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꾸하기 위해 입술을 깨물던 손가을은 결국 참지못하고 눈물을 흘렸다.그녀가 겪은 지옥 같은 5년의 생활은, 동연정이 살아온 순간보다 절대로 순탄하지 않기 때문이다.손 씨 가문에서 버림받고, 손태진에게 당한 그 악몽 같은 순간은... 그들의 상상이상으로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의 손 씨 그룹이 있기까지 그녀는 너무 많은 것을 희생했다."가을씨는 그럴 자격이 충분합니다!"염구준은 눈물을 글썽이는 손가을을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외쳤다. 다시 고개를 돌린 염구준은 싸늘한 시선으로 동연정을 쳐다보았다.이질적으로 생긴 동연정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가을 씨는 입술도, 눈썹도, 보톡스나 얼굴에 칼을 대고,실리콘을 삽입하는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자연의 미, 본연의 미를 가진 가을씨는 당신처럼 거짓으로 꾸며진 사람과 달라요!"쿵!동연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손톱으로 손바닥을 꽉 누르는 바람에 피가 날 뻔 했다.동연정은 성형 수술을 외국에서 비밀리로 진행했다.최고의 성형외과 의사를 고가로 고용하여 다년간 철저하게 숙련된 전문가만이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완벽하게 성형했다."어디 그뿐인가!"염구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가차 없었다. "이마도 불균형하고 골반도 비틀어진 걸 보니, 사생활이 꽤 더러웠나 보군! 그러니까 좋은 말 할때 당장 꺼져. 당신이 풍기는 고기 썩은 악취 견디기 힘드니까! 감히 어디서 가을 씨를 당신이랑 비교할 수 있는 거지?!"염구준이 내뱉은 말은 비수처럼 동연정의 가슴에 속절없이 꽂혔다. 그녀는 가슴을 움켜쥐고 입술을 깨물었다."저 말, 다 사실이야?"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심운이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물었다."그날 밤, 나한테 당신이 첫 경험이라고 했던 거.. 다 가짜였어? 그날 내가 본 피는 뭐지?""아, 아니..."동연정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는 심운을 향해 고개를 저으며 어떻게든 변명하기 위해 애썼다."제발, 제발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다 설명할
심운은 비웃으며 잠옷 주머니에서 몰래 찍은 사진 한 장을 꺼냈다. 매혹적인 사진 속에서 손가을의 얼굴을 쳐다보던 심운의 볼이 붉게 타올랐다."순수? 이게 진짜 순수야! 손가을... 흐흐흐"그는 욕망이 가득한 눈길로 사진을 핥더니, 몸을 돌려 동윤정의 목덜미를 꽉 쥐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내가 욕심내는 여자는 절대 놓칠 수 없어! 내일 밤, 손가을한테 사과하겠다고 연락하고 단둘이 약속 잡아. 명심해, 단둘이 만나야 해! 알겠어?"동연정은 두려움에 떨며 눈물을 흘렸다. "심운 씨, 설마...."심운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투명한 액체가 든 병을 꺼내 보였다."이게 얼마짜리인 줄 알아? 외국에서 구해온 아주 귀한 물건이야! 무색무취의 아주 강한 약이지! 제 아무리 열녀라 하더라도 이 약 한 모금이면 나한테 꼼짝없이 놀아날 수 밖에 없다고!"동연정은 두려움이 가득한 눈길로 물었다."만약, 가을이가 만나지 않겠다고 하면?"심운은 몸을 돌려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그녀를 데려오지 않는다면.. 난 널 죽일 거야!"다음 날 저녁 7시 반, 아이샤 뮤직 레스토랑."심운씨도 계셨네요?"손가을은 자신의 비서를 데리고 레스토랑에 왔다.그녀는 저만치에 앉아 있는 동연정과 심운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퇴근하기 몇 분 전, 그녀는 동연정의 연락을 받았다.통곡하며 자기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한 옛 동창을 무시할 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염구준을 혼자 집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이 비서를 데리고 이 자리에 온 것이다."대표님은 제가 반갑지 않은 모양입니다?"동연정은 혹시나 심운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밝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분이 네 비서지? 우리 오래만에 만났는데 둘이서만 대화하자. 비서는 먼저 나가게 하는 게 어때?"동연정은 손에 든 와인잔을 들어 올리며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어제는 내가 잘못했어, 이건 사죄의 의미. 나 용서해주면 안돼?"손가을은 음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심운을 힐끗 쳐다보더니,
