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홍 어르신은 해동성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일들을 전부 알고 있다.“홍 어르신…”손태산은 숨을 들이마시며 천천히 실눈을 떴다.홍 어르신은 해동성 지하 세력의 정해신침 같은 존재였기에 술수가 탁월하여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없었다. 특히 홍 어르신의 부하 중 가장 독한 부하는 해동성에서 적수가 없으며 임진태의 부하인 ‘나 아저씨’도 그와 3초도 싸우지 못했다! 따라서 현재 운해시에서 염구준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홍 어르신밖에 없다!“클럽에서 있었던 일은 다 들으셨겠죠?”어두운 표정의 임진태가 원망하는 말투로 말했다.“염구준이 감히 우리 아들을 다치게 하고 제 앞에서 안건호를 죽였습니다! 이 원한은 반드시 갚아야 해요! 홍 어르신을 설득하여 염구준을 죽이는 방법을 생각해 봐요!”보스들은 서로 쳐다보며 쓴웃음을 터뜨렸다. 홍 어르신은 지위가 너무 높고 세력이 너무 크며 수단이 너무 독해서 웬만한 사람들은 홍 어르신을 데려올 수 없었다. 임진태가 직접 나선다고 해도 홍 어르신이 받아줄지 의문이었다. 홍 어르신보고 염구준을 대처하라고? 홍 어르신은 바보가 아니다.“얼른 방법을 생각해 봐요..”임진태는 이를 점점 더 꽉 물었다. 그의 눈빛 속에 차가운 섬광이 점점 더 빠르게 번뜩엿다. ‘염구준, 우리 클럽에서 나대면서 내 체면을 구기다니? 나 임진태는 어떻게든 염구준의 머리를 따버리겠어!’어느덧 손가을과 염희주를 클럽에서 데려온 지도 사흘이 지났다. 해동성의 세력은 큰 움직임이 없었고 청해 주변의 다른 세력들도 마찬가지였다. 청해시에 모처럼 잠깐의 평화가 찾아왔다. 사실 평화롭지 않더라도 염구준은 전혀 두려워할 게 없었다. 지금 손 씨 그룹은 순탄하며 새로 건설한 산업단지도 정상적인 상태에 들어섰으며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일사불란하게 발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준, 뭐 해? 얼른 밥 먹어!”은빛 아파트 손 씨네 집 거실에서 진숙영이 푸짐한 상을 차려놓고 희주와 놀고 있는 손태석을 보며 웃음을 띠었다. 손가을과 염희주가 납치당했을 때 진
그때 두 번째 차를 살 때 염구준은 첫 번째 차를 수리하지 않고 폐기 처분할 거라고 했다. 그런데 레벨이 높은 고객들한테 함부로 할 수 없어서 사고 과정대로 보험 회사와 반복적으로 연계하고 배상 방안을 정했으며 이 포르쉐를 수리하는 걸로 결론을 냈다. “사고 차량은 필요 없어요.”염구준은 희주를 안고 여성 점원을 향해 담담한 미소를지었다.“당신의 서비스가 좋으니까 제 차는 당신깨 드릴게요. 난 다시 차를 사면 되니까요.”뭐라고?! 여성 점원은 어리둥절해하다가 흥분을 금치 못하고 비명을 지르려고 하였다. 정말 몇십억 원에 달하는 리미티드 에디션 포르쉐를 주겠다고? 단지, ‘서비스 태도’가 좋다는 이유로? 세상에, 얼마나 부자면 이럴 수 있을까? 이 정도의 씀씀이는 처음 본다!“저 점원한테 준다고..?”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카운터의 다른 여성 점원들이 깜짝 놀람과 동시에 극심한 후회를 했다! 염구준과 손가을이 처음 차를 사러 왔을 때 점원들은 염구준과 손가을이 부자인 척하는 줄 알고 귓속말로 비웃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녀들의 체면이 구겨졌다. 이게 바로 타인을 함부로 비웃은 결과였다. 염구준과 같은 레벨의 손님을 놓치다니!“염.. 염구준 씨, 저.. 저는 너무 비싼 차라서 감히 받을 수 없.. 어요.”여성 점원은 정말 놀랐는지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제가 이 차를 드리겠다고 했으니 차는 당신 이제 당신 겁니다. 이따가 알아서 수속해요. 전 지금 차를 사야 해서요.”여성 점원은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염구준이 장난치는게 아니란 것을 마침내 깨닫고는 격동되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차를 사셔야죠..! 염구준 씨, 이번에도 포르쉐 HBLY—GT를 원하세요? 가게에 있어요!”염구준이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이 차는 장인어른한테 사준 차인데 장인어른은 손 씨 그룹 회장이며 신분이 비범하기 때문에 여성향인HBLY-GT는 손태진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아니요, 이번에는 비즈니스 클래스를 살 거예요. 대범하고 단단한 외관에
