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순식간에 태화전 안의 분위기가 들끓기 시작했다.서 승상의 얼굴은 갈수록 어두워졌다.황제는 아무 말 없이 찻잔을 살짝 들어 올렸다.그 모습을 본 손복안은 곧바로 뜻을 알아차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정숙하시옵소서!”그제야 황제가 여러 신하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태자의 몸으로 스스로 이 일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청했는데, 짐이 이를 막는다면 오히려 사람들이 태자의 능력을 의심하게 되지 않겠는가?”말을 마친 황제는 다시 서 승상을 바라보았다.목소리는 뜻밖에도 제법 온화했다.“서 승상, 경도 그리 생각하지 않는가?”서 승상이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결국 난처함을 감춘 채 두 손을 모아 황제를 향해 아뢸 수밖에 없었다.“폐하의 말씀이 지당하시옵니다.”황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짐이 태자의 청을 윤허하겠다. 삼사에 명하노니 반드시 태자의 조사에 협조하도록 하라.”조회가 끝난 뒤.황제는 태자를 잠시 남겨 두었다.그는 태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흐뭇한 목소리로 말했다.“태자, 오늘은 짐을 실망시키지 않았구나. 앞으로도 짐을 실망시키지 말거라.”태자는 평소 누구보다 위엄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가슴이 세차게 뛰기 시작하더니, 순간 뜨거운 기운이 온몸으로 솟구쳤다.‘아바마마께서 나를 이토록 높이 평가하고 계셨단 말인가?’‘그렇다면 내가 택한 길이 옳았던 모양이다!’*그 시각 서 승상은 이미 서 황후를 만나러 서봉전에 와 있었다.황실에 시집온 뒤에는 혈육의 정보다 신분의 높고 낮음이 앞서는 법이었다.이를테면 영안후가 금영을 만나면 신분에 맞게 깍듯이 예를 갖춰야 했다.하지만 그런 법도는 영안후처럼 무능한 사람에게나 온전히 통하는 것이었다.서 황후는 자신이 황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태자 역시 태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 모두 서가의 세력 덕분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서가의 세력이 아니었다면 황후의 자리가 어찌 자신에게 돌아왔겠는가.서가를 잃고 나면 무슨 힘으로 현비와
다만 신들이 이런 사소한 다툼에 직접 나서지 않을 뿐이었다.황제가 말했다.“그렇다면 금영이는 오늘 짐이 무섭다고 느꼈느냐?”금영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예?”황제가 웃었다.“짐이 오늘 태자에게 서가의 일을 조사하게 하지 않았느냐. 짐이 너무 매정해서 아비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말이다.”그제야 금영은 황제의 뜻을 알아차렸다.잠시 말을 고른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폐하, 신첩은 폐하께서 태자전하를 위해 그러신 것임을 알고 있사옵니다.”겉으로만 보면 황제가 태자를 서가를 베어 내는 칼로 쓰려는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실상은 달랐다.황제는 단 한 번도 태자를 바꿀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그렇기에 오히려 태자에게 결단을 내리고 서가와 선을 긋도록 몰아붙이는 것이었다.그래야 훗날 서가가 무너진다 해도 태자는 여전히 태자로 남을 수 있었다.서가 때문에 함께 휘말리는 일도 없을 터였다.무엇보다 황제가 이토록 서가를 무너뜨리려 하는 것은 단지 대량의 강산을 위해서만이 아니었다.태자를 위해서이기도 했다.태자는 황제만큼 냉정하고 단호한 성정이 아니었다.훗날 태자가 황위에 오른다면, 서가에게 휘둘리고 억눌릴 가능성이 컸다.황제는 조금 뜻밖이라는 듯 금영을 바라보았다.“금영이는 짐이 태자를 위해 이러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냐?”“짐은 네가 속으로 짐을 인정머리 없는 아비라 여길 줄 알았는데.”금영은 황제의 곁에서 먹을 갈고 있었다.그녀는 손을 뻗어 황제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부모가 자식을 사랑한다면 당장의 일만이 아니라 먼 훗날까지 헤아려야 한다고 하지 않사옵니까.”“폐하께서는 좋은 아버지이시옵니다. 너무 마음 쓰지 마시옵소서. 태자전하께서도 언젠가는 반드시 폐하의 깊은 뜻을 알아주실 것이옵니다.”황제가 낮게 코웃음을 쳤다.“그리 좋은 아비도 아니다.”“짐이 오늘 태자를 남겨 함께 수라를 들게 한 것도, 짐과 금영이 사이가 얼마나 돈독한지 제 눈으로 똑똑히 보게 하려던 것이었다. 다시는 넘지 말아야
