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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0 07:28:20

대통령의 분노가, 마침내 강민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민재 의원.”

성 위원장이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천천히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 당에서 도려내야겠습니다.”

순간, 회의실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예? 강 의원을요? 갑자기 왜…….”

한 의원이 놀라 묻자, 성 위원장은 대답 대신 말을 이었다.

“비서관을 통해 서류를 보낼 테니 숙지하시고, 움직여 주셨으면 합니다.”

이봉기가 손을 들었다.

“위원장님, 단지 당에서 내보내기 위한 조치입니까?”

다른 의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촉구했다.

성 위원장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강민재 의원은 곧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겁니다.”

“예에?”

“왜요?”

“무슨 사고를 쳤습니까?”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회의실이 술렁였다.

“무슨 일인지 먼저 알아야겠습니다.”

중저음의 목소리가 성 위원장의 얼굴에 닿았다.

“대통령께서는 검찰이 움직이기 전에, 국회의원 배지부터 떼어내고자 하십니다.”

성 위원장의 말에 박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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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54화.

    대통령의 분노가, 마침내 강민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강민재 의원.”성 위원장이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천천히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우리 당에서 도려내야겠습니다.”순간, 회의실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예? 강 의원을요? 갑자기 왜…….”한 의원이 놀라 묻자, 성 위원장은 대답 대신 말을 이었다.“비서관을 통해 서류를 보낼 테니 숙지하시고, 움직여 주셨으면 합니다.”이봉기가 손을 들었다.“위원장님, 단지 당에서 내보내기 위한 조치입니까?”다른 의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촉구했다.성 위원장이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강민재 의원은 곧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겁니다.”“예에?”“왜요?”“무슨 사고를 쳤습니까?”“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회의실이 술렁였다.“무슨 일인지 먼저 알아야겠습니다.”중저음의 목소리가 성 위원장의 얼굴에 닿았다.“대통령께서는 검찰이 움직이기 전에, 국회의원 배지부터 떼어내고자 하십니다.”성 위원장의 말에 박태범 의원이 말했다.“아예 바닥에 처박겠다는 거군요.”성 위원장이 박태범 의원을 한 번 쳐다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의원들 앞에 놓인 서류 뭉치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5년 전 사건을 재조사하라고 하십니다. 그 일에 강민재가 관련이 되어 있고, 그 배후 인물까지 밝혀내야 합니다.”다섯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성 위원장을 향했다.“이건, 대한당의 명운이 걸린 일입니다.”꿀꺽.누군가 침을 삼켰다.그리고 다섯 사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일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이다.지시를 전달하고 의원들을 모두 돌려보낸 뒤, 위원장실에 홀로 남은 성도형은 등받이에 몸을 깊게 기댔다.대통령의 말이 다시 한 번 그의 뇌리에 스쳤다.— 그놈이 우리의 기술을 유출하고 경제를 흔들었다.— 그 뒤에는 분명히 뒷배가 있을 거고, 우리는 그걸 찾아야 해.— 그리고 지안이 사고에도 관련이 있다.— 검찰이 움직이기 전에 배지부터 떼야겠어.어젯밤 차 대표가 들이밀었던 시한폭탄.그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53화.

    “그리고 나를 만났지.”“네, 맞아요. 내 평생에 가장 잘한 일이 한도오토링크에 입사 지원을 한거에요.”서린이가 눈을 반짝이며 수혁에게 말했다.“그런데... 놀라지 않으시네요?”“뭘.”“제가 누군지 아셨어요? 언제요?”수혁이 서린의 어깨를 살짝 끌어당겨 안았다.“그게 뭐 중요해. 네가 정말로 큰 용기를 내어서 내게 다 말을 했다는 게 중요하지.”“그래도요... 언제 아셨어요?”서린을 안은 수혁의 팔에 힘이 좀 더 들어갔다.“도윤이가 네 친동생이라고 했는데, 어느 날 뉴스에서 대통령과 함께 있는 모습이 나오잖아.”“그랬어요?”“네. 그랬어요. 그래서 알아봤더니...”수혁이 잠시 말을 멈췄다.“공도윤은 대통령의 아들이었고, 5년 전에 죽은 누나가 하나 있었어.”서린의 눈이 서서히 커졌다.“그때부터 하나씩 맞춰보기 시작했지.”“... ...”“그러다 네 사고 차량까지 내 손에 들어왔고, 그 사고의 진실까지 알게 되었어.”수혁의 이야기를 듣던 서린이 갑자기 자기 몸을 떼어내고 수혁을 바라보았다.“잠깐만요...”수혁이 알아볼 게 있다며 나가면서 기다려 달라고 했던 날.한참 뒤 돌아온 그는 다짜고짜 자신부터 끌어안았다.서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럼... 그 날이에요?”일출을 보러 가자며 도윤이까지 불러냈던 그날.이제야 모든 행동의 이유가 하나로 이어졌다.그날 수혁은 자신이 공지안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서린의 눈에 눈물이 차 올랐다.수혁이 미소를 머금고 그런 서린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서린이도 그의 시선을 마주 보았다.그의 눈은 따뜻했다.애썼다. 고생했다. 이제는 아파하지 마라.수많은 말들이 담긴 그의 눈이 서린을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그의 눈이 너무 따뜻해서, 서린은 더 울고 싶어졌다.서린은 흐르는 눈물도 닦지 못한 채 천천히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가까워진 숨결 사이로 수혁의 손이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감싸 안았다.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따뜻했다.울고 싶을 만큼.이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52화.

