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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Author: 송언희
배준우의 옷깃은 반쯤 열려있었고 목 부분에는 붉은 자국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손톱에 긁힌 자국인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본 진정훈의 얼굴은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방금까지 뭘 한 거지?’

진정훈은 순간 온몸이 자기도 모르게 굳어졌고 심지어 약간 뜨거워지기까지 했다.

배준우는 긴 다리로 아래층에 내려왔다. 진정훈은 그를 지켜보며 몸을 똑바로 하고 지저분한 옷을 정리했다.

만약 옆에 경호원들이 없고 그의 깔끔한 외모만 보면 아무도 그가 방금까지 얼마나 격렬하게 싸웠는지 모를 것이다.

배준우가 그의 앞에 다가와 섰다.

두 사람을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은 배준우가 진정훈을 때릴까 봐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배준우는 주먹을 휘두르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진정훈을 바라보았다.

“힘자랑할 곳이 없나 봐? 여기까지 와서 내 사람들을 때려?”

진정훈은 굳은 얼굴로 눈을 감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

“고은영을 만나야겠어.”

퍽하는 소리와 함께 배준우가 정말 진정훈에게 주먹을 날렸다.

모두 숨을 죽이고서는 가슴을 졸이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지금 사모님을 만나겠다고? 미친 거 아니야?’

진정훈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당신 미쳤어?”

“진윤한테 전화해.”

배준우가 날카롭게 말했다.

라 집사는 고통을 참으며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렇게 대답한 뒤 비틀 거리며 전화기 쪽으로 걸어갔다.

진정훈은 또 진윤을 들먹이는 것을 보고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형을 왜 부르는 거야?”

“지금 진씨 가문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그렇지 않으면 왜 아무도 널 통제하지 않는 거야?”

“배준우. 지금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 난 지금 반드시 고은영을 만나야겠다고.”

퍽하는 소리와 함께 또 한 번 배준우의 주먹이 진정훈의 얼굴에 꽂혔다.

옆에 있는 사람들은 순간 숨을 멈췄고 다들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진정훈의 호흡이 더욱 조급해졌다.

그는 강렬하게 배준우를 째려보며 그에게 주먹을 휘둘러 반격하려고 했지만 배준우의 눈빛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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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847화

    이제 고은영은 완전히 잠에서 깨어났다.그녀가 다급하게 나가보려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는 순간 한기가 느껴졌다. 고개를 숙여 내려다본 그녀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너무나 당황스러웠다.‘젠장. 왜 옷을 안 입혀 준 거야?’혜나는 고은영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고은영의 목덜미부터 아래에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고은영의 모습에 혜나는 순간적으로 방금 배준우의 모습이 떠올랐다.‘사모님께서 너무 화가 나서 목덜미를 손톱으로 긁은 건가?’혜나는 정신을 차리고서는 얼른 고은영에게 옷을 건네주려고 했다.이 순간 고은영의 작은 얼굴은 사과처럼 빨개졌고 몸 전체가 화끈거렸다.“얼른 다 가릴 수 있는 옷으로 가져다줘.”그녀는 다급하게 말했다.아무리 아래층에서 진정훈이 맞아 죽는다고 해도 그녀는 먼저 옷을 제대로 입어야 했다.혜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얼른 고은영에게 잠옷을 건네주었다. 고은영은 아주 확실하게 몸을 가리고 침실 문을 나섰다.계단에 도착했을 때 진정훈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고은영을 만나게 해줘.”그 말에 고은영은 깜짝 놀라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이 남자가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날 만나서 뭘 하겠다는 거지? 우리가 그렇게 친해?’전에 친자 검사를 하겠다고 소란을 피웠던 진정훈이 떠올라 고은영은 순간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다급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진정훈은 경호원들에게 제압당해 바닥에 꼼짝 못 하고 붙잡혀 있었고 배준우는 직접 물 주전자를 들어 진정훈에게로 걸어갔다.주전자 안에 차가운 물인지 뜨거운 물인지 알 수 없었다.그 모습은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을 긴장하게 했다.주전자에 물을 맞자 진정훈은 순간 조용해지더니 이내 배준우에게 욕을 퍼부었다.“배준우 너 미쳤어?”이렇게 화를 내는 진정훈의 모습은 경제 잡지 표지에서 보던 이미지와 전혀 달랐다.배준우가 말했다.“네 형이 오기 전에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네 입을 틀어막아 버릴 거니까.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848화

