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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 화

Autor: 윤아
제나의 발걸음이 멈췄다.

민정 생일 전까지만 해도 기억하고 있던 일이었다.

하지만 민정이 병원에 입원한 뒤, 하루하루 정신없이 곁을 지키다 보니, 결국 오늘을 잊어버린 것이다.

조심스레 경후 앞에 다가간 제나는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미안해. 오늘... 우리 결혼기념일이라는 걸 잊어버렸어.”

남자가 고개를 돌려, 담담한 시선으로 제나를 바라봤다.

“기억을 잃었는데, 이런 건 당연히 잊을 수 있지.”

차분한 목소리 속에 감정의 기복은 전혀 없었지만, 제나는 그 속에 감춰진 불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둘 다 알고 있었다. 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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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94 화

    흑암처럼 어두운 경후의 눈은 달빛 아래 깊은 우물처럼 속을 헤아리기 어려웠다.그는 제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얇은 입술을 열었다.“계속 당신을 도와주던 그 남자... 대체 누구야?”경후가 묻는 건 그 일이었다.제나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맹세할 수 있어. 나도 정말 ‘그 사람’이 누군지 몰라. 심지어... 이름도 몰라.”“만난 적은 있어?”제나의 눈 밑으로 망설임이 스쳤다.지금은 모든 기억이 돌아왔지만, 그 정체 모를 사람의 신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무 단서도 없었다.제나는 지난번에 나타났던 남자가 정말 그 정체 모를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93 화

    “네.”제나의 숨이 가볍게 멎었다.이어 고개를 들어 경후를 바라보았다.“진심이야?”경후의 짙은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설마 당신은 그냥 해 본 말이었어?”“아니.”제나는 경후를 올려다보며 망설이다가 물었다.“정말 이제 신경 쓰이지 않아?”“뭐가?”제나는 입술을 열었지만,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경후는 제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린 듯, 제나를 품에 끌어안고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이미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그냥 묻어두자.”경후의 목소리는 물처럼 맑고 서늘했다.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92 화

    경후는 제나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얼마 전까지는 기억을 되찾는 일에 꽤 신경 썼잖아. 그런데 요즘은 병원에 가겠다는 말도 안 하더라... 이제 기억을 되찾고 싶지 않은 거야?”제나의 기색이 미세하게 변했다.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경후가 무심한 듯 입을 열었다.“그런데 당신이 이미 혼자 몇 가지는 떠올린 것 같아.”제나의 마음이 서늘해졌다.경후는 제나의 앞으로 다가왔다. 허리를 숙여 제나와 눈을 맞춘 경후의 검은 눈동자는 먹물처럼 짙었고, 속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었다.“방금 당신이 말했지. 그 독은 당신이 먹인 게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91 화

    지금 와서 떠올려 보니, 제나는 모든 일이 조금 허무했고 우습기까지 했다.“괜찮아?”경후의 목소리가 제나의 생각을 다시 끌어올렸다.“괜찮아.”제나의 목소리는 아주 가벼웠다.“그냥 갑자기 몇 가지 일이 떠올랐어.”“그래?”경후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조금도 드러나지 않았다.“뭐가 떠올랐는데?”제나의 동공이 희미하게 흔들렸다.“예전 일들이야.”그녀가 며칠 동안 의식을 잃은 뒤 과거의 기억 몇 가지를 떠올렸다는 사실은... 경후도 알고 있었다.경후가 제나를 바라보았다.“예전의 어떤 일?”제나의 속눈썹이 조용히 내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90 화

    병실 안, 제나는 눈을 감은 채 침대 위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마치 깊이 잠든 사람 같았다.의사가 제나를 살펴보았지만, 몸에는 큰 이상이 없었다. 의식을 잃은 원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강한 자극을 받은 탓이라고 했다.경후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하음을 바라보았다.“제 아내한테 무슨 말을 했습니까?”하음은 고개를 숙였다.“제가 아는 일은 많지 않아요. 그저 차 대표가 하제나 씨를 위해 얼마나 많은 걸 포기했는지 말했을 뿐이에요. 하제나 씨는 기억을 잃어서 아무것도 모르잖아요.”“지난 몇 년 동안 하제나 씨만 억울했다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889 화

