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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Author: 서린화
금영은 지체할 시간이 없음을 직감하고 다급히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태자가 손을 뻗어 금영의 손목을 낚아챘고, 두 사람의 살결이 닿는 순간, 그는 전신에 억누를 수 없는 뜨거운 열기가 소용돌이치는 것을 느꼈다.

안색이 붉게 달아오른 그의 두 눈은 이미 이성을 잃은 듯 몽롱해져 있었다.

“나를 이곳에 부른 것은, 분명 너도 나를 여전히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겠지?”

금영은 굳은 얼굴로 태자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싸늘하게 비웃었다.

“본궁은 전하를 이곳으로 청한 적이 없사옵니다! 어찌 이토록 얄팍한 함정에 빠질 수 있단 말입니까! 게다가 여태 눈치채지 못하시다니, 신첩은 결단코 전하를 이 내밀한 대장으로 청한 적이 없사옵니다! 어찌 이리도 얄팍한 함정에 빠지고도 눈치채지 못하는 겁니까!”

만약 서 황후가 빼어난 지략과 냉철한 이성을 지니지 않았더라면, 태자는 진작에 현비와 이황자에게 짓밟혔을 것이다.

태자는 금영의 서늘한 호통에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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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894화

    금영은 붉은 여우 털 외투를 걸치지 않았다.그저 조금 전 입었던 궁장 차림 그대로였다.그녀는 전각 문 앞에 서 있었다.밖에는 이미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안쪽에는 가득한 등불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어둠과 빛이 서로 어우러지는 가운데.금영의 모습은 마치 해수처럼 곱고 화려하게 빛났다.그 순간 전각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금영은 전각 안에 무릎 꿇고 있는 용빈과 배명월을 한 번 바라본 뒤.곧바로 황제를 바라보았다.황제 역시 금영을 바라보고 있었다.눈앞의 금영의 눈빛은 맑고 투명했다.그 안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조금의 불순함도 없었다.황제는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애초에 조사할 필요 없다.”“금영아, 짐의 곁으로 오너라.”용빈은 그 순간 깨달았다.황제가 이 일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덮으려 한다는 것을.그녀는 무엇에 홀린 것인지.아니면 자신의 죽음이 이미 정해졌다는 것을 알았는지.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원 귀비마마께서 후궁의 질서를 어지럽힌 일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일이옵니다!”“폐하께서 이를 감싸신다면 반드시 나라의 운명이 흔들리고 사직이 위태로워질 것이옵니다!”금영은 그 말을 듣고 조금 놀란 듯 용빈을 바라보았다.정말 끝까지 자신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것인가.하지만 용빈은 정말 자신을 끌어내리기만 하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사실 오늘 용빈이 직접 나서서 자신을 모함한 순간.그녀가 금영을 몰아세우는 데 성공했든 실패했든 상관없이.황제가 귀비를 책봉하는 연회 자리에서.수많은 귀족과 대신들 앞에서 이 일을 터뜨린 것 자체가 이미 황실의 체면을 깎아내린 일이었다.용빈의 최후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하지만 금영은 확신했다.지금 당장 죽음을 면한다고 해도.용빈이 오래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대체 용빈의 뒤에 있는 사람이 무엇을 약속했기에.그녀가 이토록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었던 것일까.그때 황제는 이미 용빈을 향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893화

    어차피 금영이 누구와 몰래 만났는지 밝혀진다 해도.현비에게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다.황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조사할 필요 없다.”“짐은 금영이 결백하다는 것을 믿는다.”“용빈은 헛소문을 퍼뜨리고 귀비를 모함했으니 그 죄를 용서할 수 없다. 날을 정해 장살에 처하도록 하라.”“그리고 태자비는……”황제의 시선이 배명월에게 향했다.배명월은 순간 몸을 떨었다.황제가 이렇게 곧바로 용빈을 장살하라고 명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그녀는 다급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아바마마!”“신첩의 뱃속에는 태자의 혈맥이 있사옵니다……”“부디 신첩을 장살하실 수는 없사옵니다!”황제는 배명월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황후.”“배명월은 네가 처리하거라.”용빈은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폐하!”“확인조차 하지 않으시고 어찌 신첩이 헛소문을 퍼뜨렸다고 단정하시는 것이옵니까?”“이렇게 바로 신첩을 장살하려 하시다니, 신첩은 받아들일 수 없사옵니다!”용빈은 이를 악물고 황제를 바라보았다.“혹시 폐하께서는……”“조사한 뒤 나올 진실을 감당하지 못하실까 두려우신 것이옵니까?”“태자 전하께서 정말 원 귀비마마와 사통하셨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누구를 벌해야 할지 모르시겠기에 먼저 신첩을 죽이려 하시는 것이옵니까?”용빈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전각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등골이 서늘해졌다.황제의 관자놀이에 푸른 핏줄이 튀어나왔다.“무엇을 하고 있느냐!”“당장 데리고 나가거라!”현비가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폐하.”“신첩이 감히 이런 말씀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하지만 이번 일을 밝히지 않은 채 용빈을 처벌하신다면, 후궁의 비빈들의 마음을 다치게 할 뿐만 아니라 폐하의 위엄에도 흠이 될 수 있사옵니다.”서 황후는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말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었다.그녀 역시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이렇게 흘러왔는지 알 수 없었다.이미 자신의 손을 벗어난 일이었다.원래라면 이 기회를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892화

