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화

Author: 예스틴
눈을 떴을 때, 가슴이 너무 아팠다. 조금만 움직여도 뼈가 갈라질 것 같은 통증이었다.

내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침대 옆에 있던 송지욱이 서둘러 나를 부축해 주었다.

“예서야, 뭐 하려고? 나한테 시켜.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서 함부로 움직이면 아플 거야.”

송지욱은 세심하게 침대 각도를 조절해 내가 편하게 기대도록 한 뒤 회사에 연락했다.

“예서가 다쳤어. 간병인한테 맡기는 건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내가 직접 돌봐야겠어.”

“이 비서, 나 당분간 회사에 못 나갈 것 같아. 팀장들이랑 같이 회사 업무 좀 처리해 줘.”

나는 송지욱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듣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알고 싶은 건 엄마가 괜찮은지였다.

엄마는 살았을까?

나는 극심한 통증을 참으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때 엄마의 주치의 안성진이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오며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

“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죠. 한미윤 씨는 상태가 매우 위중해서 언제든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니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그래도 시간은 흘러간다   제10화

    경찰은 송지욱에게 일련의 증거 자료와 함께 체포영장을 제시했다.송지욱은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최민하를 분노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충격에 온몸이 덜덜 떨렸다.송지욱은 속았다.거짓말을 한 건 한예서가 아니라 최민하였다.그리고 한예서의 엄마는 정말로 돌아가셨다. 최민하와 정채린이 함께 몰아붙여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었다.심지어 그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미윤의 시신까지 훔쳐 갔고, 적반하장으로 모든 잘못을 한예서에게 뒤집어씌웠다.‘내게 오해받았을 때 예서는 얼마나 절망스러웠을까?’‘나는 죽일 놈이야! 예서한테 너무 미안해.’최민하와 정채린은 경찰에게 끌려갔다.내 앞을 지나갈 때, 평소 외모에 그렇게 신경을 쓰던 정채린은 화장이 번질 정도로 엉엉 울면서 말했다.“예서야, 미안해.”“너는 진심으로 나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열등감과 허영심 때문에 계속 몰래 너를 견제했어. 심지어 다른 사람을 도와 네게 상처를 줬고, 나를 아껴 주셨던 이모까지 죽게 했어. 정말 미안해...”나는 싸늘한 눈빛으로 수갑을 찬 채 끌려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봤다.이제 와서 미안하다고 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우리 엄마는 이미 세상을 떴는데 말이다.지금 후회하는 이유도 자신이 감옥에 갈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정채린, 너는 내 친구가 될 자격이 없어.’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나는 난장판이 된 결혼식장을 한 번 훑어본 뒤 자리를 뜨려고 했다.경찰이 조금 전 엄마의 시신을 찾아냈으니 이제는 엄마를 집으로 모셔 가야 했다.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내 앞길을 막았다.맨 앞에 선 사람은 당연하게도 송지욱이었다.송지욱은 후회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미안해, 예서야. 내가 사람을 잘못 봐서 너한테 상처를 줬어.”“어머님을 데리러 가려는 거지? 나도 같이 갈게. 그동안 오랜 시간 알고 지내면서 나는 어머님을 우리 엄마처럼 생각하고 있었어. 가자. 우리 같이

  • 그래도 시간은 흘러간다   제9화

    그 영상에는 최민하가 친구들과 함께 수다를 떠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최민하는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계속 눈을 흘겼다.“정채린 그 멍청한 년이 나한테 생일 선물을 달라잖아.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내가 걔랑 어울리는 이유는 한예서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서야. 그리고 또 못생긴 데다가 몸매도 별로여서 같이 있으면 내 미모가 더 돋보이거든. 그런 주제에 감히 나랑 친구가 되려고 해?”“지욱이 절친이라는 놈은 가난한 데다 촌스럽기까지 해. 아마 평생 남의 뒤나 졸졸 따라다니겠지.”“지욱이 누나도 정말 뻔뻔하다니까. 곧 서른다섯인데 아직도 결혼하지 않고 친정에 얹혀살면서 남동생 등골이나 빼 먹잖아. 정말 기생충 같은 여자라니까. 지욱이 돈은 내 돈이나 마찬가지인데 자기가 무슨 자격으로 내 돈을 써? 지욱이랑 결혼하면 가장 먼저 지욱이 누나부터 쫓아낼 거야!”...최민하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욕했다.그리고 영상은 최민하의 광기 어린 비명과 함께 끝났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최민하의 편을 들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안색이 좋지 않았다.그들은 평소 다정하고 귀엽던 최민하에게 그런 어두운 이면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심지어 송지욱마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연신 뒷걸음질 쳤다.송지욱은 들고 있던 부케를 떨어뜨리고는 두려움 가득한 눈빛으로 최민하를 낯선 사람 보듯 바라보며 물었다.“민하야, 그 사람들은 전부 내 친구들이고 가족이야.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너 정말 무서운 애였구나.”최민하는 눈물을 머금은 채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최민하가 해명하려는 순간, 정채린이 달려들어 최민하를 바닥에 쓰러뜨렸다.정채린은 최민하의 몸 위에 올라타 씩씩거리며 뺨을 때리고 웨딩드레스를 잡아당겼다.“나는 너를 친구로 생각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이 나쁜 년! 내가 얼굴도 못생기고 몸매도 별로라고? 너는 겉과 속이 다른 빌어먹을 년이야! 죽여 버리겠어!”송지욱의 누