몇 명의 건장한 남자가 우르르 걸어 나왔다.손에 나무 막대기를 든 남자들 앞으로 가장 앞에 선 남자가 나일론 줄을 당기며 걸어왔다.이 비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당신들 누구야?"이 비서는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며 큰 소리로 외쳤다."다가오지 마. 당장 신고할 테니까!""신고를 해?"순간, 레스토랑에서 나온 심운이 손가을의 사진을 움켜쥐며 얼굴을 구겼다. “네 신고가 빠른지, 내 경호원들이 빠른지 어디 한 번 볼까!"쉭쉭쉭!말소리가 끝날 즈음에 건장한 경호원 몇 명이 갑자기 그녀에게 뛰어갔다.마치 폭풍처럼 다가와 손가을과 이 비서를 둘러쌌다."대표님, 제가 준 술을 마시지 않은 걸 후회할 겁니다."심운은 손가을의 가슴을 욕망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반항해봤자 쓸모가 없습니다! 자기 발로 차에 탈 건지, 아니면 강제로 탈 건지 당장정하세요!"손가을은 창백해진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건장한 사내가 손가을을 강제로 붙잡고 차로 끌고 가려던 찰나, 손가을은 핸드백에 든 방범 분사기를 꺼냈다.하지만 이것으로는 한 명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이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대표님, 얼른 도망치세요!"그때, 이 비서가 옅게 떨면서 온 힘을 다해 손가을을 옆으로 밀쳤다. 그러더니 심운을 향해 달려들었다."당신, 오늘 내 손에 죽었어!"하지만 이 비서가 심운에게 달려들기도 전에, 옆에 있던 경호원이 발을 들어 이 비서를 걷어차고 쓰러트렸다.이 비서를 향한 무자비한 발길질이 시작되었다.경호원이 심운에게 말했다."도련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얼마 못 가 숨통이 끊어질 겁니다!""죽든 말든 내 알 바가 아니야! 목을 부러뜨리든, 산채로 바다에 처넣든! 당장 처리해!"심운은 손을 휙휙 젓더니 손가을 향해 비릿하게 웃었다."대표님, 이젠 우리 둘을 방해하는 사람도 없네요! 저년과 함께 바다에 빠질 건지, 아니면 얌전히 날 따라올 것인지 결정해주셔야 할 텐데요."손가을의
손가을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는 심운의 눈빛이 욕망으로 가득 찼다. 그는 손가을의 가슴으로 손을 뻗으며 비열하게 웃었다."나 이제 더는 못 참을 것 같은데.. 우리..."지잉-바로 이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고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운해 시의 바다가 근처 별장에서, 심범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운아, 손 씨 그룹 인수 계획은 어느 정도로 진행된 거야?""걱정하지 마!"심운은 다리를 꼬고 옆에 앉아 있는 손가을을 힐끗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오늘 밤만 지나면, 손가을은 내 사람이야! 손 씨 그룹도 우리 가문으로 소속될 거야!"심운의 말에 심범의 얼굴이 굳어졌다.자기 동생이 손가을에게 손을 대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운아, 너 혹시 손가을 씨를 어떻게 한 거야? 너 절대 그래서는 안 돼!"심범의 얼굴이 굳어졌다."손가을의 남편이 누군지 잊었어? 하고 싶은 게 뭐든 지금 당장 멈춰! 인수는 내가 알아서 할 게!"지난번, 장혁과 청해로 갔을 때 그는 염구준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그는 염구준이 자기에게 빚을 지길 바랬지만 미처 성공하지 못했다.며칠 전, 염구준은 운천클럽에서 그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안건호를 죽여버렸다. 근데 임진태조차 꼼짝없이 당했으니 그렇게 무서운 사람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형, 왜 이렇게 겁먹었어?"심운은 염구준을 신경 쓰지 않아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염구준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우리 가문을 쉽게 건드리지는 못할 거야! 잊지 마, 우리 뒤에 누가 있는지!"전화를 끊은 심운은 득의양양해져 크게 웃었다."운아.... 젠장!"심범은 끊긴 핸드폰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염구준의 무서운 행동이 떠올랐던 심범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다들 이쪽으로 와!"6명의 정예 경호원들이 순식간에 별장 거실에 나타났다. 그들은 심범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분부하십시오!""당장 차를 준비해! 청해로 간다!"심범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 그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애들 모아서
