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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화.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07.09.2026 08:31:22

다시 되돌려야 했다.

그 옛날의 공지안이 내게 모든 것을 다 맞추며 원하는 대로 움직였던 것처럼.

그리고 분명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

돌려받아야 할 건 이름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5년 동안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것.

이제 곧 손에 들어올 기회인 것이다.

그것만 되찾으면 적어도 어르신 앞에서 자신의 쓸모를 다시 증명할 수 있었다.

놓칠 수 없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지.”

강민재의 눈빛이 차갑게 번들거렸다.

“김 비서. 들어와.”

인터폰으로 비서를 불렀다.

“어디 이번에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해봐.”

며칠 후.

한도전자 본사 로비에 카메라와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희망재단과 한도전자가 공동으로 진행한 ‘청년 자립 사업’의 성공적인 안착을 기념하는 공식 인터뷰가 있는 날이었다.

갑자기 잡힌 인터뷰 자리가 한도전자의 로비라는 것이 못마땅한 수혁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분명, 저 새끼가 일부러 판을 벌인 거야.’

“자, 의원님. 그리고 한도전자 측 실무 책임자분, 이쪽 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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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50화.

    수혁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성 위원장을 바라봤다.“예, 자금의 출처와 종착지가 명백히 교차하는 증거입니다.”“음-”그의 눈이 다시 서류를 향했다.수혁이 말을 이었다.“강민재 의원은 지금 위원장님이 몸담고 계신 당의 심장부에 설치된 시한폭탄입니다. 이 폭탄이 외부의 손에 의해 터진다면 당 전체가 파편을 맞겠지만-”성 위원장이 서류를 내려놓고, 그를 올곧게 바라보는 수혁의 눈을 마주했다.“위원장님께서 직접 뇌관을 제거하신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죠.”성 위원장은 서류를 덮고 깍지 낀 손 위에 턱을 얹었다.사실 그는 강민재가 당에 처음 입성했을 때부터 그를 께름칙하게 여겨왔다.하루아침에 진영을 옮긴 정치인.게다가 그는 상대 당의 치명적인 약점 하나를 전리품처럼 들고 와서 너무도 빠르고 견고하게 당내 실세로 자리 잡았다.‘어쩌면….’성 위원장의 눈이 가늘어졌다.‘우리 당을 안에서부터 갉아먹기 위해 심어진 트로이의 목마가 아닐까.’그는 오래전부터 그런 의심을 품고 있었다.다만 명분이 없었다.그래서 지켜보고만 있었다.강민재는 영리했다.선을 넘을 듯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한발 물러났고, 잡힐 만한 꼬리는 좀처럼 남기지 않았다.건드리고 싶어도 건드릴 수 없는 자였다.그런데 지금—차수혁이 그 명분을 들고 찾아온 것이다.성 위원장은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차 대표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입가에 의례적인 미소가 걸렸다.“당 차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습니다.”성 위원장은 확답을 피했다.‘괜찮다.’애초에 이 자리에서 확답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하지만 서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처음과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습니다, 위원장님.”수혁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주사위는 던져졌다.이제 터지는 건 시간문제였다.한편, 혼자 퇴근길에 오른 서린은 창밖으로 흐르는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그때나 지금이나 USB는 줄 수 없었다.그렇다고 내 정체가 공개되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49화.

    ― 많이는 못 기다려.강민재가 남기고 간 뱀 같은 속삭임이 귓가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손끝이 차갑게 식었다.당신이 원하는 게… 그거였어?아무것도 모르는 나한테 그걸 맡겨놓고.그리고 끝내— 나를 바닷물 속에 처박았던 것.역시, 당신은 나를 사랑했던 게 아니었구나.다시 만난 지금도 내가 아니라, 그게 필요했던 거고.이젠 나를 협박하기까지.“공 상무.”다정한 목소리가 서린의 상념을 깨뜨렸다.수혁이었다.홍보팀장과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온 그가 서린의 굳은 얼굴을 살피며 미간을 좁혔다.“네?”“왜 그래?”수혁이 서린의 차가운 손을 쥐었다.“저 새끼가…… 뭐라고 했어?”수혁의 목소리에 서늘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서린은 그의 손을 마주 잡으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아뇨. 아무 것도 아니에요.”후우-“그냥 헛소리였어요.”거짓말.수혁은 서린이 아닌 척한다는 걸 알아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조용히 서린을 끌어안았다.무슨 말을 들었든 두려워할 것도, 피할 이유도 없다.이제는 내가 지켜.그녀가 입을 다무는 건 자신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다.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혼자 짊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그래서 수혁은 더 묻지 않았다.“알았어. 그래도 무리하지 마.”그리고 손을 잡아끌었다.“올라가자.”엘리베이터로 걸어가자 로비에 남아 있던 직원들이 슬쩍 두 사람을 바라보며 쑥덕거렸다.가끔은 웃음도 흘러나왔다.이미 회사 안에서는 두 사람이 공식적인 커플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서린의 코끝이 찡해졌다.궁금한 것이 많을 텐데도 다그치지 않고, 묵직한 배려로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대표님이라면…’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수혁의 손등을 서린이 엄지손가락으로 천천히 문질렀다.‘조만간… 전부 말해야겠지.’언제까지나 혼자 감춰둘 수는 없었다.5년 전 그날의 일도, 강민재가 자신에게 맡겼던 물건도.그리고 오늘 그가 무엇을 요구했는지도.두 사람이 각자 사무실로 가서 오전 업무를 막 정리할 때였다.인터뷰 소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48화.

