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거의 죄인 취급을 받으며 차가운 감옥 바닥에서 제대로 된 처소를 안내받았네요! 물론 아직 경계를 완전히 푼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야츠키의 처우가 앞으로 조금이나마 더 나아져야 할 텐데요. 그리고 오늘 플랫폼을 확인해 보니, 드디어 소중한 구독이 생겼더라고요! 제 글을 찾아주시는 독자님들 덕분에감동입니다. 앞으로도 더 몰입감 있는 이야기로 보답할게요. 정말 고맙습니당!
제 46화 침묵의 무게, 무너진 계단벽류진의 성역, 외부와는 철저히 단절된 8인 정예만의 공간. 그곳에 위치한 의무실의 공기는 마치 멈춰버린 시간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렌이 조심스럽게 야츠키를 침상에 내려놓았다. 야츠키의 몸은 쿠로기리와의 격전으로 인해 끔찍하게 찢기고 파여 있었으나 그녀는 깊은 수면 속에서 미세하게 꿈틀거리며 스스로를 재구성하고 있었다.신지로는 전쟁사를 온몸으로 겪어온 의사이자 연구자였다. 그는 야츠키의 상처를 면밀히 살폈다. 도깨비의 재생력치고는 처참할 정도로 느린 속도였다. 일반적인 도깨비라면 벌써 아물었을 상처들이, 그녀의 몸 위에서는 마치 죽어가는 짐승의 흉터처럼 더디게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이를 악문 신지로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도깨비로서의 본능이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야츠키에게 자신의 육체를 빠르게 재구성하는 것은 아직 너무나도 먼 이야기였다. 신지로는 떨리는 손으로 야츠키의 환부를 핀셋으로 건드리며, 도깨비의 세포가 어떻게 인간의 살점과 뒤섞여 기이한 재생을 시작하는지 기록했다. 150년 동안 축적된 방대한 의학 기록물들과 비교해 봐도, 그녀의 재생 양상은 기존의 어떤 사례와도 일치하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지로는 야츠키의 살점이 조금씩 서로를 끌어당기며 붙어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일말의 안도감을 느꼈다.'다행이다... 재생은 되고 있어. 비록 느리지만, 죽지는 않았다는 증거야.'하지만 그 안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의무실은 오직 신지로가 다루는 약품 냄새와 동료들의 얕은 숨소리만이 가득했다. 신지로는 메스를 잡는 방법을 알고나서부턴 도깨비를 해부하고, 그들의 생태를 분석해 온 연구자로서 눈앞의 광경을 그저 ‘회복’이나 ‘상해’라는 단순한 단어로 치부할 수 없었다. 의무실 탁자 위에는 테츠잔이 평소 즐겨 읽던 병법서와 유우가 손질하던 보조용 단검이 놓여 있었다. 주인 잃은 물건들이 뿜어내는 정적은 그 어떤 비명보다 더 날카롭게 생존자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렌은 벽 한구석에 서서
제 45화 멸살(滅殺)의 끝과 남겨진 재(灰)영주들의 거처는 멸망한 왕국 그 자체였다. 쿠로기리의 요기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모든 것이 썩어 문드러져 있었다. 고풍스럽던 기와지붕은 독기에 부식되어 뼈대만 앙상하게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고, 그들을 보호하던 높고 견고했던 돌담은 이제 승자의 시신을 감추어줄 무덤의 벽처럼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한때 영주들이 거닐며 담소를 나누었을 정원은 독기에 짓눌려 형체도 없이 뭉개졌고, 그곳에 피어있던 꽃들은 모두 검게 타 죽어 재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전투가 끝난 자리에는 승리자의 환희 대신 기괴할 정도의 침묵만이 감돌았다. 렌은 각성의 여파로 깊은 잠에 빠져든 야츠키를 품에 안은 채, 더는 한 발자국도 옮길 힘이 없어 무너진 담벼락에 기대어 있었다. 그의 온몸은 쿠로기리와의 격전으로 인해 찢기고 파여 있었고, 뼈가 드러날 정도의 상처에서는 쉴 새 없이 검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가란은 부서진 도끼자루를 지팡이 삼아 짓이겨진 어깨를 틀어막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으나, 그마저도 핏물에 젖어 온몸이 후들거리고 있었다.신지로는 의식 없는 미츠키와 양 눈을 다쳐 허공을 더듬는 시온의 곁을 지키며, 자신의 마지막 남은 기력을 짜내 그들의 맥박을 확인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들은 시신을 수습할 힘은커녕, 스스로 영주 거처의 높은 돌담 밖으로 나갈 기력조차 없는 절망적인 상태였다. 8인의 정예 중 가장 강했던 테츠잔과, 뛰어난 지략으로 판을 짜던 전략가 유우는 이미 현장에서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신지로는 무너진 천장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읊조렸다."우리가... 끝까지 버텼어야 했는데."그것은 자책이자, 돌아갈 곳조차 잃어버린 자들의 처절한 탄식이었다. 그때였다. 무너진 영주 거처의 정문 너머로, 숲을 헤치고 그림자 같은 인영들이 나타났다. 벽류진의 일반 무사들이라면 결코 접근할 수 없는, 철저히 금기시된 공간. 그곳에 낯선 5명의 무리가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나타난 것이다.그들은 테츠잔의 전령 담