곁을 따라가던 조씨는 그 광경을 보고 놀라 혼이 달아날 지경이었다.조씨는 난처한 기색을 감추며 조심스레 두 사람을 말렸다.“황후마마, 태자전하, 하실 말씀이 있으시더라도 서봉전으로 돌아가신 뒤 말씀하시옵소서. 이곳은 어화원이옵니다. 혹여 다른 이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큰일이옵니다.”조씨가 한참을 달래고 만류한 끝에야 겨우 두 사람을 서봉전으로 데려갈 수 있었다.서봉전에 돌아온 뒤, 서 황후는 태자를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너희 부자는 둘 다 배금영 저 천한 계집에게 혼이라도 빼앗긴 것이냐! 너는 본궁을 어미로 여기기나 하는 것이냐!”태자는 순간 멈칫했다.서 황후가 사람을 두고 저토록 험한 말을 입에 올릴 줄은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한참 뒤에야 태자가 입을 열었다.“어마마마, 소자가 어마마마의 심기를 거스른 것은 잘못이옵니다. 하지만 오늘 일은 금영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사옵니다.”서 황후도 그제야 조금 이성을 되찾은 듯 얼굴이 한결 누그러졌다.“나도 화가 치밀어 그랬다. 하지만 네가 아직도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다면 결국 화를 불러들이게 될 것이다!”그러나 태자는 말했다.“아바마마께서는 금영이보다 연세가 많으시니, 언젠가는 때가 오지 않겠사옵니까.”서 황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태자를 바라보았다.태자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설마 배금영 저 천한 계집 때문에 이 아이가 이토록 정신을 놓아 버렸단 말인가?서 황후는 손을 치켜들어 태자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태자!”태자는 그대로 얼어붙었다.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서 황후를 바라보았다.“어, 어마마마?”그제야 서 황후도 정신을 차렸다.눈앞에 있는 사람은 배명월이 아니라 태자였다.조금 전의 기세는 순식간에 사라졌다.서 황후는 힘없이 가슴을 움켜쥔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조씨가 서둘러 말했다.“태자전하, 부디 황후마마를 탓하지 마시옵소서. 마마께서도 전하를 염려하셔서 그러신 것이옵니다.”서 황후가 손을 내저었다.“돌아가거라
금영은 옅게 웃었다.서 황후의 행동이 유난히도 유치하게 느껴졌다.그래도 한 나라의 국모인데, 설마 지금 이 수라상에서 자신과 황제의 총애를 두고 다투려는 것인가?금영은 살짝 눈을 내리깔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황제는 그런 금영의 모습을 알아차리고 직접 반찬을 집어 그녀의 그릇에 놓아 주었다.“금영아, 입맛이 없느냐?”서 황후의 낯빛이 순간 굳어졌다.문득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금영과 서 황후가 은근히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태자는 줄곧 금영에게 시선을 두고 있었다.그 시선은 금영을 꿰뚫기라도 할 듯 집요했다.금영이 웃으며 말했다.“폐하, 신첩은 예전에는 운명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사옵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믿게 되었사옵니다.”그러고는 다시 한마디를 덧붙였다.“아무래도 저희는 결국 한 식구가 될 운명이었나 보옵니다. 이렇게 돌고 돌아 폐하와 황후마마, 태자전하까지 모두 신첩과 한 식구가 되었으니 말이옵니다.”서 황후의 얼굴이 또다시 어두워졌다.한 식구라니!대체 누가 배금영 저 천한 계집과 한 식구가 되고 싶단 말인가!황제는 한 손을 아래로 내려 금영의 손목을 가볍게 쥐었다.금영은 자신이 조금 전 너무 노골적으로 말을 꺼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아마 황제도 그만 장난치라는 뜻으로 자신을 말리는 것이리라.하지만 금영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한마디를 더 보탰다.“어쩌면 이것도 인연이겠지요. 황후마마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사옵니까?”서 황후가 미소를 지었다.“원 귀비 말이 맞구나. 우리에게는 분명 인연이 있지.”“그런데 황후마마께서는 어찌 수라를 들지 않으시옵니까? 입맛이 없으신 것이옵니까?”금영이 눈을 깜빡이며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서 황후는 여전히 미소를 유지했다.“조금 전에 다과를 많이 먹어서 영 입맛이 없구나.”금영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태자를 바라보았다.“그렇다면 태자전하께서는 아직 수라를 들지 않으셨으니 조금 더 드시옵소서.”금영은 일부러 태자를 빈