    다시 되돌려야 했다.그 옛날의 공지안이 내게 모든 것을 다 맞추며 원하는 대로 움직였던 것처럼.그리고 분명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돌려받아야 할 건 이름뿐만이 아니었다.지난 5년 동안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것.이제 곧 손에 들어올 기회인 것이다.그것만 되찾으면 적어도 어르신 앞에서 자신의 쓸모를 다시 증명할 수 있었다.놓칠 수 없었다.“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지.”강민재의 눈빛이 차갑게 번들거렸다.“김 비서. 들어와.”인터폰으로 비서를 불렀다.“어디 이번에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해봐.”며칠 후.한도전자 본사 로비에 카메라와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희망재단과 한도전자가 공동으로 진행한 ‘청년 자립 사업’의 성공적인 안착을 기념하는 공식 인터뷰가 있는 날이었다.갑자기 잡힌 인터뷰 자리가 한도전자의 로비라는 것이 못마땅한 수혁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분명, 저 새끼가 일부러 판을 벌인 거야.’“자, 의원님. 그리고 한도전자 측 실무 책임자분, 이쪽 소파로 앉으시죠.”사진 기자가 세팅을 하며 자리를 안내했다.강민재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2인용 소파의 한쪽에 앉았다.그리고 제 옆의 빈자리를 손으로 툭툭 치며, 서린을 바라보았다.“공 상무님. 여기 앉으시죠. 이 사업의 실질적인 주역이신데.”강민재는 이 장면을 수도 없이 상상해 왔다.지안과 나란히 앉아 찍은 사진이 신문에 실릴 걸 떠올리며, 그동안의 설욕이 시원한 폭포수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한편, 서린이 기자들 앞이라 난처한 표정으로 머뭇거릴 때였다.“그 자리는 제 자리인 것 같군요, 의원님.”뒤에서 낮고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로비 쪽 시선이 동시에 돌아갔다.짙은 네이비 수트를 완벽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천천히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어깨선이 살아 있는 재킷과 군더더기 없이 떨어지는 실루엣.화이트 셔츠 위로 은은한 광택이 도는 버건디 색 실크 넥타이가 단정하게 매여 있었다.젊은 CEO다운 세련된 분위기가 단번에 로비의 공기를 바꾸어 놓았다.차수혁이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47화.

    아침 햇살이 넓은 침실을 부드럽게 채웠다.눈을 뜬 서린은 자신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고 있는 묵직한 팔의 무게를 느꼈다.고개를 돌리자, 고르게 숨을 내쉬며 잠든 수혁의 얼굴이 보였다.‘잘 생겼다.’한동안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서린은, 이렇게 평온한 아침이 달콤하고 좋아서 시간이 조금만 더 천천히 흘렀으면 했다.‘내가 이 사람 덕분에 이렇게 살아보네.’그때였다.탁상시계 옆에 놓여 있던 서린의 핸드폰 화면이 번쩍 켜졌다.지이잉— 지이잉—.진동 소리에 서린의 어깨가 움찔 굳었다.화면에 뜬 시간은 정확히 오전 7시.발신자 표시 제한.강민재였다.서린이 굳은 채 화면만 바라보고 있을 때, 수혁이 천천히 눈을 떴다.잠이 덜 깬 눈으로 상황을 살피던 그는 긴 팔을 뻗어 서린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툭.망설임도 없이 전원 버튼을 꾹 눌렀다.화면이 까맣게 꺼졌다.수혁은 그 핸드폰을 그대로 서랍 안에 던져 넣고 다시 서린을 품으로 끌어당겼다.“아침부터 쓰레기 같은 소음 듣지 마.”“……깼어요?”“네가 긴장해서 몸이 굳는데 어떻게 자.”서린은 잠시 닫힌 서랍을 바라보다가 수혁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귓가에 들리는 건 더 이상 진동음이 아니라 그의 느린 심장 소리였다.굳어 있던 어깨에서 조금씩 힘이 빠졌다.수혁은 서린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출근 준비를 마친 두 사람은 나란히 한도전자 본사로 향했다.오전 업무를 마치고 점심시간이 다가올 무렵, 수혁이 서린에게 인터폰을 걸었다.“공 상무, 밥 먹으러 가자.”“아, 대표님. 오늘은 저 혼자 밖에 나가서 먹으려고요.”서린의 대답에 수혁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왜? 혼자 어딜 가려고.”“핸드폰을 새로 개통하려고요.”아침의 그 전화.그리고 어김없이 12시 정각에 울릴 강민재의 문자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서린의 의지였다.수혁의 표정이 그제야 환하게 풀렸다.“그럼 같이 가. 밥도 밖에서 먹고, 개통하는 것도 내가 볼 거야.”“대표님 바쁘시잖아요.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46화.

