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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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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701화
나씨 가문의 사람들은 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길래 안지영은 이미 오래전부터 뼈저리게 경험해왔다.특히 나태현처럼 뻔뻔스러운 인물은 무슨 말을 해도 고은영의 집에 기어이 눌러앉아 버릴 것이 뻔했다.“아니 어떻게 이렇게 뻔뻔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니?”고은영의 목소리는 전화기 너머로도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분노에 떨리고 있었다.“그때 나태웅이 나를 끈질기게 달라붙었던 내 마음을 이제 조금은 이해하겠니?”안지영은 그때 정말 하루하루가 폭발 직전의 심정이었다.심지어 다른 사람들은 안지영의 성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견디다 못해 숨이 막힐 만큼,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집요함 때문이었다.“아무튼, 이미 경찰에 신고했어.”“...그게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다.”“아니... 이게...”“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을 거야. 마음 단단히 먹어라.”“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내가 지금 뭘 해도 소용이 없다는 거야?”안지영의 마음 단단히 먹으라는 말을 듣고 고은영은 가시방석이었다.“그렇단다.”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이 없다.고은영은 이를 갈며 말했다.“난 그 사람이 내 집에 머무는 것만은 절대 용납할 수 없어!”고은영이 지금 나태현으로 인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정말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적어도 나씨 가문은 네가 어떻게 하고 싶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이 말을 들은 고은영은 한숨을 내쉬었다.안지영의 말은 절대 틀리지 않았다.그녀 역시 나태웅에게 시달릴 때, 원치 않았지만,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던 경험이 있었다.고은영은 화를 참지 못했다.안지영과 통화한 결과 그녀는 지금 나태현을 통제할 방법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은영이 정 견디기 힘들다면, 차라리 집을 그에게 팔아버리는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언니 고은지의 일이 해결되지 않은 이상, 나태현이 얼마를 주든 집을 팔 생각은 전혀 없다.그런데도 나태현은 그린빌에 드나들며, 조금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고 버젓이 살아가고 있었다.결국, 양측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700화
솔직히 말해 고은영은 단 한 번도 량천옥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그러나 그녀 말고는 또 누가 이런 일을 꾸밀 수 있단 말인가.게다가 지금 이 시점에서 량천옥 또한 자취를 감췄다.배준우가 말했다.“또 몰라. 네가 강성에 거주하는 이상, 어떤 행동을 취해도 나태현이 곧장 눈치챌 테니까.”만약 고은지가 정말 강성을 떠났다면, 고은영과 연락을 취할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고은영은 입을 다물었다.원래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일들이, 지금은 퍼즐들이 다 한데로 뭉친듯이 다 엮여있다.게다가 나태현이 이번에 하는 수색 규모는 상상을 초월해, 고은영조차 고은지와 희주가 아직 살아 있다고 믿고 싶어졌다.“그럼 희주 쪽은 무슨 소식이라도 있어요?”고은지가 사고를 당한 뒤, 고은영이 가장 걱정이 가는 게 다름 아닌 희주였다.그토록 찾아 헤매도 단 하나의 확실한 정보조차 얻을 수 없었다.배준우가 말했다.“있긴 있어!”“정말이요? 무슨 단서인데요?”“화장터로 향하던 차량을 알아냈어.”“…”고은영은 순간 얼이 빠진 듯 멍해졌다.겨우 그 단서라니.배준우라면 진작에 결과가 나와야 하는 일 아닌가.그런데 지금껏 이토록 제한적인 정보밖에 없다니.고은영이 오랜만에 머리를 굴리며 말했다.“혹시 누군가 일부러 수사를 막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고은영이 머리를 굴려 생각해낸 말이지만, 지금 상황은 아무리 봐도 이해하기 어려웠다.“…”‘누군가 뒤에서 막고 있다고?’이 말을 들은 배준우는 안색이 확 가라앉았다.고은영은 서둘러 손사래를 쳤다.“저도 그냥 해본 말이에요. 괜히 신경 쓰시지는 마세요…”“너 먼저 밥 먹고 있어. 나 서재에 다녀올게.”말을 끝내자마자 배준우는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고은영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무언가 더 말하고 싶었으나, 배준우의 뒷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희주, 언니…''정말 아직 살아있는 거야?'그 순간, 고은영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굳어졌다.배준우가 자리를 뜨자, 고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99화
