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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1 14:42:35

택시에서 내렸을 때, 서린은 잠시 건물 전경을 올려다보았다.

지도 앱이 가리키는 곳은 서울 외곽의 물류 단지와 인접한 지역이었다.

대형 유리 빌딩도, 화려한 로고도 없었다.

4층짜리 회색 벽돌 건물이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낡았다기보다는 단단하게 다져진 느낌이었다.

건물 입구 옆, 무광의 검은색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한도오토링크].

글자 크기는 작았고, 폰트는 정직했다.

불필요한 디자인이나 수식어는 없었다.

서린은 그 간판을 보는 순간,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숨기지도 않고, 자랑하려고 하지 않는구나.’

자신을 과장해서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 회사.

그것이 서린이 받은 첫인상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바깥의 소음이 차단되었다.

1층은 로비라기보다 차량 키와 서류를 보관하는 통제실에 가까웠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 사이로 묘한 질서가 흐르고 있었다.

바닥에는 먼지 하나 없었고, 서류함은 오차 없이 정렬되어 있었다.

안내 직원은 깍듯했지만 사무적이었다.

“공서린 씨 되십니까?”

“네, 2시 면접 예정입니다.”

“2층 실무 회의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복도는 조용했다.

유리벽 너머 사무실 풍경은 진지하고 어딘가 지쳐 보였지만 느슨하지는 않았다.

“이쪽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서린은 지정된 자리에 앉아 자신의 앞을 보았다.

비어 있었다.

다른 지원자는 없었다.

마치 누군가 그녀만을 핀셋으로 집어 올려 이곳에 데려다 놓은 것 같았다.

서린은 테이블 위에 손을 올렸다.

차가운 나무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녀는 긴장하지 않았다.

대신 감각을 예민하게 세웠다.

‘칼을 숨긴 회사인지, 무딘 칼만 쥔 회사인지는 곧 알게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호흡이 차분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복도 쪽에서 규칙적이고 묵직한 구두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큰 키에 딱 떨어지는 슈트를 입고 있었지만,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려 있었고 소매는 걷어 올려져 있었다.

방금 전까지 현장에 있었던 사람 특유의 열기와, 사무실의 냉기가 묘하게 뒤섞인 분위기였다.

서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서린입니다.”

수혁은 서린을 한 번 훑었다.

시선이 얼굴에 머문 시간은 1초도 되지 않았다.

“앉으세요.”

그는 짧게 말하며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악수는 없었다.

의례적인 인사도 생략되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파일—서린의 이력서—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하지만 펼치지는 않았다.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다는 태도였다.

서린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수혁은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서린을 그저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무례하지 않았지만, 친절하지도 않았다.

사람을 보는 눈이 아니었다.

물건의 하자를 찾아내려는 검수관의 눈이었다.

수혁이 입을 열었다.

“이력서는 다 봤습니다.”

아무 감정이 없는 메마른 목소리였다.

“완벽하더군요. 우리 같은 회사엔 과분할 정도로.”

칭찬처럼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래서 수상하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서린은 굳이 겸손을 떨거나 부정하지 않았다.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류에 적힌 건 다 사실입니다.”

"그렇겠죠. 거짓말을 할 거면 좀 더 그럴듯하게, 적당한 수준으로 했을 테니까.”

수혁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

“이력서에 없는 이야기를 해 보시죠.”

첫 질문이었다.

예상했던 범위였다.

“본인이 보기에,”

수혁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이 회사에서 가장 먼저 손대고 싶은 게 뭡니까?”

서린은 잠시 생각했다.

질문의 의도는 명확했다.

네 능력이 진짜인지 증명해 봐라.

그리고 네가 우리 회사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보여 달라.

서린은 곧바로 입을 열지 않았다.

수혁도 재촉하지 않았다.

오히려 등을 의자에 깊숙이 기댄 채 서린의 표정만 바라보았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지원자들은 대개 먼저 흔들렸다.

불필요한 말을 덧붙이거나,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는 설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서린은 달랐다.

시선을 피하지도 않았고, 조급하게 입을 열지도 않았다.

질문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의 의도를 끝까지 읽어 내려가는 사람처럼 조용히 수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짧은 침묵만으로도 수혁은 하나를 확인했다.

쉽게 무너질 사람은 아니었다.

그제야 서린이 입을 열었다.

“현금 흐름과 재고 자산의 매칭 구조입니다.”

수혁의 손가락이 멈췄다.

“이유는?”

“공시된 재무제표를 봤습니다. 매출 대비 현금 회전율이 업계 평균보다 빠릅니다. 그건 둘 중 하나입니다. 아주 공격적으로 매입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서린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수혁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을 이었다.

“장부상 재고와 실제 재고의 시차가 존재하거나.”

수혁의 눈빛이 미세하게 변했다.

흥미라기보다는, 경계심에 가까운 빛이었다.

“후자라면 리스크입니다. 누락이 아니라 의도된 시차라면 더더욱. 저는 그 간극을 먼저 확인하고 싶습니다. 숫자가 비는 곳이, 곧 돈이 새는 곳이니까요.”

수혁은 말없이 서린을 응시했다.

정확히 정곡이었다.

이 회사가 덩치에 비해 자금 압박을 받는 이유.

그리고 수혁이 밤마다 정산서와 씨름하는 이유가 바로 그 ‘시차’ 때문이었다.

현장 딜러들이 매입가를 부풀리거나 정산 시점을 늦추는 방식으로 생기는 미세한 틈.

그걸 외부인이,

그것도 서류만 본 지원자가 단번에 짚어낼 부분은 아니었다.

수혁은 처음으로, 자신이 질문을 던지는 입장이 아니라 답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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