    고은영이 말했다.“난 지금 준우 씨를 걱정하는 거예요.”배준우를 걱정한다고?란완리조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사모님이 이 정도로 대표님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이제야 깨닫고서는 감동했다.그러나 진정훈은 폭발 직전이었다.맞은 사람은 그인데 고은영이 지금 틀린 사람을 걱정하는 것이 아닌가?진정훈은 친자 검사를 해서 혈연관계가 밝혀지면 이 빌어먹을 계집애가 후회하길 바랐다.그는 마음속으로 정말 고은영이 후회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잔인한 생각이 들었다.배준우는 그녀의 빨개진 작은 손을 보며 웃었다.“웃어?”그의 목소리에 유쾌함이 담겨 있는 것을 보니 고은영이 방금 그를 걱정한다고 했던 말이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남자든지 여자든지 상대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배준우도 마찬가지로 고은영의 관심이 필요했다.고은영이 말했다.“아파요 엄청.”그렇게 말하며 울상을 지었다. 그녀의 손바닥은 지금 불에 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배준우가 말했다.“아프면서 왜 직접 때렸어?”고은영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떻게 안 때릴 수 있었겠어? 방금 진정훈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모두 날 모욕하는 말인데. 그리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했으니 이제 나하고 진정훈 사이에 정말 뭐가 있는지 의심할 거야. 사실 나하고 진정훈은 아무 사이도 아닌데.’“난 진정훈 씨하고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뭐가 나하고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아직 확인도 못 했어. 이 빌어먹을 계집애야.”진정훈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저 빌어먹을 계집애가 날 무슨 늑대로 생각하는 거야? 친자 검사를 해보겠다는데 이렇게 겁먹을 필요까지 있어? 전에 아이와 내가 친자 검사를 한다는 걸로 오해한 것 같았는데.’여기까지 생각한 진정훈은 더욱 화가 났다. 그는 차라리 고은영의 머리를 직접 열어보고 싶었다.머릿속에 도대체 뭐가 들어 있길래 그런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진정훈이 설명하려고 했지만 마침 진윤이 도착했다.“형.”진정훈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849화

    진정훈은 고은영을 잡아 먹어버리고 싶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 빌어먹을 계집애는 배준우의 옆에서 나쁜 것을 얼마나 많이 배웠을까?‘이게 한 여자아이가 할 수 있는 생각이야? 뭐가 죽고 안 죽는다는 거야? 설마 고은영은 내가 죽길 바라는 건가?’진정훈이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아도 그가 정말 오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은영이 사람이 죽길 바랐다면 왜 굳이 잠에서 깨 아래층으로 내려왔을까?이제 진윤도 왔으니 배준우는 고은영의 얇은 허리를 껴안으며 말했다.“안 졸려?”“졸려요.”“그럼 올라가서 계속 자.”그도 고은영이 지금 많이 피곤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모든 과정을 끝내기도 전에 잠에 들었는데 지금 이렇게 일어나서 얼마나 피곤할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배준우의 계속 올라가서 자라는 말에 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배준우는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왜?”“준우 씨 설마 저 사람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믿는 건 아니죠?”저 사람은 진정훈을 가리켰다.진정훈은 원래 아파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방금 고은영의 말에 고통을 참으면서라도 말을 똑바로 하라고 고은영에게 한마디 하려고 했다.하지만 진윤의 날카로운 눈빛에 그는 입술까지 나왔던 말을 어쩔 수 없이 삼키고서는 화가 잔뜩 난 눈빛으로 고은영을 바라보았다.배준우가 말했다.“걱정하지 마. 그럴 일은 없으니까.”“난 저 사람하고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준우 씨는 날 믿어줘야 해요.”“그래. 난 널 믿어. 어떻게 널 믿지 않을 수 있겠어?”다행히 고은영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이렇게 비몽사몽 깨어난 것도 차라리 다행이었다. 사람들은 가끔 너무 많은 것을 알아서 자신을 괴롭게 만들기도 했다.배준우의 말을 들은 고은영은 그제야 안심했다.그녀는 정말 피곤했다.특히 혜나가 깨워서 일어났을 때 머리가 너무 무거웠다.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역시나 마음이 놓이지 않아 말했다.“또 때릴 건 아니죠?”“너.”“사실 난 남자가 뻔뻔하게 나올 때는 때려도 소용없다고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850화