밤 여덟 시.고은영과 배준우는 평소보다 늦게 집에 돌아왔다. 배준우는 전화를 몇 통 받은 뒤 식당으로 들어섰다.그의 얼굴은 몹시 굳어 있었다.배준우의 표정을 본 고은영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일이에요? 또 왜 그러시는 거예요?”고은영은 배준우가 시키는 대로 맹세할 건 다 맹세했고, 약속할 건 다 지켰다. 잘못한 일도 없었다.‘이번엔 또 무슨 일인지. 혹시…’오늘 낮에 배준우에게 그렇게 단단히 혼이 난 뒤라 그가 이렇게 심각한 얼굴을 하면 괜히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나태현 쪽에서 지금 가진 인원을 전부 동원해 희주와 은지 씨를 찾고 있어.”“…”고은영은 숟가락을 쥔 손이 덜컥 굳었다. 숨결마저 무겁게 가라앉았다.“아니, 그게 무슨...”‘이제 얼마나 지났다고.’고은영은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화가 치밀었는데, 도대체 뭐라 말해야 할지조차 막막했다.고은지의 생사는 여전히 알 수 없고, 고은영도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사람을 찾고 있었다.그런데 나태현은 이미 단정 짓고 있는 것 같았다.“이번 일은 우리도 모르는 게 많아서 쉽사리 해결할 수 없어.”“무슨 말씀이에요?”고은영은 어리둥절했다.배준우는 지금까지 단순히 사람을 수색하는 데 집중했다.하지만 나태현이 이렇게 단정 짓고 나오고 수색하는 걸 보니 배준우도 마음속에서 고은지가 아직 살아 있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희주의 장례식에 량천옥이 나타나지 않았어.”배준우는 의미심장하게 고은영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네, 나타나지 않았죠.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되나요?”“…”“희주는 애초에 죽지 않았어요. 장례식에 오지 않은 게 오히려 당연하지 않나요?”“...”‘희주가 애초에 죽지 않았다고?’그러나 그들도 아직 단정질 수 없다.다만 화장터로 향하던 차량이 도중에 바뀌었고 화장터로 실려 간 이가 희주가 아니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그리고 그 차량은 지금까지 행방조차 알 수 없었다.희주가 아직 세상에 살아 있는지, 혹은 또 다른 변수가 생긴 것인지조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98화
어젯밤 란완 리조트로 돌아간 뒤, 고은영은 경찰에 신고할지 계속 고민했었다.그러나 배준우가 단호하게 말리면서 결국 신고하지 못했다.그날 밤 내내 분이 풀리지 않아 잠 한숨도 이루지 못했다.이렇게 갑자기 허락을 해줄 것이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그럼 그 사람 때리고 싶은데.”“...”또 시작이다.고은영은 지금이라도 나태현을 때리고 싶을 만큼 분노가 치밀었다. 어떻게 그런 인간이 다 있단 말인가.두 사람이 말을 이어가려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자는 안지영이었다.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정말 나태현 씨를 때린 거야?”첫마디부터 단도직입적이었다.장선명이 한참을 떠들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하나도 말해주지 않았던 터였다.‘고은영이 무슨 자신감으로? 그 겁 많던 은영이가 나태현 같은 사람을 상대로 때렸단 말인가?’“응, 맞아.”“…”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물론 안지영은 장선명의 앞에서는 늘 고은영 편에 서며 나씨 집안 사람들은 맞아도 마땅하다고 말했었다.하지만 막상 고은영이 나태현을 때렸다는 사실을 듣게 되자 믿기 어려웠다.안지영이 기억하는 고은영은 학교 다닐 때부터 선생님이 눈 한 번만 부릅떠도 겁에 질려 우는 정도로 겁이 많았던 아이였다.‘나태현이 어떤 사람인데...’그의 싸늘한 눈빛이 웬만한 사람은 다 기죽게 만들 정도였고, 배준우와 맞먹는 위압감을 풍겼다.그런데 그 무시무시한 사람에게 고은영이 직접 나서서 때렸다고?“아니, 장난하지 말고 진짜야?”“사실이야.”안지영은 크게 숨을 들이쉬며 겨우 마음을 가다듬었다.“어떻게 때렸길래?”“유리컵으로 내리쳤어.”“…”그렇다면 우발적이 아니라, 분노가 극에 달해 재떨이를 집어 던진 것이었다.안지영은 사실 고은영이 나태현을 때렸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그런데 유리컵으로 내리친 거라고 들으니 안지영은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너도 참 대단하다.”“그 사람이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97화
