자란 급경사면이 이어졌다. 만약 적이 위쪽 능선을 점령하고 있다면 아래쪽 병력은 엄폐할 곳이 거의 없었으며, 협곡을 빠져나가기 전에 집중사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정 상사, 이 길 버린다. 서쪽 사면으로 우회해.”

“적이 먼저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습니까?”

“정찰 자료와 현장 상황이 너무 달라. 전원 방향 전환.”

이안이 손짓으로 이동 방향을 바꾸려던 순간, 산 위에서 희미한 금속음이 들려왔다.

고개를 들자 암벽 끝에서 작은 섬광이 번쩍였다.

“엎드려!”

기관총탄이 협곡 바닥을 파헤쳤다.

맨 앞에 있던 오승필 중사가 몸을 크게 비틀며 쓰러졌고, 그가 넘어지는 순간에도 총탄은 진흙과 바위를 연달아 때렸다.

정태식이 승필에게 달려가려 하자 이안은 그의 방탄조끼를 잡아당겨 바위 뒤로 밀어 넣었다.

“위쪽 두 시 방향! 기관총 진지다!”

대원들이 급히 엄폐했지만 적의 사격은 한 방향에서만 날아오지 않았다.

맞은편 능선에서도 총구 화염이 번쩍이기 시작했고, 양쪽 고지에서 쏟아지는 탄환이 협곡 바닥을 교차하며 훑었다. 바위에 맞은 총탄이 불꽃을 튀겼고, 잘려 나간 나뭇가지가 대원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이안은 몸을 낮춘 채 적의 위치를 확인했다.

왼쪽 절벽 상단에는 기관총 진지가 있었고, 오른쪽 경사면에서는 여러 명의 소총수가 아래쪽을 향해 사격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계곡 아래에서는 차량 엔진음까지 들려오고 있어, 조금만 지체하면 후퇴 경로마저 완전히 차단될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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