    그렇게 말하면서 고은영과 량천옥의 친자 검사 보고서를 꺼내 진윤에게 직접 보여줬다.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전에 검사한 것이라면 그때는 왜 그렇게 대답을 망설였던 걸까?진윤이 묻기도 전에 배준우가 이어서 말했다.“전에 네가 와서 물었을 때는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어.”정말 그런 걸까? 진윤은 믿지 않았다.진윤이 서류봉투를 꺼내기도 전에 진정훈이 먼저 서류봉투를 열고서는 안에 있는 보고서를 꺼내 가장 마지막 결과를 펼쳐보았다.진정훈은 그 결과를 보고서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고은영이 정말 량천옥의 딸이라니.’이 순간 진정훈의 얼굴에는 전례 없는 실망감이 드러났다.진윤은 진정훈의 표정을 보고서는 보고서를 확인하지 않아도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진정훈은 고개를 들고서는 어두운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이게 사실이야?” 그는 지금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이었다.수년 동안 진정훈는 어머니가 죽기 전에 했던 말을 잊지 않고 계속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를 것이다.매일매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시간이 지나면 그도 잊을 수 있었겠지만 그날 밤 불빛 아래에서 어머니가 말했던 상처와 똑같은 상처가 고은영에게 있었던 장면이 그의 머릿속에 깊게 자리 잡았다.며칠 동안 그는 계속 생각하면서 아직 검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은영을 자신의 친여동생이라고 믿었다.그는 심지어 자신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고 믿었다.그런데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일까?진정훈은 손에 들린 보고서를 바라보다가 인정할 수 없어 찢어버렸다.배준우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한 서류봉투를 진정훈에게 건네주며 말했다.“못 믿겠으면 직접 가서 해 봐.”안에는 두 가지 샘플이 들어있었다.고은영의 머리카락과 량천옥의 혈액 샘플이었다.진정훈은 순간 할 말을 잃었고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배준우가 이 물건들을 그에게 건네주는 순간 진정훈은 결국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고은영은 정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851화

