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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화

Autor: 윤아
한낮의 햇살이 반짝이는 통유리창을 통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제나는 물컵을 들고 창가에 서서, 미간을 찌푸린 채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 가면남은 약속을 지키긴 했다.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 마주한 시간 동안, 제나는 가면남이 얼마나 상대하기 까다로운 사람인지 절실히 알게 되었다.

가면남은 절대로 손해를 보는 법이 없는 인간이었다.

제나의 뒤에는 이미자와 장영숙이 서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은 단 한 순간도 제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낮에는 가면남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대신 이미자와 장영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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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98 화

    경후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원피스 입지 마. 난 싫어.”“괜찮아. 내가 좋으면 되잖아.”“안 돼.”제나는 깊은 못처럼 가라앉은 경후의 눈을 바라보았다.“내가 꼭 입겠다면?”경후는 눈도 떼지 않고 제나를 바라보았다.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오늘은 늦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못 갈 수도 있겠네.”제나는 멈칫했다.“무슨 뜻이야?”경후의 검은 눈이 가늘어졌다. 희미하게 위험한 기색이 어렸다.그리고 닿을 듯 말 듯 제나의 뺨에 입술을 스치며 낮게 속삭였다.“여보, 아직도 날 유혹하고 싶어?”이번에는 제나도 알아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97 화

    “안 돼... 읍!”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나의 목소리는 경후의 키스에 완전히 묻혔다.오늘 밤 가족 모임에 가장 완벽한 모습으로 참석하려고, 제나는 메이크업에만 꼬박 두 시간을 들였다.그런데 지금 경후는 제나의 화장을 망가뜨리는 것도 모자라...찌익-옷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에 제나는 잠시 멍해졌다.곧이어 제나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렸다.“내 원피스!”하지만 경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숨 돌릴 틈도 없이 키스가 빗발치듯 쏟아졌다.함께 지낸 시간이 이토록 긴데, 제나가 경후의 속내를 모를 리 없었다.“안 돼...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96 화

    “아니.”하성의 눈매가 살짝 굳었다.“왜 말 안 했어?”“전에 네가 알아냈잖아. 내 기억상실, 차경후가 손댄 거라고. 아직은 차경후가 왜 내 기억을 잃게 했는지 모르겠어. 그래서... 당분간은 말하지 않으려고. 이유를 제대로 알게 되면, 그때 말할게.”제나가 말하지 않은 것이 하나 더 있었다.경후의 태도가 달라진 건, 제나가 기억을 잃은 뒤부터였다.경후는 제나가 기억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제나와 경후의 지난 시간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었다.경후의 마음속 응어리는 아직 완전히 풀리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95 화

    은주는 제나를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사실 나는... 줄곧 네 대역이었어.”은주는 늘 자존심이 강했다. 뻔히 알고 있는 일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그런 은주가 이제 와서 이 일을 인정한다는 건, 마음이 완전히 꺾였다는 뜻이었다.“사실 이 일은 아주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어. 경후가 막 Z국으로 돌아와서 나한테 다가오던 때였지. 같이 밥 먹으러 나갈 때마다 경후는 늘 내 옆자리에 앉고 싶어 했고, 내 옆모습을 가만히 보곤 했어.”“경후가 나를 볼 때면 가끔 눈이 멀리 가 있었어. 마치 나를 지나... 다른 여자를 보는 것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94 화

    흑암처럼 어두운 경후의 눈은 달빛 아래 깊은 우물처럼 속을 헤아리기 어려웠다.그는 제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얇은 입술을 열었다.“계속 당신을 도와주던 그 남자... 대체 누구야?”경후가 묻는 건 그 일이었다.제나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맹세할 수 있어. 나도 정말 ‘그 사람’이 누군지 몰라. 심지어... 이름도 몰라.”“만난 적은 있어?”제나의 눈 밑으로 망설임이 스쳤다.지금은 모든 기억이 돌아왔지만, 그 정체 모를 사람의 신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무 단서도 없었다.제나는 지난번에 나타났던 남자가 정말 그 정체 모를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93 화

    “네.”제나의 숨이 가볍게 멎었다.이어 고개를 들어 경후를 바라보았다.“진심이야?”경후의 짙은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설마 당신은 그냥 해 본 말이었어?”“아니.”제나는 경후를 올려다보며 망설이다가 물었다.“정말 이제 신경 쓰이지 않아?”“뭐가?”제나는 입술을 열었지만,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경후는 제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린 듯, 제나를 품에 끌어안고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이미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그냥 묻어두자.”경후의 목소리는 물처럼 맑고 서늘했다.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485 화

    한별이 코웃음을 쳤다. 표정엔 조롱이 가득했다.“은주 언니는 신분도 높고, 예의도 바르고, 피아노에 그림에 글씨까지 다 잘하지. 하씨 가문의 큰딸이신데, 너 같은 부모도 없는 고아가 감히 비교될 수나 있어?”한별은 팔짱을 끼고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솔직히 말해서, 은주 언니 아니었으면 경후 오빠가 너 같은 애 쳐다봤겠냐?”그 말에 제나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한별은 그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더 짙게 그렸다.“하제나, 네 그 불쌍한 연극 같은 행동은 경후 오빠의 일시적인 동정심밖에 못 얻어. 은주 언니가 문제 생기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452 화

    남자의 목소리는 낯익으면서도 낯설었다. 먼 하늘에서 울려 내려온 듯, 캄캄한 방 안에 잔향처럼 맴돌았다.갑작스러운 햇살에 제나의 눈가엔 눈물이 맺혔다. 부어오른 눈을 힘겹게 뜨자, 그녀는 서서히 남자의 얼굴을 알아보기 시작했다.남자의 이목구비는 또렷했고, 눈가와 눈매는 한층 더 깊게 파여 있었다.그는 역광에 선 채 제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높이 솟아오른 권력자처럼, 숨조차 쉬기 어려울 만큼 거리를 두고 있었다.“차경후...”마른 목에서 거친 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신... 여긴 어떻게 온 거야?”경후는 차분하게 서 있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453 화

    제나는 마치 평가를 기다리는 물건처럼, 무력하게 내던져져 있었다.그러다 문득, 그녀는 본능적으로 경후의 손을 붙잡았다.“하지 마.”경후의 시선이 차갑게 내려왔다.“하지 말라니, 뭘?”제나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이제... 그만해.”“그만두라는 이유는?”대답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그때, 철문이 열리며 바깥의 불빛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어둠 속에 갇혀 있던 공간은 조금 밝아졌지만, 공기는 오히려 더 싸늘해졌다.경후는 문조차 닫지 않은 채, 제나를 물건 다루듯 위아래로 훑어내렸다. 그 시선에는 사람을 대하는 온기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438 화

    어둠 속에서 우락부락한 그림자가 스멀스멀 다가왔다.순간, 번개가 하늘을 찢듯 내리치며 방 안을 비추었다.창백한 섬광 속, 섬뜩한 가면이 드러났다. 흉측하게 일그러진 무늬가 빛에 젖어 더없이 무서웠다.가면남은 어느새 제나 눈앞에 서 있었다. 차갑고 거친 손길이 제나의 뺨을 스쳤다.목소리는 부드럽지만, 그 안에 깃든 기묘한 기운이 뼛속까지 서늘하게 했다.“하제나, 넌 못 도망쳐. 넌 내 거야. 죽더라도 내 거야.”그러다 목소리가 갑자기 칼처럼 날카롭게 갈라졌다.“근데, 넌 왜 이렇게 못된 거야? 왜 자꾸 도망치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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