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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Author: 서린화
“그 시절에는 폐하께서도 본궁에게 이토록 세심하고 다정하셨지요.”

서 황후는 이 말을 꺼내며 금영을 슬쩍 쳐다보았다.

하지만 금영은 서 황후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늘 참과 거짓을 교묘히 섞어 말하는 서 황후의 말을 다 믿을 수 없었다. 황제가 그간의 정을 생각하여 서 황후의 체면을 깎아내리지 못할 것이라 굳게 믿고 부풀려서 이야기하여 그녀를 자극하려는 수작일 수도 있었다.

황제와 서 황후의 금실이 진정 돈독했다면 금영을 곁에 둘 연유도 없었을 것이다.

설령 그 말이 진실이고 왕년에 두 사람의 정이 참으로 깊었다 한들, 지금 황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것은 금영이었다. 가슴이 미어질 사람은 서 황후였다.

금영은 서 황후의 말에 상처를 입기는커녕 오히려 가슴 한구석에서 형언할 수 없는 통쾌함이 치밀어 올랐다!

금영은 남녀 간의 정에서 먼저 진심을 주는 쪽이 패자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진심이 아닌 오직 지위와 권세, 그리고 복수만을 도모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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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786화

    소녕전.황제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비가 찾아왔다.현비는 웃으며 말했다.“원비, 본궁이 그동안 원비와 아기 황자를 보러 오지 않았다고 섭섭해하지 마세요. 폐하께서 일찍부터 누구도 원비의 휴식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셨지요. 원비가 몸조리를 잘해야 한다고 특별히 분부하셨답니다.”금영도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현비마마께서 그리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소녕전까지 찾아와 주셨는데, 신첩이 어찌 섭섭해하겠사옵니까. 그저 감사할 따름이옵니다.”금영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물었다.“전에 이황자께서 다치셨다는 말을 들었사온데, 지금은 몸이 좀 어떠하시옵니까?”“원비와 아기 황자의 복을 받은 덕인지, 이제는 큰 탈이 없어요.”현비는 웃음을 지었다가 이내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그러고 보면 참 공교롭지요. 이황자에게 변고가 생기자마자 소녕전 근처에서 불이 났고, 뒤이어 원비까지 놀라 예정보다 일찍 해산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현비는 금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원비는 이 두 가지 일이 어딘가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금영은 그 말을 듣는 순간 현비의 속셈을 알아차렸다.현비는 자신의 원망과 의심을 서 황후에게 돌리려는 것이었다.가장 좋은 것은 금영이 앞장서 서 황후와 맞붙어 주는 것이겠지.물론 금영도 서 황후를 상대할 생각이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현비와 손을 잡을 마음은 없었다.호랑이에게 가죽을 내놓으라 청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었다.그 끝이 좋을 리 없었다.금영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셨사옵니다. 궁인이 부주의하여 촛대를 넘어뜨린 탓에 불이 났다고 하더군요.”“그리고 염아도 달이 거의 다 찬 뒤에 태어났으니, 굳이 조산이라 할 정도는 아니옵니다.”현비가 옅게 웃었다.“원비도 입궁한 지 제법 되었는데 여전히 마음이 참 순수하군요.”“본궁이 괜한 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후궁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평온한 곳이 아닙니다. 원비도 앞으로는 조금 더 경계하는 편이 좋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785화

    태자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태자 이야기가 나오자 황제의 속에서 눌러 두었던 화가 다시 치밀어 올랐다.황제는 이를 악문 채 물었다.“오늘 태자를 만나니 그리도 기뻤느냐, 금영아?”금영은 잠시 생각했다.사실 꽤 기쁘기는 했다.전생에 태자는 자신을 저버렸다.그런데 자신은 돌아서서 입궁해 황제의 총애를 받는 원비가 되었고, 이제는 황자까지 낳았다.태자의 속이 얼마나 뒤틀릴지는 생각만 해도 뻔했다.원수가 괴로워하는데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할 수는 없었다.금영은 황제가 이미 마음이 상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두 팔을 들어 황제의 목을 감싸 안았다.맑고 환한 눈으로 황제와 시선을 맞추며 나직이 말했다.“신첩은 오직 폐하 때문에 기쁘고, 폐하 때문에 웃을 뿐이옵니다.”그러고는 황제의 목을 감싼 팔에 힘을 주어 몸을 살짝 일으킨 뒤 먼저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회임한 뒤로 황제는 줄곧 자제해 왔고, 금영 역시 함부로 그를 유혹하지 않았다.하지만 이제는 아이도 낳았고 몸도 거의 회복되었다.금영에게 더는 크게 거리낄 것이 없었다.금영이 이토록 먼저 다가오자 황제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한참이 지나서야 황제는 금영의 입술을 세게 한 번 깨물었다.그리고 이를 악문 채 낮게 말했다.“진심이든 거짓이든 상관없다. 짐은 그 말이 몹시 마음에 드는구나.”말을 마친 황제는 힘겹게 금영을 밀어냈다.두 사람 사이가 조금 벌어졌는데도 금영의 두 팔은 여전히 황제의 목을 감싸고 있었다.금영이 의아한 눈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폐하?”황제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짐이 태의에게 물어보았다. 아직은 몸을 더 회복해야 한다더구나.”황제는 금영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짐도 네가 몹시 원한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아니 된다.”금영은 아직 나이가 어렸다.제 몸을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고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그러나 황제는 금영보다 훨씬 연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784화