    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이 순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진정훈도 느낄 수 있는 일이었기에 의심할 여지도 없이 진윤도 분명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진정훈이 이 일을 너무 과격하게 처리하는 것을 보고 진윤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어찌 됐든 이제부터 더 이상 배준우를 찾아가지 마.”“내 생각에는 우리도 반드시 고은영과 검사를 해야 해.”진정훈은 아주 강력하게 느끼고 있었다.정가마을에서 고은영을 만났을 때부터 그는 뭔가 고은영이 자신의 여동생이라는 느낌을 아주 강렬하게 받았다.그 느낌은 마치 여자의 육감과도 비슷했다.그래서 방금 배준우가 보고서를 보여주며 말했을 때 진정훈은 실망했고 더욱더 혼란스러웠다.이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진정훈은 이 일이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진정훈이 친자 검사를 하겠다는 말에 진윤은 화를 내며 말했다.“아까 덜 맞았나 보네?”어떻게 진정훈은 먹은 음식은 기억해도 맞은 것은 기억하지 못할까?진윤은 점점 더 화가 났다.진전훈이 말했다.“급해서 그러지. 나도 얼른 이 일을 제대로 알고 싶어서 그래.”만약 그들이 고은영과 검사를 해서 여동생이 아니라면 그도 완전히 미련을 버릴 것이다.앞으로는 고은영을 절대로 귀찮게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지금 고은영과 량천옥의 친자 검사를 진정훈은 믿을 수 없었다.진윤은 머리가 심하게 아팠다.“내가 방금 널 데리러 가지 않았다면 배준우는 널 때려죽였을 거야.”진정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슨 말을 이렇게 잔인하게 해?’독하게 말하는 것도 고은영 그 계집애하고 똑같은데 어떻게 혈연관계가 아닐 수 있을까? 진정훈은 믿을 수 없었다.진윤은 진정훈이 머릿속으로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바로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진윤은 배준우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기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이전에 배준우가 진윤에게 아주 상세하게 이해관계에 대해 분석해 줬었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852화

    진유경은 진정훈이 돌아온 것을 보고 바로 불만을 표시했다.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그녀를 불쌍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진정훈은 마음속으로 죄책감을 느끼며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오늘 일이 좀 많았어.”그렇게 말한 뒤 진유경을 바라보며 물었다.“좀 어때? 이제 걸을 수 있겠어?”한 달 동안 진정훈은 몇 번이고 병원에 가서 진유경의 회복 상태를 파악했기에 그도 마음속으로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하지만 진유경이 말했다.“걸을 때 조금 습관이 되지 않아. 넘어질까 봐 무서워.”진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잘 쉬어. 요즘에는 밖에 나가지 말고.”진유경은 순종적으로 응하고 대답하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진정훈에게 물었다.“오빠는 어디 갔었어? 얼굴에 상처는 왜 이런 거야?”방금 모두 그가 왜 진유경을 데리러 가지 않았는지만 신경 쓰고 있었기에 그의 얼굴은 아무도 주의하지 않았다.지금 진유경의 말을 들은 진호영과 할머니는 눈을 크게 뜨며 뚫어져라 진정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진정훈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진유경은 바로 몸을 일으키더니 쩔뚝거리며 진정훈을 향해 걸어왔다. 걸음걸이가 조금 빠르긴 했지만 비틀거렸다.결국 그녀는 진정훈의 품에 바로 넘어졌다. 진정훈은 깜짝 놀라 심장이 철렁했다.진유경을 부축하며 말했다.“너 뭐 하는 거야? 방금 낳은 거 까먹었어? 또 부러지고 싶어?”“형 유경이한테 뭐라고 하지 마. 유경이는 형이 걱정돼서 그런 거잖아.”진정훈의 말투에 비난이 조금 담겨 있자 진호영이 말했다.눈치를 살피던 진유경이 바로 말했다.“난 괜찮아. 내가 더 조심할게. 둘째 오빠한테 뭐라고 하지 마.”그녀의 말투는 언제나처럼 부드러웠고 이런 얌전한 모습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할머니는 진정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누구하고 싸웠니?’진정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온몸이 얼어붙었다.진유경과 진호영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853화