이런 상황에서 20억 원을 단번에 쓰는 건 무리였다!청해시 삼류 가문도 1년이나 노력해야 이만큼을 벌 수 있다. 많은 이류 가문도 이렇게 비싼 차는 못 살 것이다!“저기 봐, 손가을씨의 표정이 어두워졌어!”여성 점원 몇 명이 카운터 뒤에서 상황을 살폈다. 손가을이 경악한 표정을 짓자 다들 비웃었다.“남편이 돈이 많다며? 남편보고 사달라고 해야지!”“내가 보기엔 지난번에 HBLY-GT를 샀으니 이젠 남은 돈이 별로 없을 게 분명해!”“흥, 방금까지만 해도 가격을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면서 잘난 체하더니 지금은 자업자득했네!”여성 점원들이 모여서 악독한 말을 내뱉었다. 그들은 돈을 벌 수 없게 되자 이런 방식으로 보복했다. 원래는 후회했는데 지금은 마침내 화풀이를 제대로 한 것이었다. 그들은 염구준과 손가을을 멀리서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재즈 백작? 이름은 괜찮은 것 같애요!”옆에 가만히 있었던 희주가 말을 꺼냈다. 염구준은 다정하게 웃으며 희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여성 점원을 향해 담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들었죠? 우리 딸이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효도하겠다고하네요. 우리 딸이 좋다니깐 2대 살게요!”뭐.. 뭐라고?! S자동차 대리점은 순간 조용해졌다. 차를 소개하던 여성 점원과 카운터 뒤에 숨은 점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 대나 산다고? 딸이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차 두 대면 40억 원이고 일단 거래가 성공하면 전 세계 포르쉐 팬들이 흥분할 것이다. 심지어 언론의 핫토픽이 될 수도 있었다. 이 정도의 소비는 “부자” 정도가 아니라 살아 있는 복신과 마찬가지였다. 청해의 갑부도 그렇게 미친 듯이 돈을 쓰지 않을 것이다!“뭐 해요? 뭐가 그렇게 놀라운가요?”염구준은 희주의 얼굴을 꼬집으며 여성 점원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수속만 해주세요. 난 오늘 차를 몰고 갈 거니깐. 어때요?”“염.. 염구준 씨.”여성 점원은 너무 격동된 나머지 떨리는 목소리로 말까지 더듬었다.“사장님한테 꼭 알려드려야
“컬러는 검은색과 빨간색으로 해주세요.”검은색은 손태석, 빨간색은 진숙영에게 줄 생각이었다.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비록 연세가 있지만, 금술이 좋아서 커플로 맞추면 좋아하실것이다. “네, 알겠어요!”여성 점원은 두 손으로 G.J카드를 든 채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듯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급히 카운터에 달려가 두 차를 전액으로 결산하였다.“띵!” 카운터의 포스기 알림음과 함께 40억 원이 입금되었다!“입..입금되었어!”순간 옆에 있던 여성 점원들이 얼떨떨해 했다. 염구준과 손가을을 보다가 주변에 있는 젊은 여성 동료들을 보니 머릿속이 터질 것만 같고 충격을 받아 심장병이 걸린 것만 같았다.미쳤다. 정말 미쳤다!40억 원이라는 금액은 S자동차 대리점의 판매 기준에 따르면 그 여성 점원은 적어도 1억 원 정도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공장에서 직접 제공하는 컨셉 상품이기에 다른 보너스가 있을지도 모른다…한번 날면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차 두 대를 팔기만 하면 인생 승리자가 될 수 있다!사람을 함부로 깔보는 여성 점원들은 평생 노력해도 오늘 하루 동안 번 돈만큼 모을 수 없을 것이다!“염구준 씨, 카드 다 긁었어요!”여성 점원은 격동되어 얼굴이 빨개졌으며 빠른 걸음으로 염구준의 앞에 다가가 G.J카드를 공손히 드리고는 이렇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꼭 두 차를 염구준 씨 저택에 보낼게요!”염구준이 잠깐 생각하더니 미소를 지었다.“내일 저희 아빠가 회사에 계실 거예요. 이렇게 해요. 그때 가서 나한테 전화해요. 자세한 주소는 나중에 알려줄게요.”말을 마친 염구준은 점원의 반응을 보지도 않은 채 희주를 안고 손가을과 함께 나갔다. 세 사람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두 대 20억 원이라니…”여성 점원은 가게 문을 바라보며 두 손으로 얼굴을 막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나 부자 됐어. 염구준 씨가 나한테 포르쉐 한 대 주실 거래! 세상에, 오늘 운이 진짜 좋네!”카운터 뒤에 있던 여성 점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