레스토랑은 이미 방범 셔터를 내렸고 텅 빈 거리에는 가로등 몇 개만 어둡게 켜져 있었다.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거리였다.멀리 떨어진 사거리에 차들이 가끔 지나다녔고 차 불빛이 이따금씩 골목길을 비췄다.“핸드폰, 내 핸드폰..이 비서의 몸이 심하게 떨렸고 쓰레기통의 악취는 전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쓰레기 더미를 마구 뒤졌다.찾았다!지저분한 음식물 쓰레기 더미 속, 그녀의 휴대폰 화면은 이미 깨져있었고 필사적으로 전원 버튼을 눌러 마침내 화면이 점차 켜졌다.“핸드폰이 살아있어, 아직 쓸 수 있다고!”핸드폰 전원이 켜지자 흐느끼는 이 비서의 손가락이 심하게 떨린다. 염구준의 번호로 전화가 걸리자 눈물이 줄줄 쏟아져 나왔다.“염 부장님, 손 대표님 좀 구해주세요.. 손 대표님께서 심운에게 잡혀갔어요. 레인지로버 차량에 탔고 차량번호는... 아까 기절해서 제대로 못 봤어요..”그 시각.은빛 아파트, 손 씨네 집 거실. 염구준은 휴대폰을 꽉 움켜쥐고 있었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심운!개자식이 감히 가을씨를 납치해?죽으려고 작정한 모양이야!“아빠?”거실에서 인형을 안고 있던 염희주가 작은 얼굴로 염구준을 올려다보며 의아해했다.“엄마한테 무슨 일 있어요? 레인지로버는 무슨 얘기에요?”“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희주 착하지, 할아버지 할머니랑 잠깐 집에 있어. 아빠는 잠깐 나갔다 올게.”염구준은 희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손태석과 진숙영을 보며 미소를 짓고는 이내 쏜살같이 거실을 뛰쳐나갔다.방범문을 닫자마자 주작전존에게 전화를 걸었고 쓸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약 30분 전, 레인지로버 한 대가 가을 씨가 탄 아우디 A와 같은 위치에 나타났다! 현재 레인지로버의 위치가 어딘지 당장 추적해 봐!”약 5분 후.“보고드립니다!”주작전존이 신속하게 말했다.“현재 위치 추적 완료! 레인지로버 현재 위치는 청해 명주 호텔입니다! 우리 측 정찰위성으로는 현재 실시간 화면 포착이 불가하여 차량 위치는 아마 지하주차장
그 중 경호원 한 명이 손을 뻗더니 손가을을 바닥에 쓰러뜨리고는 음흉하게 웃었다.“둘째 도련님, 손 대표님을 매달아 놓을까요 아니면 그냥 다 벗길까요?”심운은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고 두 눈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손가을의 섹시한 몸매를 바라보며 ‘꿀꺽’침까지 삼켰다.예뻐, 정말 너무 예쁘단 말이야!커리어 우먼 룩을 입은 손가을의 치마 밑으로 하얀 종아리가 드러났고 눈물 맺힌 속눈썹을 한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참을 수 없었다!그는 이제 더 이상 손가을의 옷을 벗기고 싶지 않았다.“손 대표님을 침대 위에 눕혀!”심운은 생각하면 할수록 흥분돼서 침까지 나올 지경이었다.“그리고 다들 나가서 문 앞을 지키고 있어, 파리 한 마리도 못 들어오게! 오늘 밤 난 밤새도록 놀거야. 그리고 내일 너희들에게 두둑한 상을 내리도록 하겠다.” “네!”경호원들이 음흉한 표정으로 히죽히죽 웃었다. 그러고는 손가을을 들어 올려 호화로운 침대에 툭 던지고는 돌아서서 스위트룸을 나와 문을 닫았다.넓고 큰 로열 스위트룸 안, 이제 심운과 손가을 두 사람뿐이다!“심운, 당신! 경고하는데 날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요!”손가을은 침대 위에 웅크린 채 뒤로 묶인 두 손을 허우적거리며 떨리지만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손 씨 그룹을 매수하려 한다면서요? 제가 미리 말하는데요! 만약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구준씨가 당신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절대!”“염구준, 당신 데릴 남편, 그 쓸모없는 놈 말하는 거예요?”심운이 경멸하는 말투로 비웃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입을 열었다.“제가 그 정도밖에 안되는 놈을 두려워할 것 같아서요? 정말 너무 웃기네요!”“그 사람이 없는걸 다행으로 생각하세요. 만약 이 자리에 있었다면 무릎을 꿇고 제가 대표님을 괴롭히는 걸 빤히 보면서 박수까지 치게 했을 거니까!”그러더니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버리고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옷을 벗어던지고 벨트까지 풀며 음흉하게 웃었다.이 순간, 그의 눈빛은 불꽃이 타오르는 것 같았고 금방이라도 손가