    진호영은 인내심을 갖고 진유경을 달랜 뒤 그녀를 방으로 데려다주려고 했다.진유경은 집으로 돌아온 뒤 계속 할머니 옆에 있었고 한 달 동안 그녀를 보지 못한 할머니도 그녀를 매우 그리워했다.할머니는 진유경을 손을 끌어당기며 놓아주기 아쉬워하셨다.진유경이 방으로 돌아가자 할머니가 진호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넌 가서 정훈이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물어봐.”할머니가 생각하기에 둘째 손주가 가장 어른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았다.진윤처럼 가족들에게 무심하지도 않았고 진호영처럼 바람둥이도 아니었다.진윤을 떠올리지 않았을 때는 괜찮았지만 진윤을 떠올리자 할머니의 안색이 점점 더 안 좋아졌다.올해 그녀의 생일 파티에도 진윤은 참석하지 않았다.그녀도 도대체 진윤의 원망이 무슨 이유로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 어렸을 때 그녀가 조금 편애했다고 해도 큰 다음에 잘해준 것으로는 용서가 안 되는 걸까?여기까지 생각한 할머니는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진호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제가 가볼게요.”그렇게 말한 뒤 밖으로 향했다.진정훈이 마침 샤워를 마쳤을 때 진호영이 들어와서 그의 얼굴에 난 상처를 살폈다.진호영이 말했다.“도대체 누가 형을 때린 거야? 내가 친구들 데려가서 복수해 줄까?”이렇게 그냥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진호영의 입에서 친구라는 말이 나오자 진정훈은 그에게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진호영은 그의 강렬한 눈빛에 바로 꼬리를 내리고 얌전해지더니 마른기침을 뱉어내며 말했다.“도대체 누가 형을 이렇게 때린 거야?”‘강성에서 둘째 형하고 싸울 상대가 있다니 정말 믿을 수 없네.’진정훈이 대답했다.“오늘 네가 유경이 데리러 갔었어?”진정훈은 진호영의 질문에 지금은 대답하고 싶지 않아 다른 질문을 던졌고 진호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병원에 도착해서 형한테 전화했었는데 형이 전화를 안 받더라고. 유경이 많이 삐졌을 거야. 형이 내일 선물이라도 사주면서 달래줘.”진정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그의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854화

    어쩔 수 없이 고희주에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엄마가 오늘 밤에 감기 걸렸으니까 옮지 않도록 오늘 희주 혼자 잘 수 있겠어?”“엄마 감기 걸렸어?’이 순간 의사가 준 만화책을 보고 있던 고희주는 책을 손에서 내려놓으며 의자에서 내려와 곧장 고은지에게 다가가더니 발끝을 들고서 작은 손을 뻗어 고은지의 이마를 짚었다.고은지는 고희주의 행동을 보고서는 엄마로서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굽혔다.어린 희주는 고은지의 이마가 뜨거운 것을 보고 순간 다급해졌다.“내가 가서 약 가져올게.”일반적인 감기약은 모두 집에 있었지만 모두 어린이용이었고 어른용은 없었다.희주가 방을 뛰어나가려는 것을 보고 고은지는 아이의 손을 잡았다.“집에 어른용 약은 없어.”고은지는 예전에 자주 아프지 않아서 집에 아예 어른용 약을 사두지 않았었다.하지만 다행히도 그린빌 입구에 약국이 있었고 금방 달려가서 사 올 수 있었다.“그럼 어떻게 해?”“엄마가 나가서 약 사올 테니까 희주 집에 있을 수 있어?”고은지가 물었다.희주가 아픈 이후로 그녀는 매일 희주의 옆을 지켰고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지금 상태가 많이 좋아졌지만 고은지는 그래도 희주를 혼자 집안에 두는 것이 불안했다.지난번 그 순간이 고은지의 마음속에도 무거운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고희주는 원래도 철이 일찍 든 아이였기에 한 달도 안 돼서 상태가 호전됐다. 이 순간 아픈 고은지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나 혼자 있을 수 있어.”“그럼 집에 있어. 엄마 10분이면 돌아올 거야.”“알겠어.”희주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에 고은지는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고은지는 열이 나니 몸이 추워 두꺼운 옷을 입고 나갔다.아직도 비가 오고 있었지만 오후에 비해 지금은 부슬부슬 작게 내리고 있었다.하지만 고은지는 우산을 들고나왔다.지금 그와 고희주 둘만 살았기에 정말 아프거나 쓰러질 수 없었다.약을 산 뒤 고은지는 다급하게 돌아갔다. 10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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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7화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6화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5화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4화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3화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2화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1화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50화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49화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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