    서울의 불빛이 창밖으로 펼쳐져 있었다.“너는... 도대체 어떤 시간을 걸어온 거야.”생각해 보니, 서린은 단 한 번도 가족들에게 이 일을 상의하려고 하지 않았다.공도윤조차 강민재를 ‘형’이라고 부르지 않았던가.진실을 밝히는 순간 아버지에게도 칼날이 향할 수 있었다.그래서 서린은 그 칼을 5년 동안 검집 깊숙이 숨겨 두었을지도 모른다.그리고, 지금 그 검집에 넣어두었던 칼날이 세상 밖으로 나오려 하고 있었다.수혁의 시선이 창밖으로 길게 떨어졌다.“보고 싶네.”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있으니 분명 편안하고 좋을 것이다.수혁은 서린이 보내온 문자를 보고 있었다.[좀 전에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다녀올게요.]피식-“자고 오려나...”그는 침실로 들어갔다.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에 몸을 던졌다.“하아-”오늘은 아주 긴 밤이 될 것 같았다.잠깐 눈을 붙이면 괜찮아질까 싶어 눈을 감았지만, 머릿속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성도형 위원장의 얼굴.탁자 위에 놓였던 두툼한 서류.그리고 그 서류를 넘기다 멈추었던 그의 손.수혁은 천천히 눈을 떴다.손을 뻗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잠시 망설이다가 메시지 창을 열었다.[잘 들어갔어?]짧은 문장을 입력해 놓고 한참을 바라보았다.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결국 전송 버튼을 눌렀다.잠시 후.메시지 옆에 숫자 ‘1’이 떠올랐다.답장은 오지 않았다.수혁은 휴대폰을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가 다시 들어 올렸다.그리고 또 내려놓았다.“…….”피식-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내가 왜 이러냐.”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비어 있는 침대 한쪽이 눈에 들어왔다.어제까지만 해도 그곳에 누워 있던 사람.서린.아니,공지안.수혁은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지금쯤 편하게 자고 있겠지.”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있으니 마음이 놓였을 것이다.그래도.그의 입가가 아주 미묘하게 올라갔다.“내 생각을 안 하면 서운하지.”휴대폰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그때였다.띠리릭―현관문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51화.

    “내 새끼가... 내 새끼가... 으흐흑!!”공대현은 일그러진 얼굴로 눈을 감았다.소파 팔걸이에 올려진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하지만, 서린은 담담했다. 목소리에 떨림조차 없었다.“그러면 지금 이 USB가... 너한테 맡겼다는 그거냐.”“예 아버지. 하지만... 이거 하나로는 범죄를 입증하지 못해요.”“왜지”“여기에는 그냥 기술 도면과 서명하지 않은 계약서 초안만 있어요. 그래서 아버지께도 말씀드리지 못했어요.”공대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차수혁 대표가 그 일을 추적하고 있습니다.”“그럼... 어제 터진 찌라시가 차 대표가 터트린 건가?”“예, 아버지. 우선은 여론부터 움직이려고요.”서린과 공대현이 말을 주고받는 동안 윤정희가 울음을 그치고, 두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그리고….”서린의 눈빛이 변했다.이제 강민재, 당신이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으니 내가 제대로 보내주어야겠지.아직도 내가 예전의 공지안인 줄 안다면, 그건 당신 착각이야.“강민재가 제 정체를 알게 됐습니다.”당신 뜻대로 움직이던 공지안은 이제 없어.“그래서 이걸 돌려받으려고… 저에게 접근하고 있습니다.”공대현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나 때문이었구나.내가 대선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내게 알릴 수 없었을 것이다.그리고... 그 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강민재 혼자 벌인 일이 아닐 수도 있었다.그 뒤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이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가족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었을 터였다.서린은 조용히 아버지를 바라봤다.‘이제... 내가 할 말은 다 했어.’옆에 앉아 있던 윤정희가 서린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시계의 초침이 반 바퀴쯤 돌아갔을 때.공대현이 다시 눈을 떴다.그의 눈빛은 따뜻했지만, 흔들림이 없었다.“그동안 혼자 감당하느라 너무 고생이 많았다.”잠시 말을 멈춘 공대현이 깊은 숨을 내쉬었다.후우-“널 사지로 몰아넣은 짐승을 곁에 두고도 밥을 먹이고 예뻐했던...”공대현의 목소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50화.