    “왜죠?”하음이 말했다.“차 대표가 처음 차씨 가문으로 돌아갔을 때, 차씨 가문 사람들은 위아래 할 것 없이 차 대표를 반기지 않았어요.”“차 대표는 모두에게 밀려났죠. 차씨 가문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다른 사람들과 재산을 두고 다투게 된 사람인데 누가 환영하겠어요?”제나는 경후의 친부모가 경후에게 다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그럼 경후의 친부모님은요? 경후는 그분들의 친아들이잖아요. 그런데도 반기지 않았다는 건가요?”하음이 비웃듯 웃었다.“그것도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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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같은 사람이면, 어떤 여자든 원하기만 하면 쉽게 가질 수 있잖아.”제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밖에서 아무 여자나 만나든 난 상관 안 할 거야.”경후가 세린을 찾든, 다른 여자를 찾든 제나에겐 별반 다르지 않았다.그녀는 그를 통제할 수도, 이 결혼에서 벗어날 수도 없었다.하지만 최소한, 경후의 몸에서 풍기는 낯선 향수 냄새를 참아가며 그의 욕구를 받아낼 필요는 없었다.“내가 다른 여자를 찾아도 괜찮다?”경후가 그 말을 되뇌듯 읊조렸다.그리고 눈빛에 스치듯 짙은 그림자가 번졌다.그러더니, 그는 불현듯 제나의 옷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265 화

    “전에 하제나가 차경후 대표 꼬신다고 들었을 땐 반신반의했는데... 이제 보니,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네.”“사생활이 꽤 난잡한가 봐? 매일 주유안이랑 붙어 다니더니, 주유안 은퇴하자마자 차경후 대표한테 들이대고... 이게 얼마나 됐다고 또 남자친구라니.”“에휴, 남자친구 입장에선 진짜 불쌍하다. ”“...”오후가 돼서야 영화 촬영장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동안 제나는 단 한 번도 지각이나 조퇴를 한 적이 없을 만큼, 늘 성실하고 꼼꼼하게 일을 해왔다.이번이 처음 겪는 돌발 상황이었기에, 방의섭 감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273 화

    처음엔 사람들이 제나의 작업실을 찾아왔을 때, 단순히 집기를 부수는 정도였다.그러나 연주가 맞서며 말다툼을 벌였다.“내연녀는 윤세린이지, 언니가 아니에요!”그 말 한마디에 상대는 곧장 격분했고, 결국 손찌검까지 이어졌다.인원수에서 상대가 훨씬 많았다. 연주는 힘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고, 끝내 병원에 실려 갔다.그 일을 떠올리자, 연주의 목소리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언니, 혼인관계증명서만 올리면 돼요! 언니가 차경후 대표님의 아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언니더러 내연녀라고 떠드는 키보드 워리어들 전부 입 다물 거예요!]

  • 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   267 화

    제나의 손바닥은 이미 차가운 땀으로 젖어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흔들림이 없었다.“아까는 차경후가 날 그냥 갖고 노는 거라더니? 또 사람들이 알면 내가 그쪽을 꼬셨다고만 생각할 거라며? 그럼 뭘 그렇게 겁내? 전화는 왜 끊었는데?”서명한은 큰소리쳤지만, 사실 일이 크게 번지면 본인 역시 무사하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연예인의 신분으로 스캔들만큼 치명적인 건 없었다.반대로 제나는 연예계와는 무관한 사람이었다. 사생활이 아무리 문란하다 해도 커리어에 타격은 없다.서명한이 처음에 큰소리를 친 것도, 그저 ‘혹시라도 제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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