이모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설마..”손가을이 핸드폰 화면을 보며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지금은 9월 말이다. 평소 이모는 절대 손가을한테 연락하지 않지만, 9월엔 외할머니 생일이 있어, 이 일을 축하해 주는 것이 가장 큰 집안의 행사이다. 이모도 그 이유로 손가을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이모, 알았어요.”손가을이 전화 받더니 억지웃음을 지으며 몇 마디 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귀찮았다!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이모는 해마다 외할머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든 가족, 친척, 친구들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초대했다. 하지만 손가을의 이모는 진짜 효도하는 건 아니고 생일 파티를 열 때마다 사람들의 선물과 축의금을 많이 받으니 열심히 초대하는 것이다. 해마다 이모가 생일 파티를 여는 거니 결정권은 이모한테 있어 안 가기도 뭐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집안이 가난하여 진숙영은 값비싼 선물을 주지 못했다. 기껏해야 몇만 원의 축의금을 내놓았다. 그래서 해마다 친척들한테 비웃음과 눈총을 받았다.“이번에는 부모님과 함께 갈 거예요.”염구준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두 손을 핸들에 놓고 손가을을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께 드릴 선물은 내게 맡겨. 너랑 장인어른, 장모님은 걱정하지 말고.”“하지만..”손가을이 말하려다가 멈추고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염구준이 퇴역한 뒤에 여태껏 외할머니를 본 적이 없기에 내일 있을 80세 생일 파티는 최적의 기회였다. 게다가 이렇게 중요한 행사에 손가을이 가지 않더라도 손태석과 진숙영은 절대 빠지지 않고 참석할 것이다.그러니 가야 한다!…이튿날 오전, 청해 구시가 지역, 진씨 가문.생일을 맞아 진씨 가문은 시끌벅적 거렸다. 구시가 지역이라 도로 계획할 때 주차 자리를 고려하지 못하여 진씨 가문의 친구와 친척들은 아파트 단지 밖에 주차하였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열 몇 개 주차 자리도 친구과 친척들이 점하였다. 다행히 진씨 가문은 1층에 사는지라 옛날식의 아파트는 20여 제곱미
진숙은이 두 손으로 허리를 집고는 코웃음을 쳤다.“둘째 언니, 언니가 뭘 알아요? 소봉이가 면허증을 따 니깐 유건우가 바로 새 차를 사줬어요. 몇천만 원짜리 차 말이에요!”띠- 띠띠-진숙은이 말을 마치자마자 아파트 단지 문 앞에서 소리가 났다.“저 소리는 내가 기억하지. 분명 소봉이가 왔을 거야!”진숙은이 기적 소리를 듣자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다들 소봉이의 새 차를 보러 가요!”그러면서 집에 다시 뛰어 들어가더니 휘청하는 할머니를 아파트 단지 문 앞까지 부축해 주었다. 붉은색 포르쉐가 아파트 단지 문 앞에서 천천히 멈췄다. 낡은 아파트라 그런지 도로가 넓지 않았다. 염구준은 실눈을 살짝 뜨고는 하나밖에 안 남은 주차 자리를 보고 핸들을 단단히 잡고서 주차 자리로 갔다.“어머, 소봉이가 아니라고?”진숙은은 노인을 부축하고는 멀리 있는 포르쉐를 바라보며 불쾌한 표정을 짓더니 돌아가려고 하였다.“외할머니, 생신 축하드려요!”손가을이 염희주를 안고 조수석에서 내리면서 미소를 지었다.“희주야 어렸을 때 본적 있지? 여긴 너희 외할머니셔. 이분은 이모할머니고.”염희주는 아주 얌전하게 시키는 대로 얼른 할머니를 불렀다. 그런데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진씨 가문의 친구와 친척들이 육속 진숙은을 따라 나가서 아들이 산 새 차를 구경하러 갔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포르쉐에 모든 시선을 빼앗겼다.