그 순간 당직 매니저는 호텔 보안 규정이라 할 것도 없이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주절거렸다.“도, 도련님은...”말을 하던 그의 눈빛이 무의식중에 옥상으로 향했고 더욱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펜트하우스 로열 스위트룸, 방 번호는...”훅!당직 매니저가 채 말하기도 전에 염구준은 날렵하게 뛰쳐갔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뛰어올라갔고 몸은 폭탄처럼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한 발작에 1층을 넘나들며 점프했다!슉, 슈, 슉!20초가 안되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호텔 꼭대기 복도까지 돌진했다!“손가을의 데릴 남편 염구준?”로열 스위트룸 문밖, 네 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이 갑자기 나타난 염구준을 보며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험악하게 웃으며 말했다.“재밌네요, 어떻게 찾아오셨어요?”“찾아와도 소용없어요! 우리 도련님을 방해한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말을 마치자마자 네 사람은 주저하지 않고 동시에 염구준에게 달려들었다. 미친 것 같은 성난 황소처럼 달려들더니 주먹 8개를 휘둘렀다. 모두 내경권법을 수련한 무술인들이었고 염구준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다.“심운... 여기 있군!”염구준의 발끝은 멈추지 않은 채 네 명의 경호원을 향해 힘껏 급강하하였고 살벌한 눈빛, 그리고 온몸에서 나오는 살기 가득한 기운은 어마어마할 정도였다!용제국 북부를 떠나 퇴역 후 지금까지 이렇게 분노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마치 험악한 짐승이 강림한 듯 주먹은 공기와 고속으로 마찰하더니 마치 주먹 전체가 한줄기의 불빛으로 감싸진 것 같았다.쿵 하고 거대한 소리가 울렸다!맨 앞에서 달려들던 훤칠한 경호원이 염구준의 움직임을 똑똑히 보기도 전에 가슴 안팎에서 진한 고통을 느꼈고 180여 근이나 되는 몸뚱이가 갑자기 뒤로 날아가더니 그대로 뒤에 있던 세 동료들과 세게 부딪쳤다.우두둑...뼈가 부러지고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꽤나 실력 있던 네 명의 내경권법 고수들도 염구준의 발걸음도 막지 못했다. 맨 앞에 있던 경호원은 가슴이 거의 등에 닿은 듯 입에서는 검붉은 피
휙!염구준은 무표정으로 발을 내딛더니 번개처럼 순식간에 심운의 앞에 다가갔다.심운의 사타구니는 염구준의 발길질에 부서져 썩은 살덩어리가 되어버렸다!“으악!!”가슴을 파고드는 통증을 호소하며 심운은 돼지를 잡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비명을 지르던 목은 이내 상해버렸고 두 손은 바짓가랑이를 꽉 움켜쥔 채 바닥에 쓰러져 미친 듯 뒹굴었다.두둑, 두둑!염구준은 가차 없이 발길질을 하며 심운의 사지를 모두 밟아버렸다.“아, 아... 악!!”심운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고 눈알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온몸은 꼿꼿한 채 바닥에 쓰러져 무의식적으로 심한 경련을 일으켰다.그의 몸 근육은 이미 완전히 통제 불능이 되어있었고 누런색의 더러운 물건이 바짓가랑이를 따라 핏물에 섞인 채 와르르 흘러내렸다. 그는‘으악’하는 비명소리를 내더니 머리가 힘없이 픽 옆으로 움직이고 그 대로 기절해버렸다!“죽기 전 끝없는 고통을 겪게 될 거야!”염구준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침대 옆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손가을의 손목에 있는 나일론 로프를 잡아당겨 끊었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아내의 연약한 몸을 꼭 껴안았고 목소리는 점차 부드러워졌다.“가을 씨, 내가 왔으니까 이제 괜찮아.”“구준 씨, 구준 씨...”손가을의 몸이 더 심하게 떨렸다!얼마 후, 그녀는 드디어 천천히 고개를 들고 낯익은 얼굴을 보더니 ‘흑흑’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옴 힘을 다해 염구준을 껴안고서 기절할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구준 씨, 드디어 왔구나. 나 무서웠어.. 너무 무섭웠단 말이야. 흑흑...”염구준은 그녀의 가녀린 등을 토닥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런 순간에는 어떤 말도 필요 없다. 그녀는 그저 자기와 함께 있어주는 걸 원했고 감정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그때, 호텔 로비 밖.훅!더없이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벤츠 S 한 대와 아우디 A 두 대가 호텔 입구에 멈춰 섰다.“큰일이야!”문을 열고 차에서 내린 심범은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