    눈을 밟는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어느새 황제가 두 사람의 곁까지 다가왔다.태자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금영과 거리를 벌렸다.이내 황제를 향해 공손히 예를 올렸다.“아바마마.”금영도 몸을 낮추어 예를 갖추었다.“신첩, 폐하를 뵈옵니다.”황제의 검은 눈동자가 두 사람을 천천히 훑었다.태자가 먼저 설명했다.“소자가 아기 황자를 보니 너무도 사랑스러워 작은 선물 하나를 주었사옵니다.”황제의 시선이 금영에게로 옮겨 갔다.금영의 손에는 용문옥부가 들려 있었다.금영은 마치 뜨거운 물건이라도 떠넘기듯 얼른 황제에게 용문옥부를 내밀었다.“이토록 귀한 물건을 신첩이 감히 마음대로 받아 둘 수는 없사옵니다.”황제는 용문옥부를 받아 들었다.손끝으로 옥의 표면을 천천히 쓸어 보았으나, 얼굴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금영은 그나마 침착했지만 태자는 숨마저 잠시 멎은 듯했다.“아바마마.”잠시 뒤, 황제가 돌연 웃음을 지었다.그러고는 용문옥부를 다시 금영에게 건넸다.“선황께서 하사하신 물건이라 해도 이제 태자가 염아에게 주었다 하지 않느냐. 그러니 받아 두거라.”금영은 어쩔 수 없이 용문옥부를 다시 받아 들었다.황제는 위명이 들고 있던 대나무 우산을 직접 받아 금영의 머리 위로 기울였다.“가자.”황제의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낮고 차분했다.조금도 노한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짐이 소녕전까지 데려다주마.”금영에게는 아직 계단 하나가 남아 있었다.그녀는 황제의 팔에 손을 얹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섰다.눈이 내리고 있어 계단은 생각보다 미끄러웠다.금영은 순간 발을 헛디뎌 그대로 황제의 품으로 기울었다.가느다란 두 팔이 황제의 허리를 감싸는 순간, 황제의 몸이 눈에 띄게 굳었다.이내 황제는 들고 있던 우산을 옆으로 슬쩍 내밀었다.위명은 곁에 선 채 나무기둥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황제가 미간까지 찌푸렸지만 여전히 무슨 뜻인지 알아채지 못했다.결국 손복안이 앞으로 비집고 들어와 위명을 밀어 내고 우산을 받아 들었다.그제야 위명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783화

    눈발을 헤치며 다가오던 이는 무척 빠른 걸음으로 가까워졌다.금영이 계단을 다 내려서기도 전에 그는 이미 계단 아래에 이르렀다.그제야 금영은 다가온 사람이 태자라는 것을 알아보았다.오늘 태자는 기린 무늬 곤복을 입고 어깨에는 은회색 담비 털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큰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옷자락에 바람이 일었고, 자태 또한 빼어났다.겉모습만 놓고 보면 확실히 태자다운 존귀함과 기품이 있었다.특히 지난 일 년 사이 태자는 예전의 풋풋한 기색을 많이 벗었다.대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차갑고 묵직한 분위기가 한층 짙어져 있었다.태자는 금영을 보는 순간 목울대가 한차례 크게 움직였다.금영이라고 부르고 싶은 듯 입술을 달싹였으나, 정작 입 밖으로 나온 것은 다른 호칭이었다.“원비마마.”금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태자 전하께서는 예를 거두시옵소서.”태자의 시선이 복령에게로 향했다.그는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더니 손을 뻗어 복령의 품에 안긴 아이에게 가져갔다.아이는 붉은 비단 강보에 포근히 싸여 있었다.숨쉬기 편하도록 얼굴 위쪽의 강보 자락만 살짝 느슨하게 덮어 둔 상태였다.태자는 그 천 자락을 가볍게 걷어 올렸다.복령은 화들짝 놀라 금영을 바라보며 도움을 청했다.“마마.”금영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태자 전하!”상대가 태자만 아니었다면 당장 사람을 시켜 아이에게서 떼어 놓았을 것이다.그러나 태자는 이미 허리에 차고 있던 무언가를 단숨에 풀어 강보 위에 올려놓았다.그리고 금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원비마마, 그리 긴장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아기 황자는 제 아우이기도 하고, 더구나.”태자는 거기까지 말하고 금영을 바라보았다.끝내 뒷말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이 아이는 무엇보다 금영의 아이였다.태자는 다시 미소를 머금었다.“이 용문옥부(龍紋玉符: 용 무늬를 새긴 옥으로 만든 신표)는 제가 태어났을 때 선황께서 하사하신 것이옵니다. 오늘은 염아에게 주고 싶사옵니다.”금영은 태자의 태도를 가만히 살폈다.표정도 자연스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782화

