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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설태하.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9-01 14:12:37

 이 사람들은 이 남자가 누구인지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묘한 시선으로 둘을 번갈아 봤다.

"이거 두고 갔어."

"와! 땡큐!!"

 생각지도 못하게 받은 노트북에 환하게 웃다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뒤늦게 굳어버렸다. 그리고 여전히 그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의자에 걸린 재킷을 보며 혀를 찼다.

"아, 이거 내 옷이잖아. 좀 제대로 보고 다녀라. 그러니 집도 엉망이지. 칠칠치 못해서는."

 그 한마디에 모두가 숨을 죽였고, 하이담은 쥐구멍이 있으면 그곳으로 숨고 싶었다.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빠져나가는 직원들의 모습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야."

"… 내 이름 알잖아! 하이담이야, 하이담!"

"나랑 이야기 좀 해."

"이제부터 일해야 하거든?"

"어차피 사람도 없는데, 일은 나중에 하면 되잖아."

"어제도 누구누구 때문에 무단으로 퇴근했는데!? 안돼, 나 짤려."

 죄책감이 아주 조금은 있던 건지 그 말에 대꾸 없이 한참 침묵을 유지하더니 여기서는 제대로 된 대화가 될 것 같지 않음을 감지한 건지 인심을 쓰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럼 언제 되는데?"

 그 태도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 자신이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었다.

*  *  *

"와, 대박. 여기 완전 맛있어."

⁠ 점심시간에 자신을 데리고 온 식당은 사람이 없어 고요했다. '맛없는 집인가?'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취향에 딱 맞는 데다가 배도 고팠던지라 눈앞의 설이현의 동생을 소홀히 하고 먹는 것에 집중하는 하이담을 보는 남자의 눈도 상당히 질려 있었다.

"너… 정말로 그 영감이 주는 차, 마셨다고 했지?"

"그래. 모조리 마셨어."

"그날… 기억은 하냐? 집에 어떻게 돌아갔는지도?"

"차에서 잠시 잠들었다가 눈 뜨니까, 집 근처에 내려주던데?"

"… 그 외의 다른 말은?"

"없어. 와… 이거 진짜 맛있어. 너도 먹어봐."

 건성건성 하는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표정을 잔뜩 찌푸리며 자신을 보는 시선은 처음 봤을 때, 그날 집에서 봤을 때, 또 오늘 아침에 봤을 때와 달라 보였다.

"지금 아무 생각 없이 먹을 때가 아니라고!"

"왜? 뭐 예를 들면… 기억 같은 게 안 지워져서?"

 그저 바보에 칠칠치 못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에둘러 말하는 것을 콕 집어 말하자 놀란 건지 눈이 동그래졌다. 그 모습이 꽤 어울려 하이담이 웃음을 꾹 참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좀 이상하잖아. 나는 꿈꾼 것도 아니고? 그런데 그 할아버지는 뭐 술술 이러쿵저러쿵 어쩌고저쩌고 몽땅 말하길래, '아~ 혹시 기억을 지우는 의식 중인가?' 생각했지."

"허."

"왜, 영화에서 자주 나오잖아."

 해맑은 대답에 결국 쥐고 있던 포크를 놓고 이마를 부여잡으며 앓는 숨을 냈다.

"영화… 따위가 아니라고."

"나도 의문이긴 해. 근데 왜- 가끔 마취도 안 먹히는 사람이 있잖아. 나도 그런 거 느낌 아닐까?"

 나름대로 일리 있는 말에 저도 모르게 '그런가?' 싶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하이담이 아무렇지 않게 스테이크 한 조각을 그 입에 넣어버렸다.

"맛있지?"

"당연… 아니! 그, 그래서! 넌 어쩔 건데?"

"글쎄… 어떻게 해야 해?"

"그걸 왜 나한테 묻는데?"

"그야 너 때문에 이렇게 됐으니까?"

 정곡에 찔린 건지 고기를 씹던 턱이 멈췄다.

'그래, 자기도 양심이 있으면 부정할 수는 없겠지.'

 고개를 끄덕이며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스테이크를 음미했다. 이제 궁금증은 다 해결된 건지, 아니면 그저 할 말이 없는 건지 묵묵히 고기를 입에 쑤셔 넣고 있는 설이현의 동생을 바라봤다.

 역시 닮지 않았다.

"뭐야?"

 그 시선이 아니꼬운지 눈썹을 추켜세우며 반항적인 대꾸에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

"동생. 이름은 뭐야?"

"알바냐."

 의미 모를 대답이었다.

"나를 빌미로 그놈에게 접근할 생각이면 아서라 아서. 나는 그놈과 사이가 몹~시 안 좋거든?"

"그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거 같은데."

"………."

"그리고 난 정말로 평범한 동창일 뿐이라고. 그날은 우연이었고 별로 친하지도 않고."

"뭐, 별로 관심 없다는 듯이 말하네? 그놈이 사귀자면 홀라당 사귈 주제에."

"거절할 이유는 없지? 잘생기고 능력도 좋고 돈도 많고."

 그럴 줄 알았다며 강하게 혀를 찼다.

"그런데, 그 뭐 동생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설이현 얼굴은 내 취향이 아니야."

 비밀을 말하듯 장난스럽게 웃으며 하는 말에,

 아니, 난생처음 듣는 소리에 눈이 또다시 동그래져서는 멍하니 하이담을 바라봤다.

"그리고 여러모로 귀찮은 일만 가득할 것 같아. 하늘이가 학생 때 얼마나 시달렸는데. 난 그런 거 싫어."

"… 허."

"그보다, 여기 다음에 내 친구랑 와도 돼?"

"그걸 왜 내게 묻는데? 마음대로 해."

"그럴까나~?"

 이 가게에 정말로 만족했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연락하는 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았고 제 형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듯했다. 아니, 분명 그럴 것이다.

 하이담은 설이현이 가까이에 두는 타입이 아니다.

"왜, 왜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봐?"

 하이담이 슬쩍 테이블을 보자, 아직 반이나 남은 음식에 서둘러 먹으란 건가 싶어 다시 포크를 쥐고 입에 스테이크를 집어넣는 모습에 스스로가 한심스럽다는 듯 많은 의미가 담긴 한숨 쉬었다.

"설태하."

"응?"

"설태하라고. 내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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