    수혁은 한쪽 다리를 꼬며 소파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기댔다.“윤리위원장 쪽에도 이미 면담 요청 넣어뒀어.”유정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윤리위원회까지 움직여야 할 정도예요?”수혁의 시선이 잠시 서린에게 향했다.“현직 의원이 연루된 기술 유출에 재단 자금 문제까지 얽혀 있는데, 당에서도 마냥 덮고 갈 순 없겠지.”수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당 안에서도 손절할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하고, 최소한 의원 배지부터 흔들어 놔야 해. 그래야 검찰도 제대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도윤이 작게 중얼거렸다.“……와.”수혁이 다시 두 사람을 바라봤다.“하지만, 우리가 언론을 이용하듯이 그놈도 외부에 이상한 소문을 퍼뜨릴 수도 있어. 쉽게 끝날 싸움은 아니야. 준비가 길었던 만큼 제대로 끝을 내야지.”그리고 천천히 서린을 돌아보았다.“그리고.”“네.”“여기 오피스텔, 이제 위험해. 내 집으로 가자.”갑작스러운 제안에 서린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네? 아, 아니… 그래도…….”“강민재가 여기까지 쳐들어온 마당에 혼자 둘 순 없어.”수혁의 시선이 서린에게 부드럽게 머물렀다.“내 집에 방 많아. 유정 씨랑 도윤이도 언제든 올 수 있어. 아지트라고 생각해.”“그래 서린아 그렇게 해. 난 대찬성이야!”유정이 두 손을 짝 치며 끼어들었다.“누나, 나도 좋아. 일단은 누나가 안전한게 먼저야 그래야 뭐든 하지.”도윤까지 합세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정해졌다.“야, 당장 짐 싸.”“나도 도울게.”두 사람이 먼저 서린의 짐을 정리한다며 분주하게 돌아다녔다.“유정아, 그건 그냥 둬.”“왜?”“나중에 다시 오면...”“다시 오면 뭐? 그건 그때가서 보고. 지금은 필요하잖아.”“누나 이것도 가져갈거지?”서린은 두 사람이 먼저 나서자 수혁을 보며 말했다.“정말... 그래도 될까요?”사실 서린 역시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다.강민재가 이미 알고 있는 이 집에,앞으로 계속 머물 수 있을지.“안 될 게 뭐있어? 우리가 내외하는 사이도 아니고.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45화.

    “거기까지 하시죠.”낮고 단단한 목소리와 함께 비상계단 문이 열렸다.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 셋이 조용하고도 신속하게 복도로 걸어 나왔다.“누구야, 당신들.”강민재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서린이 놀란 눈으로 그들을 보고, 수혁은 그런 서린이에게 물었다.“괜찮아?”서린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사내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대신, 강민재에게서 수혁과 서린을 벽처럼 막아섰다.세 사람의 움직임은 정확하고 빈틈이 없었다.그중 맨 앞에 선 사내가 조용히 손을 들어 복도 출구 쪽을 가리켰다.“돌아가십시오.”“하.”강민재가 헛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누군지 알아?”사내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강민재 의원 아니십니까.”그는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그래서 더 말씀드리는 겁니다. 여기서 더 소란스러워지면… 서로 곤란해집니다.”강민재의 시선이 사내들의 어깨 너머로 미끄러졌다.그 뒤에 서 있는 서린.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있는 수혁.그 모습을 보는 순간 짜증이 치밀었다.“에이, 진짜 가지가지하네.”강민재는 비웃듯 중얼거렸다.그때 수혁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곱게 보내줄 때 가는 게 어떻습니까, 의원님.”“뭐가 곱게야?”강민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야, 너. 나한테 개새끼라고 했지? 너야말로 이 새—”강민재의 주먹이 수혁을 향해 뻗는 순간, 경호원 하나가 재빨리 그의 팔을 비틀어 잡아챘다.“윽—!”강민재의 팔이 등 뒤로 꺾였다.“이거 놔!”사내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런 상황까지 언론에 뿌려지면… 의원님만 다치실 텐데요.”강민재가 팔을 거칠게 털어내며 말했다.“그래. 간다, 가! 가면 될거 아니야.”팔이 풀리자 그는 옷깃을 탁탁 털었다.그리고 경호원들을 한 사람씩 손가락으로 짚으며 말했다.“당신들 얼굴, 똑똑히 봤어 내가.”마지막으로 시선을 서린에게 옮겼다.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그 위로 억지 미소가 걸렸다.“자기야.”강민재가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잘 자고.”그리고 고개를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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