염구준을 향해 날아오는 것은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금강 방망이 한 개 뿐이었다. 기운의 량으로 보아 세 명의 힘이 전부 들어있는 게 분명했다.이건 베르 일행이 전력을 건 최후의 일격이었다.쾅!한 자루의 검과 한 개의 방망이가 충돌하며 눈부신 불꽃을 일으켰다.폭발적인 에너지가 주변에 퍼져나가며 양측은 잠시 균형을 이루었다.세 사람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막았다! 얼른 보트 준비해, 후퇴한다!”베르의 창백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루카와 슈카 역시 서로 부축하며 일어섰다.이미 힘이 고갈된 지라 그들의 얼굴엔 혈색도 없었고, 기운조차 미약했다.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였다.“하압!”염구준은 팔에 힘을 주어 금강 방망이를 밀어내려 했지만, 방망이가 꼼짝도 하지 않는 걸 발견했다. 이 전법은 오묘했다. 상대방이 시전하고 조종하지 않아도 타겟을 쫓아 움직이는 것처럼 홀로 움직였으니까 말이다.이대로라면, 몸이 먼저 나가떨어질 판이었다.베르는 떠나기 전에 염구준을 보며 독한 말을 남겼다.“염구준, 자만하지 마라. 스텔라성은 아직 남아 있으니까. 돌아가서 강자들을 전부 불러와 널 죽여주지.”“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얼음처럼 차가운 염구준의 목소리에 모두가 몸을 살짝 떨었다.이미 흑풍의 사태로 배운 바가 있었기 때문에 염구준은 적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흥, 말은 누구나 하지. 하지만 나중에 지키지 못하면, 네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걸?”베르는 비웃으며 염구준의 말을 맘 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자신의 필살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염구준은 검을 쥔 양손을 살짝 옆으로 움직이며, 손을 놓았다.우웅!그러자 구자검은 더 이상 금강 방망이와 대치하지 않고, 잔상을 남기며 쏜살같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같은 시각에 금강 방망이 역시 미친 듯한 속도로 염구준의 왼쪽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이건 자신의 목숨으로 적의 목숨을 바꾸는 방식이었다.꽈악!염구준
“염 선생님, 저희가 가서 막을까요?”노신기는 갈등하며 조심스레 물었다.비록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염구준 덕분에 얻은 것이 많았기에 돕고 싶어서였다.“아니요.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대형 방패를 계속 내리쳤다.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노신기 일행의 실력으로는 개입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염구준은 잘 알고 있었다. 가봤자 죽을 게 분명하다는 것도 말이다.한편, 전장의 중심에 선 세 사람은 자신들이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해있으며, 살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죽을 각오로 덤벼!”쾅!베르의 눈엔 살기가 가득했다. 손에 쥔 대형 방패는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며 산산이 부서졌다.그의 피로 물든 두 손에는 어느새 짧은 단검이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으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하지만 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얕은 두 줄의 상처뿐, 역시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일반적인 공격은 염구준에게 통하지 않았다. 과거, 염구준이 육체의 한계를 돌파한 리아성전의 전주를 쓰러뜨린 것도 필살기와 정제된 진기 덕분이었었다. 