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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Author: 서한월
소성란은 스님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한가로이 오후의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한창 대화가 무르익었을 때, 유하와 승환이 재빠르게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두 사람은 스님께 잠시 예의를 갖춰 인사를 전하고는 곧장 소성란을 재촉해 밖으로 나갔다.

“아니, 뭐 하러 이렇게 일찍 가? 돌아가봤자 할 일도 없는데.”

소성란은 매우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이었다.

“할 일이 왜 없어요? 엄청 많아요!”

유하는 그녀를 이끌고 전당을 나서서야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고모할머니, 이 절 하나만 다니고 마실 겁니까? 여러 군데 다니면 더 효과가 좋다고요.”

소성란은 잠시 멈칫했다. 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많이 다니면 부처님과 보살님들이 화내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절을 하나둘씩 돌기 시작하니 점점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어쨌든 배례부터 하고 보자!’

‘어쨌든 내가 공양금 두둑하게 드리는데 뭐가 문제야?’

소성란은 점점 더 열중하게 되었지만, 제안했던 유하와 승환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절만 돌아다니느라 다리가 아팠고, 향냄새에 코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둘은 소성란이 어떻게 이 정도 체력을 가졌는지 정말 궁금했다.

저녁까지 배례를 마치고도 소성란은 여전히 쌩쌩했지만, 오히려 두 젊은이는 거의 녹초가 되어 집에 도착하자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젊은이들이 체력이 이렇게 부족해서 어떡하나...”

소성란은 두 사람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힐끔 보더니, 체력이 아직도 남아도는지 큰 주머니를 가득 채운 부적들을 챙겨 들고 흐뭇하게 방으로 돌아갔다.

...

다음 날.

소성란이 식탁에서 무심코 묻었다.

“준서는 언제 세배하러 오니?”

비록 증손자와 함께 명절을 보내길 바라지는 않았지만, 새해 인사 정도는 와야 할 것 아닌가 생각했다.

어떻게 설 연휴가 다 지나는데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유하는 잠시 난처했다.

준서는 여태껏 연락은커녕 문자메시지 하나도 없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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