붉은색 포르쉐 HBLY—GT는 유창하고 힘 있는 외형에 낮은 소리의 발동기 엔진, 시각적 충격을 갖춘 질감…친척들은 대부분 시골 사람이라서 차의 브랜드를 알아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평소 거리에서 자주 보는 아우디, 도요타, 폭스바겐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만은 확인할 수 있었다!“가.. 가을아.”말을 더듬는 친척 한 명이 웃음 지으며 다가왔다.“이 차 꽤 보기 좋은데 언제 산 거야? 싸지 않겠지? 한천만 원?.. 아님 이천만 원정도 하려나?”가난한 친척들한테는 천만 원, 이천만 원 정도면 충분히비쌌다. 시골에서 자주 보는 봉고차도 그 정도로 비싸진 않
이런 상황에서 더는 차 안에 있을 수 없었다. 구준은 문을 열고 내려 할머니한테 허리 굽혀 인사 했는데 얼굴에는 경애하는 표정이 어려있었다. "할머님, 오늘은 할머님의 여든번째 생신이시네요. 저 구준이 할머니께서 만수무강하고 오래오래 사시기를 바라겠습니다!"외할머니가 머리를 끄덕이기 전 진숙은은 비웃으며 말했다. "어휴, 입음 번지르르해서 말만 번듯하게 하는건 누가 못한담! 진짜로 능력있으면 금은보화나 가져와 봐, 손태석 그 다리 병신처럼 죽은듯이 있지말고!"구준은 안색이 굳어졌고 입을 열려는 순간 띠띠--하고 차 기적소리가 멀지않은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크게 들려왔다.그것은 한대의 흰 현대차였는데, 차가 크고 이쁘며 최고급 설비였고 접이식 창문이여서 한마리의 매서운 맹수와도 같았는데 차는 단지로 몰고 들어왔다. "지성아!"멀리서 차를 보고 진숙은은 삽시에 웃음을 띄였다.몰려들어온 주위 친척들에게 그녀는 자랑질 하기 시작했다. "봤어, 이게 바로 건우씨가 지성이한테 사준 새 차야, 오천이 넘는다는데!""좋은 차네, 좋은 차야!"친척들은 감탄을 하며 칭찬했다. "지성이는 유학 갔다 왔지? 이렇게 좋은 차여야지 지성이 신분에 걸맞지 않겠어? 차도 좋고 사람도 좋고, 다 좋네!"진숙은은 득이양양해져서 구준을 돌아보고 양팔을 각각 허리에 척 올려놓고는 큰 소리로 훈육했다. "너는 눈이 안보이니 귀가 안들리니, 우리집에 지성이가 온게 안 보여?""빨리 저 싸구려 전기차 옮겨, 지성이 주차하게!"구준은 진숙은을 바라보았다. 낯빛은 어두웠다.차 뒤자리, 단방향 유리는 바깥에서의 시선을 막고 있었다. 그러므로 진숙은은 차 안을 볼수없었지만 손태석과 진숙영은 그녀의 표정을 다 볼수있었다!할머니가 오실때 진숙영은 원래 차에서 내려 할머니를 맞이하려 했지만 손태석에 의해 제지되었었다. 두 사람 모두 진숙은이란 사람을 잘 알고있었지만, 그녀가 이정도까지 각박할줄은 몰랐었다!"엄마?"현대차는 단지 입구에서 멈췄다. 진숙은의 아들, 유지성은 캐쥬얼한 정장을
"빌린거? 그럼 그렇지!"진숙은은 그제서야 한시름 놓고 손가락으로 구준의 코를 짚으며 연신 비웃었다. "놀랬네. 네가 무슨 큰 인물이라도 되는줄 알았는데 그냥 이목 끌고싶은 거였네. 할머니 생신에 와서 누구한테 허풍떠는거니!""우리 아들이 아니였으면 정말 네 허세가 뜻대로 될뻔했구나!"옆에있는 친척들은 모두 머리를 저었다. 진숙은의 말을 믿는게 분명했다. 모두 구준을 쳐다보는데 모두의 얼굴에는 4글자가 써져있었다.’업신여김.‘"구준씨, 차 옆으로 비키자."가을은 여기서 말다툼하고 있는게 싫은 기색이 역력했다. 염희주를 안고 와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모님이 원래 이래. 우리가 괜히 화낼 필요없어."구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포르쉐쪽으로 갔다.그런데 이때,윙......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전화가 온 듯했다."포르쉐 S점의 전화?"구준은 폰을 꺼내 전화번호를 보고는 전화를 받았다."염 선생님!"전화 건너에서는 어떤 여직원이 말을 했는데, 그녀의 목소리 속에 흥분은 감추지 못했다. "해외에 그 세드릭 이미 항공 운송해왔습니다. 두대 모두 수속 완료했고요. 혹시 어디계십니까? 지금 바로 그쪽으로 수송해드릴게요!"구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곧 가볍게 웃었다."청해시 옛성구, 신비 단지로 와주세요. 제가 지금 그쪽 단지 앞이라. 오래 기다리게 하지마시고요, 10분 드립니다."10분은 빠르게 지나갔다.진숙은은 계속 구준더러 얼른 차를 옮기라고 나무랐고, 아부를 잘 떠는 몇명의 여자 친척들 또한 숙은에 페이스를 맞춰 옆에서 나불나불 거렸다."당신이 가을 누나 남편? 염구준씨?"유지성도 짜증이 나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차로 여기를 막고있는건 무슨 뜻이죠?아니면 제 아버지한테 전화쳐서 도리를 따질까요?"진 씨 집안 사람들도 다 알다시피 유건우는 공 씨 집안 사람으로서 손에 쥔 권력이 만만치 않았다. 시의 많은 부자들과도 모두 왕래가 있을 정도이다. 그 때문에 그가 비록 진 씨 집안의 사위더라도 크고 작은 일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