심지어 한 번에 쓰러뜨린 것도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싸웠었다.육체가 극한으로 강해진 상대를 쉽게 이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베르를 걷어차 밀어낸 뒤, 곧바로 루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세 명을 상대할 때 가장 확실한 방식은, 하나씩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젠장!”염구준이 갑자기 타겟을 바꿀 줄 몰랐던 루카는 급히 막아섰지만 한 칼에 밀려났고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강자들의 승부는 한 수, 한 수가 치명상이라 조금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베르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하고 이를 악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삼절진을 쓰자!”두 형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베르 뒤로 이동한 뒤, 손을 그의 등에 얹었다.이 필살기에 승패가
베르 세 사람을 포함해 이 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조차 염구준이 쓰는 게 무슨 전술인줄 몰라 어리둥절해졌다.방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행위는 자살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건방지긴!”“내가 막을 테니 너희는 죽을 힘을 다해 공격해!”이에 베르의 일그러진 얼굴에는 약간의 기쁨이 섞였다. 그는 달려오는 염구준을 보며 포효하듯이 명령을 내렸다. 해저에서의 전투 경험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특별히 제작한 대형 방패로 염구준의 공격을 최소 서른 번은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쾅!그러나 시작에 불과한 염구준의 첫 공격에 베르는 몇 걸음이나 밀려났고, 방패엔 반 치 정도 깊이의 칼자국이 선명히 새겨졌다.이 방패는 염구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베르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라 다른 것보다 더욱 단단하고 두꺼웠다.텅텅!루카와 슈카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염구준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박아넣었다.손목에 힘을 잔뜩 실은 터라 염구준의 호체진기를 가뿐히 뚫었지만 몸에는 옅은 상처밖에 내지 못했다.아무리 힘을 더 실어도, 더 깊숙이 찌를 수가 없었다.“육체의 극한까지 도달했다고?”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은 일제히 감탄을 내뱉었다.두 명의 최강 반보천인의 공격을 오직 맨몸으로 버텼다는 것부터 염구준의 육체가 이미 극한까지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쾅! 쾅!염구준은 루카 형제의 공격을 거의 무시한 채, 계속해서 베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공격이 계속 되면서 방패에는 칼자국이 점점 더 많아졌고, 베르도 연달아 밀려났다. 이 엄청난 충격력에 그의 손바닥은 결국 찢어져 버렸고,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공격 안 해? 밥 안 먹었어?”베르는 체내의 기혈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그제야 그는 그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 했음을 깨달았다.‘방패가 30번의 공격을 버틴다고 해도 내가 버티지 못해.’염구준의 몸이 반보천인의 극한에 다다른 이후, 방어력 뿐만 아니라 힘도 강해져서 전보다 공격이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
