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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9 07:36:24

“내 새끼가... 내 새끼가... 으흐흑!!”

공대현은 일그러진 얼굴로 눈을 감았다.

소파 팔걸이에 올려진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서린은 담담했다. 목소리에 떨림조차 없었다.

“그러면 지금 이 USB가... 너한테 맡겼다는 그거냐.”

“예 아버지. 하지만... 이거 하나로는 범죄를 입증하지 못해요.”

“왜지”

“여기에는 그냥 기술 도면과 서명하지 않은 계약서 초안만 있어요. 그래서 아버지께도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공대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차수혁 대표가 그 일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그럼... 어제 터진 찌라시가 차 대표가 터트린 건가?”

“예, 아버지. 우선은 여론부터 움직이려고요.”

서린과 공대현이 말을 주고받는 동안 윤정희가 울음을 그치고, 두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서린의 눈빛이 변했다.

이제 강민재, 당신이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으니 내가 제대로 보내주어야겠지.

아직도 내가 예전의 공지안인 줄 안다면, 그건 당신 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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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52화.

    서울의 불빛이 창밖으로 펼쳐져 있었다.“너는... 도대체 어떤 시간을 걸어온 거야.”생각해 보니, 서린은 단 한 번도 가족들에게 이 일을 상의하려고 하지 않았다.공도윤조차 강민재를 ‘형’이라고 부르지 않았던가.진실을 밝히는 순간 아버지에게도 칼날이 향할 수 있었다.그래서 서린은 그 칼을 5년 동안 검집 깊숙이 숨겨 두었을지도 모른다.그리고, 지금 그 검집에 넣어두었던 칼날이 세상 밖으로 나오려 하고 있었다.수혁의 시선이 창밖으로 길게 떨어졌다.“보고 싶네.”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있으니 분명 편안하고 좋을 것이다.수혁은 서린이 보내온 문자를 보고 있었다.[좀 전에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다녀올게요.]피식-“자고 오려나...”그는 침실로 들어갔다.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에 몸을 던졌다.“하아-”오늘은 아주 긴 밤이 될 것 같았다.잠깐 눈을 붙이면 괜찮아질까 싶어 눈을 감았지만, 머릿속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성도형 위원장의 얼굴.탁자 위에 놓였던 두툼한 서류.그리고 그 서류를 넘기다 멈추었던 그의 손.수혁은 천천히 눈을 떴다.손을 뻗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잠시 망설이다가 메시지 창을 열었다.[잘 들어갔어?]짧은 문장을 입력해 놓고 한참을 바라보았다.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결국 전송 버튼을 눌렀다.잠시 후.메시지 옆에 숫자 ‘1’이 떠올랐다.답장은 오지 않았다.수혁은 휴대폰을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가 다시 들어 올렸다.그리고 또 내려놓았다.“…….”피식-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내가 왜 이러냐.”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비어 있는 침대 한쪽이 눈에 들어왔다.어제까지만 해도 그곳에 누워 있던 사람.서린.아니,공지안.수혁은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지금쯤 편하게 자고 있겠지.”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있으니 마음이 놓였을 것이다.그래도.그의 입가가 아주 미묘하게 올라갔다.“내 생각을 안 하면 서운하지.”휴대폰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그때였다.띠리릭―현관문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51화.

    “내 새끼가... 내 새끼가... 으흐흑!!”공대현은 일그러진 얼굴로 눈을 감았다.소파 팔걸이에 올려진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하지만, 서린은 담담했다. 목소리에 떨림조차 없었다.“그러면 지금 이 USB가... 너한테 맡겼다는 그거냐.”“예 아버지. 하지만... 이거 하나로는 범죄를 입증하지 못해요.”“왜지”“여기에는 그냥 기술 도면과 서명하지 않은 계약서 초안만 있어요. 그래서 아버지께도 말씀드리지 못했어요.”공대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차수혁 대표가 그 일을 추적하고 있습니다.”“그럼... 어제 터진 찌라시가 차 대표가 터트린 건가?”“예, 아버지. 우선은 여론부터 움직이려고요.”서린과 공대현이 말을 주고받는 동안 윤정희가 울음을 그치고, 두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그리고….”서린의 눈빛이 변했다.이제 강민재, 당신이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으니 내가 제대로 보내주어야겠지.아직도 내가 예전의 공지안인 줄 안다면, 그건 당신 착각이야.“강민재가 제 정체를 알게 됐습니다.”당신 뜻대로 움직이던 공지안은 이제 없어.“그래서 이걸 돌려받으려고… 저에게 접근하고 있습니다.”공대현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나 때문이었구나.내가 대선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내게 알릴 수 없었을 것이다.그리고... 그 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강민재 혼자 벌인 일이 아닐 수도 있었다.그 뒤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이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가족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었을 터였다.서린은 조용히 아버지를 바라봤다.‘이제... 내가 할 말은 다 했어.’옆에 앉아 있던 윤정희가 서린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시계의 초침이 반 바퀴쯤 돌아갔을 때.공대현이 다시 눈을 떴다.그의 눈빛은 따뜻했지만, 흔들림이 없었다.“그동안 혼자 감당하느라 너무 고생이 많았다.”잠시 말을 멈춘 공대현이 깊은 숨을 내쉬었다.후우-“널 사지로 몰아넣은 짐승을 곁에 두고도 밥을 먹이고 예뻐했던...”공대현의 목소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50화.

