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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615 화
아이는 너무 어려서 자신이 왜 우는지조차 몰랐고, 이것이 영원히 다시는 만나지 못할 이별이라는 것은 더욱 몰랐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이별을 맞이한다. 빠르든 늦든, 길든 짧든 아무도 서로를 붙잡을 수 없었고 결국에는 홀로 남게 된다. 살아가는 것이, 길고 긴 작별 인사일지도 모른다. 오늘까지 비틀거리며 걸어온 것도 사람들과 작별하는 과정이었던 것처럼. 여기서 안녕을 고해야겠구나!’이 안녕에는 다시는 보지 말자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섰다. 어제만 해도 햇살이 화창했던 날씨가, 어느새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614 화
연회는 두 시간 뒤에야 끝났다. 워낙 몸이 허약했던 강만여는 사람들과 번갈아 가며 술을 권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조금 마셨지만, 두 시간 동안 적지 않은 양을 마셨다. 겨우 연회가 끝날 때까지 버티다가 결국 취해서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 기양은 사람을 불러 그녀를 승건궁으로 데려가 쉬게 하고, 이쪽 일이 정리되면 그녀를 보러 가겠다고 말했다. 강만여는 자소와 호진충의 부축을 받으며, 몽롱한 눈으로 가마에 앉았다. 그녀는 손님들이 삼삼오오 흩어지는 것을 보며, 왠지 모를 서글픔이 생겼다. 세상에 끝나지 않는 연회는 없었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613 화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했던 그녀는 고개를 숙여 아이를 보는 척했다. ‘네가 울어주면 좋겠다. 그러면 자리를 뜰 핑계가 생길 텐데.’기양은 그녀가 받는 투기가 충분하지 않은 듯, 두 모녀에게 다가가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의 머리가 그녀의 머리에 닿았고, 강만여는 얼굴이 붉어졌다.“폐하, 이러지 마십시오. 사람들이 보고 있습니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기양은 가까이서 그녀를 응시했다. 깊고 그윽한 눈동자에는 수많은 감정이 숨겨져 있었다. “무엇이 두려운 것이냐? 곧 떠날 사람이지 않느냐? 앞으로 이렇게 하고 싶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612 화
강만여는 만감이 교차했고, 마음속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심장안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몰라서 걱정만 들었다. 그녀는 어떻게든 심장안을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기양을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양은 겉으로는 많이 온화해 보이지만, 언제 갑자기 미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궁을 나갈 날이 며칠 안 남은 지금, 그를 자극해서는 안 되었다. 기양은 강만여의 경계 어린 표정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라. 짐은 화내지 않을 것이다. 짐이 정말 그리 속 좁은 사람이라면 애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611 화
강만여는 침상에 누워 머리 위의 하늘색 천막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서청잔이 아이를 안고 침대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불렀다. “만여야.”강만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멍하던 눈에 약간의 생기가 돌았다. “청잔아, 어떻게 왔어?”서청잔은 힘없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그가 알던 강만여가 아니었다.어린 시절, 그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던 소녀는 친아버지에게서 미움을 받고 어머니와 함께 남몰래 살았지만, 그 덕분에 양반집 규수처럼 온갖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충분한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그의 눈에 그녀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610 화
원판은 진찰한 후, 그녀는 몸이 허약할 뿐 다른 병증은 없으며 굳이 병이라고 한다면 마음의 병일 수 있다고 했다. “무슨 마음의 병?”기양은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간단한 일 같지 않았다. 원판이 답했다. “많은 부인들이 출산 후에 정서 불안 증세를 보입니다. 구체적인 증상으로는 과도한 근심, 불면증, 감정 기복, 물건을 보고 눈물 흘림 등이 있습니다. 태의원의 의안에도 기록되어 있는데, 고조 황제 때 효의 황후께서 출산 후 이 증세를 보이시었고, 반년 동안 요양하여 회복하셨습니다.”기양은 무거운 마음으로 원판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