제 44화 裂(열) - 닿지 않는 환영과 끊어진 재생쿠로기리의 등 뒤에서 돋아난 가시들이 공기를 찢으며 야츠키의 복부를 꿰뚫었다. 야츠키는 비명 대신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쿠로기리를 노려보며, 자신의 배를 뚫고 나온 가시를 제 손으로 붙잡아 뜯어냈다. 살점이 뜯겨 나가는 소리가 마당에 울렸다."크큭, 도깨비의 혈통이라 이건가? 끈질기군."쿠로기리가 야츠키의 왼쪽 팔을 덥석 잡아 단숨에 꺾어버렸다.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둔탁하게 들렸지만, 야츠키의 보랏빛 요기가 뱀처럼 감겨들자 끊어진 신경과 근육이 실타래처럼 엉키며 순식간에 붙어재생되었다. 그러나 쿠로기리의 발길질이 야츠키의 가슴팍에 내리꽂혔고, 그녀는 먼지를 일으키며 바닥을 굴러 나뒹굴었다.쿠로기리가 기괴한 고속이동으로 순식간에 야츠키의 앞에 나타났다. 머리통을 짓이겨버리려 주먹을 내리꽂으려던 순간이었다.피잉-신지로의 손에서 날아간 은빛 침이 쿠로기리의 관자놀이를 스쳤다. 독이 묻은 은침이 피부에 박히자 쿠로기리의 움직임이 찰나, 멈칫했다."지금이다!"그 틈을 놓칠 리 없는 벽류진의 무사들이 움직였다. 칼 한 자루만 남은 렌과 부식된 도끼날을 쥔 가란이 쿠로기리의 양쪽 옆구리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무사들의 일격이 괴물의 옆구리에 깊숙이 박혔다. 검신이 박힌 자리를 타고 검은 피가 솟구쳤다."이 벌레 같은 인간들이... 신성한 도깨비들의 싸움에 감히 끼어들어?"쿠로기리가 광기 어린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단순한 안개가 아니었다. 생존의 위협을 느낀 도깨비가 토해내는 최후의 발악, 썩은 살점의 냄새를 머금은 부식의 안개였다.그 안개는 시온의 참월도가 휘둘러진 궤적을 타고 그의 양 눈 속으로 파고들었다."아아악-!"시온이 비명을 지르며 두 눈을 감싸 쥐고 주저앉았다. 단순한 고통이 아니었다. 환청이 들리고, 뇌를 뒤흔드는 환영이 보였다. 눈앞에 나타난 것은 핏빛 안개 속에서 옷을 전부 벗은 채, 요염한 자태로 자신을 유혹하는 야츠키의 모습이
제 43화 야츠키 (夜月)"...야츠키...?"신지로는 넋을 잃은 채 야츠키를 바라보았다. 그가 알던 야츠키는 늘 미츠키의 곁에서 작게 숨을 죽이거나, 가냘픈 손길로 꽃잎을 틔워 방어막을 치던 연약한 소녀였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존재는 그가 알던 야츠키가 아니었다.그녀의 몸을 휘감은 것은,반영체적인 요기가 비정상적인 보랏빛으로 소용돌이치며 그녀의 주변을 결계처럼 에워쌌다. 공중으로 흩날리던 그 아름답던 분홍색, 빨간색 꽃잎들은 더 이상 미관을 위한 장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죽음을 머금은 듯 시커먼 검은색으로 물들어가며 허공에서 기괴하게 개화하고 있었다. 야츠키의 사슴처럼 맑았던 눈동자는 이제 핏빛보다 더 진한 붉은색으로 타오르고 있었고, 부드러웠던 손끝은 날카로운 짐승의 발톱처럼 길게 돋아나 있었다. 신지로는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눈물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요기의 압박에 온몸이 얼어붙었다.야츠키가 한 발자국을 내디딜 때마다, 마당을 지배하던 쿠로기리의 퀘퀘하고 먹구름처럼 무거운 독기 안개가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마치 썩은 늪에 정화의 불길이 번지는 것과 같았다.구석에서 어깨가 찢긴 채 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시온, 그리고 가란과 렌 역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렌의 이도류는 반쯤 바스라졌고, 가란의 도끼는 녹이 슬어 흉측하게 변해 있었다.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렸던 무사들이었지만 지금 야츠키가 뿜어내는 기세에 눌려 검자루를 꽉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오, 도깨비 아가씨. 아까랑은 분위기가 좀 달라졌는데?"쿠로기리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웃었다. 야츠키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허공을 밟으며 마치 바람을 걷는 듯한 모습으로 쿠로기리를 향해 다가갔다. 그 움직임은 인간의 신체 능력을 아득히 상회하고 있었다."야츠키님...!" 렌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려다 멈칫했다."야츠키!" 시온과 가란의 목소리에도 그녀는 오로지 정면의 괴물만을 응시할 뿐이었다.