    수혁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성 위원장을 바라봤다.“예, 자금의 출처와 종착지가 명백히 교차하는 증거입니다.”“음-”그의 눈이 다시 서류를 향했다.수혁이 말을 이었다.“강민재 의원은 지금 위원장님이 몸담고 계신 당의 심장부에 설치된 시한폭탄입니다. 이 폭탄이 외부의 손에 의해 터진다면 당 전체가 파편을 맞겠지만-”성 위원장이 서류를 내려놓고, 그를 올곧게 바라보는 수혁의 눈을 마주했다.“위원장님께서 직접 뇌관을 제거하신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죠.”성 위원장은 서류를 덮고 깍지 낀 손 위에 턱을 얹었다.사실 그는 강민재가 당에 처음 입성했을 때부터 그를 께름칙하게 여겨왔다.하루아침에 진영을 옮긴 정치인.게다가 그는 상대 당의 치명적인 약점 하나를 전리품처럼 들고 와서 너무도 빠르고 견고하게 당내 실세로 자리 잡았다.‘어쩌면….’성 위원장의 눈이 가늘어졌다.‘우리 당을 안에서부터 갉아먹기 위해 심어진 트로이의 목마가 아닐까.’그는 오래전부터 그런 의심을 품고 있었다.다만 명분이 없었다.그래서 지켜보고만 있었다.강민재는 영리했다.선을 넘을 듯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한발 물러났고, 잡힐 만한 꼬리는 좀처럼 남기지 않았다.건드리고 싶어도 건드릴 수 없는 자였다.그런데 지금—차수혁이 그 명분을 들고 찾아온 것이다.성 위원장은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차 대표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입가에 의례적인 미소가 걸렸다.“당 차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습니다.”성 위원장은 확답을 피했다.‘괜찮다.’애초에 이 자리에서 확답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하지만 서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처음과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습니다, 위원장님.”수혁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주사위는 던져졌다.이제 터지는 건 시간문제였다.한편, 혼자 퇴근길에 오른 서린은 창밖으로 흐르는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그때나 지금이나 USB는 줄 수 없었다.그렇다고 내 정체가 공개되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49화.

    ― 많이는 못 기다려.강민재가 남기고 간 뱀 같은 속삭임이 귓가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손끝이 차갑게 식었다.당신이 원하는 게… 그거였어?아무것도 모르는 나한테 그걸 맡겨놓고.그리고 끝내— 나를 바닷물 속에 처박았던 것.역시, 당신은 나를 사랑했던 게 아니었구나.다시 만난 지금도 내가 아니라, 그게 필요했던 거고.이젠 나를 협박하기까지.“공 상무.”다정한 목소리가 서린의 상념을 깨뜨렸다.수혁이었다.홍보팀장과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온 그가 서린의 굳은 얼굴을 살피며 미간을 좁혔다.“네?”“왜 그래?”수혁이 서린의 차가운 손을 쥐었다.“저 새끼가…… 뭐라고 했어?”수혁의 목소리에 서늘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서린은 그의 손을 마주 잡으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아뇨. 아무 것도 아니에요.”후우-“그냥 헛소리였어요.”거짓말.수혁은 서린이 아닌 척한다는 걸 알아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조용히 서린을 끌어안았다.무슨 말을 들었든 두려워할 것도, 피할 이유도 없다.이제는 내가 지켜.그녀가 입을 다무는 건 자신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다.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혼자 짊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그래서 수혁은 더 묻지 않았다.“알았어. 그래도 무리하지 마.”그리고 손을 잡아끌었다.“올라가자.”엘리베이터로 걸어가자 로비에 남아 있던 직원들이 슬쩍 두 사람을 바라보며 쑥덕거렸다.가끔은 웃음도 흘러나왔다.이미 회사 안에서는 두 사람이 공식적인 커플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서린의 코끝이 찡해졌다.궁금한 것이 많을 텐데도 다그치지 않고, 묵직한 배려로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대표님이라면…’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수혁의 손등을 서린이 엄지손가락으로 천천히 문질렀다.‘조만간… 전부 말해야겠지.’언제까지나 혼자 감춰둘 수는 없었다.5년 전 그날의 일도, 강민재가 자신에게 맡겼던 물건도.그리고 오늘 그가 무엇을 요구했는지도.두 사람이 각자 사무실로 가서 오전 업무를 막 정리할 때였다.인터뷰 소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48화.