비록 인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베르 일행이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여러 가문을 합쳐서 겨우 20명이 살아서 돌아오고 나머지는 심해에서 전사했다.신비한 생물체가 공격하는 바람에 또 한 번 참담한 손해를 보았다.“빨리 출발해!”베르는 선박에 올라오자마자 부하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지금 그의 안색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정예병들을 잃고 강력한 조력자 세라까지 잃었는데, 고작 가짜 옥패를 찾다가 죽을 뻔했다.“출발해. 바다 화산이 곧 폭발할 거야!”“우리도 스텔라성이 복수하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한다!”다른 가문에서도 각자 선박과 잠수함을 타고 먼 곳으로 향했다.바다 밑의 움직임이 너무 커서 그들도 휘말릴까 봐 너무 무서웠다.지금 해수면에 남은 사람은 노신기와 아타의 선박뿐이었다.그들은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렸다.저런 인간들도 살아서 돌아오는데 대단한 실력을 가진 염구준은 무조건 살아서 돌아올 거라 굳게 믿었다.“문주님, 소용돌이가 나타났어요.”선박에서 누군가 소리를 쳤다.“소용돌이?”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소용돌이가 점점 거세게 번지는데 이러다 선박 세 척까지 삼켜버릴 것 같았다.또 위기가 닥치자 그들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아타 장로님, 저기…!”노신기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뒷말을 흘렸다.솔직히 그도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싶지만 이러다가 백 명의 부하들이 전부 죽을까 봐 걱정되었다.“일단 철수하고 소용돌이가 사라지면 보트로 찾으러 오죠.”아타도 급속하게 퍼지는 소용돌이를 보고 일단 명령을 내렸다.해수면이 올라오면서 작은 섬들을 완전히 삼키고, 멀지 않은 곳에서 소용돌이가 미친듯이 주변을 삼켜 버리기에 이러다 정말 전멸할 것 같았다.노신기가 베르에게 다가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염 선생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하하하, 당연히 내가 죽였지!”베르는 바다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웃으면서 빌어먹을 허영심 때문에 또 허풍을 떨었다.당시 현장은 난장판이라 제대로 본 사람은 얼마되지 않
밖에서 보면, 절벽이 곧 무너질 것처럼 거세게 흔들렸다.게다가 바닥에서 진흙과 모래가 일면서 시야까지 가려, 앞에 무엇이 있는지 어느 방향인지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하하하, 염구준이 동굴에 묻혔으면 틀림없이 죽었을 거야.”이미 추동 장치로 수십 미터 올라간 베르가 유난히 신나게 웃고 있었다.염구준이 이곳에서 뼈가 부서지고 연기처럼 사라지길 바랬다.촤아아!그런데 기뻐한 지 10초도 되지 않아, 한 그림자가 혼탁한 바닷물을 뚫고 나타난 것이었다.염구준이 아니면 누구일까?“흥, 추동 장치도 없는데 수천 미터나 되는 심해에서 어떻게 올라오나 보자.”베르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더니 더는 염구준을 상관하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동굴 밖으로 나온 염구준은 마치 지옥에 온 것 같았다.검붉은 암장이 소용돌이치고 모래벌레들이 꿈틀거리며 사방을 헤엄치고 대왕 오징어도 균열을 뚫고 심연으로 빠져나왔다.이곳의 기괴한 생물체들도 도망치느라 인간을 봐도 공격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동굴 밖에 나와서도 바다의 화산이 폭발하는 위기에 처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지금 잠수 장비와 추동 장치는 없고 산소통만 남는데 몇 숨만 쉬면 바닥날 것 같았다.갑작스러운 변고로 아래로 흡수하는 암류가 사라져서 올라가기 쉬웠지만 그래도 시간이 한참이나 필요했다.어쩌면 해수면으로 올라가기 전에 암장에 삼키거나 익사해 죽을 것 같았다.‘방법이 있어.’문뜩 좋은 방법이 생각난 그는 빠른 속도로 심해 모래벌레의 둥지로 향했다.그곳에 죽은 무술인들의 잠수 장비를 찾아볼 생각이었다.슈우웅!얼마 가지 못하고 지면이 점점 격렬하게 움직이며 대량의 암장이 사방으로 흘러나왔다.바다의 화산이 제대로 폭발한 것이다.분화점에서 가장 가까운 모래벌레 둥지는 순식간에 암장이 덮쳐버렸다.“뭐야. 나랑 해보자는 거야?”왠지 모든 불리한 요소들이 전부 염구준을 향하는 것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심해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 놀아나다가 죽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방금 전에 심해 눈물의 덕