제 42화 짓이겨진 은빛과 무너지는 숨결안개는 더 이상 자연스러운 기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쿠로기리가 뿜어내는 악의의 파편이자, 대기를 먹어 치우는 굶주린 입이었다. 마당 전체가 그가 내뱉는 요기로 인해 끈적하게 들러붙어 있었고, 그 질척한 공간 속에서 세 명의 무사가 자신의 목숨을 건 무술을 펼치고 있었다."닥쳐!"렌의 외침과 함께 은빛 섬광이 허공을 갈랐다. 그가 휘두르는 이도류는 허공에 궤적을 남기며, 주변을 뒤덮은 검은 독기를 정화하며 전진했다. 은빛 잔상이 스칠 때마다 썩어 문드러지던 대지가 잠시 본래의 색을 되찾았다. 렌은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쿠로기리의 정면을 돌파하며 빗발치는 요기를 정화의 검기로 받아냈다. 피부가 따갑게 타들어 가고, 요기가 혈관을 타고 침투하는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지만 렌은 이를 악물었다. 오로지 정화의 검만이 이 어둠을 걷어낼 유일한 길이라 믿었기 때문이다.그 찰나의 틈, 가란이 대지를 박차고 튀어 올랐다."죽어라, 이 괴물 놈!"가란의 검은 기교 따위는 없었다. 오로지 뼈를 부수고 육신을 분쇄하려는 묵직한 살의만이 가득했다. 가란의 대검이 쿠로기리의 단단한 장갑 같은 피부 위로 내리꽂혔다. 콰광! 하는 굉음과 함께 지면이 파헤쳐졌으나, 쿠로기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가란의 검날을 손가락 하나로 튕겨냈다. 그 충격보다 더 끔찍한 것은 검에 닿은 쿠로기리의 요기였다. 가란의 대검 끝에서부터 퍼런 녹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수십 년을 방치한 고철처럼 검의 강철이 순식간에 푸석하게 삭아 내리고 있었다."하하하! 그래, 그거야! 그 필사적인 반항! 빨리 포기하면 재미없거든 ? 너희의 검이 녹슬어가는 소리도아주 예술이구나. 마치 비명을 지르는 것 같지 않나?"쿠로기리가 호탕하게 웃으며 팔을 휘둘렀다. 단순한 동작 하나에 폭풍과도 같은 충격파가 마당을 휩쓸었다. 렌과 가란은 종이 인형처럼 밀려나 담벼락에 처박혔다. 렌의 이도류 역시 쿠로기리의 요기에 노출된 날 끝이 검붉게 산화하며 바스라지고 있었
제 41화:’ 참화(慘禍)’라는 이름의 잔인한 연극안개는 걷히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더 무겁고 짙어져 마당을 하나의 거대한 관(棺)처럼 꽉 가두어버렸다. 유우의 잘린 머리와 차갑게 식어가는 미츠키의 몸, 그 참혹하고 붉은 풍경 위로 쿠로기리는 마치 성스러운 축제의 설교를 시작하는 사제처럼 우아하고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참화(慘禍). 너희는 그저 운이 없었다고, 혹은 재수가 터져서 이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이 모든 비극은 너희가 맹목적으로 받들던 그 ‘주인’들의 오만한 손에서 시작된 거야."가란이 피 맺힌 입술을 파르르 떨며 악에 받쳐 되물었다. 그 거친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와 함께 점차 드러나는 진실에 대한 지독한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참화...? 그게 무슨 말이야. 네놈이 떠드는 그 저주스러운 단어가 정확히 뭘 의미하는 거냐고!"쿠로기리는 즐거워 죽겠다는 듯 턱을 살짝 치켜들고는 픽 웃었다."너희들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면서 대체 뭘 지키겠다고 그렇게 목숨을 걸고 검을 들었던 거냐. ‘참화(慘禍)’, 단순히 강한 의미를 지은 게 아니야. 이 이름 뜻 그대로 '참혹한 재앙, 즉 조직 자체가 이 나라에 떨어진 재앙'이라는 뜻이지. 그리고 그 참화를 실제로 완벽하게 구현한 계집들이 누구냐면? 바로 너희가 그토록 치열하게 싸웠던 세 명의 쿠노이치, 지금 저기 진흙탕을 벌레처럼 기어오고 있는 저 가련한 카기하라는 아이가 합작해서 만든 예술 작품이지."그는 역겨움을 조금도 숨기지 않은 채, 영주들의 거처를 향해 차가운 혐오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 벌레 같은 영주 놈들. 그저 좋아 보이는 비단 옷 하나 걸치고 떵떵거리며 설친다지? 지하에서 서로 싸워 뜯으며 살아가는 도깨비놈들보다도 못한 저급한 족속들이야. 무사라는 명예로운 이름 뒤에 비겁하게 숨어, 자신들의 안위만을 위해 남을 소모품 도구로 부리는 그 오만함이라니. 계집애 몇 명한테 목이 따일 때가 되니까, 꼴사납게 바닥을 기며 살려달라고 울부짖던 그 찌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