염구준을 향해 날아오는 것은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금강 방망이 한 개 뿐이었다. 기운의 량으로 보아 세 명의 힘이 전부 들어있는 게 분명했다.이건 베르 일행이 전력을 건 최후의 일격이었다.쾅!한 자루의 검과 한 개의 방망이가 충돌하며 눈부신 불꽃을 일으켰다.폭발적인 에너지가 주변에 퍼져나가며 양측은 잠시 균형을 이루었다.세 사람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막았다! 얼른 보트 준비해, 후퇴한다!”베르의 창백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루카와 슈카 역시 서로 부축하며 일어섰다.이미 힘이 고갈된 지라 그들의 얼굴엔 혈색도 없었고, 기운조차 미약했다.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였다.“하압!”염구준은 팔에 힘을 주어 금강 방망이를 밀어내려 했지만, 방망이가 꼼짝도 하지 않는 걸 발견했다. 이 전법은 오묘했다. 상대방이 시전하고 조종하지 않아도 타겟을 쫓아 움직이는 것처럼 홀로 움직였으니까 말이다.이대로라면, 몸이 먼저 나가떨어질 판이었다.베르는 떠나기 전에 염구준을 보며 독한 말을 남겼다.“염구준, 자만하지 마라. 스텔라성은 아직 남아 있으니까. 돌아가서 강자들을 전부 불러와 널 죽여주지.”“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얼음처럼 차가운 염구준의 목소리에 모두가 몸을 살짝 떨었다.이미 흑풍의 사태로 배운 바가 있었기 때문에 염구준은 적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흥, 말은 누구나 하지. 하지만 나중에 지키지 못하면, 네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걸?”베르는 비웃으며 염구준의 말을 맘 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자신의 필살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염구준은 검을 쥔 양손을 살짝 옆으로 움직이며, 손을 놓았다.우웅!그러자 구자검은 더 이상 금강 방망이와 대치하지 않고, 잔상을 남기며 쏜살같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같은 시각에 금강 방망이 역시 미친 듯한 속도로 염구준의 왼쪽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이건 자신의 목숨으로 적의 목숨을 바꾸는 방식이었다.꽈악!염구준
“염 선생님, 저희가 가서 막을까요?”노신기는 갈등하며 조심스레 물었다.비록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염구준 덕분에 얻은 것이 많았기에 돕고 싶어서였다.“아니요.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대형 방패를 계속 내리쳤다.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노신기 일행의 실력으로는 개입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염구준은 잘 알고 있었다. 가봤자 죽을 게 분명하다는 것도 말이다.한편, 전장의 중심에 선 세 사람은 자신들이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해있으며, 살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죽을 각오로 덤벼!”쾅!베르의 눈엔 살기가 가득했다. 손에 쥔 대형 방패는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며 산산이 부서졌다.그의 피로 물든 두 손에는 어느새 짧은 단검이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으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하지만 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얕은 두 줄의 상처뿐, 역시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일반적인 공격은 염구준에게 통하지 않았다. 