고은영은 겨우 배준우를 달래는 데 성공했다.배준우는 뒤늦게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당시의 나태현은 그야말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만약 그가 정말로 무슨 짓이라도 했더라면 고은영은...몇 시간이 지나도 배준우의 가슴속에는 그 불안이 채 가시지 않았다.제정신이 아닌 사람과 마주하는 것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다음번에는 이런 일 없도록 해. 알았어?”배준우의 목소리는 여전히 단호하고 진지했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걱정하지 마세요.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예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그러지 못했다.만약 나태현이 뻔뻔하게 또다시 집에 들이닥친다면, 그때는 배준우와의 약속 따위 잊고 분노에 휩싸이고 말 것이다.배준우는 고은영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며, 아직 화가 남아 있음에도 더는 꾸짖지 않았다.무엇보다 임산부다 보니 괜히 심하게 다그쳤다가는 놀라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이었다.그러나, 어느 정도 다그칠 필요성은 없지 않았다.고은영은 마음만 먹으면 자신도 생각지 못할 만큼 큰일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배준우는 그녀의 입술에 힘껏 키스하더니 낮게 웃으며 속삭였다.“나는 예전처럼 겁 많던 네가 더 좋아.”그때의 얌전하고 배준우의 말을 잘 들었다.업무상의 실수가 잦았지만, 절대로 배준우를 곤란하게 만든 일을 저지르지 않았었다.고은영은 몸을 비틀이며 입맞춤을 피하려 했지만, 배준우는 오히려 그녀의 입술을 더욱 세게 깨물었다.고은영은 눈물이 맺히도록 아파했다.“왜 입술을 깨물어요?”“아프게 하지 않으면 네가 정신을 못 차릴까 봐.”때리는 것은 못 해도 입술을 깨무는 정도는 할 수 있었다.고은영은 눈물 그렁한 채로 원망 가득한 눈길을 보냈다.그를 본 배준우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고은영의 코끝을 어루만지며 말했다.“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마. 알았지?”배준우는 단 한순간의 위험조차도 고은영이 겪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만약 이런 일이 또 한 번 일어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96화
그의 눈빛에는 은근한 원망이 서려 있었다.그 시선을 마주하자 안지영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서늘해졌다.“저와 은영이는 벌써 수십 년을 함께한 사이예요. 부질없는 생각은 그만두시죠.”그가 무슨 말을 하든 안지영과 고은영 사이의 관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었다.“너는 고은영에 대한 안 좋은 말 한마디도 못 듣겠어?”장선명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은영이는 잘못한 게 없잖아요? 그런데 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그럼 나태현을 피투성이로 만들었는데 잘했다는 거야?”장선명의 목소리에는 불쾌함이 묻어 있었다.안지영은 항상 고은영이 연약해서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하곤 했지만 장선명은 그녀가 보호받아야 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지영은 한숨을 길게 들이마시며 그를 바라봤다.“진짜야. 피가 날 정도로 때렸어. 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봐.”“그건 나태현 씨가 맞을 짓을 했으니까 그런 거죠.”“그건 자업자득이에요.”안지영의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나씨 가문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대가를 치르든 마땅했다. 안지영의 눈에는 그들이 어떤 대가를 치러도 전혀 과하지 않았다.“지금 나태현이 맞을 짓을 했는지 아닌지를 얘기하는 게 아니잖아. 그렇게 무서운 사람을 고은영이 때렸다고.”“그럼요, 잘한 거죠.”“고은영 성격이 상당히 사납네.”“사나워서 다행인 거죠.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당장 달려갔을 겁니다. 그런데 배준우 씨는 지금 뭐 한대요?”안지영은 오히려 태연하게 받아쳤다.맞는 말이었다.고은영이 나태현을 때린 건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 있지만 만약 반대로 나태현이 고은영을 때렸다면 그녀는 미칠 듯이 분노했을 것이다.장선명은 아무 말도 못 했다.이쯤 되면 두 사람은 한통속이나 다름없었다. 어떤 말로도 그들의 틈을 벌릴 수 없었다.“배준우 씨는 어디래요?”“고은영이 때린 건데 왜 배준우 행방이 궁금한 거지?”“그래도 어떻게 충돌이 시작된 건지는 알아야죠. 안 되겠어요. 제가 전화를 걸어 확인할게요.”그제야 안지영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