    수혁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성 위원장을 바라봤다.“예, 자금의 출처와 종착지가 명백히 교차하는 증거입니다.”“음-”그의 눈이 다시 서류를 향했다.수혁이 말을 이었다.“강민재 의원은 지금 위원장님이 몸담고 계신 당의 심장부에 설치된 시한폭탄입니다. 이 폭탄이 외부의 손에 의해 터진다면 당 전체가 파편을 맞겠지만-”성 위원장이 서류를 내려놓고, 그를 올곧게 바라보는 수혁의 눈을 마주했다.“위원장님께서 직접 뇌관을 제거하신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죠.”성 위원장은 서류를 덮고 깍지 낀 손 위에 턱을 얹었다.사실 그는 강민재가 당에 처음 입성했을 때부터 그를 께름칙하게 여겨왔다.하루아침에 진영을 옮긴 정치인.게다가 그는 상대 당의 치명적인 약점 하나를 전리품처럼 들고 와서 너무도 빠르고 견고하게 당내 실세로 자리 잡았다.‘어쩌면….’성 위원장의 눈이 가늘어졌다.‘우리 당을 안에서부터 갉아먹기 위해 심어진 트로이의 목마가 아닐까.’그는 오래전부터 그런 의심을 품고 있었다.다만 명분이 없었다.그래서 지켜보고만 있었다.강민재는 영리했다.선을 넘을 듯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한발 물러났고, 잡힐 만한 꼬리는 좀처럼 남기지 않았다.건드리고 싶어도 건드릴 수 없는 자였다.그런데 지금—차수혁이 그 명분을 들고 찾아온 것이다.성 위원장은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차 대표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입가에 의례적인 미소가 걸렸다.“당 차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습니다.”성 위원장은 확답을 피했다.‘괜찮다.’애초에 이 자리에서 확답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하지만 서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처음과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습니다, 위원장님.”수혁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주사위는 던져졌다.이제 터지는 건 시간문제였다.한편, 혼자 퇴근길에 오른 서린은 창밖으로 흐르는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그때나 지금이나 USB는 줄 수 없었다.그렇다고 내 정체가 공개되

  • 그날, 나는 죽지 않았다.   149화.

    ― 많이는 못 기다려.강민재가 남기고 간 뱀 같은 속삭임이 귓가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손끝이 차갑게 식었다.당신이 원하는 게… 그거였어?아무것도 모르는 나한테 그걸 맡겨놓고.그리고 끝내— 나를 바닷물 속에 처박았던 것.역시, 당신은 나를 사랑했던 게 아니었구나.다시 만난 지금도 내가 아니라, 그게 필요했던 거고.이젠 나를 협박하기까지.“공 상무.”다정한 목소리가 서린의 상념을 깨뜨렸다.수혁이었다.홍보팀장과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온 그가 서린의 굳은 얼굴을 살피며 미간을 좁혔다.“네?”“왜 그래?”수혁이 서린의 차가운 손을 쥐었다.“저 새끼가…… 뭐라고 했어?”수혁의 목소리에 서늘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서린은 그의 손을 마주 잡으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아뇨. 아무 것도 아니에요.”후우-“그냥 헛소리였어요.”거짓말.수혁은 서린이 아닌 척한다는 걸 알아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조용히 서린을 끌어안았다.무슨 말을 들었든 두려워할 것도, 피할 이유도 없다.이제는 내가 지켜.그녀가 입을 다무는 건 자신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다.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혼자 짊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그래서 수혁은 더 묻지 않았다.“알았어. 그래도 무리하지 마.”그리고 손을 잡아끌었다.“올라가자.”엘리베이터로 걸어가자 로비에 남아 있던 직원들이 슬쩍 두 사람을 바라보며 쑥덕거렸다.가끔은 웃음도 흘러나왔다.이미 회사 안에서는 두 사람이 공식적인 커플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서린의 코끝이 찡해졌다.궁금한 것이 많을 텐데도 다그치지 않고, 묵직한 배려로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대표님이라면…’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수혁의 손등을 서린이 엄지손가락으로 천천히 문질렀다.‘조만간… 전부 말해야겠지.’언제까지나 혼자 감춰둘 수는 없었다.5년 전 그날의 일도, 강민재가 자신에게 맡겼던 물건도.그리고 오늘 그가 무엇을 요구했는지도.두 사람이 각자 사무실로 가서 오전 업무를 막 정리할 때였다.인터뷰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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