    설령 정말 부정한 관계가 있었다고 해도.제대로 된 태자비라면 이 순간 어떻게든 감싸고 숨길 방법을 찾아야 했다.그런데 배명월은 오히려 남의 불행을 틈타 몰아붙이고 있었다.황제의 차갑고도 살기 어린 시선이 배명월에게 떨어졌다.배명월은 순간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하지만 곧 자신의 배 위에 손을 올렸다.그러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다시금 용기가 솟아났다.“아바마마, 신첩도 믿기 어려우시다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하지만 신첩은 두 눈으로 직접 보았사옵니다.”“맹 소장군께서 원 귀비마마께서 쉬시는 전각 안으로 들어가시는 모습을 말이옵니다.”배명월은 다시 한번 말을 이었다.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서 황후는 배명월에게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용빈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마음속에도 의혹이 피어올랐다.이 황실 연회장은 겉으로는 고요했지만.사람들의 마음속은 이미 큰 파문이 일고 있었다.그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그때 서 황후가 물었다.“누구라고 했느냐?”“맹 소장군이옵니다.”“맹운산 말이옵니다.”“두 사람은 예전부터 함께 자란 사이가 아니옵니까. 어린 시절부터 정을 나눈 사이이니, 지금 옛정을 잊지 못하고 따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사옵니다.”배명월은 담담히 말을 이어 갔다.서 황후의 마음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대체 배명월은 자신이 시킨 일을 끝낸 것인가?그렇다면 용빈이 배금영과 태자를 물고 늘어진 일은 또 어떻게 된 것인가?의문을 품은 사람은 서 황후뿐만이 아니었다.전각 안의 모든 이들이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요영지가 작게 중얼거렸다.“이건 정말…….”“참으로 재미있군요.”현비의 관자놀이에 푸른 핏줄이 튀어나왔다.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꾸짖었다.“입 다물거라.”요영지가 입을 다문 뒤.대전 안에는 다시 아무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는 침묵이 내려앉았다.황제는 굳은 얼굴로 상석에 앉아 있었다.황제가 입을 열지 않는 한, 누구도 감히 먼저 나설 수 없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고요한 전각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891화

    황제는 용빈을 바라보았다.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전각 안을 울렸다.“있지도 않은 일을 꾸며 사람을 모함하는 자는 참형에 처할 것이다.”용빈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황제가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짐이 네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네가 방금 무엇을 보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거라.”용빈은 몸을 흠칫 떨었다.그러나 곧 이를 악물고 다시 입을 열었다.“신첩은 정말 보았사옵니다, 폐하.”“폐하께서 믿지 않으신다면 직접 가서 확인해 보시옵소서.”서 황후의 뒤에 서 있던 손 상궁이 조용히 반 걸음 물러났다.황제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그의 시선이 곧바로 손 상궁에게 향했다.손 상궁은 순간 몸이 굳어 감히 더 움직이지 못했다.그제야 서 황후가 입을 열었다.“폐하, 부디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이번 일은 분명 오해일 것이옵니다. 용빈이 괜한 말로 일을 키운 것이 분명하옵니다.”“태자께서는 절대로 폐하를 속이고 기만하실 분이 아니옵니다.”서 황후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말했다.“그리고 원비의 일도 마찬가지이옵니다.”“조금 전 현비마마께서 말씀하신 것이 옳사옵니다.”“금영은 본래 스스로를 엄격히 다스리고 품행이 단정한 사람입니다. 그런 큰 잘못을 저지를 리 없사옵니다.”“무엇보다 지금 이 일에는 아무런 증거도 없사옵니다. 분명 용빈이 꾸며낸 말일 것이옵니다.”바로 그때였다.밖에 있던 배명월이 안으로 들어왔다.그녀는 서 황후가 앞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듣지 못했다.다만 마지막 말만 들었을 뿐이었다.배명월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서 황후가 자신에게 시킨 일을 아직 처리하지도 않았는데.이 순간…… 누군가 이미 먼저 나선 것인가?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배명월은 곧바로 한마디 덧붙였다.“그 일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일이 아니옵니다.”순간 전각 안의 모든 시선이 배명월에게 향했다.서 황후는 배명월을 보는 순간 얼굴빛이 차갑게 굳었다.“명월!”“함부로 말하지 말거라!”배명월은 서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890화