  • 그래도 시간은 흘러간다   제8화

    그날 이후로 송지욱은 단 한 번도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송지욱이 내게 보내기로 한 치료비마저 최민하가 중간에서 가로챘다.돈이 떨어지자 나는 VIP 병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병실로 또다시 옮겨졌다.환경은 열악했고, 약도 기본적인 것들뿐이었다. 몸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한 달 뒤, 마지막 남은 돈까지 전부 떨어지자 나는 결국 퇴원할 수밖에 없었다.가슴 위로 길게 구불구불 이어진 짙은 붉은 흉터를 쓰다듬자, 엄청난 증오가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퇴원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경찰서로 가서 신고하는 것이었다.“저 신고하려고요. 누군가 제 엄마의 시신을 훔쳐 갔어요.”경찰은 신속하게 움직였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병원 CCTV를 통해 엄마의 시신이 어디로 옮겨졌는지 밝혀냈다.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금방 진실을 밝혀낼 수 있었는데, 송지욱은 그조차도 하지 않고 겨우 말 몇 마디만 듣고 최민하를 믿었다.정말 우스운 일이었다.CCTV 영상을 통해 최민하와 정채린이 함께 우리 엄마의 시신을 옮긴 것으로 확인되었다.경찰은 두 사람의 결제 내역까지 추가로 확인했다.최민하는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 냉동고 하나를 구매했다.경찰은 엄마의 시신이 최민하가 구매한 냉동고 안에 보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한예서 씨, 지금 즉시 출동하겠습니다. 반드시 용의자를 체포해서 법의 심판을 받게 하고, 어머님의 시신도 꼭 찾아드리겠습니다.”나는 손톱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단순히 감옥에 보내는 건 최민하에게 너무 관대한 처벌이었다.SNS에 최민하가 자랑스럽게 올린 최고급 예식장 사진을 본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나는 최민하가 가장 찬란하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철저하게 진흙탕 속으로 처박히게 할 것이다.“경찰관님, 지금 체포하러 간다면 오히려 상대방이 눈치를 채고 손을 쓸지도 몰라요.”“사흘 뒤 최민하의 결혼식에 용의자 정채린도 참석할 거예요. 결혼

  • 그래도 시간은 흘러간다   제7화

    병원장의 사과를 들은 뒤 송지욱은 어두운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그러고는 여전히 훌쩍이고 있는 최민하를 품에 꼭 안은 채 실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한예서, 너 정말 낯설다.”“어쩌다가 이렇게 못된 사람이 된 거야? 어머님한테 죽은 척하라고 시키고, 민하한테 살인 누명까지 씌우려는 비열한 수법을 생각해 내?”“죽은 척하다니. 천벌을 받을까 봐 두렵지도 않아? 그러다가 너희 엄마 정말 돌아가시면 어쩌려고 그래?”최민하는 나를 곁눈질로 힐끗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내 절친이었던 정채린은 팔짱을 낀 채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 상황에서는 최민하와 경쟁하는 것도, 송지욱이 내 말을 믿게 만드는 것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지금 내가 알고 싶은 건 엄마의 시신이 대체 어디로 갔냐는 거였다.엄마의 주치의인 안성진 선생님은 훌륭한 의사였고 인품 또한 좋았다.그런 분이 최민하와 정채린에게 매수됐을 리는 절대 없었다.안성진 선생님이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단호하게 말한 이상, 엄마가 세상을 뜬 건 확실했다.그러나 병원에서는 엄마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나는 이를 악물고 정채린과 최민하를 노려봤다.일어설 힘만 있었더라면 나는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을 죽여 버리고 나도 죽었을 것이다.그들은 죽은 사람조차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잔인한 인간들이었다.‘분명 저 두 사람이 우리 엄마의 시신을 훔쳐 갔을 거야!’‘우리 엄마를 돌려줘!’나는 침대 머리맡에 놓인 나무 티슈 케이스를 움켜쥐고 소리를 지르며 최민하를 향해 힘껏 내던졌다.“이 빌어먹을 년! 우리 엄마는 이미 돌아가셨어. 그런데 내게 누명을 씌우겠다고 우리 엄마의 시신까지 모욕해? 천벌을 받을까 봐 두렵지도 않아?”“우리 엄마를 돌려줘!”송지욱은 재빨리 손을 뻗어 최민하의 머리를 향해 날아가던 티슈 케이스를 맨손으로 막아냈다.티슈 케이스는 나무로 만들어져 단단한 데다가 모서리도 날카로웠다.그 탓에 송지욱의 손등이 금세 붉게 부어올랐