    다시 되돌려야 했다.그 옛날의 공지안이 내게 모든 것을 다 맞추며 원하는 대로 움직였던 것처럼.그리고 분명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돌려받아야 할 건 이름뿐만이 아니었다.지난 5년 동안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것.이제 곧 손에 들어올 기회인 것이다.그것만 되찾으면 적어도 어르신 앞에서 자신의 쓸모를 다시 증명할 수 있었다.놓칠 수 없었다.“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지.”강민재의 눈빛이 차갑게 번들거렸다.“김 비서. 들어와.”인터폰으로 비서를 불렀다.“어디 이번에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해봐.”며칠 후.한도전자 본사 로비에 카메라와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희망재단과 한도전자가 공동으로 진행한 ‘청년 자립 사업’의 성공적인 안착을 기념하는 공식 인터뷰가 있는 날이었다.갑자기 잡힌 인터뷰 자리가 한도전자의 로비라는 것이 못마땅한 수혁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분명, 저 새끼가 일부러 판을 벌인 거야.’“자, 의원님. 그리고 한도전자 측 실무 책임자분, 이쪽 소파로 앉으시죠.”사진 기자가 세팅을 하며 자리를 안내했다.강민재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2인용 소파의 한쪽에 앉았다.그리고 제 옆의 빈자리를 손으로 툭툭 치며, 서린을 바라보았다.“공 상무님. 여기 앉으시죠. 이 사업의 실질적인 주역이신데.”강민재는 이 장면을 수도 없이 상상해 왔다.지안과 나란히 앉아 찍은 사진이 신문에 실릴 걸 떠올리며, 그동안의 설욕이 시원한 폭포수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한편, 서린이 기자들 앞이라 난처한 표정으로 머뭇거릴 때였다.“그 자리는 제 자리인 것 같군요, 의원님.”뒤에서 낮고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로비 쪽 시선이 동시에 돌아갔다.짙은 네이비 수트를 완벽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천천히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어깨선이 살아 있는 재킷과 군더더기 없이 떨어지는 실루엣.화이트 셔츠 위로 은은한 광택이 도는 버건디 색 실크 넥타이가 단정하게 매여 있었다.젊은 CEO다운 세련된 분위기가 단번에 로비의 공기를 바꾸어 놓았다.차수혁이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47화.

    아침 햇살이 넓은 침실을 부드럽게 채웠다.눈을 뜬 서린은 자신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고 있는 묵직한 팔의 무게를 느꼈다.고개를 돌리자, 고르게 숨을 내쉬며 잠든 수혁의 얼굴이 보였다.‘잘 생겼다.’한동안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서린은, 이렇게 평온한 아침이 달콤하고 좋아서 시간이 조금만 더 천천히 흘렀으면 했다.‘내가 이 사람 덕분에 이렇게 살아보네.’그때였다.탁상시계 옆에 놓여 있던 서린의 핸드폰 화면이 번쩍 켜졌다.지이잉— 지이잉—.진동 소리에 서린의 어깨가 움찔 굳었다.화면에 뜬 시간은 정확히 오전 7시.발신자 표시 제한.강민재였다.서린이 굳은 채 화면만 바라보고 있을 때, 수혁이 천천히 눈을 떴다.잠이 덜 깬 눈으로 상황을 살피던 그는 긴 팔을 뻗어 서린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툭.망설임도 없이 전원 버튼을 꾹 눌렀다.화면이 까맣게 꺼졌다.수혁은 그 핸드폰을 그대로 서랍 안에 던져 넣고 다시 서린을 품으로 끌어당겼다.“아침부터 쓰레기 같은 소음 듣지 마.”“……깼어요?”“네가 긴장해서 몸이 굳는데 어떻게 자.”서린은 잠시 닫힌 서랍을 바라보다가 수혁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귓가에 들리는 건 더 이상 진동음이 아니라 그의 느린 심장 소리였다.굳어 있던 어깨에서 조금씩 힘이 빠졌다.수혁은 서린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출근 준비를 마친 두 사람은 나란히 한도전자 본사로 향했다.오전 업무를 마치고 점심시간이 다가올 무렵, 수혁이 서린에게 인터폰을 걸었다.“공 상무, 밥 먹으러 가자.”“아, 대표님. 오늘은 저 혼자 밖에 나가서 먹으려고요.”서린의 대답에 수혁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왜? 혼자 어딜 가려고.”“핸드폰을 새로 개통하려고요.”아침의 그 전화.그리고 어김없이 12시 정각에 울릴 강민재의 문자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서린의 의지였다.수혁의 표정이 그제야 환하게 풀렸다.“그럼 같이 가. 밥도 밖에서 먹고, 개통하는 것도 내가 볼 거야.”“대표님 바쁘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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