    황제는 사실 용빈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그저 무심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차를 마시려 했다.그런데 막 찻잔이 입술에 닿으려던 순간이었다.용빈이 이를 악문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신첩이 원 귀비마마를 보았사옵니다……”‘원 귀비마마’라는 말이 들리는 순간.황제가 차를 마시던 동작이 미세하게 멈췄다.손에 들린 찻잔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지만, 완전히 내려놓지는 않았다.찻잔은 허공에 멈춘 채였다.이내 황제의 시선이 용빈에게 향했다.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전각 안에 울렸다.“원 귀비가 어찌하였느냐?”그제야 용빈은 머뭇거리며 말했다.“신첩이…… 감히 말씀드리기가 어렵사옵니다.”서 황후는 그런 용빈의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기쁜 마음을 억누르며 물었다.“말하거라! 원 귀비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네가 말하지 않아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본궁은 결코 가볍게 넘기지 않을 것이다.”용빈이 직접 나서서 배금영 그 계집과 맹운산의 관계를 고발하려 한다니.이는 생각지도 못한 기쁜 일이었다.서 황후는 생각할수록 마음이 들떴다.이제 용빈이 입을 열기만 기다리면 되었다.용빈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신첩이 보았사옵니다……”“원 귀비마마와 태자 전하께서…… 함께 한 전각 안으로 들어가시는 것을 보았사옵니다.”“두 분께서는 그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차를 마시는 듯했사옵니다.”이 말이라니.이야기를 나누며 차를 마셨다고?누가 믿겠는가.금영이 과거 태자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변경성 안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이후 금영이 입궁하여 비가 되었을 때.사람들은 모두 놀라워했다.심지어 몰래 이런 추측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금영이 태자에 대한 옛정을 잊지 못해, 이런 방식으로 태자에게 복수하는 것이 아니냐고.물론 이런 말들은 어디까지나 뒤에서만 오갔다.감히 이 말을 황제 앞까지 가져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랬다가는 스스로 목을 내밀고 베어 달라고 청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889화

    금영은 맞은편에 앉아 있는 현비를 바라보았다.현비는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그 자리에 앉아 있었고, 조금도 피곤한 기색이 없어 보였다.오늘은 귀비 책봉을 축하하는 황실 연회였다.금영 역시 이 자리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이었기에,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먼저 소녕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다만 중간에 적당한 핑계를 대고 잠시 나가 쉬는 것 정도는 괜찮았다.이에 금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신첩, 조금 답답하여 밖에 나가 바람을 좀 쐬고 오겠사옵니다.”황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금영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해수가 곧바로 붉은색 털옷에 달린 모자를 씌운 외투를 가져와 금영의 어깨 위에 걸쳐 주었다.그리고 조용히 말했다.“마마, 날씨가 차옵니다. 부디 감기 들지 않도록 조심하시옵소서.”말을 마친 해수는 자신도 옅은 푸른빛의 겉옷을 걸쳤다.전각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그러자 금영의 머리를 짓누르던 약간의 어지러움도 한결 가라앉았다.조화전에는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곳이 적지 않았다.금영은 가까운 방 하나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조화전 안에서는 황실 연회가 절반쯤 진행되고 있었다.신하들도 술을 몇 잔 더 마시자 긴장이 조금 풀린 모습이었다.그때 이황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다.현비가 못마땅한 듯 말했다.“네 아바마마 곁에서 얌전히 연회를 즐기지 않고, 어디를 가려는 것이냐?”이황자는 생각한 것을 바로 말하는 성격답게 곧바로 대답했다.“모비마마께서는 너무 편애하시는 것 아니옵니까.”“형님께서는 이미 한참 전에 자리를 비우셨는데, 어찌하여 소자에게만 그러시는 것이옵니까?”서 황후의 시선이 순간 이쪽으로 향했다.현비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더니 목소리를 낮춰 꾸짖었다.“입을 다물거라! 얌전히 앉아 있거라.”현비는 고개를 들어 태자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그리고 맞은편의 빈자리도 함께 바라보았다.자리를 비운 사람은…… 태자 전하뿐만이 아니었다.과거 금영이 아이를 낳았을 때, 현비는 이미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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