신비한 생물체는 춤을 추듯 물속을 떠다니더니 공의 명령을 받았는지 우르르 몰려서 베르 일행을 공격했다.“공격을 멈추지 마세요!”두통이 밀려온 베르는 명령을 내리고 곧장 동굴로 도망쳤다.일부 무술인들도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각자 도망치기에 바빴다.생물의 정체와 아직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기에 일단 도망치는 것이었다.“살려줘요!”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세라는 베르가 도망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데려가길 바랐다.그런데 본인만 챙기느라 누구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일단 한 걸음만 뒤처져도 바로 죽기 때문에 누구를 도울 여력이 없었다.“아악!”운이 나쁜 무술인들은 대량의 생물체에 공격당해 비명을 지르다 백골이 되어버렸다.그리고 몸에 한두 마리씩 들어간 무술인들은 경련을 일으키다 바로 기절했다.기괴한 생물체는 공격력은 약하지만 일단 몸에 닿으면 방어할 틈도 없이 살해했다.곧 도망친 사람들은 살아남고 늦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전부 죽어버렸다.지금 심해에 염구준이 혼자 남았으니, 반투명한 생물체들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조금만 더!”염구준은 천천히 흐르는 심해의 눈물을 초조하게 바라보면서 여러 번이나 검기를 휘둘러 생물체를 제거했다.아무리 극한 반보천인이라고 해도 이름도 모르는 생물과 억지로 맞서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감당하지 못하면 백골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니까.슈슈슝!신비한 생물체가 죽는 족족 살아 있는 생물체들이 계속 헤엄치며 다가왔다.염구준이 검을 휘둘러 죽일 때마다 더 많은 생물들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마치 그의 피와 살을 모조리 먹어 치울 기세였다.그래도 염구준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자신을 보호했다.그때 일부 생물체는 그가 방심한 틈을 타서 몸으로 스며들었다.“이것들이 정말 끈질기네.”염구준은 체내의 불 원소의 힘으로 몸 겉면에 황금색 화염을 형성했다.심해에서 불 원소의 힘은 압박을 받아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생물체를 제거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치지직!그에게 접근한 생물체는 엄청
베르는 동시에 방어한다면 염구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하나씩 파괴되는 것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아아아악!”염구준의 검은 여전히 날카롭게 베르의 방어벽까지 쉽게 깨 부셨다.갑자기 대량의 에너지를 사용했더니 구자검이 전처럼 날카롭게 움직이지 않았다.“반격!”이때다 싶어 베르는 다섯 명과 함께 기운을 끌어올려 반격에 나섰다.쿵!맹렬한 공격으로 쌍방은 각자 뒤로 물러서고 그 충격으로 수중에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동굴이 심하게 흔들렸다.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미처 방어벽으로 막지 못해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잠수 장비가 깨지고 심해의 수압에 경련을 일으키다 익사했다.그 장면을 본 일부 무술인들은 괜히 끼어들다 죽을까 봐 한참 뒤로 물러섰다.돌기둥에 돌아온 염구준은 아직도 심해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이렇게 귀한 물건을 낭비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산소통을 빼앗아 검으로 자르고는 거기에 담기 시작했다.심해의 눈물이 워낙 밀도가 강해서 산소통의 물이 알아서 흘러나왔다.그때 전체 동굴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아아악!”또 갑작스럽게 닥친 변고에 다들 주변을 경계했다.베르의 표정은 가관이었다.눈앞의 강적도 죽이지 못했는데 또 알 수 없는 위험이 닥쳐서 미치고 팔짝 뛸 것만 같았다.“불꽃으로 비춰!”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몇몇 불꽃이 위를 비추었다.대부분 부하들은 가방에 보물을 하나라도 더 쑤셔 넣으려고 전등이나 불꽃을 만드는 장비를 전부 던졌다.불꽃이 이동할 때마다 주변을 비추었는데 위험한 생물체는 보이지 않았다.대신 아무런 상처도 없는 죽은 시체가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그것을 본 순간 불길한 느낌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적의 정체를 모르니 아무리 힘이 있어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응?”염구준도 수상한 기운을 느끼다 갑자기 누군가 숨통이 끊어지는 것을 감지했다.죽은 모습은 전에 보물을 찾으러 왔던 무술인들의 시체와 증상이 똑같았다.‘엄청난 생명이 움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