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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Author: 서린화
서 황후는 얼굴을 굳힌 채 입을 열었다.

“아무리 국사가 바쁘다 하나, 한창 혈기 왕성할 나이에 후궁에 드나드는 일이 드물어 걱정하고 있었는데... 웬 정체도 모를 천한 계집이 그 빈틈을 파고들 줄은 몰랐군.”

곁에서 시중 들던 궁녀 조씨가 서 황후의 기색을 살피며 조심스레 말했다.

“마마, 부디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 내무부 쪽 말로는, 폐하께서도 그 여인을 특별히 중히 여기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폐하께서 그 여인을 중히 여기느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서 황후의 목소리는 어느새 낮고 차가워져 있었다.

“중요한 건, 그 여인이 내 손아귀에 있지 않다는 거지. 이러다 몇 달 뒤에 출신도 모를 핏줄이 불쑥 튀어나오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 당장 샅샅이 찾아보거라.”

서 황후가 얼음처럼 서늘한 기운을 풍기며 말하던 그때, 밖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황제 폐하께서 납시오!”

곧 황제가 들어서자, 서 황후는 그제야 표정을 풀며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폐하, 오셨습니까.”

서 황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의 어깨에 걸쳐 있던 망토를 풀어 한쪽에 걸었다. 황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고, 서 황후는 곧바로 궁녀를 불러 차를 올리게 했다.

황제가 차를 마시는 동안, 서 황후는 은근히 그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다 황제의 입술에 난 작은 상처를 발견하고는, 순간 놀라 잠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황후.”

황제가 미간을 좁히며 불렀다.

그제야 서 황후는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말했다.

“예, 폐하. 부르셨습니까?”

황제는 황후에게 비교적 인내심을 보이는 편이라, 다시 입을 열었다.

“태자도 이제 나이가 찼고, 영안후부의 여식도 돌아왔다고 하더군. 혼사도 이미 한참 전에 정해진 마당에, 치를 때가 되지 않았는가?”

서 황후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자 황제의 눈썹을 찌푸렸다.

“무슨 문제가 있는가? 아니면 그 여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가?”

서 황후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폐하께서 정해주신 혼사인데, 제가 어찌 불만을 가지겠습니까? 다만 그 아가씨가 회양에서 막 돌아온 참이라, 아직 부모 곁에서 정을 나누기도 전에 시집을 가게 되는 것이... 조금 가엾게 느껴질 뿐입니다. 혼인을 올리더라도 먼저 그 아이에게 물어, 혹시라도 부모 곁에 더 있고 싶다면 서너 달쯤 기다려 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황제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황후가 세심하군. 그 일은 황후의 뜻대로 하도록 하지. 그럼, 먼저 영안후부 여식의 의사를 물어보거라.”

한편, 금영은 이제 막 처소에 돌아와 방으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먼저 도착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바로 궁녀 환옥이었다. 그녀는 이제 막 스무 살을 넘긴 듯 젊어 보이지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와 행동거지에서 말하지 않아도 높은 분을 모시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가씨, 황후마마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환옥이 공손한 어조로 말하자, 금영 또한 마찬가지로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결국 금영은 몸이 녹기도 전에 다시 눈보라를 맞으며 환옥을 따라 산길을 올랐다.

작산행궁은 산세를 따라 지어져 있었는데, 신분이 높을수록 산 정상에 가까운 곳에 머물렀다. 물론 영안후부는 황실에 은혜를 입은 집안으로서 중턱에서도 비교적 높은 곳에 머물곤 있긴 했다. 하지만 황실 친족들도 모두 함께 하는 자리, 태자와 황자들의 거처도 함께 있다 보니, 그 가장 위에 있는 황제와 후비들이 머무는 전각까지는 한참을 올라가야 했다.

환옥은 금영을 서봉전으로 안내했다.

“황후마마, 영안후부의 큰 아가씨를 모셔왔습니다.”

그때 안에서 연륜이 느껴지는 궁녀 하나가 걸어 나왔다.

금영은 그녀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황후가 가장 신임하는 조 궁녀였다.

조 궁녀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황후마마께서 조금 전까지 기다리시다가 두통이 도지셔서 잠시 쉬러 들어가셨습니다. 잠시 기다려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금영은 공손히 답했다.

“황후마마의 옥체가 우선이니, 얼마든지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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