수라가 모두 차려지자 황제가 먼저 자리에 앉았다.그러고는 금영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금영아, 뭘 그렇게 서 있느냐? 이리 와 앉거라.”금영은 황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자신에게 거리낄 것이 없으니 딱히 두려울 것도 없었다.금영은 태연하게 자리에 앉았다.그러자 황제의 시선이 다시 태자에게로 향했다.그제야 태자도 공손히 두 사람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어쩐지 묘하게 어색한 광경이었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더욱 난감한 일이 벌어졌다.“황후마마께서 뵙기를 청하시옵니다!”손복안이 안으로 고했다.태자는 고개를 들어 전각 밖을 바라보았다.황제는 아예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들라 하라.”서 황후가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마침 한 상에 둘러앉아 수라를 들려는 세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늘 온화하고 현숙해 보이던 얼굴의 미소가 순간 굳었다.하지만 이내 애써 표정을 다잡고 예를 올렸다.“신첩이 폐하를 뵈옵니다!”황제가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일로 왔는가?”그때 금영과 태자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서 황후에게 예를 올렸다.서 황후가 대답했다.“새로 비의 자리에 오를 두 사람의 봉호를 정하실 것인지 폐하께 여쭙고자 왔사옵니다.”물론 이는 그저 황제를 만나기 위해 찾아낸 핑계에 불과했다.요즘 서 황후는 황제를 만날 기회조차 좀처럼 얻지 못하고 있었다.그러니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놓칠 리 없었다.서 황후는 웃음을 띤 채 태자와 금영을 바라보았다.“태자, 원 귀비.”금영은 본래 이 상황이 조금 어색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런데 순간 짓궂은 마음이 불쑥 치밀었다.금영은 천진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폐하, 황후마마께서 마침 잘 오셨사옵니다. 저희도 이제 막 수라를 들려던 참이었사오니, 어차피 한 식구가 아니옵니까. 모두 함께 앉아 수라를 드시는 것이 어떠하시옵니까?”말투에는 친근함과 살가움이 한껏 묻어 있었다.금영 역시 지금 자신이 하는 짓이 예전의 배명월과 비
“그렇다면 태자는 말해 보거라. 만약 이 일을 네가 직접 처리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황제가 물었다.태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힘주어 말했다.“이 일은 이미 증거가 확실하오니, 마땅히 가문을 몰수하고 멸족해야 하옵니다.”금영은 찻잔을 들고 황제 앞으로 다가가 차를 올렸다.그러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폐하, 신첩이 비록 아녀자의 몸이오나, 이처럼 큰일을 어찌 이회묵 한 사람만으로 저지를 수 있었겠사옵니까.”“분명 그와 손을 잡은 다른 이들이 있을 것이옵니다.”금영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그리고 더욱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백성들의 목숨과 식량에 관련된 일이옵니다. 단지 이회묵만 조사하여 처벌할 것이 아니라, 이회묵과 내통한 자들 또한 단 한 사람도 놓쳐서는 아니 되옵니다.”태자는 금영이 이 순간 입을 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황제의 표정을 살폈다.‘아바마마께서는 여인이 정사에 관여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시는데, 오늘 금영이 이렇게 말한다면 아바마마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이 아닐까?’그렇게 생각한 태자는 황제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바마마, 원 귀비마마께서는 정사에 관여하려는 뜻이 아니오라……”금영은 태자가 이 순간 자신을 위해 변명하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태자가 이렇게까지 어리석게 행동할 줄은 몰랐다.황제의 서늘한 시선이 태자에게 향했다.태자는 순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그제야 황제가 입을 열었다.“짐은 원 귀비의 말이 매우 옳다고 생각한다.”“태자, 이회묵만 조사해서는 이 일을 잠재울 수 없다. 그렇다면 이회묵과 내통한 자가 누구인지 밝혀낼 수 있겠느냐?”황제가 태자를 바라보았다.태자의 마음이 순간 무거워졌다.그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이회묵이 누구의 사람이었는지 알고 있었다.처음에는 자신이 이회묵만 처벌하면 황제가 더 이상 깊이 파고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그 뒤 자신이 서가 사람들에게 경고하여, 서로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여겼다.하지만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