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경후의 눈에도 뻔했다. 제나가 상처받는 꼴은 절대 못 보겠다는 태도였다.아까까진 한발 물러서 있더니, 이제 와서 좋은 사람인 척이라도 하려는 건가?좋은 사람 흉내가 아니었다. 일부러 불을 지피고, 남의 손을 빌려 칼을 휘두르려는 속셈에 가까웠다.제나가 모욕을 당하면, 결국 뒤돌아서 차씨 가문 쪽을 물고 늘어질 사람은 경후였다.설마 자기 부모한테 화살을 돌리겠는가?차민균과 류서윤 부부는 계산이 참 빨랐다. 친아들까지 이용해서 차씨 가문을 압박하고, 눈엣가시를 치워버리려 하다니.그제야 차근수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
차창우는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 손에 쥔 삼단봉을 경후 쪽으로 치켜들었다.“한 번만 더 그딴 소리 지껄여 봐.”차창우가 갑자기 삼단봉을 꺼내 들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구경하듯 모여 있던 사람들은 괜히 휘말렸다가 다칠까 봐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경후는 태연했다. 얼굴에는 두려움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제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경후 앞을 막아섰다.차근수도 차창우가 삼단봉을 꺼내 든 것을 보고 놀랐다.하지만 차근수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곧바로 마음을 가라앉힌 차근수가 낮고 엄한 목소리
“제나야, 이유가 어찌 됐든 사람에게 손을 댄 건 잘못이다. 인정이한테 가서 사과해라. 그럼 이 일은 여기서 끝내는 걸로 하자. 어떠냐?”제나는 차근수가 경후와 제나 쪽을 감쌀 줄 몰랐다.벌도 내리지 않고, 배상도 요구하지 않았다. 사과 한마디로 끝낼 수 있다면, 제나에게는 가장 나은 결론이었다.제나가 조금 억울한 건 괜찮았다. 하지만 경후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고, 경후가 무언가를 잃는 것도 원하지 않아서 고개를 끄덕였다.차근수는 만족스러운 기색을 보였다.굽힐 때 굽힐 줄 알고, 영리하게 상황을 읽을 줄 아는 여자
차근수가 그 뜻을 모를 리 없어서 바로 차민균 부부를 바라보았다.“너희 생각은 어떠냐?”차민균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젊은 사람들한테는 젊은 사람들 생각이 있겠지요. 저희가 어른이라고 해도, 결국 당사자들 선택을 존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양쪽 당사자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차민균의 말은 그럴듯했다. 하지만 태도는 분명했다. 이 일은 자신과 상관없으니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물론, 그렇게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틀린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감싸 주는 말 한마디
사람들이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제나를 좋게 보지 않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런 자리에서 거짓 증언까지 할 사람은 없었다.차민균과 류서윤의 낯이 몹시 어두워졌다.두 사람이 잠깐 눈을 마주친 뒤, 류서윤이 입을 열었다.“제나가 먼저 잘못한 거라면, 제나가 인정이한테 사과하면 되겠네. 그래도 다 가족인데 하룻밤 넘길 원한이 뭐가 있겠어.”차민균도 말했다.“제나야, 이유가 뭐든 사람한테 손댄 건 잘못이다. 인정이한테 얼른 사과해.”박영수는 그 말에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우리 인정이가 이렇게 크게 다쳤어요.
모든 사람이 주방 문 앞에 모여 있었다.인정은 깨진 그릇 조각들 사이에 쓰러져 있었다. 발과 손목, 뺨이 바닥의 파편에 베여 피가 흘렀고, 보는 사람의 가슴이 서늘해질 만큼 처참했다.“세상에, 인정아... 인정아, 이게 무슨 일이니?”중년 여자가 사람들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 온몸에 상처를 입은 인정을 보자마자 여자는 울음을 터뜨리며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곧이어 중년 남자도 뒤따라 들어왔다.“무슨 일이야?”두 사람은 인정의 부모였다.누군가 옆에 서 있던 제나를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봤대요. 저 사
가면남의 목소리는 담담하면서도 묘하게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처음 L국으로 도망칠 때도 지금처럼 그렇게 다급했나 보지?”제나의 표정이 굳었다.“도망칠 땐 뒤도 안 돌아보더니, 정작 필요할 땐 이렇게 적극적이네.”제나는 가면남의 비아냥에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다시 물었다.“차경후랑... 정말 연락이 닿지 않았나요?”“응.”“뭐라고요?”“차경후가 내 전화를 받지 않더군.”제나는 숨을 삼키며 물었다.“몇 번이나 거셨는데요?”“한 번.”제나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왜 한 번만 시도하신 거죠?”가면남의 반문이 차갑
딸깍-조용한 밤, 불이 꺼지는 익숙한 소리가 제나의 귀에 또렷하게 스며들었다.불이 켜져 있을 땐 답답해서 숨이 막힐 것 같았는데, 막상 불이 꺼지자 알 수 없는 두려움이 가슴 깊숙이 번져갔다.경후는 제나의 이상한 기류를 눈치채지 못한 채, 곧바로 침대에 몸을 누였다.그리고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그녀를 품 안에 끌어안았다.제나의 몸이 순간적으로 파르르 떨리더니, 격하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그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던 경후는 결국 그녀에게서 팔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왜 그래?”남자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 흩어졌
제나의 허탈한 표정을 본 경후는 그녀를 조심스레 끌어안았다.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이제 괜찮아.”남자의 차분한 위로가 반복되자, 제나의 거친 숨도 서서히 가라앉았다.방 안은 따스한 불빛에 잠겨 있었고, 경후의 잘생긴 얼굴은 왠지 모르게 부드러워 보였다.그제야 제나의 심장도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괜찮아.”제나는 낮게 말했다.“고마워.”경후는 담담히 대답했다.“우린 부부잖아. 당연한 거지.”그의 품속에서, 차갑게 굳어 있던 몸이 조금씩 녹아내렸다.지난밤들에서는 한 번도 느낄 수 없었던 감각.‘이게...
짧은 정적 끝에, 경후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하제나.]남자의 목소리는 본래 차갑지만, 거리를 두는 냉기가 묻어나 더 날카롭게 느껴졌다.경후가 톤을 낮추는 순간, 숨이 막히도록 냉혹한 분위기가 흘렀다.제나는 말문이 막혀, 준비했던 모든 말이 목구멍에서 가로막혀 나오지 않았다.경후는 담담하게 물었다.[전화까지 걸어와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제나는 간신히 입술을 열었다.“당신... 정말 결혼하는 거야?”[묻고 싶은 게 고작 그거야?]“그럼... 다른 걸 물을게.”제나의 목소리는 바람 빠진 듯 낮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