  • 그래도 시간은 흘러간다   제6화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송지욱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자,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최민하가 보였다.최민하는 눈시울이 빨갛게 물든 채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 눈물을 글썽이고 있어서 마치 상처 입은 토끼처럼 애처로워 보였다.송지욱은 곧바로 마음이 약해져 자기도 모르게 한층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물었다.“민하야, 여기는 웬일로 왔어?”최민하는 송지욱의 품을 파고들면서 말했다.“내가 여기 안 왔으면 예서 씨가 나한테 또 무슨 누명을 씌웠을지 모르니까.”“예서 씨가 자기 엄마를 죽인 사람이 나라고 한 거 아니야? 흑흑, 난 그런 적 없어.”“나는 그냥 예서 씨 어머님이 편찮으시다는 말을 듣고 채린이한테 부탁해서 같이 병문안을 왔을 뿐이야.”“그런데 병실 앞에 도착했을 때 우연히 예서 씨랑 예서 씨 어머님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 얘기를 들어 보니까 예서 씨 어머님은 죽은 척하고, 예서 씨는 그 죄를 나한테 뒤집어씌울 생각이었어. 그렇게 해야 네가 나를 혐오해서 나를 떠날 테고, 두 사람은 계속해서 네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까.”“지욱아, 너는 두 사람한테 그렇게 잘해줬는데 두 사람은 고마운 줄도 모르고 너를 속이려고 했어. 그래서 내가 참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가 예서 씨한테 따졌더니, 예서 씨는 자기 계략이 들통난 걸 알고 나를 죽이려고 했어!”“지욱아, 나 무서워. 진짜 너무 무서워. 나 아까 죽을 뻔했어. 평생 너를 못 볼 뻔했고!”최민하는 송지욱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껴 울었다.송지욱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최민하를 살며시 끌어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그만 울어. 내가 있잖아.”“내가 잘 조사해 볼 테니까 걱정하지 마.”송지욱은 고개를 돌려 복잡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두 여자 중 한 명은 12년 동안 사랑한 여자 친구였고, 다른 한 명은 8년 동안 여자 친구 몰래 만났던 여자였다.송지욱은 대체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몰랐다.그런데 최민하 뒤에 있던 정채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지욱아, 민하가 한

  • 그래도 시간은 흘러간다   제5화

    눈을 떴을 때, 가슴이 너무 아팠다. 조금만 움직여도 뼈가 갈라질 것 같은 통증이었다.내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침대 옆에 있던 송지욱이 서둘러 나를 부축해 주었다.“예서야, 뭐 하려고? 나한테 시켜.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서 함부로 움직이면 아플 거야.”송지욱은 세심하게 침대 각도를 조절해 내가 편하게 기대도록 한 뒤 회사에 연락했다.“예서가 다쳤어. 간병인한테 맡기는 건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내가 직접 돌봐야겠어.”“이 비서, 나 당분간 회사에 못 나갈 것 같아. 팀장들이랑 같이 회사 업무 좀 처리해 줘.”나는 송지욱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듣고 싶지 않았다.내가 알고 싶은 건 엄마가 괜찮은지였다.엄마는 살았을까?나는 극심한 통증을 참으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때 엄마의 주치의 안성진이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오며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죠. 한미윤 씨는 상태가 매우 위중해서 언제든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니 반드시 24시간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고요.”“보호자분들, 너무 무책임하신 것 아닙니까? 어떻게 환자를 혼자 병실에 내버려둘 수 있죠? 저희가 발견했을 때 환자분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사후경직까지 시작되고 있었어요.”송지욱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멍하니 의사를 바라봤다. 당시 상황이 너무나 급박했던 탓에 송지욱은 한예서를 구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한미윤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한미윤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날 줄은 몰랐다.송지욱은 몸을 덜덜 떨고 있는 나를 꽉 끌어안더니 내 등을 토닥이면서 위로를 건넸다.“예서야, 자책하지 마. 어머님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건 네 탓이 아니야.”“울고 싶으면 나한테 안겨서 실컷 울도록 해.”지금 이 순간에도 송지욱은 우리 엄마의 죽음이 단순히 보호자가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벌어진 사고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가슴속에서부터 분노가 치밀어 오른 나는 온 힘을 다해 송지욱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그 탓에 가슴의 상처가 벌어지면서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