과거, 염구준이 육체의 한계를 돌파한 리아성전의 전주를 쓰러뜨린 것도 필살기와 정제된 진기 덕분이었었다. 심지어 한 번에 쓰러뜨린 것도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싸웠었다.육체가 극한으로 강해진 상대를 쉽게 이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베르를 걷어차 밀어낸 뒤, 곧바로 루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세 명을 상대할 때 가장 확실한 방식은, 하나씩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젠장!”염구준이 갑자기 타겟을 바꿀 줄 몰랐던 루카는 급히 막아섰지만 한 칼에 밀려났고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강자들의 승부는 한 수, 한 수가 치명상이라 조금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베르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하고 이를 악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삼절진을 쓰자!”두 형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베르 뒤로 이동한 뒤, 손을 그의 등에 얹었다.이 필살기에 승패가
베르 세 사람을 포함해 이 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조차 염구준이 쓰는 게 무슨 전술인줄 몰라 어리둥절해졌다.방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행위는 자살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건방지긴!”“내가 막을 테니 너희는 죽을 힘을 다해 공격해!”이에 베르의 일그러진 얼굴에는 약간의 기쁨이 섞였다. 그는 달려오는 염구준을 보며 포효하듯이 명령을 내렸다. 해저에서의 전투 경험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특별히 제작한 대형 방패로 염구준의 공격을 최소 서른 번은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쾅!그러나 시작에 불과한 염구준의 첫 공격에 베르는 몇 걸음이나 밀려났고, 방패엔 반 치 정도 깊이의 칼자국이 선명히 새겨졌다.이 방패는 염구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베르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라 다른 것보다 더욱 단단하고 두꺼웠다.텅텅!루카와 슈카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염구준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박아넣었다.손목에 힘을 잔뜩 실은 터라 염구준의 호체진기를 가뿐히 뚫었지만 몸에는 옅은 상처밖에 내지 못했다.아무리 힘을 더 실어도, 더 깊숙이 찌를 수가 없었다.“육체의 극한까지 도달했다고?”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은 일제히 감탄을 내뱉었다.두 명의 최강 반보천인의 공격을 오직 맨몸으로 버텼다는 것부터 염구준의 육체가 이미 극한까지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쾅! 쾅!염구준은 루카 형제의 공격을 거의 무시한 채, 계속해서 베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공격이 계속 되면서 방패에는 칼자국이 점점 더 많아졌고, 베르도 연달아 밀려났다. 이 엄청난 충격력에 그의 손바닥은 결국 찢어져 버렸고,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공격 안 해? 밥 안 먹었어?”베르는 체내의 기혈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그제야 그는 그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 했음을 깨달았다.‘방패가 30번의 공격을 버틴다고 해도 내가 버티지 못해.’염구준의 몸이 반보천인의 극한에 다다른 이후, 방어력 뿐만 아니라 힘도 강해져서 전보다 공격이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