    황제는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공을 세웠다면 마땅히 상을 내려야지.”금영이 다시 덧붙였다.“이번에는 오라버니가 신첩을 위해 복령을 찾아 준 덕도 컸사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신첩이 무사히 아이를 낳을 수 있었을지조차 알 수 없었을 것이옵니다.”황제는 금영을 바라보았다.그의 눈빛이 순간 깊어졌다.금영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너무 속내를 드러낸 것일까.금영은 뒤늦게 후회했다.조금 더 천천히 했어야 했다.눈앞의 사내는 황제였다.제 작은 속셈 하나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금영은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폐하, 신첩에게 죄를 물어 주시옵소서.”황제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네게 무슨 죄가 있다는 것이냐?”“마침 조정에도 쓸 만한 사람이 필요한 때다. 배경원은 배정후보다 훨씬 쓸모가 있으니, 선대 영안후의 공을 생각해서라도 벼슬을 한두 단계 더 올려 줄 만하다. 더구나.”황제는 거기까지 말하고 금영을 바라보았다.금영이 남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게 하려면 영안후부의 위세도 어느 정도 세워 줄 필요가 있었다.황제는 이내 화제를 돌렸다.“금영아, 이리 여러 사람의 상을 챙겨 주면서 정작 네가 받고 싶은 것은 없느냐?”금영이 고개를 들어 황제를 바라보았다.맑은 두 눈에 잔잔한 물결이 이는 듯했다.“신첩은 아무런 상도 바라지 않사옵니다. 그저 폐하께서 오래도록 강녕하시기만을 바랄 뿐이옵니다.”황제는 금영을 힐끗 바라보았다.금영은 유난히 자신의 몸을 염려하는 듯했다.마치 자신이 어느 날 갑자기 승하하기라도 할까 걱정하는 사람처럼 말이다.황제는 굳이 그 일을 깊이 따지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너는 상을 바라지 않는다 해도 짐이 상을 내리지 않을 수는 없지.”금영도 웃음을 지었다.“그러면 폐하께서 마음 가시는 대로 내려 주시옵소서. 폐하께서 무엇을 주시든 신첩은 기쁠 것이옵니다.”금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덧붙였다.“그래도 상을 받는 것보다 신첩은 폐하께서 신첩과 염아의 곁에

  •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제781화

    “예전 선 귀비도 선황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지만, 끝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요.”태후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눈빛에는 지난날을 떠올리는 듯한 회한이 짙게 배어 있었다.“되었습니다. 지난 일은 더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황제께서는 본래 총명하시니 본궁이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아실 겁니다.”“본궁도 황제와 같은 마음입니다. 금영과 염아가 아무 탈 없이 평안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황제가 말했다.“어마마마께 괜한 심려를 끼쳐 드렸사옵니다.”태후가 옅게 웃었다.“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어젯밤에는 사정이 급했으니 원비가 현청전에서 해산한 것도 어쩔 수 없었지요. 하지만 이제 아이도 무사히 낳았으니 되도록 빨리 소녕전으로 돌아가게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태후가 다시 말을 이었다.“여인이 해산한 곳에는 피와 오물이 남기 마련입니다. 사람을 시켜 내전의 물건을 모두 새것으로 바꾸고 향도 충분히 피워 부정한 기운을 말끔히 없애도록 하세요.”황제는 태후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어마마마, 그 일은 소자가 알아서 결정하겠사옵니다. 어마마마께서 심려하실 필요는 없사옵니다.”“몸도 편찮으시니 너무 많은 일에 마음 쓰지 마시옵소서. 소자는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말을 마친 황제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향했다.태후에게 더 말을 이을 틈조차 주지 않았다.사실 황제는 태후에게 이미 지극한 효를 다하고 있었다.황제라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태후의 말이라면 웬만한 일에는 인내하며 귀를 기울였다.그러나 태후는 그조차도 성에 차지 않는 듯했다.황제가 떠난 뒤 태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보았느냐? 황제가 요즘 들어 갈수록 본궁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하구나.”곁에 있던 손 상궁이 조심스럽게 달랬다.“태후마마께서 너무 염려하시는 것이옵니다. 폐하께서는 본래 지극히 효성스러우신 분이옵니다. 지금은 그저 원비마마께 마음을 지나치게 빼앗기신 듯하옵니다.”태후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여인 하나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뿐이라면 차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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