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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출근부터.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1 14:12:17

⁠

"야, 하이담."

"악!! 옷 입어, 옷!!"

⁠

 침대에서 나온 남자는 벌거벗은 채로 다가와 시선을 코앞까지 당기자, 달달한 향수 냄새가 코로 훅 들어왔다. 반면 하이담은 새빨개진 얼굴로 허공에 시선을 두고는 맨살을 툭툭 쳤지만… 그런 약한 힘으로 밀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

"너 진짜 이상하네."

"뭐래!? 네가 더 이상해!!"

⁠

 미리 정리해 둔 옷가지를 대충 건네고 울리는 폰에 정신없다는 듯 머리를 손으로 대충 빗으며 그 와중에 챙겨 먹으라고 손에 약을 쥐여주고는 문단속도 부탁하는 말과 함께 후다닥 사라진 뒷모습을 어처구니없이 바라봤다.

⁠

"진짜… 미친 여자인가?"

⁠

 보통 사람이라면 사람이 짐승으로 변하는 것에 놀라 기절할 것이다. 실제로 하이담도 그 직전까지 갔다가 도망치지 않았나. 그리고 그 모습을 공식적으로 2번째나 본 하이담은 사람의 모습보다는 짐승의 모습으로 더 오래 붙어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아마 제대로 통성명도 하지 않은 남자를, 아무리 짐승의 모습이었다고 한들, 자기 집으로 데리고 와 이제는 홀로 두고 문단속을 부탁하다니.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분명할 수 없는 행동들이다.

 손에 쥔 약 봉투와 테이블에 놓인 생수통을 보자 심장 부근이 따끔따끔했다. 아직 컨디션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건지 괜히 머리를 긁적이다 하이담이 출근 준비를 하며 신발장 위에 올려 둔 노트북을 지긋이 바라봤다.

 일단 원인을 알 수 없는 따끔함은 뒤로 젖혀두고, 여유롭게 제집처럼 씻고 나와 집을 찬찬히 훑었다.

 딱히 특별한 것 없는 작디작은 원룸.

⁠

"그게 안 통하는 사람이 있나?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

 이 의문을 어디서 알아봐야 할지, 이 사태를 집안에 알려 할지 여러모로 골치가 아팠지만 가장 의문인 것은 아무 죄 없이 엄한 일에 휘말리게 한 자신에게 왜 이런 친절을 베푸는지 궁금했다.

 궁금하다 보니, 당연한 답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

"뭐긴 뭐야. 그놈에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거겠지. 젠장!"

⁠

 화가 치밀어 올라, 생수병을 던져버리고 거칠게 옷을 껴입었다. 괜히 설이현과의 연결고리가 된 게 아닌가 싶어, 또 몸에 열이 들끓었다. 아까 던져버린 생수병을 다시 쥐고 이 열을 식히기 위해 물을 마시다 테이블 위에 있는 종이에 적힌 동물병원 연락처와 주소에 결국 이마를 부여잡았다.

⁠

"일단 제대로 된 대화를 해 봐야 해."

⁠

⁠

*  *  *

⁠

⁠

"어제 그 아가씨 맞지?"

"네?"

⁠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돌아보자, 어제 봤던 경비원이 느릿느릿 다가왔다. 혹여나 뭔가 수상함을 눈치챈 건 아닐까 싶어 괜히 쿵쾅거리던 심장은 경비원이 돌려준 익숙한 재킷에 진정됐다.

⁠

"아…!"

"어제 이걸 떨어뜨렸더라고."

"와! 고마워요! 나중에 제가 커피라도 살 게요!"

"하하, 고맙네. 하지만 그 개는 정말로 더 이상 데리고 오지 말아. 나였으니 그냥 넘어갔지… 다른 학생이 봤다면 민원이 들어왔을 거라고. 위에서 그런 거 싫어하는 거 직원이면 알지 않나."

"죄, 죄송해요… 진짜 급해서…."

⁠

 대체 왜 자신이 사과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일단은 했다.

⁠

"게다가 정말 컸잖아. 마치 늑대처럼."

⁠

 온몸을 부르르 떨며 말하는 모습에 어색하게 웃으며 몇 번이고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대망의 행정실의 문을 열자, 매서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권 주임의 시선에 어색하게 인사하고는 의자에 재킷을 걸고 심호흡했다.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지만 자신이었어도 갑작스럽게 조퇴한 계약직이 달갑게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

'이게 전부 설이현 동생 때문이야.'

⁠

 속으로 깊은숨을 들이켰다.

⁠

"이담 씨, 어제 정리한 자료 제출해 주세요."

"아, 네!"

⁠

 그리고 가방을 열고, 깊은숨을 내쉬었다.

 헛웃음만 나왔다. 가방 속에 있어야 할 노트북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정신없이 준비하다 신발장 위에 올려놓고 왔다는 것이 떠올라 눈을 질끈 감았다. 이 와중에 두고 왔다고 말하면 권 주임이 자신을 죽이려 들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잘됐다 싶어 다음 날부터는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을지도 모르겠다는 극에 치달은 생각에 숨이 가빠졌다.

⁠

'생각해! 생각해내 하이담!!'

⁠

 어딘가에 백업 자료나 비상 USB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단은 그것부터 찾아봐야 했다.

⁠

"그럼 저희는 교수님들과 잠시 회의가 있어서 자리 좀 비울게요."

⁠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더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교수들과 회의라면 적어도 점심까지 붙들려 있을 것이다. 그럼, 그동안 재빨리 집으로 다녀오면 되니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배웅하자, 갑자기 밝아진 하이담의 표정에 얼떨떨한 직원들과 역시나 못마땅한 표정의 권 주임의 손보다 빠르고 부서질 듯 강하게 열린 문에 색다른 공기가 삭막한 부서를 뒤덮었다.

⁠

"어, 어라?"

"야."

⁠

 붉은 머리가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주위의 시선을 무시하고는 저벅저벅 걸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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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다려, 늑대   58. 오랜만이야.

    ⁠⁠여유 부릴 시간도 없이 설민재의 연락받고 다급하게 몸을 움직였다. 설이현이 경호원도 없이 홀로 하이담을 만나러 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당연하다. 처음 자신이 오해했을 때도 그랬지만 설이현은 어릴 적부터 개인적인 만남을 가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하물며 경호원까지 물린 것은 성인이 된 이후 처음이다.하지만 또 처음 때와는 느낌이 영 달랐다.본능적으로 그렇게 느꼈다.처음 설이현을 만나고 돌아온 하이담은 변하지 않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여전히 설태하를 보고 웃었고,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계속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이담은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고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그런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불안한 감정이 드는 건지, 초조한 생각만 드는 건지 몸이 진정되지 않았다.⁠'… 아니야, 하이담은 기억을 잃지 않으니까.'⁠입술을 꾹꾹 누르며 진정되지 않는 몸을 움직이며 하이담의 집 앞에서 얼쩡거렸다.⁠'아니지, 학교로 가야 하나?'⁠서둘러 몸을 돌리자, 몸에 무언가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고, 인상을 찌푸리며 그 둔탁함에 아래를 내려보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반가운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야! 그래도 미안하다고는 해야지."⁠익숙한 목소리에 몸이 바짝 굳었다.⁠"너, 키 많이 컸네~"⁠시원시원한 목소리, 어울리지 않게 길게 찰랑찰랑하는 머리카락, 자신이 알고 있던 모습보다 훨씬 성숙해지고 여성스러워진 어린 시절 자신의 전부였던 그 아이.⁠"정말! 본가에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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